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4
014화
그래.
해피엔딩이야.
아니, 해피엔딩이어야 하는데…….
“이 인간! 돈을 아직도 안 가져왔어!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 자리에서 가져가는 건데! 아니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걸 안 물어봤잖아!”
진아는 내 앞에서 커피를 쪽쪽 빨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야~ 야~ 진정해. 돈도 많은 녀석이 뭘 그렇게 화를 내고 있어.”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어? 의뢰인이 의뢰가 끝났는데도 돈을 안 주잖아!”
“에이~ 그럼 자선 사업했다고 해.”
진아의 말에 나는 의자에 털썩 앉아 초코라떼를 쪽쪽 빨았다.
“자선 사업이라고 하기엔 그 의뢰인이 돈이 엄청 많아.”
“그럼 언젠가 받겠지~ 근데, 넌 사무소에선 커피만 마시던 놈이 왜 카페에서는 초코라떼만 마시는 거야?”
“커피는 탐정의 상징, 그런데 그런 커피를 남이 만든 걸 마시겠어? 내가 직접 만들어 마셔야 진정한 탐정이라고 할 수 있지.”
진아는 내 말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놀고 있네~”
“시끄러워! 넌 학교도 안 가냐?”
“오늘 휴강이야. 아, 그나저나 너 군대 안 가? 남자애들 대부분 군대 갔다 왔는데, 넌 아직도 안 갔더라?”
진아의 질문에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나는 군대 안 가. 고아잖아.”
“엥…? 너, 아저씨랑 함께 살았잖아.”
“아저씨랑 함께 살긴 했어도 우린 가족으로는 등록이 안 되어 있었거든.”
“왜?”
“그거야 나도 모르지?”
진아는 내 말에 어딘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왜? 뭐가 불만이야?”
“아니, 이상하잖아. 10년 넘게 살면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왜 가족으로 신고를 안 했을까… 아저씨 보니까 결혼도 안 한 것 같던데.”
‘그러고 보니 그렇네.’
“글쎄… 난 잘 모르겠다.”
라고 말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사무소~ 혹시 모르잖아, 손님이 왔을지… 먼저 간다~”
* * *
왔네…
왔어…
손님이 왔네…….
사무소 앞에서 세나가 쪼그리고 앉아 날 바라봤다.
“늦었네요?”
“아… 기다리셨나요?”
“네, 한 30분 정도?”
“아하하… 죄송합니다.”
머쓱한 미소로 사무소 문을 열자 세나가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음… 생각보다 깨끗하네.”
‘생각보다 깨끗하네? 저 여자는 탐정을 뭘로 생각하는 거야?’
세나의 말에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많이 바쁘셨나 봐요?”
“네, 많이 바빴죠. 누가 매니저까지 싹 다 잡아 처넣는 바람에 스케줄도 완전히 꼬이고… 근데 손님한테 마실 건 안 주시나요?”
“혹시 마시고 싶은 거라도?”
“그냥 물 주세요.”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내가 잘못한 것 같지?’
물을 가지러 가면서 고개를 살짝 돌리자 세나는 날 비웃기라도 하듯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내가 물병을 가지고 오는 동안 세나는 사무소를 여기저기 둘러보다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멍하니 책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세나에게 물병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근데 책이 많네요.”
“뭐, 제가 읽은 책은 아니고, 원래 이 사무소의 주인이 읽은 책들입니다.”
“아하.”
세나는 내 말에 소파에 앉아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봤다.
“저기 근데 의뢰비는……?”
“네, 가져왔어요.”
세나는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감사합… 이건?!”
세나가 건넨 봉투 안에는 지난번에 봤던 다발보다 더 많은 5만 원권이 다발로 들어가 있었다.
‘이거… 이백만 원은 넘는 것 같은데…….’
“저기… 이건 너무 많은 것 같은데요?”
