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하하, 아니에요. 그냥 조금 얼떨떨해서 그래요. 그보다 그 종이로 폭죽 효과 낸 거 정확한 원리가 뭐예요?”
나는 로엘이 더 흥분하기 전에 얼른 말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아! 자세한 건, 우리 극단의 비밀이라 안 돼. 헿.”
“흐응. 아쉽네요.”
끝까지 알려주지 않으며 로엘은 나를 약 올렸다.
그런 로엘의 모습에 웃음 지으며 세계연극제 부지 안을 걷기를 한참.
부지 한가운데에 도착하자 극단 인기 투표하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따로 시상을 하거나 하는 의도로 지어진 것은 아니고, 재미로 하는 투표였다.
관객들이 스티커를 붙여서 하는 인기투표인데 딱 보기에도 우리 나카모토 팀이 1등인 것 같았다.
압도적으로 우리 극단에게 붙어 있는 스티커의 수가 많았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보자, 확실히 가 인기가 많긴 많구나… 싶었다.
“이것 좀 보라고. 이렇게 인기가 드러난다니까?”
“으음, 알았어요. 그러는 로엘네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것 같은데요?”
“어머……! 그러네. 이것도 우리 단원들 알려줘야지.”
로엘은 신이 나서 핸드폰을 꺼내 인기투표 게시판을 찰칵찰칵 찍었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프리덤 극단 쪽에도 제법 많은 수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프리덤 극단에 스티커를 하나 붙였다.
“이거 영광인걸.”
“빈말이 아니라 정말 재밌었거든요.”
사진을 찍던 로엘이 나에게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와 마주 웃으며 우리는 노을이 지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제 곧 저녁 공연이 시작된다.
우리에게 남은 공연이 몇 회 안 남았다는 소리였다.
***
“흐아암.”
세계연극제의 마지막 날.
삼촌과 함께 이른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극장으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어제 별로 못 잔 건지, 삼촌이 아침부터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해댔다.
“어제 늦게까지 안 자더니, 밤에 도대체 뭘 한 거야?”
“어, 어?! 아, 아니…… 그냥 한국에 연락할 곳이 있어서.”
내 말에 삼촌이 화들짝 놀라더니 뜻밖의 말을 했다.
연락?
해외 스케줄 중이라서 웬만한 건 김민석 팀장님이 처리해주는 걸로 아는데…….
“바다 엔터에서 처리 안 해줘……?”
다 해주기로 한 건데, 그럼에도 삼촌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바다 엔터 쪽에 뭐라고 할 생각이었다.
내가 진지하게 묻자, 삼촌이 갑자기 프로페셔널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야, 그래도 내가 명색에 네 매니저인데 직접 연락해야 되는 곳도 있어.”
“흐음, 그래?”
뭐, 삼촌이 괜찮다면야 상관없었다.
몰랐는데, 오 년이나 매니저 일을 하더니 제법 프로다워진 모양이었다.
극장으로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인파에 발을 내딛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어어,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잠시만요.”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자 내 손을 꼭 잡은 삼촌이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려고 애썼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하고 있는 거야?
“삼촌, 적어도 영어로 해야지.”
“아, 맞다. 이, 익스큐즈미, 쏘리. 익스큐즈미…….”
프로답기는.
프랑스에서 잠시만요, 하면서 길을 터는 걸 보고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따라 극장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가?
이상하게 우리 극장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나와 삼촌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겨우겨우 극장에 출근할 수 있었다.
“어어, 무사히 왔네?”
로비에 들어서서 한숨을 돌리고 있자니, 구석에서 강용휘가 걸어 나오며 인사를 건넸다.
어젯밤에 조명 하나가 조금 거슬린다더니… 극장에서 밤을 새운 모양이다.
피곤해 보이는 강용휘를 향해 바깥을 가리키며 물었다.
“와…… 무슨 사람이. 오늘따라 심하지 않아요?”
