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30
131. 눈을 떠라.
빛이 사라지고 감았던 눈을 뜬 거울 여왕은 멀쩡한 몸 상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곧 손거울을 든 손이 떨리며 어떤 상태에 놓였는지 알아차렸다.
수혁 또한 마력이 사라진 것처럼 허한 느낌을 받았으나 그의 강대한 육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마력만 없다면 그리 어렵지 않지.”
이날을 위해 준비해 놓은 디메티리움 구슬의 위력은 확실했다.
천천히 대검을 들고 다가가는 수혁을 향해 창백한 얼굴의 거울 여왕이 손을 마구 저었다.
“오… 오지 말거라!”
“여유가 없는 얼굴이 제법 보기 좋군. 내 대검으로 너의 삿된 마음을 박살 내 주마.”
눈에 공포심이 서린 거울 여왕이 다가오는 수혁에게 손거울을 던졌다.
고개만 살짝 옆으로 틀자 손거울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신은 널 보살피지 않는다.”
마침내 바로 앞에서 수혁이 머리 위의 대검을 밑으로 내려쳤다.
“컥.”
거울 여왕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정수리부터 두 쪽으로 갈라졌다.
생각보다 허무한 전투였지만 전쟁터에선 언제나 적보다 우월한 상태로 싸워야 한다.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적을 앞에 두고 공정한 싸움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몸이 갈라진 거울 여왕을 뒤로하고 길드원들에게 되돌아가기 위해 수혁이 몸을 돌렸다.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뒤에서 느껴진 기운에 몸을 돌렸다.
“저건….”
거울 여왕의 시체를 보랏빛 실이 고치처럼 감쌌다.
대검을 들고 고치를 내려쳤으나 마력이 실리지 않아서인지 고치는 너무나 멀쩡했다.
디메티리움 구슬의 효과가 사라지려면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
힘껏 잡은 대검을 좌우로 휘둘러 고치를 파괴하려 했지만 약간의 흠집만 날 뿐이었다.
그러더니 흠집이 난 부분에서 거센 빛이 뿜어나오자 수혁은 팔을 올려 눈을 가렸다.
쩌저적.
고치가 갈라지며 변태를 마친 거울 여왕이 멀끔한 상태로 눈을 떴다.
대신 등에는 나방의 날개 같은 것이 달려있었으며 머리에도 더듬이가 생겨났다.
곤충과 인간의 하이브리드잖아?
“보아라. 이것이 바로 신의 가호다.”
거울 대신 자신의 날개를 휘두르자 날개에서 새하얀 가루들이 수혁에게 날아갔다.
대검을 휘둘러 풍압으로 가루를 쫓아 보려 했으나 순식간에 홀을 뒤덮는 가루를 당해 낼 수 없었다.
그녀의 가루를 흡입하자 수혁이 항상 머리에 쓰고 있던 ‘엘프 여왕의 왕관’이 빛을 내뿜으며 저항했다.
그러나 마력이 아닌 신의 기운이 담긴 정신 공격은 결국 왕관의 저항력을 물리치고는 수혁을 지배했다.
“젠장….”
정신을 차리려 했으나 수혁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더니 마침내 암흑이 찾아 왔다.
* * *
“수혁아! 수혁아 인마!”
“헉.”
정신이 번쩍 든 수혁은 눈을 뜨자마자 너무나 익숙했던 얼굴이 보였다.
“상만이 형?”
“괜찮아? 너 스파링하다가 기절했어.”
“형이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야 너 내일이면 챔피언전이야. 정신 못 차릴래?”
“챔피언전? 나는 분명 거울 여왕하고 싸우는 중이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기절하고 꿈꿨냐?”
쓰러진 몸을 일으킨 수혁은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 맞아. 내일이면 챔피언 전이었지?”
“그래. 네 상대 피지컬 괴물이다. 긴장해야 해. 스파링 계속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일어선 수혁은 링의 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최지헌?”
“정신 괜찮으세요? 아까는 럭키 펀치나 다름없었죠. 내일 시합인데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계속하시죠.”
“얀마, 지헌이는 아마추어 메달리스트야. 방심하지 마.”
툭툭.
수혁의 등을 두들겨 준 상만은 링 밖으로 나갔다.
땡!
종이 울리자 수혁은 최지헌과 스파링을 이어 나갔다.
퍽. 퍽. 퍼벅. 퍽.
빠른 스피드의 최지헌이 수혁의 몸을 돌며 잽을 번개처럼 꽂아 넣었다.
