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51
“경찰이 되셨군요.”
윤아의 아버지는 안으로 들어가고, 나와 철용은 자리를 옮겨 바깥에 나왔다.
반가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목소리. 나는 그에게 담배를 건넸다.
“한 대 드릴까요?”
“아니요. 끊었습니다. 윤아가 싫어해서.”
“아. 그러시구나.”
끊었다는 사람 앞에서 피려니, 나도 손이 안 가는군.
나는 주머니에 담배를 쑤셔 넣고 말을 이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피자집은 그만두셨고요?”
내 말에 철용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꼭 찾아뵙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신 이백만 원이요, 제 인생을 바꿨거든요.”
“···그거 다행이네요.”
“한 며칠 고민했습니다. 오래 일했던 곳이라 쉽게 떠날 수 없었어요. 머리로는 기회임을 알고 있었는데, 행동이 쉽지 않더라고요. 사장이 갑자기 잘해주면서 잡아두기도 했고.”
간사한 사장 새끼.
철용이나 나나, 최저시급에 훨씬 못 미치는 돈으로 노예처럼 부려댔으니.
막상 놓아주려니까 배 아팠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 나왔어요. 돈이라는 게, 참 이상해서 손에 쥐고 있으니 용기가 나더라고요.”
“하하. 맞아요. 그럴 때가 있죠.”
“그리고 포기했던 대학에 갔어요. 주신 돈으로 입시학원 잘 다녔습니다. 미대인데, 거기서 윤아를 만났죠. 가까운 동네라 쉽게 친해졌어요.”
동수동과 상수동.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동네지만 경계선 하나를 끼고 있는 가까운 곳이었다.
“감사합니다.”
철용은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진심을 다해서, 아주 경건하고 예의 바르게.
감사의 뜻을 최대한 전하는 몸짓.
“모두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살면서 포기했던 꿈을 이룬 것도 덕분이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덕분입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토닥였고, 그럴수록 그의 몸은 천천히 들썩거렸다.
그간 있었던 모든 추억들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감사···흐윽···”
첫사랑. 그리고 갑작스러운 연인의 죽음. 얼마나 충격이 클지 상상조차 안 된다.
게다가···나는 잘 알고 있다. 그와 나는 같은 인생을 살았으니까.
고아로 살면서 얼마나 사랑을 갈구했을지.
살면서 처음으로 가져본 축복이었을 것이다.
“조금만 어긋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단 1분 만이라도 좋은데.”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그의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철용이 심호흡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혼잣말하듯 내게 물었다.
“떨어진 사람은 살았다죠.”
“중환자실에 있다더군요. 아직 의식은 안 돌아왔지만.”
철용은 침묵 속에서 주먹 쥔 두 손을 떨어댔다.
곧 터질 것처럼 울컥울컥 올라오는 분노와 한탄.
옆에 있는 나한테까지 느껴질 만큼 강렬했다.
그의 시선은 장례식장 옆, 병원을 향했다.
같이 구급차를 타고 왔지만,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살았다.
그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괜찮아요?”
내 물음에 꾸역꾸역 고개를 끄덕이는 철용.
그는 충혈된 눈을 감으며 쥐어짜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 볼게요. 자리 오래 비우기가 좀 그래서···”
“아. 잠시 만요. 이거 제 번호예요. 도울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이미 한번 받기도 했고···”
철용은 내 명함을 쥐고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전생의 나와 같은 인물이라 그런가. 그가 평탄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꼬이고 꼬여서 죽는 순간 억울해 하지 않는, 그런 인생.
***
다음날, 수안 경찰서의 사무실.
나는 퀭한 눈으로 출근했다.
어제 있었던 일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수가 살던 오피스텔도 가지 못했고.
“어어. 왔냐?”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깜장의 인사.
팀장과 몽두는 어디 갔는지 안 보였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뭔가 분위기가 훨씬 무거웠다.
나는 외투를 의자에 걸면서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인데 왜 이렇게 매가리가 없어?”
“아닙니다. 그냥, 좀···”
대충 대꾸하는 와중 눈에 들어오는 벽면의 화이트보드.
커다란 면적 가득 인물사진과 자료들이 붙어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그 중심에는 한 여자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어. 한예소. 투신자살시도 한 여자.”
깜장은 담담하게 자료를 정리하며 대답했다.
흐음. 느낌이 이상하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게 분명했다.
단순 자살 사건이라면 이렇게까지 자료가 많을 리 없으니까.
내 표정을 알아챈 깜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생각보다 조금 복잡한 사건인 것 같아. 곧 몽두랑 큰형 올 거니까···”
드르륵-
깜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몽두가 들어섰다. 타이밍 한번 좋군.
“막내 왔구나. 굿모닝. 이것 좀 받아줘.”
몽두의 품에는 탐문과 수사 진행 보고서가 뭉텅이로 들려있었다.
나는 몽두에게서 서류를 받아 각자 책상에 올려놓았다.
“어제 잘 들어갔냐? 피해자 가족들은 만났지?”
“네. 송윤아 씨는 이웃 주민으로 일면식은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 외에는 없고요. 사고사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런데 화이트보드에 붙은 것들은 뭐예요? 자살 사건 아닙니까?”
“자살은 맞는데, 조금 꺼림칙해서.”
몽두는 자신이 가져온 사진을 화이트보드에 마저 붙였다.
사람의 몸을 부분마다 찍은 사진.