“마지막 날이잖냐. 우리 공연 입소문이 더 퍼졌나 봐. 아무래도 한국 공연이다 보니 다른 극단보다 더욱 희소성이 있으니까 현장 예매가 빡세진 모양이다.”
“헤에…… 그렇구나.”
방금 전까지는 그냥 사람이 많다, 정도였는데 강용휘의 설명을 듣다 보니 새삼 고마워졌다.
우리의 공연을 기대하고 와준 사람이라는 것 아닌가.
“헤엑, 헤엑. 그래도, 너무…… 많다.”
다만, 극장 바로 앞에서는 거의 나를 번쩍 들고 나른 삼촌은 진이 다 빠져서 로비 소파에 널브러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삼촌보고 헬스라도 다니라고 해야겠다.
“저래도 오늘 들어올 수 있는 관객 수는 한정되었다는 게… 참 아쉽네요.”
“그렇지? 아무래도 영화랑 다르게 현장극이다 보니 오래 개최하는 게 힘들다지만, 아쉽긴 아쉬워.”
“그러게요. 연극제가 더 길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와 강용휘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실로 향하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시우!”
“응?”
이른 아침부터 나를 저런 억양으로 부를 사람이 잘 없는데.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여기 들어오시면…… 어어?”
갑자기 극장 문을 열고 한 사람이 나를 부르자 삼촌이 지친 와중에도 벌떡 일어나서 불청객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본 나도, 막아선 삼촌도 불청객의 얼굴을 보자마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피에르?!”
“서프라이즈. 시우의 연극을 보러 왔어.”
우리 극장을 방문한 사람은 다른 이도 아니고 피에르 알리, 낭뜨에서 만난 천재 감독이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피에르의 손에는 미리 예매한 듯한 연극 티켓이 들려 있었다.
“와, 진짜로 보러 와준 거예요?”
내가 극본을 써서 세계연극제에 참가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 와줄 줄은 몰랐다.
최연소로 낭뜨에 초대된 감독이라고 그에게 쏟아지는 러브콜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낭뜨에 간 첫날, 그의 영화를 본 날 빼고는 낭뜨에서 피에르를 만날 수 없었다.
인터뷰다 뭐다 그의 스케줄이 너무 빡빡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른 인터뷰랑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마지막 날에 오게 됐지만 말이야. 날 잊은 건 아니지?”
“피에르를 잊을 수 있을 리가 있나요.”
반가운 얼굴에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를 맞이했다.
피에르는 이곳 극장의 중후한 멋이 멋지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찰칵, 찰칵.
조금 이따가는 어차피 관객들이 이 로비에 가득 찰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이긴 했다.
“이게 바로 지인 찬스 아니겠어?”
“오, 지금 태양광 엄청 잘 들어와서 멋있어요.”
타고난 미모를 기가 막히게 연출하는 피에르를 보며 내가 신나게 셔터를 눌러댔다.
찍는 족족 화보 같았다.
중세 건축물 양식으로 지어진 우리 건물과 피에르의 조각상 같은 외모의 합이 제법이었다.
우리 둘이서 신이나 촬영을 하고 있을 동안, 갑자기 등장한 낯선 이를 보고 강용휘가 삼촌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아, 낭뜨에 가서 만난 사람인데……. 감독이래요. 연출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주연 배우도 하던데요?”
나와 함께 낭뜨에 갔었던 삼촌이 설명해주자 강용휘가 조용히 피에르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외국의 한시우 같은 놈이네.”
“쉽게 말하면…… 그렇죠.”
두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우리 두 사람이 사진 찍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아, 이제 됐어. 이 정도면 딘에게 충분히 자랑할 수 있겠군.”
“딘에게 자랑하려고 찍은 건가요?”
“그럼. 인증샷이 있고 없고가 크다고.”
피에르는 피식 웃으며 재빨리 내가 찍어준 사진 중 한 장을 누군가에게 전송했다.
아마, 딘일 것이다.
