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동아리 신입 회원 모집이 끝났다.
대략 200:1의 경쟁률을 뚫은 결과, 모집한 인원은 이러했다.
‘좀 적기는 하네.’
1명이었다.
200명이 넘는 신청자 중 딱 1명.
찔러만 본 사람 거르고. 기타 못 다루는 사람 거르고. 시간 문제 있는 사람 거르고.
마지막으로 인성 티 나는 사람 쳐 냈더니 이렇게 됐다.
“아, 신청한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좀 더 뽑아도 되지 않았을까?”
홍윤서는 그게 못내 아쉬웠는지 말했다.
“씁, 괜히 벽 친 것 같고 기분이 그렇네.”
“좀 까다롭게 따지다 보니까.”
“그래, 한영이 너한테 다 생각이 있었겠지. 무리하게 늘리느니 관리할 수 있는 선에서 뽑는 게 맞을 것 같아.”
“필요하면 더 늘려도 돼요. 어차피 형이 회장이잖아요.”
조은솔이 대학원에 가면서 회장 자리를 내려놓았고, 그걸 홍윤서가 이어받았다.
그런데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니지, 내 맘대로 하면 안 되지. 나는 회장이지만 너는 사장이잖아.”
“그게 왜요?”
“아이고, 봐라, 이거, 한영이가 음악만 하니까 세상 물정을 모르네.”
홍윤서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말했다.
“잘 들어라. 회장 따위 세습되는 임시직에 불과하거든? 하지만 사장 라인에 붙으면 나한테 쩐이 떨어진다 이 말이야.”
아, 그런 이유.
어째 이 사람, 가면 갈수록 사람이 무게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래도 선배다운 면모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랬나?
잠시 생각해 보니까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랬나 보다.
홍윤서는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사람 막 뽑는 것도 안 좋아. 우리한테는 너무 좋은 반면교사가 있지. 그 알레르간도? 아다지시모? 아첼레란도? 뭐였더라 김상혁이 부장이었던 곳.”
“아첼레란도요. 그리고 김상혁이 아니라 이상현.”
“둘 다 틀렸거든요. 아르페지오고 이상혁이에요.”
가만히 앉아 있던 성민아가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가.
따지고 보면 불과 1년 전인데 먼 과거처럼 잘 기억도 안 난다.
나는 그러려니 하면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생각을 포기하고 기타를 다시금 손에 쥐며 입을 열었다.
“그만 쉬고 슬슬 연습 시작하죠.”
“벌써?”
“한예원 깨부수려면 급하거든요. 이미 피할 수도 없고.”
당장은 이게 눈앞의 불이었다.
며칠 전, 우리는 채널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대 한예원 공식 홍보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그 반응이 꽤 볼만했다.
[김한영이 잘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예원은 조금.]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조미료가 첨가됐다.
[ㅋㅋㅋㅋㅋ 아 뭘 모르네]논쟁이었다.
[거기는 진짜배기 천재들만 가는 곳이잖아] [그니까 ㅋㅋㅋㅋ 김한영이 아무리 재능충이라면 뭐함. 거기는 그 재능충들이 모여서 2차 테크 밟는 곳인데 ㅋㅋ] [???: 나도 너만할 때가 있었어 이 샛기야] [그래서 한예원 애들이 김한영처럼 TV에 나와서 프로들이랑 비빌 수 있음?] [TV는 예능이잖아. 프로레슬링처럼] [ㅋㅋㅋㅋㅋㅋ 처음부터 안 믿을 거면 뭐하러 봄? 진짜 저런 쿨찐이 분위기 다 말아먹고 지가 잘난 줄 안다니까] [저렇게 프레임 뒤집어씌우는 놈들이 제일 나빠요]논쟁과 논쟁.
그리고 또 논쟁이 이어졌다.
산에 흘린 담뱃재가 거대한 산불로 발전하듯, 네티즌들은 격한 말싸움을 이어 나갔다.
[꼭 음대에 환상을 품는 애들이 있어요] [걔들 어차피 다 아마추어 아님? 프로 아니잖아] [프로면 다 잘하냐? 돈만 내면 앨범 내는 건 개나 소나 다 하는 세상인데] [그래서 김한영이 개냐?] [가끔 개같기는 해] [흠, 그건 맞아]거의 인신공격으로 이어질 정도의 논쟁.
