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한시우?”
“네-”
겨우 정신없는 아침 시간이 지나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출석을 부르면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하도 원하셨던 학교생활.
뭔가 대단한 걸 기대했지만, 딱히 대단한 건 없었다.
남연수도 뭔가 대단한 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기에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와하하! 저거 좀 봐.”
“선생님, 김진수 너무 시끄러워요!”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도 저리 소란을 피우다니.
언제 한번 저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고 제대로 예절 교육이나 한번 시키고 싶다.
그래도 남연수가 연기했던 것과 같은 아주 질 나쁜 애는 없는 거 같으니, 향긋한 차와 함께 좋은 말로 가르치면 알아들 듣겠지.
“다음은 시우가 읽어볼까?”
“네.”
드륵.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생님이 짚은 부분을 줄줄 읽어내려갔다.
그래도 선생님들 말은 잘 들어야지.
남연수가 그러는데, 학교에서 잘못하면 부모님한테 전화가 간단다.
나에겐 준 사랑이 얼마나 큰데, 이렇게 다 커서 부모님 걱정 끼쳐 드리는 못난 아들이 될 수는 없다.
여덟 살들을 위한 것이라 그런지 교과서 내의 글씨도 얼마나 큰지.
매일 같이 어른들과 똑같은 대본을 술술 읽는 나에게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비상철또 777에 들어갔을 때부터 대본을 읽기 위해 한국어를 마스터했는데 뭘.
“와, 시우는 글씨도 진짜 잘 읽는다.”
“이미 유명 배우라서 그런가? 발음도 되게 좋다.”
“다들 조용.”
내가 발표를 하는 사이, 주변 아이들은 보라는 교과서는 안 보고 나를 힐끔거리면서 탄성을 뱉느라 바빴다.
오늘 집에 가면 남연수에게 전화를 해서 꼭 물어보리라.
도대체 언제쯤 아이들이 나를 무시하고 관심이 없어지는지.
나는 관심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편에 가깝지.
하지만, 계속해서 꺅꺅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뭐 하나를 말했다가 바로 통통볼처럼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는 건 생각보다도 더 피곤한 일이었다.
차라리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훨씬 재밌었다.
좋아. 내 꿈은 오늘부터 남연수다.
과외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네. 잘 읽었어요. 시우 앉아도 좋아요.”
“네.”
“그럼 다음은 뒤에 앉은 우빈이가 일어나서 읽어볼까?”
내 차례가 끝나고 나는 앉아서 교과서를 살펴보았다.
수업은 당연하게도 시시할 정도였다.
새로운 건 이런 식의 교육기관을 처음 접해본다는 점일까?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어려운 것도 없고 학교 커리큘럼이나 체제 등은 어느 정도 파악했다.
놀랍게도 남연수에게 미리 들은 정보가 꽤나 도움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급식이나, 동아리나, 반장…….
아, 어제는 큰일 날 뻔하긴 했다.
입학한 지 시간이 조금 흘렀으니 학급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우리 반 반장을 뽑자고 한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남연수처럼 반장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내가 이 반의 반장이 되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이 하도 열심히 추천하자, 선생님 역시 은근히 내가 반장을 해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죄송해요. 저는 올해에도 촬영이 많이 잡혀 있어서…… 반장 같은 걸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저 말고 다른 친구를 추천할게요.”
나는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이제 앞으로 미국에 가서 촬영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 학교에 못 나오는 날이 많아질 텐데 반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 완벽한 핑계에 나를 추천하며 너도나도 손을 들었던 아이들은 적잖게 실망했지만,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결국 적당히 아이들에게 호감을 산 두 명의 아이가 반장, 부반장이 되었다.
귀여운 공약을 설파하는 두 아이의 모습을 들으며 잠시 흐뭇해하긴 했던 것 같다.
“우와아아!”
“너 거기 안 서!”
“쟤가 내 핀 가져갔어어어. 흐어엉.”
뛰어다니는 애들에 우는 아이들.
쉬는 시간마다 전쟁이 벌어졌다.