“그나저나 시우. 바깥에 저 인파는 뭐지? 나만 데뷔작으로 낭뜨에 온 줄 알았는데, 시우 너도 첫 공연으로 세연제에서 이 정도 평가를 받다니 대단하잖아?”
“하하, 내년에는 저와 낭뜨에서 보게 될 거예요.”
이번에 낭뜨 영화제에서 피에르의 영화를 보고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나 역시 낭뜨에 상영될 만한 영화를 하루라도 먼저 촬영하고 싶어졌으니까.
“오, 선전포고인가? 이거, 긴장해야겠는걸.”
내 자신감 넘치는 말에 살짝 놀라던 피에르가 씨익 웃으면서 대꾸했다.
“천재와 천재의 대결이라 이건가.”
“그러게요. 과연 어느 쪽이 더 우세할지.”
저쪽에서 우리를 보며 중계해설을 하고 있는 강용휘와 삼촌은 살며시 무시해줬다.
“그럼, 오늘 공연 기대할게.”
“물론이에요. 저도 피에르가 본다고 생각하니 더욱 진심으로 임해야겠어요.”
***
토도도독-
세계연극제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지금 문희성네 집 소파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옆에서 문희성은 조간신문을 바스락거리며 펼쳐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피에르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고 바쁘게 답장을 보내는 중이었다.
“누구랑 연락하는 데 그렇게 웃음이 끊이질 않아?”
“아아, 피에르요. 피에르 알리. 아세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묻는 문희성의 말에 내가 영어로 된 문자를 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프랑스의 천재 감독 말하는 거니?”
피에르 알리라…….
하며 잠시 중얼거린 문희성이 살짝 놀라서 되물었다.
“네. 낭뜨 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제 연극도 보러 와줬고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연락처도 교환했거든요.”
“하하, 또 엄청난 사람이랑 친해져서 돌아왔구나.”
낭뜨에 놀러 간 건 문희성도 내게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거기서 내가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올 줄은 몰랐나 보다.
“네. 피에르가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해서요. 종종 추천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답장하는 중이었어요.”
“흐음, 그렇구나.”
문희성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마저 피에르에게 답장을 마쳤다.
“오디션 준비는 잘 되어가고?”
내가 핸드폰을 내려놓자, 마찬가지로 신문을 접은 문희성이 물었다.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착착 진행되고 있기는 해요.”
한국에 돌아온 뒤, 는 큰 관심을 받으며 전국 순회공연이 예정되어있었다.
다만 주연 배우인 나는 스케줄 상 빠지고 다른 배우 오디션을 봐서 강기동의 새로운 얼굴을 찾기로 했다.
이건 프랑스로 떠나기 전부터 협회, 소속사와 준비하고 있었다.
“제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서류 심사랑 1차 오디션이 끝났고, 이제 곧 3차 오디션이 열릴 거예요. 전국 단위로 오디션을 봤더니 지원자가 엄청 많더라고요.”
덕분에 한국에 오자마자 나는 세 도시를 돌며 2차 오디션의 심사를 직접 보았다.
거기서 간추려진 배우 다섯 명 중에 두 사람을 3차 오디션에서 뽑기로 했다.
나와 강용휘, 그리고 협회 직원들 모두가 심사위원으로 들어가는 최종 오디션이었다.
3차 오디션에는 성지훈도 참여해 직접 상대역을 해주기로 했다.
앞으로는 나 말고 성지훈과 합을 맞춰야 하는 배우를 뽑아야 할 테니 말이다.
“제 역할을 대체할 배우를 찾는 거라 그런지… 더 신경 쓰이고 어려운 거 같아요. 사실, 배우들 연기에 아쉬운 점이 더 많거든요.”
골치가 아프다는 내 말에 문희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프랑스 렌에서 열리는 세연제까지 다녀오신 분이 어련하시겠니.”
“아.”
그러고 보니 문희성에게는 이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소파 위에서 자세를 고쳐 앉고 그에게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