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1
11. 개구리
서정우의 집이 있던 곳은 이미 여러 해 전에 박살 났다. 몬스터가 그런 것이 아니라, 포병이 몬스터를 잡으려고 쏜 포탄이 이곳에 떨어져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쪽 세계는 그렇게 집이 무너지는 일이 흔하다. 그렇게 무너지면 보통은 몬스터를 물리치고 나서 집을 다시 짓는다.
하지만 이 구역에는 사람들이 집을 짓지 않았다. 여기는 소형 몬스터 게이트가 여러 번 열린 곳인데, 사람들은 그런 땅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돈을 들여 다시 집을 짓는 사람도 없고, 땅이 팔리지도 않는다.
그가 이쪽 세계로 돌아오자마자 이빨 개구리가 튀어나왔다. 평소라면 저런 놈이 뛰기 전에 감지 스킬에 먼저 걸리는데, 그가 갑자기 나타난 걸 보고 개구리가 반사적으로 공격한 거라서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하급 몬스터인 이빨 개구리가 날아오는 것보다 그가 권총을 뽑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서정우가 이빨 개구리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철갑탄이 총구를 빠져나갔다. 초음속으로 공기를 찢으며 날아간 쇠로 된 총탄이 이빨 개구리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관통력 상승을 목적으로 만든 철갑탄답게 몬스터의 질긴 가죽을 뚫는 건 성공했다. 하지만 이빨 개구리의 머리뼈는 하도 단단해서 권총의 철갑탄으로는 뚫리지 않았다.
그는 권총탄으로는 머리뼈를 뚫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머리에 쏘았다. 그건 제압이 아니라 견제를 위한 사격이다.
펄쩍 뛰었던 개구리가 총에 맞은 충격으로 뒤로 밀려났다.
몬스터는 원래 잘 안 죽는다. 단단해서 총알이 안 박히는 놈, 덩치가 커서 총알을 맞아도 큰 타격을 못 주는 놈. 워낙 빨라서 명중하기 어려운 놈들이 많다.
이빨 개구리는 움직임이 빠르고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도 뛰기 때문에 총으로 맞히기 어려운 놈이다.
겨우 권총 한 발에 죽어주는 몬스터는 거의 없다. 하급 몬스터인 이빨 개구리만 해도 단단한 머리뼈는 권총 철갑탄을 충분히 버틴다.
권총은 휴대가 간편해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기본 방어 무기이지, 주력 공격 무기가 아니다.
공중에서 뒤로 밀려나 바닥에 떨어졌던 이빨 개구리가, 언제 총에 맞았냐는 듯이 하늘로 펄쩍 뛰어올랐다. 위로 높이 떴다가 내리꽂히면서 사람의 머리를 덥석 무는 건 이빨 개구리의 공격 방식 중 하나다.
서정우는 위로 뛰어오르는 이빨 개구리를 따라 권총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조준선에 개구리가 들어왔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뼈와 달리 몸통에는 총알이 잘 박혔다. 철갑탄이 이빨 개구리의 질긴 가죽을 뚫고 내부 장기에 꽂혔다. 그 충격으로 공중에 있던 개구리의 몸이 더 위로 밀려났다.
서정우가 권총을 점점 위로 올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철갑탄 다섯 발이 공중에 떠 있는 이빨 개구리의 몸통에 박혔다.
이빨 개구리는 철갑탄이 꽂힐 때마다 공중에서 뒤로 툭툭 밀려났다. 서정우가 사격을 멈추자, 그때서야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일단 소형 몬스터 한 마리는 확실히 잡았다. 견제를 위해 머리뼈에 박았던 처음 한 발은 제외해도, 철갑탄 다섯 발이 몸통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 정도면 개구리 한 마리 잡는 데는 충분하다.
그래도 서정우는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 이빨 개구리가 한 마리만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의 감지 스킬에 살기 하나가 잡혔다.
‘있네.’
갑자기 풀숲에 숨어 있던 이빨 개구리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왔다. 조금 전 놈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더 낮은 각도로 뛰었다. 이빨 개구리는 위로 솟은 게 아니라 서정우의 다리를 노리고 낮게 날았다. 마치 화살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서정우는 이미 권총의 발사 모드를 연사로 돌려놓은 상태다.
그가 날아오는 이빨 개구리를 향해 방아쇠를 길게 당겼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철갑탄이 드르륵 발사됐다.
날아오던 이빨 개구리가 철갑탄을 연속으로 두들겨 맞으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서정우는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총알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 꽂혔다. 이빨 개구리가 철갑탄 연사를 맞아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탄창이 비었다. 권총의 격발장치가 뒤로 철컥 젖혀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권총의 탄창 제거 버튼을 누르며 왼손으로 새 탄창을 꺼냈다. 빈 탄창이 빠져나오자마자 새 탄창을 재빨리 끼워 넣고, 곧바로 권총 격발장치를 원래 위치로 밀었다.
