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61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61화
오디션의 무법자(1)
연화예고 학생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주제는 두 개가 있었다.
첫 번째는 하루아침에 변해 버린 작곡가 김도일.
바로 ‘나’.
뭐 이건 거의 학교 내에서 국밥 같은 소재다.
조금 떠들었으면 질릴 만한데, 계속해서 장작이 들어오니 하루라도 떠들지 않고서는 입에 가시가 돋치는 모양이더라.
나머지 하나는 최근 들어서야 급격히 달아오른 주제인데….
바로 최고의 가수를 뽑는 방송, ‘탑 싱어’였다.
‘…추억이구만.’
비슷한 종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서는 매우 장수를 했는데, 이유는 다름이 아닌 빼어난 독창성 때문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실력.
우선, 지명도가 높은 가수가 아니라면 이미 데뷔한 사람의 참가도 막지 않는다.
괜히 얼굴 좀 예쁘고 잘생겨서, 스타성 있다고 해서 위에 올리지 않는다.
사회의 미풍양속을 심하게 해치는 범죄 경력이 있지 않은 이상에야 전부 포옹.
실제로 1호선에서 오줌을 갈기며 천년의 사랑을 부르던 빌런이 참가했는데, 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걸로 기억한다.
그뿐이랴,
생방송이다.
준결승, 결승전만 생방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본선 통으로 생방이다.
그리고 그런 대단한 대회에,
“…나. 진짜 TV 나간다아아아!”
불알친구, 호식이가 나가게 되었다.
무려 ‘본선’에!
소식은 학교 전체에 일파만파 퍼졌다.
덕분에 우리의 반은 매일매일 시장통 같은 북적임을 맛봤다.
“와… 진짜 방송 나가는 거야? TV에 네가 나온다고?”
“지린다 진짜….”
“나 미리 사인 좀!”
“흐흐흐.”
호식이의 어깨가 하늘을 치솟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나 또한, 솔직담백하게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TV에 나간다니.
뭐 요즘 들어 우튜브니 잉스타니 유명인이 되기 위한 출구는 얼마든지 있기는 했지만, 솔직히 TV 방송에 출연한다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특히나 인기 방송이면?
순식간에 주목을 끌어모을 수 있겠지.
만들어둔 잉스타라도 있으면 팔로워가 상당수 모일 거고, 그렇게 모인 팔로워를 대상으로 광고 몇 개만 받으면 수천은 그냥 뚝딱이다.
“그으으으으윽.”
“흐흐흐 김도일 배 아프냐?”
“응 우튜브 구독자는 내가 더 많아.”
“응 TV 나오면 난 100만 찍어.”
뭔가 말하다 보니 스스로 되게 추해지는 것 같네.
“에부붸붸붸.”
나는 옆에서 개열받게 하는 호식이를 제쳐놓고, 인터넷 세계로 도피했다.
그래, 아직 인터넷에서라면 내가 더 유명해.
내가 더…!
“흐흐.”
우튜브 구독자 수를 보니까 곧바로 자연스레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17만.
유입이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뭐랄까, 구독자 1만 명대와 10만 명대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고 할까.
9만 정도면 뭔가 당당하게 우튜버라고 소개하기는 좀 그런데, 10만이 딱 찍히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충격, 공포] 공기를 지휘하는 남자그저께 민우재 악장한테 부탁해서 전달받은 오케스트라 영상을 올리니, 가히 반응이 폭발적이더라.
댓글 :
-와 영상 떠서 헐레벌떡 들어왔니 제목 값 제대로 하네요
└진짜 공기밖에 안 보이네….
└백그라운드로 듣다가 영상으로 처음 재생함. 아무도 없어서 놀람ㄹㅇ
└나도 진짜 오케스트라 있는 줄 알았음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이거 세트장 이런 게 아니라 진짜 예술의 전당에서 저 짓 하는 거임?
