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33
33
돌아온 체스(2)
체스가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장례식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중이었다.
묘비 바로 옆에 선 신관의 목소리도 말을 하면 할수록 슬픔이 깊어지는 듯 약간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였다.
그 까닭일까.
묘지 전체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욱 무겁게 되어 가고 있었다.
좌중의 슬픔에 동조라도 하듯 모인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을 이어가는 신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저마다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의 이번 생의 운명은 분명히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디 그가 다음 생을 살 때에는 부자 집안의 아주 잘생긴 아이로 태어나길 신께 간절히 제 마음 가득히 모아 정말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체스…
참으로 안타까운 아이였다.
장래에 마을의 든든한 일꾼으로 남을 아이였는데 이렇게 갈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신관이었다.
그의 엄마가 죽었을 때에도 자신이 직접 이렇게 장례를 치뤄주지 않았던가.
그게 고작 5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들이라니…
참으로 박복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말을 이어가던 신관이 참으로 아쉬운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신관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사람들의 슬픔은 한층 더 가중되어 갔다.
흑흑-
흑흑흑흑-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
게다가 신관의 추모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왜 저리도 절절하게 느껴지는지…
장례식이 점점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흐느끼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
한편 그 사이 체스는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묘지에 도착했다.
미처 상복을 갈아입지 못한 게 약간 걸리긴 하지만 참석이 더 중요한 것이니…
‘휴… 아직 다행히 끝나지는 않았나보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체스는 내심 안도하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장례식을 쳐다보았다.
늦게 온 티를 내지 않으려는 듯 자연스레 무리에 섞인 체스다.
하지만 맨 뒤에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자신의 키가 크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묘비인지 그리고 누구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누가 돌아가신 거에요?”
체스는 바로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 속삭였다.
체스의 옆에 서있는 사람은 자신의 뒷블록에 사는 리카였다.
그녀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억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체스가…”
?????????
‘내 이름이 갑자기 왜…?’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이름이 불쑥 불리자 의아함이 떠오른 체스의 얼굴이다.
그녀는 이제야 눈물이 좀 멈춘 듯 손수건을 손에 꼭 쥔 채 체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급격히 확장되는 그녀의 동공.
히이이이익-!!!
그녀는 흡사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체스에게 손가락을 뻗은 채 팔을 벌벌 떨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두 눈을 보니 보통 놀란 모습이 아니다.
“아이고!!!”
급기야 리카는 놀람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발라당 자빠졌다.
“귀…귀신이다!!! 귀신이 되어 나타났다!!!”
체스에게 연신 삿대질을 하는 리카.
그녀의 큰 소리에 체스는 자신을 가리키며 되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저보고 말하시는 거에요? 제가 왜요?”
의아함이 가득 넘쳐나던 체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퍼졌다.
귀신이라니.
엄연히 살아있거늘.
엄밀히 말하면 죽을 뻔하긴 했지만…
아니지. 죽었었나?
여하튼 지금은 살아있는 자신인데.
‘아… 옷에 묻은 피 때문인가?’
체스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다.
잠시 자신의 옷매무새를 만지는 체스.
그러고 보니 옷도 못 갈아입었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놀란 마음에 경황도 없이 바로 오느라 상복을 못 갈아입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죄…죄송해요. 옷을 못 갈아입어서.”
넘어진 그녀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건넨 체스.
“우아아아아아!!! 사…살려줘!!!”
그녀의 비명에 장례식에 참석한 모두는 뒤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멀뚱거린 채 서있는 체스의 모습이 들어왔다.
우와아아아아-
“유령이다!!!”
“체스가 유령이 되어 돌아왔다!!!”
신관의 목소리만 울려퍼지던 조용하던 묘지에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지고 모여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체스.
체스는 묘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게 뭐야??? 왜 내 장례식이…”
체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얼른 둘러보았다.
그제서야 왜 사람들이 저런 반응을 보인 건지 이해가 갔다.
놀란 신관은 도망갈 생각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찍은 채 덜덜거리고 있었다.
낯빛이 하얘진 신관은 일어설 생각도 못한 채 어버버거리며 기도를 했다.
“너… 너…신이시여…신이시여…저… 저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어딘가에 숨은 채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거참…”
겨우 돌아왔더니 자신의 장례식이라니.
체스는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전 귀신이 아니에요. 체스에요.”
체스는 여전히 일어설 생각조차 못하는 신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도저히 지금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신관이 되물었다.
“저…정말 체스 너냐? 죽었다고 들었는데…”
떨떠름한 신관의 질문이다.
“참나. 죽었으면 제가 어떻게 여기에서 말을 하고 있겠어요? 얼른 일어나세요~”
신관은 체스의 손을 잡고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반신반의하는 눈치였지만 잡은 체스의 손이 따뜻한 게 시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끙차 몸을 일으키는 그는 일단은 믿어보자는 눈치였다.
“주…죽은 게 아닌가봐…”
“그러게…”
주변에 여기저기 숨어서 침만 꿀꺽 삼키던 사람들도 그 광경을 보자 그제야 슬금슬금 걸어 나왔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는 그들의 눈가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쩝…”
체스는 다시 한번 자신의 묘비를 보았다.
기가 찬다 참.
누구의 작문 센스인지 원.
이왕 적을 거면 멋드러진 말을 좀 적어주지 고생만 하다가 갔다라니…
****
크하하하-
와하하하하-
술집에서는 체스의 무사귀환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낮의 슬픈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죽었다고 알려진 당사자가 바로 여기.
이 곳에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살아있는데 장례식이 이어질 이유가 없다.
마을 사람 모두는 체스가 살아왔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지금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어떻게 된 거라구요?”
체스는 토마스에게 다시 한번 설명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