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86
86화
두 미튜버의 공식 콜라보레이션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한쪽은 초고속으로 떠오르는 초신성.
나머지 한쪽은 이미 궤도에 오른 대기업.
두 거물의 콜라보레이션 앞에서 대중은 공포에 떨 뿐이었다.
[개뜬금없네] [ㄹㅇ루다가] [이 둘이 뭘 어떻게 해야 콜라보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공포에 떠는 거 맞았다.
김한영은 짧게 헛기침을 뱉고는 입을 열었다.
“다름이 아니라, 함께 시리즈를 하나 찍을 예정입니다. 그 안에 들어갈 곡과 전개를 시청자님들의 선택에 맡기고 싶습니다.”
시청자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것.
실로 파격적인 시도였다.
어쩌면 지상파 방송보다 스케줄에서 자유로운 인터넷 방송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를 일.
“시청자분들의 선택에 따라 영화의 내용이 바뀌는 겁니다. 함께 만드는 거예요. 다음 주에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한참이나 설명을 늘어놓은 김한영이 기타를 손에 쥐며 말했다.
“지금부터 세 곡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시청자님들이 듣고 판단해 주세요.”
끼릭.
짧은 튜닝을 거친 뒤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됐다.
그 첫 번째 곡은.
“고민할 필요 없어요. 가끔은 머릿속을 비우고 편히 쉬어요. 뻔한 위로는 필요 없어요. 그대에게 필요한 건 이불과 베개뿐.”
포크송.
요즘 추세에 맞춘 이지리스닝 포크송이었다.
몹시 안정적인 픽.
평소 김한영이 해 왔고, 또 잘하는 선곡이기도 하였다.
“눈을 감아 봐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요. 나와 함께 잠들어 포근한 이 시간. 따뜻한 목욕과 스팀 밀크.”
휴식 그 자체를 옮겨 놓은 듯한 곡.
편안하다 못해 나긋나긋한 발성에 작은 긁힘이 섞인 감미로운 음색이 어울렸다.
그야말로 바게트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 선곡이었다.
[역시 기만영] [또 저래놓고 못 불러서 부끄럽다 ㅇㅈㄹ 하겠지 ㅋㅋㅋㅋㅋㅋ] [ㄹㅇ 안 봐도 기만영이다]시청자들도 평범하게 즐기는 눈치.
하지만 무난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전부일까.
아니다.
진정한 변화는, 두 번째 곡이 시작됐을 무렵에 찾아왔다.
“이번 곡은 조금 부끄러운데, 그래도 도전해 볼게요.”
김한영이 어쿠스틱 기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화면 밑, 책상 아래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는데.
[오?]그게 좀 참신한 물건이었다.
[일렉?]일렉 기타.
그간 김한영이 방송에서 단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촉감이 익숙하지 않은 듯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그를 두고 시청자들이 놀란 목소리를 키웠다.
[뭐야, 김한영 일렉도 연주할 줄 알았음?] [어쿠스틱을 그렇게 잘 치는데 일렉도 당연히 치겠지 ㅋㅋㅋㅋ] [아니 근데 ㄹㅇ 그동안 한 번을 못 봤네] [의외로 못 치는 거 아님? ㅋㅋ]기대감 위로 우려가 섞인 말들.
김한영 그 또한 여태껏 해 본 적 없는 시도에 미세하게 긴장한 눈치였다.
하지만.
툭, 툭, 툭.
감각적으로 깔리는 MR과 함께 곡이 시작되었을 때.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모두가 귀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봐. 내가 누구로 보여. 시끄러워.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함부로 평가하지도 마. 쳐다보지도 마.”
철저하게 록다운 록이었다.
“나는 에일리언, 그 누구와도 다른 침략자. 에일리언, 나는 에일리언. 지구인들아,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치지지직- 차자작!
일렉기타 특유의 디스토션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연주.
파바박.
말 그대로 번갯불이 튄다는 느낌을 최대한으로 살린 선곡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라 잘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기만영 이 씹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연주에 시청자들이 헛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ㄹㅇ 역겹다] [아 ㅋㅋㅋㅋㅋ] [적당히 좀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이 샛기 여태껏 힘을 숨겼냐고오 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언제까지 시청자를 우롱할 셈이야] [사과하라고 ㅋㅋㅋㅋㅋㅋ] [사 과 해 절 대 사 과 해]시청자들의 채팅이 한없이 쏟아졌다.