이상하게 몸이 무거운 수혁은 최지헌의 빠른 공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얻어맞느라 정신없는 그를 보던 상만이 소리를 질렀다.
“스톱! 스톱!”
스파링이 끝나고 최지헌은 내일 시합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떠나갔다.
“수혁이 너 괜찮겠어? 오늘은 이만하고 컨디션 조절하자. 수분을 너무 뺐나 보다. 집에 가서 물 좀 더 마셔.”
“어… 그래야겠네요.”
이상하게 정신이 멍한 수혁이 체육관을 나섰다.
“집이… 어디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지?
체육관 밖에서 서성이던 그의 팔뚝을 누군가 붙잡았다.
“누구…?!”
본능적으로 주먹이 나갈 뻔한 그는 또다시 익숙한 얼굴에 들었던 주먹을 멈추었다.
“오빠! 나야. 왜 이렇게 놀라고 그래?”
“어… 예현이?”
“내일 시합이라 예민하지? 오늘 집에 가서 좀 쉬자. 오빠 너무 무리했어. 그동안 열심히 해 왔잖아? 오늘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아. 내일을 위해서.”
“…내일을 위해서 그래. 나 열심히 해 왔던 거 같아. 내일을 위해서… 잠시 쉬어도 되겠지.”
그녀의 손에 이끌린 수혁은 터덜터덜한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어?!”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자신이 한때 살았던 낡은 원룸.
낡은 벽지에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던 곳.
그래. 나 돈 많이 벌어서 고급 빌라에서 살았던 거 같은데 내가 원래 살던 곳이 이런 곳이었지.
“오빠! 깼어?”
그의 옆에 찰싹 붙어 있는 여자친구 김예현이 사랑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민낯인데도 이쁘네.
“어… 너 이쁘네.”
“뭐야아~ 아 오늘 시합만 아니면 내가 이대로 못 보내는데… 오늘 봐줬다. 힘쓸 곳은 따로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오늘 꼭 이겨! 챔피언 벨트는 오빠의 최고 꿈이었잖아. 오늘 이룰 수 있어.”
“당연하지! 챔피언 벨트는 내 인생 목표였지! 였지?! 그거 말고 다른 목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수혁이 잠시 눈을 돌리며 생각에 빠지려 하자 김예현이 곧바로 그를 껴안았다.
“나 놔두고 다른 생각 하는 거야?”
“어… 아니야. 이제 일어나서 몸 좀 풀어야겠다.”
“그래! 내가 시합장에서 응원할게!”
그녀의 해맑은 웃음 덕분인지 시합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최고의 여자친구다.
“훅. 훅. 스읍. 습.”
슉. 슈슉.
대기실에서 수혁이 섀도복싱으로 몸을 풀었다.
“이야… 주먹이 눈에 안 보인다. 어제하고는 완전 다른 컨디션인데?”
상만이 그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수혁아. 이제 한 걸음이야. 네 목표 챔피언 벨트! 곧 눈앞이라고.”
“걱정 마 형. 내가 꼭 딴다. 나 지금껏 목표 놓친 적 없는 사람인 거 알지?”
“그래… 우리 체육관 관장님도 하늘에서 보고 계신다. 꼭 이기자!”
동아시아 챔피언전이 이뤄지는 시합장에는 수많은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앞선 랭커들의 경기가 끝나고 마침내 오늘의 메인이벤트.
챔피언전이 시작되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의 메인이벤트으! 동아시아의 최강자를 가리기 위해 같은 국적의 두 남자가 모든 걸 걸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링 아나운서의 열띤 소개와 함께 관객들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홍코너어-! 동아시아 최강의 남자! 하늘이 낳은 피지컬이라 불리는 홍! 영! 기이~!”
“와아아아아-”
음악이 깔리고 세컨진과 함께 트렁크 바지를 입은 홍영기가 여유로운 얼굴로 등장했다.
“청코너어-! 같은 국적의 도전자! 혜성처럼 나타난 신성! 챔피언의 벨트는 내가 가져가겠다! 이! 수! 혀어억~!”
“와아아아아-”
수혁 역시 긴장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수많은 사람이 바라보는 시합장은 처음인데, 왜인지 몰라도 하나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느낌이었다.
“머리 버팅 주의하고, 팔꿈치는 사용 금지, 낭심 조심하고. 오케이? 양 선수 끝으로.”
심판의 주의 사항과 함께 시합장의 종이 울렸다.
땡!
“파이트!”
거구에 통나무처럼 두꺼운 근육질을 가진 홍영기가 묵직한 주먹을 뻗었다.
