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61
61. 성물 II
서정우는 그날 밤 9시가 넘어서 그의 집에서 평행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익숙한, 폐허는 아니지만 무너진 잔해가 많은 동네가 눈앞에 나타났다.
“후우.”
그가 목걸이를 꺼냈다.
그건 저쪽 세계의 톱스타 이선화와 금은방에 들어갔을 때 샀던 그 목걸이다.
그는 목걸이의 작은 수납공간에 저쪽 세계에서 구한 고려시대 고승의 사리를 집어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고 나니 겉으로 보면 평범한 목걸이처럼 보였다.
그는 일단 감지 스킬로 목걸이를 조사했다.
‘이쪽으로 와도 역시 감지되는 게 없어.’
그의 감지 스킬의 레벨은 예전에 성물을 조사했을 때보다 더 높아졌다. 그런 그가 집중해서 조사했는데도 특별한 것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건, 다른 각성자도 이 목걸이만 보고는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게 성물이 아니라서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확인해야지.”
성물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 중에는 성물을 저주에 걸린 사람의 몸에 직접 닿게 하는 것이 있다.
서정우가 이동 병동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동식 컨테이너 병동에는 서소라도 있었다. 그녀가 이선화를 간호했다.
이 지역에 남은 저주의 잔재는 이제 거의 다 정화했다. 주술 몬스터와 직접 마주친 두 명 외에는 심각한 피해자도 없었다. 일반인의 출입은 아직 통제 중이지만, 서소라처럼 정신 저항력이 각성자 평균보다 높은 사람은 출입이 허용되었다.
이선화는 이제 침대에서 일어날 힘도 없었다. 그녀의 피부는 하얗게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
그녀가 기운 하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어디 갔다 와?”
“선물 구해오느라고.”
“선물? 내 거야?”
“응.”
서정우가 목걸이를 꺼냈다.
“이거.”
이선화가 웃었다.
“예쁘네. 목걸이.”
그는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다. 그녀의 취향에 맞추려고 저쪽 세계의 톱스타 이선화에게 물어서 이 목걸이를 샀다.
“걸어줄게.”
서정우가 침대 위로 몸을 숙였다. 누워 있는 그녀의 숨결이 너무 약해서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하얀 목에 목걸이를 걸었다. 손에 닿은 그녀의 목과 어깨가 차갑게 느껴졌다. 창백해진 피부, 채워지지 않는 갈증, 체온 하락은 모두 흡혈형 저주의 증상이다.
서정우는 그녀의 목에 목걸이의 걸어준 후에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 사리가 진짜 성물이라면, 효과가 조금이라도 나타나야 해.’
성물의 등급이 높을수록 저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짧아진다.
설사 성물의 등급이 너무 낮아 이 저주를 극복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는 나와야 한다.
지금 이 목걸이 속에 들어 있는 사리가 진짜 성물이라면, 그녀의 상태는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호전되어야 한다.
이선화가 서소라에게 말했다.
“나 좀 일으켜줘. 거울도 좀.”
서소라가 이선화의 몸을 부축해 침대 위에 앉도록 도와줬다.
“언니. 여기 거울.”
“미안. 거울을 들 힘이 없어.”
그 사리가 진짜 성물이라면, 손거울을 들 힘 정도는 생겨야 한다.
그녀가 힘없는 손짓으로 목걸이를 쓰다듬으며 거울을 보았다. 그렇게 잠깐 그 모습을 보다가 흐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정우에게 물었다.
“어때?”
“예쁘네.”
“오빠가 이런 선물 처음 준 거 알아?”
“총 사줬잖아. 네가 원하는 핑크색으로. 무탄피로 개조하고 많이 쏴도 버티게 강화까지 해서.”
“피. 총하고 목걸이하고 어떻게 같아?”
그녀가 목걸이를 계속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오빠. 나 말이야. 사실은 눈물 나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찍고 싶었어. 조연 말고, 내가 그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서.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목걸이를 쓰다듬던 손이 침대 위로 미끄려졌다.
“나. 왜 이렇게 졸립지?”
서소라가 외쳤다.
“언니! 힘내요! 포기하지 말란 말이야!”
서정우가 말했다.
“선화야.”
이선화가 눈을 감으며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말해. 이제 오빠가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목소리는 들려.”
“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하라니까.”
이선화가 실눈을 살짝 떴다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번에도 표가 났어?”
“어.”
“아이씨. 이게 아닌데.”
서정우가 슬쩍 웃었다.
“너 연기 하는 거 보니까 힘이 좀 나나 보다?”
이선화가 서정우를 주먹으로 때렸다.
“힘 난다! 좀 속는 척이라도 하라니까 너무해!”