왜 잘하면서 그동안 안 했냐는 걸 따지는 시청자들.
하지만 이에 대해서 김한영도 할 말이 있었다.
‘정말로 못 해서 안 했던 건데.’
자기 기준으로는 정말로 못 해서 안 했던 것이기 때문.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일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는 그게 그거다.
하지만 전공자들의 시선에서는 완전히 다른 악기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장력.
어쿠스틱 기타의 장력은 상대적으로 일렉의 그것보다 월등히 강한 편. 고로, 같은 감각으로 연주하거든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기 마련이었다.
이걸 김한영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손을 살짝만 대도 소리가 멋대로 튀어나와서 별로야.’
일렉 기타는 지나치게 민감했다.
‘세션이 필요하다는 것도 부담스럽고.’
물론, 그간 쌓아 온 기본기가 있으니 선보이기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자면 썩 훌륭한 편.
하지만 주관으로는 별개였다.
“으, 수치쇼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김한영이 진심 한 마디를 내뱉은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분노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또 또 또 또 또 기만] [사회생활을 네이버 카페에서 배운 거 아님?] [이악물고 연습 안 한 척하죠? 하지만 뻔히 다 보이죠? ㅋㅋㅋㅋㅋㅋㅋ] [기만영 김한 멈춰어!!!!!] [형 진짜 내가 화내는 꼴 보고 싶어?] [기만영이 밉다]안 하던 걸 했다.
그러니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한층 더 부풀어 오를 수밖에.
[다음 곡은 뭐임?] [클래식이라도 하는 거 아님?] [킹능성 있다]두 번째 곡이 이렇게 괜찮다면 세 번째 곡은 또 어떨까 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타다다다닥, 타당!
마지막 곡은 평범하게 연주하는 곡이었다.
평범한 연주가 무난하다.
어르신들에게 문안 인사라도 올리고 싶어질 정도.
그렇게 세 곡을 선보이는데, 전부 1절씩만 보였다는 게 관건이었다.
“이 중에서 더 듣고 싶은 곡을 추첨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청자님들의 선택에 따라 영상이 달라집니다. 또한, 투표해 주신 분 중 100명을 추첨해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 드리겠습니다. 그럼 많은 참가 부탁드리겠습니다! 챠오!”
그렇게 처음 기획대로 잘 흘러갈까, 과연 시청자들이 제대로 반응해 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첫 방송이 끝났다.
그리고.
걱정이 무색하게도 이 여파가 상당했다.
[1번 손]└손손손손손손손손손손손
└ㅅㅅㅅㅅ
└솔직히 1번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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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2번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ㄹㅇㅋㅋ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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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사람들의 이목이 미친 듯이 끌렸다.
시청자들의 선택에 따라 방송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콘텐츠.
대놓고 참가할 기회를 주자, 시청자들이 돌려준 반응은 그간 보여 왔던 소통을 한참이나 넘어서는 것이었다.
[전쟁이다 음알못 샛기들아]이는 전적으로 채널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이 평소 쌓아 온 이미지 덕분이기도 하였다.
[진짜 김한영이 콘텐츠 질은 졸라게 생각하는 듯]콘텐츠 하나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콘텐츠를 개발해 낸다는 이미지.
그게 시청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덕분에 김한영의 평가가 급상승한 건 덤.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추측을 던지는 코난들도 존재했다.
[김한영 맨날 테슬라 소속 미튜버들이랑 어울려 다니는데, 이미 들어간 거 아님?]테슬라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또슬라] [이번에는 ㄹㅇ 가능성 있다고 본다] [당장은 아니어도 조만간 들어갈 듯] [그게 아니면 저 정도로 밀어줄 이유가 없지 ㅋㅋㅋㅋㅋㅋ] [테슬라가 핵이득인 듯 ㄹㅇ] [대세 맞다고 본다]목소리는 많지만 그중 불만은 없다.
그렇게 이번 기획은 상당한 호조와 함께 시작되었다.
* * *
그렇게 불과 나흘.
투표 결과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나타났다.