붕. 붕. 붕.
홍영기의 주먹에 담긴 위력 때문인지 벌의 날갯짓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수혁이 상체를 숙이며 들린 주먹 소리에 등이 쭈뼛했으나 그를 꺾지 못하면 챔피언 벨트는 가질 수 없었다.
퍽.
홍영기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지만 저 무식한 피지컬은 수혁의 주먹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한 방으로 안 되면 쓰러질 때까지 때려야지.
퍽. 퍽. 퍼벅.
홍영기와 수혁이 찐득한 난타전을 시작했다.
주먹을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피하고 막으며 훈련받은 대로 손을 뻗었다.
그와 싸우면 싸울수록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큭.”
홍영기가 주먹을 한 번 뻗으면 수혁은 두 번, 세 번 휘둘렀다.
잽, 잽, 잽, 스트레이트.
정신없는 수혁의 주먹 스피드에 홍영기가 거북이처럼 두 얼굴을 막았다.
복부에 빈틈.
퍽. 퍽. 퍽.
복부와 옆구리, 간장 부위를 노린 수혁의 주먹이 깊이 파고들었다.
와락.
수혁의 주먹을 견디지 못한 홍영기가 껴안으려 했으나 어느새 사이드 스텝으로 피한 수혁이 훅을 날렸다.
퍽.
턱에 정통으로 맞으며 홍영기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한 번 더.
퍽.
정통으로 꽂힌 스트레이트에 홍영기의 다리가 풀리더니 링에 주저앉았다.
“다운!”
심판이 중간에 들어와 홍영기를 향해 카운트를 셌다.
“텐! 나인! 에잇! 세븐!”
“으으윽.”
억지로 일어선 홍영기가 다시 한번 자세를 취하려 했으나 힘이 풀린 다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번 더 엉덩방아를 찧은 홍영기를 본 세컨이 백기를 링 안으로 집어 던졌다.
“이수혁 승!”
심판이 수혁의 팔을 붙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 챔피언!!!”
“이! 수! 혁! 이! 수! 혁.”
새로운 챔피언의 등장에 시합장의 관객들이 하나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수혁은 감격에 벅차올랐다.
내가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다니!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심판이 다가와 그의 등에 붉은 망토를 얹어 주고 금으로 도금된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채워 줬다.
“수혁아! 해냈어! 이제 네가 챔피언이야!”
“오빠! 오빠가 챔피언이야! 내 남자친구가 챔피언이다아!”
상만과 김예현이 다가와 수혁을 부둥켜안았다.
더 이상 수혁은 여한이 없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으니까.
그런데 그다음은 뭘 하지?
“이제 방어전 준비해야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상만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
“방어전?”
“그래. 챔피언의 자리를 유지해야지. 수많은 도전자들이 너의 벨트를 노릴 거라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더 힘든 거 알지?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수혁아.”
“그래 오빠. 원래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어. 계속해서 훈련 멈추면 안 돼. 알았지? 앞으로도 우리랑 함께하는 거야.”
상만과 김예현이 수혁에게 앞으로의 할 일을 얘기해 주었다.
두 사람의 정답과 같은 말에 수혁이 수긍했다.
“훈련해야지. 어떻게 얻은 챔피언인데… 뺏길 수 없지.”
……떠라.
“응? 뭐라고 했어?”
귓가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말을 들은 수혁이 쳐다보자 김예현이 고개를 저었다.
“신경쓰지 마 오빠. 어서 파티하러 가자. 챔피언 자리도 얻었으니까 파티도 하고, 나하고 아침에 못 했던 것도 해야지?”
김예현이 수혁의 팔에 대고 자신의 가슴을 비비적댔다.
뜨거운 청춘인 그는 그녀의 행동에 금방 정신이 팔려 버렸다.
“당연하지!”
……떠라.
“어?”
또다시 귀에서 들려오는 말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후비적댔다.
“빨리 가자 오빠. 파티 준비 끝났어.”
수혁의 팔을 붙잡은 김예현이 뭐가 그리 촉박한지 계속해서 그를 재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혁의 발은 바닥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빨리 가자니깐!”
결국 김예현이 먼저 소리를 지르며 성질을 냈다.
“내 말 무시해? 안 가면 헤어진다!”
“아니… 발이… 왜 안 움직여지지….”
……눈을 떠라.
이번엔 좀 더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등에 멘 붉은 망토가 스스로 움직이더니 수혁의 눈을 가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수혁이 눈을 감았다.
“엇?!”
“눈을 뜨고 앞을 똑바로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