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시우 혹시 피곤해? 비행을 오래 해서 당장 쓰러질 것 같다거나.”
이동 중인 안락한 차 안에서 루카스가 그렇게 물었다.
나는 왜 이런 걸 묻는 걸까 생각하며 일단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럼 네 팬들을 소개해주는 시간을 좀 가져도 될까?”
괜찮다는 말에 루카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팬이라.
누구를 말하는 걸까.?
“그럼요.”
누가 됐든 내 팬이라면 환영이다.
나는 그 말에 당연히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나먼 이국의 땅인 미국에 내 팬이 있다는 소리였으니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내 대답이 떨어진 후, 루카스가 자동차의 속도를 높였다.
이윽고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해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탁 트인 LA의 해변가 도로를 달리고 있노라니, 정말로 피로가 하나도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양옆으로 커다랗게 자란 야자수 나무가 바람에 살랑이고, 옆에는 굽이치는 시원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나는 잠시 루카스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것을 멈추고 시원하게 뻗은 해변가에 시선을 빼앗겼다.
“우와아-”
내 탄성에 어머니와 삼촌도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넓게 펼쳐진 바다의 모습에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의 모습에 운전석에 앉은 직원이 센스 있게 창문을 모두 내려주었다.
한국의 1월은 무시무시하게 추웠건만, LA의 1월은 서울의 10월 같은 날씨였다.
오늘 날씨 역시 최상.
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닥칠 뿐, 따사로운 햇볕 덕에 춥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내가 눈을 반짝이며 LA 해변가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루카스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스포츠카를 끌고 올 걸 그랬네. 오늘 날씨도 좋은데 말이야.”
“스포츠카요?”
“그래. 지붕을 열고 달리면 아주 기분이 좋단다.”
“…다음에는 그걸 부탁드려요. 꼭이요.”
아주 당당한 내 부탁에 루카스가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미국은 세계지도로 본 게 다였다.
미국이라…….
내가 노아로 살던 시절 이 아메리카 대륙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오늘 이렇게 와서 보니, 미국은 정말 어마어마한 나라였다.
그땐 그저 영국의 수많은 식민지 중 하나였는데, 세상은 참 오래 살아보고 볼 일이다.
400년이라는 새삼 세월이 참 길기도 했다.
지난번 갔던 영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많은 것이 몰라보게, 놀랍도록 변했다.
그 와중에 정말 다행인 것은, 여전히 무대가 있고 배우가 사랑받는다는 사실이다.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우리는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달려 어마어마한 드넓은 부지로 들어섰다.
어디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차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이제 내릴까? 내리시죠. 다 왔습니다.”
루카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내려 나와 어머니가 탄 쪽의 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영문을 모른 채 차에서 내렸다.
어라? 여기는…….
루카스에게 뭐라고 말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시우!!!”
“여기예요!”
“Welcome to Rainbow Pictures Studio!”
엄청난 환호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몇십 명에 이르는 레인보우 픽처스 직원들이 우리를 향해 환호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모두가 우리를 위해 손을 흔들다가 곧이어 내 이름을 연호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루카스, 설마 팬이라는 게…….”
나는 귀가 먹먹한 환호 속에서 루카스를 향해 멍하니 물었다.
그러자 악동 같은 미소를 걸친 미중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들의 시우! 시우! 연호에 합류했다.
정장을 입은 루카스와 편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외치는 내 이름.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멍하니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팬미팅이 시작됐다.
……한 차례 그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개개인들과도 찍고 사인도 해준 다음.
우리는 레인보우 픽처스 사의 본사 건물을 탐방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내가 출연한 RUN 공연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내 팬이 된 직원들이라고 했다.
어쩐지 아까 사인 해달라고 내미는 종이들이 중 대부분이 RUN 공연의 포스터나 굿즈이긴 했다.
“사랑해요, 조이. 조이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요.”
어떤 직원은 내가 사인을 해주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고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고.
“강, 우주? 우주 맞죠? 저 시우 덕분에 한국 드라마도 보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역시 최고의 작품은 입니다.”
놀랍게도 직원 중에는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말을 걸며 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말을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조이, 조나단, 우주를 찾으면서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누가 봐도 내 팬인 게 확실해 보였다.
원래 이 드넓은 부지의 레인보우 픽처스 사는 미리 방문증을 끊으면 탐험하듯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자칫 이 커다란 부지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걱정 없었다.
내 팬이라고 자칭하는 레인보우 픽처스 사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본사를 탐방해야 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지금 근무 시간이 아닌 걸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아주 적극적이었다.
“시우! 이것 봐. 이게 바로 우리 회사의 상징이라고.”
“그딴 게 어떻게 상징이냐. 시우. 저게 아냐. 이거야말로 우리 회사에 왔으면 구경하고 가야 하는 명물이야.”
직원들은 앞다투어 나에게 회사의 제일가는 구경거리를 소개시켜 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내 곁에 루카스라도 없었더라면 정말 나는 이들에게 잡아 먹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방문객에게 허락된 공간을 거의 빠짐없이 탐방을 마치고서야 나는 그들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이제 호텔로 가는 건가 싶었지만, 끝나지 않았다.