“2번이 이겼네요.”
“그러게.”
2번 곡이 승리했다.
그것도 상당히 유의미한 격차로.
결과를 확인하고 나자, 내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의문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왜지?’
당연히 1번이 이기리라고 생각했다.
왜냐.
그게 내가 잘하고 또 줄곧 해 왔던 장르였으니까.
‘이게 왜 이겨.’
2번째 곡, 펑크는 그간 방송에서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장르였다.
그런데 포크를 이기다니.
부전공이 주전공을 이겨 버린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실, 펑크는 처음부터 버림패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1번 곡을 돋보이게 할 용도였을 뿐.
그런데 그게.
‘대체 왜 사람들이 2번을 골랐지? 1번이 훨씬 낫지 않나?’
역으로 털렸다.
“아무리 봐도 1번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은데…….”
이유 모를 찝찝함에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성민아가 입을 열었다.
“얌전한 곡은 평소에도 많이 했으니까, 이번에 좀 격렬한 음악을 해 보라는 거 아니야?”
“그런가?”
“흠, 나도 민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느낌 알 것 같아.”
조은솔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영화배우들 보면 맨날 하던 배역만 맡으면 조금 그렇잖아. 황정만이 그렇지? 털털한 아재 연기가 재밌기는 한데, 가끔은 다른 모습도 보고 싶어.”
알 것도 같다.
시청자들은 내 다른 면모를 한번 보고 싶어 한다는 말.
요컨대, 시청자들은 이번에도 곡의 퀄리티 그 자체보다는 재미를 추구한 셈이었다.
‘방송은 정말 재미 따라서 흘러가는구나.’
결과가 이미 나왔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이제 이들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곡을 준비해야 하게 생겼다.
‘끄응.’
부끄럽다.
내가 원래 부끄러움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건 조금 부끄러웠다.
펑크는 별로 해 본 적도 없는데.
너무 홧김에 질렀나.
옛날에 요란한 걸 한두 곡 내 보기야 했다만, 아무래도 주전공은 아니니 자신까지는 없다.
지금이라도 포크로 편곡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한영아, 잘 됐다!”
김예담이 봄바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분야를 접해 볼 기회잖아.”
“으음.”
나는 솔직히 새로운 장르라는 게 껄끄러운 마음이었기에 말했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녀가 선보인 대답은 퍽 놀라운 것이었다.
“굳이 잘할 필요가 있을까?”
“네?”
잘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엘리트 음악인의 말에서 나왔다기에는 전혀 믿기지 않는데, 김예담의 다음 말은 한층 더 충격적이었다.
“조금 못하면 뭐 어때. 다 성장하는 과정이잖아.”
성장이라니.
예상치 못한 단어다. 김예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외길만 파는 사람은 요리 하나만 할 줄 아는 요리사와도 같다. 우리 교수님이 자주 하시는 말이야.”
“…….”
“요리 하나를 하더라도, 여러 요리를 접한 사람이어야 다양한 변화와 디테일을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
누구나 흔히 말할 수 있을 조언이었다.
음악 하는 사람치고 비슷한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지만 그동안 내가 잊고 살았던 조언이기도 했다.
‘나도 성장하는 과정이구나.’
그 말이 옳다.
내가 이 시대에 와서 처음 생각한 게 무엇이었나.
새로운 음악을 널리 배우고 음악을 다시 시작해 볼 생각 아니었나.
그렇다면 하던 장르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왜, 김진산 사장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하나만 하는 사람은 당장 그쪽으로는 잘하겠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대가 변화하면 못 따라가고 도태되는 거야. 음악은 다양하게 듣고 폭넓게 시도해라. 그게 널 사람답게 만들어 줄 거다.]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기분이 이상하다.
그 사람, 뭐 이렇게 사람을 강조했나 모르겠네.
사람이 그렇게 없었나.
어찌 되었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라는 말은 퍽 기억에 남았다.
‘그래, 굳이 어쿠스틱 기타에만 매몰된 필요는 없지.’
다른 장르와 악기를 섭렵하는 게 내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 사실을 자각하자, 이내 마음속에 안개처럼 깔린 거부감이 시원하게 트였다.
“해 보죠.”
시끌벅적한 음악.
까짓거 한번 해 보자.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