쇠로 된 부품들이 서로 물리는 소리가 나며 새 철갑탄이 약실에 들어갔다.
그는 발사 모드를 단발로 바꾼 후에 처음 잡았던 이빨 개구리에게 철갑탄을 세 발 더 쏘았다. 총알 몇 발 아끼는 것보다 몬스터를 확실히 죽이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감지 스킬에 걸리는 놈은 없었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이 접근했다.
서정우가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다섯 명의 군인이 주변을 경계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다섯 명 모두 군복을 입었다. 군복 자체가 방어 효과가 있는 질긴 소재로 되어 있고, 거기다 방검조끼, 팔다리 보호대, 전투용 보호 가면에, 투명 고글까지 썼다.
고글의 색이 투명한 건, 눈과 그 주변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인간형 몬스터가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는 걸 알릴 수 있다. 그 고글에는 빛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를 추가로 덮을 수 있다. 헬멧에는 야시경 장착용 슬롯도 있지만, 지금은 낮이라 야시경은 장착하지 않았다.
서정우가 그들의 무장을 확인했다.
‘소총수 둘. 경기관총 사수 하나. 유탄 사수 하나. 산탄 사수 하나.’
자동소총에는 50발짜리 대용량 탄창이 끼워져 있었다. 경기관총의 탄창은 100발짜리인데, 철갑탄의 위력이 소총보다 강했다. 유탄 사수는 40mm 6연발 유탄발사기를 들고 있었고, 산탄 사수는 12연발 자동 산탄총을 썼다.
다섯 명 모두 등에는 길이 63cm짜리 소형 로켓탄 발사기를 하나씩 매고 있었다.
‘육군의 하급 몬스터 토벌팀 편성 중 하나군.’
그는 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다시 쓰면 출발한 원래 세계로 돌아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기존 게이트 관련 이론이 그대로 적용됐을 때의 이야기다. 엉뚱한 세계로 날아갈 가능성도 조금은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 보는 군인들의 편성은 그에게 아주 익숙한 형태다.
군인 다섯 명 중에서 세 명은 주변을 경계하고, 두 명만 그에게 다가왔다. 병장 계급장을 단 군인이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근처에서 하급 소형 게이트가 열려서 이빨 개구리들이 튀어나왔습니다. 기본 토벌 작전은 끝났고 게이트도 폐쇄했습니다. 현재 저희 소대가 잔존 몬스터를 소탕 중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주변을 수색 중인 토벌팀이 여럿 보였다.
서정우가 혀를 찼다.
“이 근처에 게이트가 또 열렸네요. 이러니 이 땅을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그런데 누구십니까?”
“이 자리에 원래 있던 집에 살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이 땅 주인이고요.”
정확히는 땅 주인의 아들이다.
“아.”
병장은 바로 납득했다. 지금은 게이트가 열려서 군 토벌 작전이 진행 중이지만, 여기는 평소에는 접근 금지 구역이 아니다. 토벌 작전 중에는 민간인 통제가 기본이긴 하지만, 상대가 그 통제에 걸리지 않은 이유를 안다.
“그런데 혹시 텔레포트 능력자십니까? 갑자기 나타나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가 각성한 건 평행차원을 오가는 스킬이다. 일반적인 텔레포트와는 격이 다르다.
서정우는 그 스킬이 남들 눈에는 텔레포트로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습니다.”
“와아!”
병장이 감탄했다.
텔레포트는 희귀 스킬이다.
텔레포트는 전투 상황이 아니라도 쓸모가 많다. 그 스킬이 있으면 장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다면 일반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도 없고, 순간 이동 거리 안쪽 영역을 앞마당처럼 쓸 수 있다.
전투 상황에서의 효용가치는 더 크다.
병장이 물었다.
“그런데 사냥하신 이빨 개구리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몬스터는 사냥한 사람에게 기본 권리가 있다. 군의 토벌 작전 중이긴 하지만, 텔레포트 스킬 사용자라면 통제선을 고의로 어기고 들어왔다고 보기 어렵다.
이빨 개구리는 비싸게 팔리는 몬스터가 아니라 그냥 하급 몬스터다. 희귀 스킬 사용자가 일부러 군 통제선을 넘어서까지 잡을 가치는 없다.
고의성이 없고 전투 과정에서 다른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면, 사냥한 사람의 권리는 평소처럼 인정된다.
서정우가 벌집으로 만들어놓은 이빨 개구리를 힐끗 보았다. 몸통에 총알을 집중적으로 박아넣어서 다리는 멀쩡했다.