“아, 이번엔 또 다른 의뢰를 좀 부탁하고 싶어서요. 미리 드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의… 뢰요?”
“네.”
“어떤 의뢰를 부탁하고 싶은 거죠?”
“제가 지난번에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혹시 그때 얘기했던 눈 색이 변한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건가?’
나는 세나의 질문에 당황해 나도 모르게 대답을 회피해버렸다.
“글쎄… 기억이…….”
세나는 내 대답을 듣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무슨?!”
“당신, 초능력 있죠?”
“예?”
“처음 만났을 때, 검은 눈동자였던 당신의 눈빛이 저한테 질문할 때 노란빛으로 변하는 걸 봤거든요. 그때 잘못 본 건 아닐까, 일부러 물어봤는데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고 확신했어요.”
세나의 말에 놀라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고, 침을 삼켰다.
“그냥 변했을 리는 없을 테고, 혹시 무슨 초능력이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그리고 초능력이라니, 공상 과학을 참 좋아하시나 봐요?”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애써 미소를 지었다.
세나도 내 말을 믿지 않는 듯 미소를 지었고, 우리 둘 사이에서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뭐, 그렇다고 하죠. 저의 또 다른 의뢰내용은 눈 색이 변하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거예요.”
솔직히 세나의 의뢰엔 관심이 가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몸이 말하고 있다.
이 여자는 위험하다고.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궁금해졌다.
이 여자가 정말 눈 색이 바뀌는 걸 보는지.
“눈 색이 바뀌는 사람을 본 적 있다.”
“네?”
“예전에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하셨죠.”
“네.”
세나의 말에 나는 턱을 괴고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세나는 내 눈을 보더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역시나… 세나는 초능력자를 볼 수 있다. 어떻게? 세나도 초능력자인 건가?’
내가 당황해하는 눈빛을 보이자 세나는 정신을 차리고 날 똑바로 바라봤다.
“절… 테스트 하시는 건가요?”
“네?”
“제가 눈 색이 변하는 걸 볼 수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하는 거 아니었나요?”
‘뭐… 일단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필요 없어.’
나는 세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능력을 풀고, 다리를 꼬았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그리고 의뢰는 거절하겠습니다.”
세나는 나의 대답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다.
“네?!”
“싫다고요.”
“아… 아니, 왜요?”
세나는 내 말에 삐진 듯 눈을 찌푸리며 볼을 부풀렸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봉투에서 돈을 꺼냈다.
“돈도 219만 8천 원… 아, 그래도 아까 했던 말은 죄송하니까 8천 원은 빼드리죠. 219만 원만 가져가겠습니다.”
돈을 꺼내고 세나에게 봉투를 건네는 순간, 세나가 내 팔을 붙잡았다.
“그럼…….”
“네?”
“그럼 당신 파트너로 일하고 싶어요.”
“예?”
‘조수도 아니고 파트너?’
헛웃음이 새어 나오자 재빨리 입을 막았고, 세나는 내게 천천히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뭐… 우리가 초면도 아니고, 이미 예전에 말도 한 번 놓았으니까 그냥 말 놓을게?”
“예?”
“왜? 불만 있으면 너도 말 놓던가?”
나는 세나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세나를 바라봤다.
“그래, 말 놓자. 근데 난 누굴 고용할 생각이 없거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그럼… 뭐, 내 실력이라도 보여줘?”
“아니, 애초에 내가 누군가를 고용 안 하겠다는데 왜…….”
세나는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 입술을 손으로 잡았다.
“그럼 이건 계약금이라고 생각하고~ 내일 봐~ 꼬마 탐정님?”
세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그대로 사무소에서 나가버렸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 멍한 얼굴로 가만히 있다 정신을 차리고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다시는 오지 말고 이 돈 가져가!”
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세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아… 이상하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지?
* * *
빌어먹을 탐정 놈과 이야기를 끝내고, 사무소 밖으로 나왔다.