하지만 그만큼 조회 수 또한 화끈하게 따라왔다.
[107만]영상을 올리고 불과 3일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
제대로 된 컨텐츠 영상도 아니다.
컨텐츠 예고 동상이 세자릿수를 돌파한 것이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감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이 정도 위치까지 왔구나.’
이제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채널의 위치를 실감할 뿐이었다.
영상 하나 올리면 몇십만은 기본.
여기에 반응 좀 좋으면 백만에, 반응 좀 괜찮다 싶으면 몇백만.
그게 지금 우리가 가진 위치였다.
유일하게 아쉬운 거라면 아직 자체 채널에서 천만 단위는 찍어 본 적이 없다는 정도일까.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은데, 어쩐지 그 거리가 제논 역설의 거북이처럼 좁혀지질 않았다.
‘남의 채널로는 찍었는데.’
유마온 시절 공식 영상이 지금 천만을 넘겼다.
‘저걸 이번 숲 뮤직과의 경쟁전에서 넘어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좋다.
이번에 넘어서 보자.
새 목표를 자각하자 이내 다시 몸에 힘이 돌아왔다.
나는 핸드폰 화면을 끄며 말했다.
“일단 오늘은 학기 중이니까, 가볍게 12시간만 채우죠.”
“또 12시간?”
정의선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끝나고 뭐 먹을지나 생각해 둬야겠다.”
12시간을 퍽 당연히 여긴다.
그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식구들도 대수롭지 않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난 잠깐 집에 좀 잠깐 다녀올게.”
“난 연습할 곡 좀 고르고.”
노오력의 체화였다.
지난 1년 동안 부단히도 갈구었던 게 이제야 성과를 보기 시작한 것.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못 이래야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식구들을 보고 있으려니 모처럼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 사람들에게도 발전이 있었다.
노력이다.
노력은 옳다.
앞서 몇 년, 십몇 년을 달린 사람들을 단기간에 따라잡으려면 이것밖에 또 있겠는가.
“예감이 좋네.”
그렇게 대충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12시간이요?”
누군가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그곳을 돌아보자, 한 학생이 멀뚱멀뚱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뽑은 신입생이었다.
‘이쪽은 과연 어떨까.’
* * *
팅에 합격한 유일한 신입생.
한여름.
그가 잔뜩 움츠러든 몸에, 긴장이 완연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저, 진짜로 12시간을 연습해요?”
“응.”
“중간에 안 쉬고, 계속?”
“응.”
“……이 방식에 반박하려는 건 아닌데요.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보통 저런 걸 반박이라고 하는데.
순간 성민아의 눈빛에 이채가 어렸다. 나는 저 눈빛의 정체를 알았다.
다혈질이 발동하려고 하는 것.
“싫으…….”
그녀의 입이 열리려는 찰나였다.
“효율성이야 꼭 좋진 않겠지.”
조은솔이 중간에서 말을 가로챘다.
성민아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데, 조은솔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초보자한테는 효율성보다는 연습 시간이 더 중요하더라. 우리 방송 많이 봤지? 거기에 종종 나왔잖아.”
“그거 다 편집인 줄 알았는데…….”
당연하지만 편집 아니다.
식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기들도 겪어 보지 않았더라면 믿지 않았으리라는 무언의 대화가 전음처럼 오갔다.
“여름아, 열심히 하면 금방 늘 거야. 우리 방학 되면 몇십 시간도 연습하고 그러는데, 처음에는 죽을 것 같아도 하다 보면 재밌더라. 아자아자.”
그녀의 얼굴에 푸근한 미소가 빛났다.
하지만 한여름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불안이 가실 줄을 몰랐다.
애초에 불안이 가실 말도 아니었고.
그가 더더욱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그런다고 정말로 제가 한예원 학생들이랑 승부를 볼 수 있을까요?”
어쩐지.
원인이 이쪽에 있었다.
다짜고짜 동아리에 가입하고는, 그 첫 번째 과제가 한예원 격파라는 게 도저히 버거운 모양.
홍윤서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 그야 해 볼 만하니까 뽑았지. 너무 걱정하지 마.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될 테니까.”
“어떻게요?”
“다 방법이 있지!”
오,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나.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싶은 찰나인데, 홍윤서의 턱 끝이 허공을 빙글 돌더니 나를 가리켰다.
이어서 시선이 진지하게 빛났다.
