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90
대낮에,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서 총성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앞서 들어오며 총을 쏘았던 남자. 체격이 깜장과 비등할 정도로 건장하다.
“모두 대가리 박고 손 올려!”
똑같은 오토바이 헬멧에 똑같은 옷차림. 검은 상의에 간편한 면바지를 입은 그들.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로 총구를 겨누었다. 무장 강도의 등장.
은행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놀라서 도망치려던 남자 손님.
덩치 큰 놈이 그를 향해 총부리를 찍었다.
“대가리 박으라는 말 안 들려?”
“히익.”
손님은 탈출구를 몇 걸음 앞두고, 그 자리에서 몸을 납작 엎드렸다.
그때, 왼쪽 구석에 앉아 있던 청원경찰이 권총을 빼들었다.
긴장해서인지 버벅거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
“아!”
나는 그를 말리기 위해 소리치려했다. 안 된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울린 것은 놈의 총성. 탄약 냄새가 확 올라왔다.
타앙!
“으아아악!”
“꺄악!”
“흐억···”
긴 엽총의 총구. 그 끝이 청원경찰의 배를 정확히 겨냥했다.
배를 움켜쥐며 힘없이 쓰러지는 경찰. 손가락 사이로 진득한 피가 새어나왔다.
다시 한 번 찢어지는 사람들의 비명. 순백의 바닥과 벽지가 그의 피로 뒤덮였다.
젠장. 점심 먹을 요령으로 나온 바람에, 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녀석은 총구로 경찰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까불지 말라고.”
그리고 이내 경찰의 손을 짓밟았다. 권총을 발로 차버리는 녀석. 내 앞에 앉아 있던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자자. 손님들은 한쪽으로 모여.”
“흐, 흐아앙···”
“질질 짜지 말고 빨리 움직여! 난 애새끼라고 안 봐주니까!”
“죄, 죄송합니다. 지애야. 뚝. 괜찮아.”
두려워 보이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애써 아이를 달래는 여자.
그녀는 아이를 감싸 안으며 엎드렸다. 몸을 둥글게 말아 품에 자식을 욱여넣는다.
“엄마···”
“옳지. 쉿. 쉿.”
한편, 나머지 한 놈은 그 사이 창구 쪽으로 가서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역할 분담이 철저하고, 효율적이였다.
미리 준비한 커다란 스포츠백 세 개. 총을 두발 다 쏜 녀석은 재빠르게 재 장전했다.
꿩탄으로 보이는 총알. 일반적인 총탄과 다르게 한 번에 세 개 정도밖에 못 집는 정도의 두께였다.
나는 녀석의 몸을 쭉 훑었다. 돈 가방 외의 짐이 없으니, 주머니에 총탄이 있다는 건데. 몇 발이나 준비했을 지가 미지수였다. 그다지 볼륨이 없는 주머니.
아마 한 주머니 당 서너 개.
총 두 개 씩, 두 놈이니까 열 두발 정도가 될 것이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
“머리에 손 올려! 대가리 박아!”
창구 쪽에 서 있던 깜장도 놈들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다.
그와 나는 지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라진 엽총 두 자루와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행동.
분명 전당포 사건과 관련 있는 놈들이다.
‘잘 걸렸다. 개새끼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생각을 정리했다. 총기소지가 불법인 대한민국에서, 총 든 은행 강도는 상당히 드문 사건이었다. 그리고 전당포 살인사건과 연관 지을 수 있다면 더더욱.
전생에서는 놈들이 탈취에 성공하고, 살인과 강도 사건 모두 영구미결로 남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당시 현장에 없던 우리가 존재하니까.
“야! 얼마나 담았어?”
“반 정도.”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살짝 틀었다. 총구는 시민을 향해 있지만, 녀석의 시선은 창구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씨발! 빨리 좀 담아!”
“수작질이면 대가리 날아간다!”
“죄, 죄송합니다.”
은행 직원 둘이서 현금보관함에 있던 돈을 옮겨 담았다.
보통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녀석들은 그 전에 은행을 뜨려 할 것이다.
타앙-
“뒤지고 싶어?”
“힉!”
생각보다 돈 담는 속도가 느린지, 녀석은 천장에 총을 쏘아댔다. 엎드린 사람들이 동시에 움찔거렸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폭력적인 녀석.
나와 깜장이 눈을 마주쳤다. 미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깜장. 놈들이 총을 들고 있는데다, 시민들이 많으니 섣부르게 움직이지 말자는 뜻이었다.