탐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 결론이라고는…
바닷가에서 살았던 적도 없다는 것과, 말투와 행동을 봤을 때 저 탐정은 절대 내가 찾는 그 녀석이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눈 색이 변하는 게 확실한 이상, 그 아이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탐정 놈이 뒤에서 뭐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너도 지난번에 내가 소리쳤을 때 무시했잖아?
쌤쌤이라고 생각해~
네 눈의 비밀을 알려줄 때까지, 그리고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매일 매일 찾아갈 테니까 각오해.
* * *
하아.
어쩐지 의뢰를 쉽게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세나, 이 여자…
내 일상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아아…….”
“무슨 일이야?”
아저씨의 질문에 나는 술을 들이켰다.
“그냥… 골칫덩어리가 하나 생겨서.”
“골칫덩어리? 뭔데?”
“누가 내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다네… 그것도 파트너로.”
“그래? 잘됐네.”
나는 아저씨의 말에 식탁을 내리쳤다.
“잘되긴 뭐가 잘돼! 나한테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아오 그 여자…….”
“여자? 너, 설마 여자 생긴 거야?”
나는 아저씨의 질문에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으며 손을 휘저었다.
“아니, 귀찮게 들러붙은 거야. 귀찮다 못해 짜증 날 것 같다고… 아저씨 복수도 바쁜데…….”
“이런 드럽게 운 좋은 자식… 세나 의뢰도 받고, 여자가 따라다니고…….”
“그런 거 따지면 아저씨야말로 운 좋은 사람 아냐? 주변 사람 덕분에 세나 실물도 봤잖아.”
아저씨는 내 말에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치. 그 덕분에 앨범에 친필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고… 하아… 살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그거 누님한테 다 말해도 돼?”
“미쳤냐? 절대 안 되지. 이건 그냥 팬심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내 와이프밖에 없다고!”
“예~ 예~ 그러시겠죠. 어쨌든 난 이번 일로 세나 노래 싹 다 지웠다.”
“뭐?! 미쳤어?”
아저씨의 말에 나는 이번 의뢰를 하며 봤던 세나의 모습을 회상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어떻게 된 게 나는 여자 운이 없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야, 진아만 봐도 미인인데.”
“어휴, 걔는 내 눈에는 여자로 안 보여. 그냥 남자야. 아니, 그냥 남자가 아니라 상남자… 그리고 세나는… 아니다, 말을 말자.”
“세나는 왜? 왜 말을 말어… 당장 말해.”
“됐어~”
* * *
그날 이후로 세나는 매일같이 내 사무소에 찾아왔다.
처음엔 계속 쫓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젠 다 포기했다.
일부러 못 오게 사무소 문을 잠갔는데도 열쇠 수리공을 불러서 문을 따는 미친… 아니, 또라이니까.
뭐, 그래. 내가 포기했고 오는 건 좋은데…….
왜… 왜 계속 내 사무소가 알록달록해지는 건데!
그냥 처음 왔을 때처럼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든 드라마를 보든 하란 말이야!
왜 자기 물건을 내 사무소에 가져다 놓는 거냐고!
이러다간 사무소에 오려던 손님도 깜짝 놀라서 도망치겠다.
지금 난 내 사무소의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이 일의 원흉은 아주 한가하게 소파에 누워 드라마나 보고 계시네?
한심한 눈으로 세나를 쳐다보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세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헤실헤실 웃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왜 그렇게 봐? 내가 그렇게 이뻐?”
“이뻐? 이게 진짜… 저리 안 가?”
“아이 참~ 내가 네 일 도와주겠다고 했잖아.”
“네가? 오히려 너 때문에 내 일거리만 늘었잖아. 그리고 네 물건 좀 사무소에 가져오지 마!”
“왜? 내가 이렇게 예쁘게 꾸며줬는데? 너무 깔끔떠는 것도 별로 안 좋아~ 이렇게 꾸며야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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