물론 나는 피곤해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야! 김진수! 너 윤서 핀 이리 안 갖고 와?!”
“선생님한테 이른다!”
“일러라! 일러라!”
그리고 쉬는 시간이면 애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것도 이제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분명 노백찬의 말대로라면 쟁쟁한 집 자식들이라 얌전할 거라고 했는데 말이지.
정계·재계·연예계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유명하다고 해도, 애들은 애들인가보다.
아침부터 하교를 할 시간까지 발산하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저런 걸 보면 뭘 해도 될 놈들일 것 같았다.
“응?”
그런데 그 와중에도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다.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애들 가운데 혼자 헤드셋을 끼고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
머리도 단정치 않고 삐죽삐죽 대충 넘긴 남자아이였다.
나처럼 1학년인 것 치고는 키도 커서 선생님이 제일 뒤에 앉힌 아이였다.
그래서 평소에는 눈에 더 잘 안 들어왔나?
단정한 다른 애들과는 달리 유독 옷도 대충 입은 느낌이었다.
조끼 밑으로 셔츠는 다 나와있고, 바지도 뭔가 구겨져 보이는 것이…… 보통이 아닌 느낌?
그런데 풀이 죽어 있는 느낌은 또 아니었다.
근처에 애들은 없지만, 다른 애들이 따돌려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남한테 관심 없어 보인달까.
자발적 아웃사이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뭐지? 궁금해지네.
저 아이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저 주변은 유독 조용해 보인다는 것이다.
솔직히 좀 부러웠다.
내가 어디 가서 시끄러운 걸 싫어한다는 소리를 잘 안 하는데 이 교실은 좀 많이 시끄러웠다.
저기만 공기가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커다란 헤드셋으로 뭘 저렇게 열심히 듣나 궁금해졌다.
가만히 그 아이를 관찰하고 있으려니, 의 타미가 떠올랐다.
극 중의 타미가 현실에 있다면 약간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기회다.
학교에 가면 내가 캐릭터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렇게 마침 나타나 준단 말이지?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말이나 걸어볼까.
***
“우와, 진짜 맛있어.”
“미역국 좋아해?”
앞에서 들리는 탄성에 나는 국을 뜨다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진짜 좋아하지. 설마 싫어해?”
“아니 좋아해.”
나는 교실 구석에 헤드셋을 끼고 있던 남자아이와 나란히 급식실에 앉아 있었다.
나를 힐끔거리기는 했지만, 우리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 차마 다가오지는 못하는 아이들 덕분에 우리는 한가하게 급식을 먹을 수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미역국에 동그랑땡.
딱 어린아이들이 환장할 메뉴이긴 했다.
“동그랑땡 조금 더 받아올걸.”
“내 거 줄까?”
“너 진짜 좋은 놈이구나.”
처음에는 약간 어둡고 우울한 애인 줄 알았는데, 그냥 자기 세계에 빠져 사는 애였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한솔.
나랑 같은 성씨에 외자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까 들어보니까 음악을 엄청 크게 듣던데 귀에 안 좋은 거 아니야?”
“네가 뭘 모르는구나. 오히려 다른 이어폰보다 헤드셋으로 듣는 게 귀에 낫대.”
그 정도는 나도 안다.
문제는 음량인데…….
아까 보니까 한솔의 주변만 조용한 게 아니라, 한솔은 교실의 시끄러움도 감수할 만큼 큰 소리로 음악을 듣고 있던 것뿐이었다.
뭐 듣냐고 세 번은 물어봐야 했지.
“크면 그게 그거 아냐?”
“락은 크게 들어야지.”
한솔은 한번 말을 트니 말이 엄청 많은 아이였다.
그냥 자기 분야에만 관심 있는 애였는데 내가 도화선에 불을 지핀 모양이었다.
한솔이 좋아하는 건 바로 음악, 그중에서도 락이었다.
락을 좋아한다고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는데 완전 투머치토커다.
안타깝게도 한솔은 의 타미와는 전혀 달랐다.