‘동감하는 바입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전생에서 놈들을 놓친 결정적 이유는 ‘흔적’에 있었다. 은행 앞에 세워진 차를 타고 도망치는데, 도난차량과 번호판이라 추적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놈들이 도망칠 때 우리가 잘 따라 붙으면 된다.
“몇 분 지났어?”
“4분 11초.”
돈을 주어 담던 녀석이 덩치에게 물었다. 녀석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시간을 알려줬다. 초조한 모양이다. 총을 쥔 녀석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위이이잉-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멀리서 경찰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씨발. 뭐야? 야! 야!”
“기다려 봐! 다 했어.”
“아니, 밖에서 사이렌 소리 들린다고 병신아.”
“뭐?”
돈을 주어 담던 녀석이 당황해서 정문 쪽을 쳐다봤다. 나 역시 놀라서 그쪽을 돌아봤고. 어떻게 된 일이기에 이렇게 빨리 출동 했단 말인가.
창문으로 보이는 경찰차 두 대. 총을 든 경찰이 내렸다.
타앙-!
쨍!
문 쪽으로 위협사격을 하는 녀석.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경찰들이 차문 뒤로 숨으며 공포탄을 터트렸다.
퍼엉!
그리고 이내 확성기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문적으로 대응할 특공대가 오기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그들의 임무인 것 같다.
[아아. 무장 강도는 당장 총을 버리고 투항하라. 다시 한 번 반복한다. 너희는 포위됐다. 무장 강도는···]덩치가 자신의 동료에게 윽박질렀다.
“보통 십분정도 걸린다며 개새끼야!”
“시, 십분 맞는데. 내가 몇 번이나 재봤다고.”
“야! 됐고. 거기까지만 챙겨서 나가.”
“가긴 어디로 가? 정문에 짭새 안 보여?”
“씨발!”
녀석들이 세워 놓은 차는 정문 쪽으로 나가야만 탈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계획의 차질로, 놈들은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렸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고.
‘진짜 빠른데. 무슨 일 있었나?’
나가야 할 녀석들이 나가지 못 한다면, 내가 아는 미래는 무용지물이었다. 창문에 붙은 시트지 사이로 익숙한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몽두와 팀장. 나는 번뜩이는 깨달음에 탄성을 지를 뻔 했다.
‘이걸 잘 했다고 칭찬해야해, 말아야 해.’
그들이 직통라인으로 근처의 순찰차를 먼저 불러온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응 자체는 훌륭했다만, 계획을 하고 있던 내 입장으로는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놈들도 마찬가지겠지. 돈을 담던 녀석이 은행직원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여기 뒷문이 어디야?”
“아, 아,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따라와.”
빵빵하게 담긴 두 개의 스포츠백.
나머지 하나는 반쯤 담겨 있었지만, 녀석들은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설 모양인 것 같다. 경찰이 더 몰려오기 전, 빠져나가는 게 중요했으니까.
타앙!
“다들 꼼짝 말고 대가리 박고 있어! 여차하면 다친다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시민들을 협박하는 놈. 직원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꼼짝없이 웅크려 있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커져갔다. 근처의 모든 경찰은 물론이고 기동대까지 몰려들고 있었으니.
시끄러운 바깥과 달리, 은행 안은 쥐 죽은 것처럼 조용했다.
꽉 끌어 안겨있던 아이가 답답한지 칭얼거렸다.
“엄마아.”
“쉿.”
깜장이 살며시 일어서 주위를 살폈다.
놈들이 직원을 데리고 나간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밖에서 총격전 일어날 수 있으니, 바깥 경찰의 지시가 떨어 질 때까지 조심합시다.”
“그, 그러죠.”
타앙!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뒤편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보자, 지금까지 총을 쏜 게 몇 번이더라? 하지만 이내 그걸 세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타앙! 타앙! 펑! 탕탕탕!
엽총뿐만 아니었다. 온갖 총소리가 뒤섞여 난무했다.
경찰들이 대응사격 하는 게 분명한 상황.
좁은 창문 틈으로 바깥을 보니, 비어있는 경찰차들만 보였다.
뒷문 쪽으로 인력이 몰린 것 같다.
“이게 무슨 일인지, 어휴.”
“저 사람 괜찮나요? 죽은 건 아니겠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깜장이 그들을 진정시키고, 나는 조심스럽게 청원경찰에게 다가갔다. 피로 흠뻑 젖어있는 파란색 셔츠. 나는 그의 목에 손가락을 가볍게 눌렀다.