“흐흐흐.”
“왜 자꾸 웃는데!”
“너한테 맞으니까 좋아서.”
“오빠 변태야? 그런 거였어? 말을 하지. 채찍 하나 사야겠다.”
이선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서소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거울 줘봐.”
서소라는 당황했다.
“어, 언니? 그게 다 연기였어요?”
“봐. 소라처럼 이러는게 정상적인 반응이야. 그런데 이상하게 오빠만 안 속는단 말이야.”
“언니! 이번엔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녜요?”
“미안.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연기라서.”
이선화가 서소라의 손에서 거울을 받아 얼굴을 자세히 확인했다.
“난 왜 이렇게 아파도 예쁠까?”
서정우가 물었다.
“얼마나 괜찮아?”
“오빠가 오니까 많이 편해. 아. 이건 연기 아니라 진짜야. 진짜 편해졌어.”
서정우도 그녀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이 진짜인 걸 안다.
‘효과가 있구나.’
목걸이를 걸어주자마자 이선화의 상태가 좋아졌다.
‘저쪽 세계에서는 그저 오래된 유물일 뿐인 사리였는데 이쪽 세계로 가져오니 성물이 되었어.’
다른 생각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저쪽 세계에 있을 때부터 성물인데, 저쪽에선 구분할 방법이 없어서 몰랐던 것일 수도.’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이제 이선화는 살았다.
이선화가 뺨을 살짝 붉혔다.
“왜 그렇게 봐? 이렇게 예쁜 얼굴 처음 봐? 아닌데. 많이 봤잖아. 자주 보여줬는데?”
서정우가 활짝 웃었다.
“너 얼굴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어.”
“응?”
그녀의 창백해졌던 피부가 제 색을 찾고 있었다. 아직도 저주의 영향이 남아 있다면 뺨이 이렇게 빨리 제 색을 찾지는 못한다.
이선화가 거울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와. 나 혹시 다 나은 거야?”
서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완전히, 완벽하게 저주를 극복했다.”
그는 저쪽 세계의 식품이 맛있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병 치료용 의약품도 도움이 될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저쪽 세계에서 가져온 성물이 이쪽 세계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건 이제야 알았다.
게다가 그녀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삼킨 것도 아니고 흡수한 것도 아니고 단지 목걸이에 넣어서 목에 건 것뿐인데, 벌써 저주를 벗어났다.
‘목걸이를 통한 간접 접촉인데도 이렇게 빠르고 강력한 효과라니.’
그는 원래 희귀 등급의 성물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다. 이선화에게 걸린 저주를 풀려면 희귀 등급 성물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거 희귀 등급이 아니라 전설 등급 같…….’
이선화가 말했다.
“근데 나 힘이 조금 없어. 진짜로.”
서정우가 생각을 바꾸었다.
‘그러면 그렇지. 전설 등급 성물일 리가 있나.’
희귀 등급의 성물만 해도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어쩔 수 없는 비상사태에만 꺼내놓는다.
이선화가 말했다.
“너무 굶어서 힘이 없나 봐. 아. 진짜 배고프다.”
“맞다. 넌 어제부터 물만 마셨지. 너처럼 잘 먹는 애가 쫄쫄 굶었으니까 기운이 없겠지.”
서정우가 성물의 등급 평가를 도로 높였다.
‘벌써 식욕까지 돌아온 걸 보면 전설 등급이 맞나? 그럴지도. 고려 시대 유명한 고승의 사리가 천 년 동안 사람들의 기원을 받았으니까.’
서정우는 안심했다. 그렇게 높은 등급의 성물을 목에 걸고 있으면, 이제 이 이동 병동에 있을 필요가 없다.
“선화야. 집에 가서 밥 먹자. 그래야 힘 나지.”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집에 맛있는 거 더 있나?”
“많아.”
“나 엄청 많이 먹을 건데?”
“식량 저장고 다 비워도 되니까 실컷 먹어.”
“그럼 오빠는 나가.”
“어?”
“나가서 기다리라고!”
서정우는 컨테이너 병동 밖으로 쫓겨났다.
이선화는 옷을 갈아입고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화장까지 한 후에 병동을 나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제대로 말리지 못해 젖어 있었다.
그녀가 목에 건 목걸이를 만지며 물었다.
“오빠. 근데 이 목걸이 뭐야?”
그녀는 바보는 아니라서, 이 목걸이가 심상치 않은 보물이라는 것 정도는 눈치챘다.
“오빠가 이 목걸이를 걸어주니까 저주도 사라지고 몸도 좋아졌어. 이 목걸이 덕분인 거 맞지?”
서정우가 웃으며 말했다.