이빨 개구리 고기는 다리 쪽이 식용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지금은 저런 고기에 관심이 없다. 하루 동안 온갖 음식을 잘 먹고 왔고, 가방에도 소고기와 다른 먹을 게 많다. 맛없는 몬스터 고기 따위는 먹고 싶지 않다.
“가져요. 아니다. 아예 이 팀에서 사냥한 것으로 실적에 올려요.”
병장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군 생활 하느라 고생하는데, 위문품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군대에서 고생하던 때가 생각나서.”
“잘 먹겠습니다!”
서정우는 각성자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이 병사들보다 더 위험한 싸움을 많이 했지만, 군대는 어디 있든 고생하는 건 마찬가지다.
서정우가 그곳을 떠난 후에, 상병이 병장에게 말했다.
“와. 총 쏘는 거 보셨습니까? 저 아저씨 사격 스킬이 있나 본데요?”
병장이 이빨 개구리를 가리켰다.
“날아오는 개구리한테 권총을 연사 모드로 갈겼는데도 총알 박힌 거 봐라. 다 몸통에 꽂히고 다리에 박힌 건 하나도 없잖아. 당연히 사격 스킬이지. 훈련만 해선 절대로 이렇게 정확히 못 쏴.”
“희귀 스킬인 텔레포트에 사격 스킬까지. 더블 스킬이라니. 와아.”
“트리플일지도.”
“예?”
“첫 번째 개구리는 거리라도 떨어져 있었지. 두 번째 개구리는 근거리에서 기습했는데 놀라지도 않고 바로 갈겼잖아. 몬스터의 살기를 감지하고 대비했겠지. 분명히 감지 스킬도 있을 거다.”
상병은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우와. 트리플 스킬이라니. 우린 스킬 하나도 각성 못 했는데.”
“그냥 트리플이 아니다. 희귀 스킬인 텔레포트에, 전투 전용인 각성과 사격 스킬 조합이잖아. 조합 진짜 쩐다.”
“쩌는 겁니까?”
“공격과 탈출이 다 되는 조합이니까. 사격 스킬이 있으니 몬스터도 잘 잡고, 감지 스킬이 있으니 기습도 잘 안 당하고, 포위라도 당해서 위험해지면 텔레포트를 써서 안전한 후방으로 빠져나오겠지.”
“와. 듣고 보니 진짜 쩝니다.”
병장이 서정우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아쉬워했다.
“스킬 조합이 완전 네임드 레벨이네. 누군지 이름 물어보고 사인이라도 받아둘걸.”
* * *
서정우가 걸어가며 휴대폰을 꺼냈다. 통화권에 들어왔다는 표시로 화면에 안테나가 떠 있었다.
그가 서소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 오빠! 현재 상황은요?
“안전해. 통화가 안 되는 곳까지 텔레포트 되어서 연락 못 했다.”
– 네? 지금은 통화 잘 되는데요?
“그냥 내가 가서 이야기할게. 전화로 할 말은 아니다.”
– 현재 위치가 어디인데요?
“우리 옛날 집.”
– 거기는 통화가 되는 곳인데요? 근처에 교란 몬스터라도 나타난 건가요?
“그것도 만나서 설명할게. 그런데 내가 연락이 끊긴 지 얼마나 지났지?”
– 3분 27초 지났어요.
“응? 24시간이 아니라?”
– 네?
그가 시간을 계산했다.
“3분 27초면.”
그는 이쪽 세계로 돌아오자마자 이빨 개구리 잡고, 군인들과 대화하고, 다시 조금 걸어왔다.
“대충 3, 4분 정도 시간이 흐르긴 했네.”
그런데 그는 저쪽 세계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일단 전화 끊어. 가서 이야기할게.”
그가 전화를 끊은 후 현재 상황을 다시 점검했다.
“3차원 공간은 좌표 변경이 그대로 반영됐어. 그러니까 옛날 집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지. 그런데 시간은 흐른 만큼 반영이 안 됐네? 출발 시점으로 바로 돌아왔네?”
2000년 1월 1일에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쳐들어온 이후로, 천체물리학은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다. 이제는 천체물리학이나 차원 이론에 대한 설명이 아침방송이나 드라마에도 나온다. 이쪽 세계에서 기초 천체물리학은 상식이다.
“그럼 공간 좌표만 변수고 시간은 상수로 사용된다는 뜻인데.”
서정우에게는 상수인 좌표가 존재한다는 게 중요했다.
“좌표에 상수가 존재하니까, 다시 스킬을 쓰면 그 평행차원으로 돌아가겠네.”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짐작으로는 그렇지만, 확인하려면 다시 스킬을 써봐야 한다. 하지만 재사용 대기 시간은 아직 24시간이나 남았다. 그 세계로 다시 가려면 적어도 하루는 지나야 한다.
“내일이 오면 확실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