“아직 살아있어요.”
아주 미세하지만 느껴지는 맥박. 내 중얼거림에 깜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건물 뒤편에서는 총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빨리 왔다 싶더니, 정리가 늦는구먼.”
그의 말에 시민들이 어렴풋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맞는 말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빠른 경찰의 출동. 그리고 그들은 지금 ‘정리’를 하는 중이었으니까.
시민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그러게요. 경찰이 정말 빨리 왔어요.”
“다행입니다. 정말.”
“이제 구급차만 오면 된다고.”
그리고 잠깐의 침묵.
총소리가 잦아들더니, 완전히 멈추었다.
그때, 정문에 나타난 한 남자. 경찰이었다. 그는 손으로 움직이라는 신호를 주었다.
“다들 괜찮아요?”
“경찰이다!”
“일단 나오세요. 지금 범인들이 뒤편에서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경찰의 말에 사람들이 빠르게 일어섰다. 질서를 지키며, 하지만 다급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나와 깜장이 뒤에서 그들을 보조했다.
다들 나가면, 우리는 청원경찰을 데리고 갈 셈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질 때.
타앙!
“으아악!”
“꺅!”
은행 안에서 총성이 울리더니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쓰러졌다.
뒤를 돌아보자 피투성이가 된 직원. 그리고 오토바이 헬멧을 쓴 남자 둘.
다시 돌아온 것이다.
타앙! 타앙!
“셔터 내려! 이 씨발!”
평정을 유지하던 사람들이 공포감에 아우성치며 정문으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혼란으로 가득 찬 공간. 아이를 안고 있던 여자가 넘어지고 말았다.
타앙!
“으앙!”
“히익! 나가! 빨리 나가!”
아이 역시 바닥으로 넘어졌고, 다시 정문을 향해 총을 겨누는 녀석들.
사람들이 아이를 밟고 지나려 하자, 나는 아이의 팔을 잡아끌며 재빨리 창구 아래로 붙었다.
콰앙!
깜장은 표적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 소리치며 의자를 던져댔다.
“개호로 새끼들아!”
“뭐야? 저 새끼는?”
타앙!
“이 씨벌!”
그리고 재빨리 보안데스크 아래로 몸을 숨겼다.
총탄이 다 떨어졌는지, 덩치가 자기 동료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꺼내는 총알 하나.
“지애야!”
“비켜! 빨리!”
그 틈에 사람들이 문을 완전히 빠져나갔다. 마치 하수구의 물이 빠지듯.
나는 한숨을 쉬며 아이를 내려다봤다. 축축한 눈망울의 아이.
나는 깜장을 향해 말했다.
“형님. 저 새끼들 총알 서너 개 정도 남은 것 같은데요.”
일단 덩치는 완전히 떨어졌으니 동료의 총알을 가져온 거겠지.
그렇다면 하나만 가져왔다는 것은 총알이 하나만 남아있거나, 최소한의 동료 몫을 남겨놨다는 뜻이 된다. 이러나저러나, 녀석들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씨발. 돌겠네.”
깜장이 중얼거렸다. 현재 은행 안에 있는 사람은 부상자인 청원경찰과 시민, 직원 그리고 이 아이였다.
“막내야.”
깜장이 고갯짓을 하며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의자 아래에 있는 청원경찰의 총. 그리고 이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자신이 시선을 계속 끌 테니, 총을 집으라는 신호.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흐합!”
깜장이 기합을 뿜으며 앞쪽 데스크로 뛰었다.
타앙!
“미친 새끼인가? 목숨이 두 개인가 보지!”
몸을 숨기며, 계속해서 놈들에게 다가가는 깜장. 나는 그 와중 몸을 굴려 의자에 있는 총을 집어 들었다. 다른 한 놈이 그걸 보고 다시 총을 쏘아댔다.
타앙! 팅-!
“무슨 수작질이야!”
내 머리 대신 플라스틱 의자가 박살나며 얼굴을 그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총의 촉감.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총을 겨냥했다.
타앙-!
“윽!”
돈을 주워 담던 녀석의 가슴에 정확히 명중했다.
덩치가 엽총을 내게 겨누는 순간,
타앙-!
어느새 접근한 깜장이 총체를 잡고 위로 올려버렸다.
그가 씨익 웃으며 덩치의 헬멧을 내려쳤다.
빠아악-!
“나, 여기 왔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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