“몸에 좋은 거니까 항상 걸고 다녀. 어렵게 구했다.”
그녀가 활짝 웃었다.
그녀에게 이 목걸이의 정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서정우가 그녀에게 걸린 저주를 없애려고 구해온 것이라는 게 중요했다.
“응!”
저주 전문가 현승엽이 컨테이너 병동 쪽으로 걸어오다가 이선화를 발견하고 당황했다.
“어? 어떻게 걸음을…….”
이선화도 목걸이 때문에 저주를 극복했다는 것만 알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음. 잘?”
서정우가 적당히 둘러댔다.
“스스로 저주를 극복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제가 구해온 성수가 도움이 됐나 봅니다.”
“성수는 이미 시험해 봤습니다만?”
“외국의 고위 신관이 만든 매우 특별한 성수입니다.”
“아아.”
현승엽은 큰 의심은 하지 않았다. 눈앞에 실제로 멀쩡히 서 있는 이선화가 있고, 저주는 조건만 맞으면 갑자기 풀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서정우에 대해서도 몇 마디 들은 게 있다.
“아. 대단한 요원이시라더니, 그 인맥으로 그 특별한 성수를…….”
“요원 아니고 병장 제대라니까요.”
어쨌든 이선화는 걸어 다닌다. 화장을 했기 때문에 피부색이 얼마나 창백한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걸어 다닐 만큼 회복됐다는 게 중요하다.
저주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서 푸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저주 자체가 희귀한 현상인 데다가 전자공학으로 만든 센서에는 측정되지 않아 연구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일단 방법만 알아내면 저주를 제거할 수 있다. 간단한 저주는 성수를 사용하면 제거할 수 있고, 이번처럼 강력한 저주도 해결 방법만 찾아내면 제거가 가능하다.
다만, 저주 자체는 병이 아니라 주술의 일종이라 그 치료법도 주술적인 게 많았다. 굿을 했더니 갑자기 나았다는 소문도 있고, 이렇게 갑자기 회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저주 전문가 현승엽은 서정우가 성물을 구해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물은 개인이 원한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설명 가능한 다른 이유를 찾아냈다.
“이 지역에 걸린 저주는 거의 제거했습니다. 요원 님이 저주술사 몬스터의 사체와 저주의 도구로 사용된 지팡이를 넘겨주신 덕분입니다. 그 영향에 특별한 성수, 거기다 이선화 씨가 가진 강한 의지의 시너지 효과로 저주를 극복했나 봅니다.”
이렇게 알아서 답을 만들어주면 서정우가 둘러대기 편하다.
“역시 그것 때문이군요.”
“아. 참. 서정우 요원님의 협조에 감사하는 뜻으로, 정부에서 포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포상?”
“훈장을 줄 거라더군요.”
“훈장은 됐고요.”
서정우가 휴대폰을 꺼내 게이트 대응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매번 그의 전화를 받던 젊은 여자가 이번에도 전화를 받았다.
– 네! 요원님!
“내 전화번호 전담이 됐나 보네요.”
– 네!
“그리고 난 요원 아니고 예비역 병장이라니까 왜 다들. 아. 나한테 훈장 준다는 말이 있던데요.”
– 요원님의 적극적인 협조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훈장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훈장은 많으니까 됐고.”
– 네?
“훈장 대신에 레드 포션 하나만 넘기라고 해줘요. 정부 비축분으로.”
– 아. 레드 포션…….
“달라고 하면 예산 타령하면서 안 줄 게 뻔하니까 팔라고 해요. 돈 준다고.”
– 네.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서정우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다급히 그를 불렀다.
– 요원님!
“남은 일이 있습니까?”
– 제 이름은 김미현입니다. 요원님과 같이 일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아, 네. 전 예비역 병장입니다. 요원이 아니고, 앞으로도 요원이 될 생각이 없는 민간인. 재입대 절대로 안 하는 민간인.”
서정우가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했다.
‘철우 아저씨가 레드 포션을 살만큼 돈을 저축해 뒀으려나? 돈 생기면 전쟁터에 쏟아붓는 성격이라 자신이 없네.’
이선화는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았다. 저주에 반응하는 아이템도 성물을 감지하지는 못해서 아무것도 들키지 않았다.
그가 집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고딩은 퇴원했나 봐? 안 보이던데.”
서소라가 대답했다.
“오빠 오기 조금 전에 퇴원해서 부모님 만나러 간다고 갔어요. 걔는 각성자에 정신 저항력도 평균 이상이라서 그런지 스스로 저주를 극복했대요.”
“짜식. 제법이네.”
이선화가 보챘다.
“빨리 집에 가자. 나 진짜 배 엄청 고파. 다 먹어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