“저희 회사에 끝내주는 레스토랑이 있거든요. 거기까지 가야 오늘의 투어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어요.”
한 직원이 흥분해서 외친 말에 다른 직원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루카스는 그들의 말을 듣고서 바로 알아들었다는 듯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이제 그만 일터로 가봐. 내가 책임지고 시우를 그곳으로 데려가 근사한 식사를 대접할 테니.”
“오, 루카스……. 오늘따라 당신이 정말 부럽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당신이 임원인 건 별로 안 부러울 수 있지만, 시우랑 오늘 식사를 하는 건 솔직히 욕 나올 정도로 부러워요.”
직원들의 시기 어린 질타를 받는 루카스와 함께 우리는 직원들과 헤어져 레인보우 픽처스 사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 직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루카스도 약속을 지켰다.
그는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호화로운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덕분에 나와 어머니 그리고 삼촌은 오랜 비행시간으로 주린 배를 마음껏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레인보우 픽처스 본사 탐방을 마친 후, 호텔에 왔다.
“시우랑 어머님은 이쪽 방을 함께 쓰시죠. 그리고 삼촌분께는 바로 옆방을 준비해드렸습니다.”
루카스는 손수 우리의 짐을 들고 호텔방까지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어머니는 생각보다 훌륭한 호텔의 모습에 감동해서 루카스에게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영국에서 묵었을 때와 똑같은 방 배치였다.
옆방에서도 삼촌이 방이 마음에 드는 듯 신난 환호 소리가 넘어왔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아, 그리고 시우와 잠깐 따로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멀리는 가지 않고, 호텔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천천히 어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루카스의 말에 어머니는 생긋 웃으며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그래. 우리는 짐 정리하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어머니는 로밍을 마친 휴대폰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루카스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오늘 어땠어?”
호텔 로비에 있는 고급스러운 카페에 루카스와 마주 앉았다.
루카스는 내게 안정 효과가 있다는 따뜻한 허브티를 한 잔 시켜주었다.
여러 가지 찻잎을 블렌딩한 이 카페만의 독자적인 레시피라고 했다.
“좋았어요! 미국은 처음인데 영국하고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하하, 영국과 비교하자면 확연히 다르지.”
루카스는 영국과의 비교에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보우 픽처스 스튜디오도 좋았어요. 이곳 직원들도 다 밝아서 좋네요.”
“미안 시우. 그들이 널 만나기를 너무 고대한 터라……. 정신없었더라도 이해 좀 해줘.”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내 팬분들인걸요. 정말 같이 작업하고 싶은 분들이었어요.”
그 말에 루카스는 화색이 돌며 그들 역시 전부 나와의 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찻잔을 홀짝거렸다.
이야기가 점차 무르익어 내가 이번 영화 대본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다다르려는 순간이었다.
“어? 루카스?”
그때, 마르고 짧은 머리를 한 자못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남성이 우리 쪽을 가리키며 아는 체를 해왔다.
그의 곁에는 흑발의 바가지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아이가 함께였다.
동양인인 것 같은데. 어디 나라 애지?
“개드먼.”
“흐음.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남자, 개드먼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우리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루카스는 갑작스러운 만남에 얼떨떨해 하면서도 그를 환대했다.
그리고 내 쪽을 가리키며 나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소개할게. 이쪽은 이번 프로젝트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한 배우, 한시우 군. 다들 알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왔어.”
“레인보우 픽처스에서 명성이 자자한 그 꼬마로군!”
꼬마아?
거슬리는 호칭이었지만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하하, 그래 맞아. 안 그래도 오늘 레인보우 픽처스 식구들에게 시우를 보여주고 오는 길이야.”
“이런, 그게 오늘이었군. 회사에 안 있기를 잘했어. 얼마나 소란스러웠을지 안 봐도 훤하군.”
개드먼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 말에 루카스가 의아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개드먼, 자네도 한국과 영국의 RUN 공연을 인상 깊게 보지 않았던가?”
“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삼 일 후까지는 내 경쟁자일 후보를 따라다니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야. 그리고 내가 데려온 아이도 RUN에 올랐다면? 오늘 레인보우 픽처스 직원들이 열광하는 아이는 그쪽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개드먼이 그 옆에 선 바가지머리 남자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 아이가 개드먼이 데려온 내 경쟁자이군.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나도 모르게 호오, 하면서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만큼.
그리고 그걸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거, 자신이 아주 가득하군. 개드먼.”
“제시카가 보지 못한 원석을 내가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해두지.”
두 사람은 시종일관 웃으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나갔다.
서로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는지 각자가 데려온 후보가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이었다.
이거 재밌네.
나는 두 남자의 기싸움을 구경하며 호록- 차를 들이켰다.
그러던 중 옆에서 뾰족한 발음이 들려왔다.
“개드먼, 저 애가 그 애인가요?”
어라?
완전한 발음은 아니지만 제법 유창한 영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표정이건 말투건,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루카스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될 거라고 경고해주었지.
나보다 나이가 많다더니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네.
그런데……
흐음. 이 쪼꼬만 것 봐라?
눈 밑에 콕 박힌 점이 인상적인 바가지머리 남자아이는 나를 아주 세차게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