└ㅇㅇ 심지어 뒤에 관객 1:54 잠깐 보임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웬일로 제대로 된 퍼포먼스 하나 싶었는데 들고 있는 게 젓가락이네 X발ㅋㅋㅋㅋㅋ
└옻칠까지 돼 있는 거 가져왔네 치밀하네요.
혹평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님들 이거 들으니 배가 아파지는데 나만 그럼? +1,022
뭔가,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영상을 보고서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부가 다 그런 건 아닌데,
└ㄹㅇㄹㅇㄹㅇ 저 이거 들으면서 쾌변함
└그냥 공중화장실 생각나서 그런 거 아님?
└ㄴㄴㄴㄴ 거기서 들려오는 클래식이랑은 궤가 다름. 곡이랑 내 직장이 동기화되는 느낌이랄까? ㄹㅇ 클라이막스에서 빵! 터질 때 내 엉덩이도 빵! 터짐
└알았으니까 그만해 X발
└빵 ㅇㅈㄹ ㅋㅋㅋ
‘…급똥러를 주제로 곡을 써서 그런가?’
민우재 악장은 내 곡을 들으며 위기를 맞이한 것 같던데.
똥을 싸야만 하는 사람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회 수랑 추천 수가 말도 안 되게 높다.
뭔가, 좀 무서워졌다.
나는 곧바로 또 다른 밭으로 이동했다.
뿌려둔 씨앗, ‘변기’로.
잉스타였다.
-변기 어디 갔어
-변기언제와변기언제와
-저 언더 쪽에는 관심 1도 없는 사람인데 변기는 좋아함.
└ㄹㅇ 저도 목소리 보고 반함 곡 낸 것도 딱 한 개 뿐이던데 그 한 개가 너무 큼
…솔직히 내가 봐도 언더 판에서 벌인 활약이 매섭긴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유명세를 얻는 속도가 빠르다.
만들자마자 거의 4,000에 달하는 팔로워를 확보해서 시작이 좋았다. 근데 지금은 무려 30,000이 넘어간다.
-변기 너무 사랑해요 너무 남자다워 변기한테 깔리고 싶다.
└ㅁㅊㄴ
└형…?
언더의 팬들이 어딜 가든 호들갑을 떨었고, 그래서인지 메이저 힙합만 듣는 사람도 자연스레 나에게 유입되었다.
‘래퍼가 될 생각은 없어.’
부업이다 부업.
근데 부업이 막 치고 올라오니 똥줄이 많이 타는 느낌이다.
아직까지는 통제가 가능한데, 정작 본캐가 위협받으면 안 되는데….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지.’
뿌려놓은 씨앗이 잘 성장하고 있다는 소리니까.
페어리스도 이번에 음방 출연한다고 하고.
이제 남은 것은….
‘블랙 벨트인가.’
앨범 메인 곡은 이미 있고, 서브 곡들 또한 나와 EL 사이에 컨펌이 오가며 완성된 상태.
3일 뒤에 정식으로 메인 곡을 발표하며 반응을 본다고 하나.
‘…락 좋아하는 양반들한테는 이미 이름이 꽤 퍼졌지.’
아무리 한국의 락 팬이 한 줌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기본 팬덤이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크나큰 차이가 난다.
충분한 화력을 모아준다면…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지나고,
메인 곡 발표와 동시에 EL에서 자료를 받은 언론사들이 하나둘 언급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순위를 확인하자마자,
“….”
철렁. 마음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 있어?”
“김도일 뭐 함?”
학교가 끝났는데도 다 뒤져가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일까.
다들 이유를 묻더라.
아니, 이유를 묻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상황이라고나 할까.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응? 글쎄?”
“1일? 9월의 시작?”
“…아무것도 아님.”
“뭐야.”
나는 그냥 그렇게 대화를 끝냈다.
구태여 블랙 벨트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라고, 설명을 이을 필요조차 없었다.
‘…페어리스 때는 이런 반응이 아니었지.’
그때는 가히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온 학교가 떠들썩했으며, 모든 이목이 나한테 집중되었다는 말이다.
다만, 이번에는 다르다.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이 있기는 했었다.
