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92
293. 귀환
오정화 행정관은 흑가면의 전투 영상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반해서가 아니다.
“저런 전투는 보통 사람은 못해. 서정우 형사만 가능해. 그럼 혹시, 설마, 흑가면이… 서정우 형사?”
그런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급히 인터넷을 검색해 흑가면이 오늘 일본에 나타난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확인했다.
“흑가면이 서 형사라면, 혹시 철가면도….”
철가면은 경찰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다. 그래서 철가면을 다크 히어로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자판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만약 서 형사가 철가면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 아!”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우스를 툭 밀었다.
“다행이다. 아니네.”
서정우는 여기서 나갈 때 군용 차량을 얻어탔다. 그가 그 차에서 내린 때가 언제인지는 보고서에 적혀 있다.
그런데 흑가면은 서정우가 차에서 내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 다리를 다친 자위대원의 앞에 나타났다.
“공군기를 타고 가도 그 시간에 일본 저 도시까지는 못가. 아니네.”
알리바이가 너무 확실해서 의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난 도대체 무슨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거야? 서 형사가 철가면이고 흑가면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녀가 편안해진 마음으로 방금 찾은 흑가면 관련 기사를 마저 읽었다.
“그런데 흑가면은 진짜 히어로처럼 나타났네. 도대체 정체가 뭐지?”
* * *
이선화는 초조했다.
“진짜 어떻게 된 건데? 경희 지금 진짜 괜찮은 거야?”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의 그녀라면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는데, 이번 건 국제전화다. 그것도 일본에서 온 전화다.
그녀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경희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나 살아 있다.
이선화가 화를 벌컥 냈다.
“이년아! 살아 있으면 살아 있다고 전화를 해야지!”
-이 언니 걱정했어?
“내 술 걱정했다!”
-전화기가 다 고장 나서 이것도 여기 경찰 아저씨 통해서 겨우 연락하는 거야. 오래 말 못해. 나 살아 있고, 귀국할 때 술 사 갈게.
“꼭 사와!”
-야. 근데 내가 일본에서 누굴 봤는지 알아?
“몬스터가 나타났다며! 기사 다 떴어!”
-그게 아니라 흑가면을 봤어.
“흑가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히어로야.
“응?”
-실제로 보면 진짜 막 반할 거 같다니까. 어마어마해.
“정신 차리고 귀국이나 해!”
-알았어. 이년아.
전화를 끊은 후에 이선화가 활짝 웃었다.
“살아 있네.”
그녀가 신이 나서 서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이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서 몬스터에 대해 이야기를…. 안 받네?”
서정우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이선화가 휴대폰을 소파에 던졌다.
“하나가 연락되면 하나가 또 안돼. 왜 돌아가면서 이래? 설마 나 몰래 둘이 만나서 나 놀려먹자고 짠 건 아니지? 그럴 리는 없지만, 진짜 아오!”
* * *
서정우는 일본에서 남들의 눈을 피해 하루를 보낸 후에, 몬스터와 전쟁 중인 평행차원으로 넘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군 수송기를 얻어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군 무장 트럭을 얻어타고 서울로 온 후에 윤현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텅스텐 철갑탄 잘 썼어.”
-어떤 놈한테 썼는데? 일본까지 가서 그걸 쓰려면 보통 놈이 아니었겠다?
“그냥 잔챙이 몇 마리 잡았어. 실험할게 좀 있어서.”
-중요한 놈이냐?
“우리나라에는 안 나타나는 놈들이니까 형이 마주칠 리는 없어.”
-그래? 그럼 됐고, 가져간 총알은 언제 갚을 건데? 분명히 두 배로 갚는다고 했다.
“시간이 조금 걸려.”
-야. 그거 갚지 말고 그냥 우리 다음 작전에….
“여보세요? 전화가 끊기려고 하네? 하여간 통신 사정이 참 안 좋다니까.”
-이게 또 개수작을….
서정우가 전화를 끊었다. 그런 다음에 놓친게 생각났다.
“아차. 방어 작전 계획서 요약본 아직 안 받았지.”
그가 윤현식에게 문자를 보냈다.
[요약본 좀. ^_^]바로 답장이 왔다.
[ㅗ(–)ㅗ]서정우는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소형 하급 및 소형 중급 게이트 주변 방어에 관한 군 기본 작전 계획서 요약본’이 이메일에 첨부되어 도착해 있었다.
“어차피 줄 거면서.”
그 문서 파일에는 기본 작전 계획의 핵심만 요약되어 있었다. 그는 거기서 이쪽 세계의 몬스터 이름처럼 저쪽에는 없는 항목만 골라 삭제 하거나 수정했다.
“이건 이제 됐고.”