여기저기 멍들고 찢긴 것은 물론이요 살이 적나라하게 뜯어진 것도 있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거 한예소 씨 몸이에요?”
“수술 들어간 의사가 언질 해줘서 알았어. 여기 봐봐. 뭔가 이상하지?”
나는 몽두가 찍은 부위를 자세히 살펴봤다.
가슴 정중앙 부분과 배꼽 근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흔적이 보였다.
희미하지만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자국.
“칼자국이잖아요?”
“아물어 있는 걸 보면 꽤 된 것 같은데,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수술한 적이 없다 하네.”
“그리고 이건 다른 사진.”
옆구리 쪽에 난 다른 상처.
이번에는 그저 일자로 그어진 상처가 아니라 형태를 띠고 있었다.
터진 피부 때문에 뭐라 적혀있는지 식별은 불가능.
다만 알파벳 W와 상당히 흡사했다.
“조폭 나부랭이도 아니고, 평범한 대학생 몸에서 나올만한 게 아니거든.”
그렇지. 문신이라면 모르겠으나 자상으로 적은 글자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깜장이 보고서를 뒤적이며 뒷말을 이었다.
“새벽에 휴대폰이랑 컴퓨터 복구 기록이 들어왔어. 컴퓨터는 별로 특별 게 없었고, 문제는 휴대폰.”
나는 다급하게 종이를 휙휙 넘겼다.
문자 메시지와 통화 기록이 빼곡한 면.
워낙 많은 양이라 몽두가 미리 형광펜으로 체크해 놓은 부분만 훑었다.
대부분 답장 없이 받기만 한 문자들이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대체···”
인신 모욕, 강압적인 말투, 협박···
개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자.
한예소가 투신자살한 날짜에 온 것이었다.
깜장이 턱을 긁으며 말했다.
도저히 둘 사이의 관계를 정의할 수 없다는 듯.
“이게 이상하거든. 한예소는 문자를 받기만 했지 답장을 거의 안 했어. 스토킹인가 싶다가도 반발 내용이 전혀 없으니.”
일반적인 스토킹이라면, 신고하겠다던가, 그만하라는 식의 대응이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한예소는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날아오는 욕설과 모욕을 받아냈다.
몽두가 팔짱을 끼며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난 일주일 전 문자가 제일 신경 쓰여. ‘그거’가 대체 뭔지 모르겠어. 내용상으로 봤을 때는 이걸로 인해 자살 트리거가 당겨진 것 같은데.”
나는 발신자의 번호를 확인했다.
0108711···누군지 몰라도 사건에 있어서 원인 제공을 한 놈이 분명하군.
“이 새끼 신원확인은 됐어요?”
“새벽에 들어온 거라 아직. 일단 통신사에 신원 조회 신청서 넣었는데 답이 없네. 전화기는 꺼져있고.”
나는 천천히 문자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단어.
“여기 한예소 아버지를 ‘아저씨’라고 칭하고 있잖아요.”
이상했다.
“보통 가족과 일면식이 없으면 그냥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부모’로 칭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보통은···”
몽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 쪽이랑 연관 있는 사람이네. 당장 전화해서 물어보죠. 이 번호 누구인지 아냐고.”
깜장이 휴대폰을 들자,
드르륵-
사무실 문이 열리며 팀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손에 든 종이를 흔들며 우리에게 지시했다.
“한예소 깨어났단다. 병원 가서 의사 정식 소견서랑 진술서 따와.”
나와 깜장이 서로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오, 오케이.”
“잘 됐네요. 가서 직접 물어보죠.”
***
세계제일병원의 중환자실.
면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실 앞 소파에는 보호자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나와 깜장은 로비로 나와 한예소의 아버지와 대면했다.
“저기···”
그는 상당히 초췌한 모습으로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자신의 딸아이로 인해 한 생명이 죽었으니. 죄인 같은 심정이겠지.
나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먼저 말문을 떼었다.
“따님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의사 말로는 수술이 아주 잘 됐다고 하더라고요. 복부랑 뇌에 별도 출혈도 없고···”
뒷말을 잘라먹었지만 뜻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위로조차 못 하는 상황.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이내 깜장이 본론을 꺼냈다.
“아버님. 이 전화번호, 혹시 아십니까? 0108711···”
“8711이요? 그거 도련님 번호인데.”
“도련님이요?”
갑작스러운 호칭에 내 몸이 움찔거렸다.
맨날 김 실장에게 도련님, 도련님이라 불리니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군.
“제가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거든요. 꽤 오래되었습니다. 저희 집 아이랑 도련님이랑 나이도 똑같고 그래서 어릴 때는 곧잘 붙어 다니곤 했어요. 커서는 아무래도 소원해졌지만요.”
이런, 젠장.
나와 깜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예소의 아버지가 우리 뒤쪽을 쳐다봤다.
“저기 오시네요. 예소가 깨어났다는 소식 듣고, 오늘 면회같이 들어가기로 했어요.”
뒤를 돌아보니 훤칠한 남자 한 명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단정한 머리와 깔끔한 옷차림. 부드러운 인상이 귀품 있어 보이는 남자.
도저히 문자 메시지랑 매칭이 안 되는 이미지였다.
“아저씨. 여기서 뭐 하세요?”
“도련님, 오셨어요? 잠시 경찰서에서 조사 나오셔서요.”
깜장이 그에게 신분증을 보이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성함이?”
남자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미친 새끼. 내 눈에는 그것이 악마의 웃음처럼 보였다.
“조태우입니다.”
끝
ⓒ 배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