블랙 벨트라는 밴드의 곡을 만들었을 때, 그들이 내 덕에 데뷔를 한다고 말했을 때.
분명 화젯거리가 되기는 했다는 말이다.
다만 그것은, 오로지 ‘나’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렇다.
우리 학교 애들, 아니, 음악을 듣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새로 나온 ‘밴드’의 음악을 들어볼 생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아주 잘 알 것 같았다.
‘밴드니까.’
한국의 밴드 음악은 죽었으니까.
아주 잘근잘근, 강하게.
좋은 곡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냥 그것뿐.
관심 자체가 없으니 묻힐 뿐.
페어리스 때가 너무 쉽게 흘러가서 그런가, 방심을 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얼얼한 느낌이 컸다.
부우웅- 부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최성민 이사한테 온 전화였다.
-회사로 좀 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여러모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 수를 내야 한다.
‘한국의 밴드 음악’이란 걸 아예 머릿속에서 배제하고 살던, 대중들의 이목을 끌만한 수를 말이다.
나는 곧바로 회사로 뛰어갔고, 역시나 예상하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기회를 전부 소진한 건 아닙니다. 아직 ‘탑 싱어’가 있어요.”
“…탑 싱어요?”
호식이가 맨날 콧노래로 흥얼거리던 그 이름을 듣자마자,
“…작곡가님이 ‘블랙 벨트’랑 같이 방송에 나가주셔야겠습니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해결 방안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EL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밴드, ‘블랙 벨트’의 최근 분위기가 어땠냐 묻는다면, 박민수는 꽤 나쁘지 않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최성민 이사의 1 대 1 맞춤 트레이닝을 필두로 각종 연습 매진, 녹음, 피부와 체형 관리 등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는 했지만, 피로 따위는 쌓이지 않았다.
자신들이 세상에 나온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기대가 됐으니까.
물론 그 기대는….
단 이틀 만에, 완전히 무너져 내려 버렸다.
“…와 반응이 없네.”
“인디 차트에서는 순위 높았었는데….”
원래 기대는 하면 할수록 실망도 커지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블랙 벨트 삼인방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다.
막 페어리스처럼 고공 행진을 할거라는 기대는 안 하고, 찔끔 순위권 진입, 이 정도는 생각했다는 말이다.
다만 막상 다가온 현실은 그것보다 더욱 썰렁했다.
차트에 못 들었다.
기사를 다 돌렸는데도!
우튜브에도 영상이 올라갔지만 원래 알던 팬들이 몰려와 댓글을 달아줄 뿐, 추가적인 유입이 매우 적었다.
“망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긴 한데….”
이미 국내의 펑크, 락 쪽의 팬들에게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태.
팬층이 두껍지는 않았지만 단단하기는 단단했다.
당장 활동을 접지 않을 정도의 동력원은 남아있다는 소리다.
다만, 그렇기에 애매했다.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그야말로 표류.
만약, 마지막 하나 남은 기회마저 날려 버린다면 그 표류의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탑 싱어에서 어떻게든 주목을 모아야 돼.”
그렇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아마 지금 시점에서 가장 유명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탑 싱어’에 설 기회가.
“아이디어 짜보자.”
“좋아좋아.”
연습실에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세 사람.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인기를 얻은 아이디어는 역시나 ‘분장’에 관한 것.
실제로 자신들을 이곳까지 인도한 김도일이 썼던 방법이니, 효과는 괜찮을 것이었다.
다만, 오랜만에 자신들에게 찾아온 그는,
“…흐음.”
의견을 듣자마자,
“그 정도로는 안 돼애애애애애액!”
연습실이 무너질 듯한, 엄청난 괴성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기타에 불을 붙입시다.”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기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500만 원 짜린데요.”
“안전하게 내열 코팅 올리고 손 소독제 바른 다음에 태우죠.”
…아무래도,
물러설 생각은 결코 없는 모양이었다.
주르륵.
눈물과 함께, 그동안 함께한 동반자의 죽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