아직 필요한 게 더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싸운 몬스터의 특징을 노트에 정리했다. 서정우는 오랫동안 다양한 몬스터와 싸운 베테랑이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몬스터의 특징을 완벽히 파악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학자 중에는 몬스터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정우는 전부터 그런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서정우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몬스터 전문가를 찾아가 노트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거기에 그가 파악한 특징들도 손으로 적어두었다.
“김 교수님. 이런 놈 혹시 아세요?”
김 교수가 그림을 넘겨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뭐야? 신종 몬스터야? 이거 직접 목격했어? 잡았어? 사체는 어디 있어?”
“우리나라 게이트에는 나타날리가 없는 몬스터니까 그렇게 흥분하셔봤자 실물은 못 봐요.”
“에이. 괜히 좋아했네. 그럼 이건 뭐야”
“아는 사람 통해서 외국에서 한 번 목격된 놈들 자료를 구한 거예요.”
“잡았어?”
“아니요. 사체는 없어요.”
김 교수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럼 이거 페이크 자료 아냐? 인터넷에 가짜 몬스터 자료가 넘쳐나잖아.”
“그럴 수도 있죠. 어쨌든 이런 놈을 본 적은 없나 보네요?”
“없어. 이 그림 중에 공식적으로 발견된 놈은 한 마리도 없어.”
서정우도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인을 위해 김 교수를 찾아왔다.
‘역시 저쪽 세계에 나타나는 놈들은 이쪽 게이트와는 다른 곳에서 온 놈들이구나.’
서정우가 말했다.
“어쩌면 상상으로 그린 가짜 자료인지도 모르죠. 그런데 만약 이런 놈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김 교수는 시큰둥했다.
“사체조차 없는, 가짜일 게 거의 확실한 놈을 굳이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
서정우가 저쪽 세계에서 가져온 술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위스키 좋아하셨다고 했죠? 이거 합성 아니고 진짜 위스키인데.”
“아니, 뭘 이런 걸 좀 자주 가져오지 말이야. 잘 마실게.”
“분석은요?”
“가상의 몬스터라…. 이 술 마시면서 오늘 밤에 이 자료를 분석하면 되겠네. 기본만 해주면 되지?”
“일단은요.”
* * *
서정우는 이튿날 김 교수를 다시 찾아가 분석 자료를 받았다.
김 교수가 말했다.
“일단 기존 몬스터들의 특징에 맞춰서 기본적인 것만 예측했어. 그런데 하다 보니 자료에 흥미로운 부분이 많더라.”
“흥미로운 부분이요?”
“짐승형과 곤충형 몬스터의 특징이 좀 섞여 있단 말이야. 가짜 자료에는 흔한 일인데, 이놈들은 특징 조합이 무척 그럴듯해. 더 자세한 자료를 가져오면 추가로 분석해줄게.”
“자료는 또 손에 들어올 것 같으니까, 그때 술도 한 병 더 갖다 드릴 게요.”
“그럼 나야 좋지.”
서정우가 분석 자료를 읽어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도움? 이 몬스터들은 우리나라에 나타난 적이 없다며? 높은 확률로 가짜인데….”
“혹시 모르잖아요.”
* * *
서정우는 형사로 사는 세계로 돌아왔다.
스마트폰을 켜보았다.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들어와 있었다.
오정화 행정관이 건 전화가 제일 많았다.
서정우가 일단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정화가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어제부터 연락이 안 되는데요!
“연구를 좀 하느라.”
-무슨 연구인데요!
“몬스터 특성 연구와 그에 따른 게이트 방어 대책 구상.”
-아. 그, 그래요? 성과는요?
“벼락치기 자료이긴 한데, 도움은 될 겁니다.”
-선생님! 주세요!
“다음에 만나면…..”
-아! 혹시 일본 쪽 기사 봤어요?
“당연히 봤습니다. 연구하는 김에 일본 쪽에 나타난 몬스터도 분석했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우리 지금 그 문제로 회의하고 있으니까 서 형사도 참여해주세요.
“이번에도 헬기 보내줍니까?”
-비상사태는 아니라서 헬기는 안 보내요. 그리고 비상대책 위원회가 의정부에 상황실을 차렸어요. 택시 타고 와요. 집에서 가깝잖아요.
“택시비는 경비 처리 됩니까?”
-지금 경비 처리가 중요해요?
“버스 타고 가야겠네요.”
– 처리 돼요! 되니까 빨리 와요!
* * *
서정우는 택시를 타고 의정부로 가면서 인터넷으로 일본 쪽 정보를 확인했다.
일본은 몬스터의 습격 때문에 난리가 났다. 그런데 몬스터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흑가면 때문에도 난리가 났다.