“시에트론의 음악을 모르면 인생의 낙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리고 오늘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있는 밴드 이름이 바로 저 시에트론이었다.
한솔이 광팬인 밴드 이름이었다.
4인조 밴드라는데, 일단 내가 타미로서 드럼을 배우고 있다니까 눈이 반짝반짝해져서는 나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알았어. 오늘 돌아가서 들어볼게.”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이 이야기는 오늘만 벌써 열 번째다.
한솔은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 되물었다.
“바쁘지 않아?”
정말 내가 듣고 왔으면 싶나 보네.
그러고 보니 내일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락밴드의 CD를 빌려준다고 했다.
“요즘은 연습만 하면 괜찮아.”
“쉴 때는 뭐해?”
“TV 봐.”
내 사랑 TV.
미국에 다녀오고 이런저런 연습을 다니느라 요즘 도통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학교에 가야 해서 어머니가 밤마다 일찍 TV를 꺼버리신다.
통탄하다, 통탄해.
“생각보다 평범한 취미네.”
유명 배우도 TV를 보냐며 신기해하는 한솔에게 어깨를 한번 으쓱해줬다.
“밤새 볼 수 있는데 학교 때문에 참는 거야.”
“으하하, 뭐야. 너도 나랑 비슷한 과이구나? 그보다 시에트론의 기타가 말이야. 속기가 엄청나거든? 이걸 인트로에서 들을 수 있는 게 바로 정규 3집의 타이틀인데 거기서…….”
딱히 타미랑 상관이 없다고 해도 이 아이의 이야기는 듣고 있으면 그냥 재밌다.
락밴드에 대해 듣는 것도 흥미롭다.
다른 애들처럼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니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 사는 놈이 훨씬 멋지지 않은가.
이런 사람을 곁에 두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리라.
“맞아. 우리 집에 제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도 잔뜩이야. 한번 놀러 올래?”
“그래?”
“드럼 세트도 끝내주는 게 있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요즘 레슨을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럼에 지대한 관심이 생기는 중이었다.
이토록 음악에 빠삭한데 어떤 드럼이 있으려나?
“한번 가지 뭐. 언제 갈까.”
“우와! 진짜? 한시우가 우리 집에 온다고 하면 엄마가 뒤집어지겠는데.”
내가 흔쾌히 가겠다고 하자, 한솔이 놀라며 말했다.
“하하, 나 좋아하셔?”
내 팬인가 싶어서 묻자 한솔의 얼굴이 묘해졌다.
“생각보다 한시우는 뻔뻔하구나……. 엉, 엄청난 팬이지. 오늘 집에 가서 너랑 밥 먹었다는 이야기만 해도 저녁에 고기가 잔뜩 올라올걸?”
“와…… 꼭 가야겠네.”
한솔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른 반 학생들이 나에게 급식 잘 먹으라며 요구르트와 함께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당연히 모르는 애들이지만, 나에게 큰맘 먹고 말을 건 것을 알기에 웃으며 너도 맛있게 먹으라고 해줬다.
아, 선배인 거 아니겠지?
“팬서비스도 제대로네. 안 불편해?”
“익숙해, 이제.”
말했지만, 관심을 싫어하지는 않으니까.
내가 덤덤하게 대답하자, 한솔은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관찰했다.
코앞에서 무슨 아이돌을 보는 눈빛에 괜히 민망해져, 내가 먼저 질문하기로 했다.
“너는 왜 음악을 그렇게 좋아해?”
“아, 집에 어릴 적부터 악기며 뭐며 되게 많았어.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그런 거지.”
“흐응, 흥미로운 집안이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솔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서, 언제 올 건데?”
“오늘은 레슨이 있어서…… 내일?”
내 말에 한솔은 눈이 동그래졌다.
간다고는 말했지만, 기약 없는 약속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나 보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환하게 웃는 게, 딱 여덟 살 아이 같아 나도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어차피 아이들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학교 생활인데,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어머니 과일 좋아하셔? 그래도 첫 방문인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한솔은 환호를 지르며 내일 저녁상이 기다려진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