“…….”
이 사람, 아무 생각도 없이 일단 말하고 본 거군.
됐다.
애초에 내가 뽑자고 하기도 했고, 내게 생각이 있기도 했다.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자신감을 가져. 처음부터 해 볼 만할 것 같아서 뽑은 거니까.”
“아니요. 절대 안 돼요. 거긴 천재들만 가는 곳이잖아요.”
“너도 오늘부터 천재 하면 되지.”
“제가요?”
그는 혼비백산한 눈치였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딱히 위로하려고 한 말은 아니고, 나는 나름대로 진심이었다.
‘자질은 충분해.’
한여름이라고 했나.
면접 당시 내가 그에게 놀란 게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그에게는 아직 자기 자신도 모를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친구, 살짝 내 과야.’
옛날의 나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친구였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색깔이 있어, 그쪽으로 꽉 잡혀 버렸다.
개발하면 그 재능을 순식간에 개화하고 훌쩍 성장할 수 있겠지.
본인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목소리를 철금성이라고 하던가.’
철금성.
흔히 말하는 쇳소리였다.
의도하지 않아도 목소리에 조금씩 스크래치가 걸린다.
어떻게 보면 성대 장애라고 봐도 좋을 그 목소리.
하지만 뭐든 다루기 나름이다. 예로부터 전설적인 가수 중에는 철금성을 타고 난 사람이 많았다.
한여름의 목소리가 그러했다.
평상시에는 미성에 가깝지만, 힘이 붙으면 그 실태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철금성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제대로 못 다루는 철금성은 소음에 불과하지.’
바로,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
철금성이라는 게 그러했다.
자라서는 철금성을 잘 다루는 가수라고 한들, 어릴 때는 자기 목소리에 트라우마를 가졌던 사람이 흔했다.
개발해야 한다.
스스로 못 한다면, 누군가 옆에 서서 다음 단계로 보내 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방향? 잡아 주면 그만이지.’
나였다.
내 눈에는 보인다.
자신감이 없다 못해 땅끝으로 기어드는 눈앞의 학생이 며칠 뒤까지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또 그 가치가 얼마나 빛날지.
그 열매가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환하게 보였다.
‘보통은 연습 시간으로 자기 스타일을 개척하는 게 제일이지만, 지금은 급하니까 속성으로 해 볼까.’
나는 머릿속으로 짧은 계산을 마친 뒤 말했다.
“일단 자신 있는 노래 아무거나 좋으니까 하나 불러 볼래?”
“지금 바로요?”
“응, 한번 불러 봐. 지르는 곡으로.”
“그럼…….”
한여름은 기타 하나를 손에 쥐더니, 이내 곡 하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오지마의 [Lunch].
무난하게 목소리를 뽑는 게 중요한 곡이다.
한여름의 곡이 끝날 무렵, 식구들의 반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했다.
“괜찮네.”
“확실히 잘해.”
잘한다는 것.
실제로 한여름의 기본적인 실력은 비전공자라고 보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괜찮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모자랐다.
‘이 이상이어야 해.’
내게는 그의 노래 속 태생적인 문제가 빤히 보였다.
“목소리를 너무 깨끗하게만 내려는 것 같은데, 그거 일부러 그러는 거야?”
바로, 자기 자신의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부분이 그러했다.
“일부러 소리를 억누르는 것 같은데. 의식하고 있지?”
“아, 그게 제가 목소리가 좀 갈라지는 게 있어서.”
한여름이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소리를 조금만 강하게 내면 자꾸 목소리가 불안정해지더라고요.”
“불안정하다면?”
“어릴 때부터 목 상태가 별로 안 좋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게 예상한 대로였다.
‘목소리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군.’
철금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자기 목소리가 남들과 다른 다르다고 생각하다 못해 틀리다고 생각한 끝에, 스스로 숨겨 버리는 것.
나 또한 겪어 본 적 있는 고민이었다.
왜냐.
‘내가 그랬었지.’
경험자이기 때문이었다.
내게도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남들과 다른 음색을 다루는 게 아닌, 극복하려 했던 시절이.
하지만 끝내 내 자리를 찾았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어떤 목소리든 다루기 나름이라는 것.
‘어디 보자. 어떤 방향으로 만져 볼까.’
몇 차례의 계산을 거친 뒤,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이렇게 해 볼래?”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