단순히 흑가면에 대한 목격담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흑가면이 코트를 망토처럼 휘날리며 앞장서고 특수부대가 따라가는 일러스트가 공개했다. 인기 만화가가 그린 그 그림은 사진보다 더 멋있었다.
그 외에도 흑가면 일러스트와 단편 만화가 여럿 올라왔다.
‘이건 좀 낯이 뜨겁네.’
마음 놓게 하는 기사도 있었다.
‘추가 피해가 없다는 걸 보면, 놓친 놈은 없나 보다.’
서정우는 쌍둥이가 이용하는 한국 인터넷의 커뮤니티 게시판도 확인했다.
한국 게시판에도 일본 몬스터 사태에 대한 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중에 댓글이 많은 글을 열어보았다.
-흑가면이 저렇게 날뛰는데 우리 철가면은 뭐하냐!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몬스터가 쳐들어왔잖아요!
-한국에도 몬스터가 나타나면 철가면이 출동할까요?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합니까?
-몬스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나타난 것 같은데요.
-어디에요? 뉴스에 안 나왔는데?
-일본에 몬스터가 나타나기 좀 전에, 경기도 북부에서 총소리와 포 쏘는 소리가 엄청나게 들렸습니다. 정부에서는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발표했습니다만.
-혹시 그게 몬스터와 싸우는 소리?
-어쩌면요.
서정우가 그 댓글을 보며 생각했다.
‘곧 공개하겠네.’
* * *
서정우가 비상대책 위원회에 도착 했다. 이미 회의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지금 회의 주제는 소총용 철갑탄 이야기였다.
오정화가 화면에 사진을 띄우며 설명했다.
“흑가면은 몬스터와 싸울 때 소총용 장갑 관통형 철갑탄을 사용했습니다.”
위원장이 물었다.
“그걸 어디서 구했습니까?”
“그건 모릅니다. 지금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요. 소총용 철갑탄이 몬스터의 갑각을 뚫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위원장이 아쉬워했다.
“우리도 그 철갑탄을 미리 준비했으면 몬스터 웨이브를 더 쉽게 막았을 텐데.”
“우린 인명피해 없이 사태를 수습 했으니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대령이 오정화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전국의 소총용 철갑탄을 다 긁어 모으고 있습니다. 만약 몬스터 웨이브가 다시 일어나면 이번에는 총알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오정화가 브리핑을 계속했다.
“흑가면은 텅스텐 탄자가 들어 있는 철갑탄도 섞어서 사용했습니다. 그 총탄만 해도 거의 200발은 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원장이 물었다.
“위력은?”
“더 잘 통했다고 합니다. 일본에 나타난 몬스터의 어느 부위를 쏘든 총알이 갑각을 관통했습니다.”
위원장이 대령에게 물었다.
“우린 저게 얼마나 있습니까?”
“기존에 생산된 철갑탄, 그러니까 풀 메탈 자켓이 아니라 아머드 피어싱 소총탄은 전투 한 번쯤은 할 만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흑가면이 쓴 것과는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효과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 텅스텐 철갑탄은… 구할 수가 없습니다.”
“예?”
“흑가면이 저걸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합니다. 200발 정도는 장비만 있으면 소규모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양이긴 합니다만… 사진만 봐서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판단이 안 섭니다.”
오정화가 화면에 두 가지 총알 사진을 띄우며 보충 설명했다.
“우리가 먼저 일본에 경고하고 몬스터 대응 정보도 공유했습니다. 일본 측은 그 정보 제공의 대가로 총 탄 샘플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이건 미리 전송받은 두 종류의 철갑탄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둘 다 어느 회사제품인지 파악이 안 됩니다.”
위원장이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럼 그건 또 어떻게 구해야 할지….”
서정우가 말했다.
“직접 만들어야지요.”
그는 그러라고 일부러 저쪽 세계의 철갑탄을 사용해 몬스터를 잡았다.
“소총용 텅스텐 철갑탄과 일반 철갑탄이 몬스터에게 통한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만들어야지요.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특수부대부터 일반부 대까지 모든 군부대에 보급해야 합니다.”
저쪽 세계는 전투 스킬 각성자가 있어서 그나마 싸울만하다. 그런데 서정우는 이쪽 세계에는 각성자가 생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이쪽 세계에도 강점은 있다. 저쪽 세계는 광산이나 산업 시설이 줄줄이 박살 났지만, 이쪽 광 산과 산업생산 시설은 멀쩡하다. 예산만 충분히 투입하면, 모든 병사에게 텅스텐 철갑탄을 보급할 수 있다.
‘각성자가 없으면 무기라도 좋은 걸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