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5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05화
쿠그그그그그그-!
피하영의 분신이 발견한 산속 던전에 입장한 은성은 늘 그렇듯 먼저 히포그리프 기수를 소환했다.
그 순간, 멀쩡하던 던전이 지진을 만난 듯 흔들렸다.
은성은 선 자세로 중심을 잡고 서 있었다.
반면 다른 일행은 넘어질 듯 크게 휘청거린 뒤에야 겨우 중심을 낮추어 쓰러지는 상황을 모면했다.
그런 네 사람의 입에서 동시다발적인 신음과 당혹성이 터졌다.
“악!”
“헉!”
“대체 무슨 일이?”
“던전에도 지진이 있나요?”
이것은 은성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하세요.”
은성의 심장 역시 일행 못지않게 뛰고 있었다.
천둥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는 게 사람이다.
하물며 그보다 더한 진동과 굉음이 발밑에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심장이 강철로 되어 있지 않고서야 누가 무심할 수 있을까.
그와중에도 땅거죽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계속 흔들렸다.
“하, 하늘을 보세요! 대장님!”
지면에 집중하고 있던 은성을 향해 한지영이 소리쳤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든 은성의 표정에 균열이 발생했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돌연 거대한 보라색 구름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가 다큐멘타리에서 본 원폭운을 닮았다.
거기에 구름 외곽에선 색색의 번개가 이를 감싸며 거대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보는 이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하늘에 있어 망정이지 저것이 땅에 있었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죄다 전기구이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갑자기 왜?’
잠시 시선을 하늘에 빼앗긴 사이 땅은 다시 한 번 더 크게 진동했다.
이후 땅이 푹푹 꺼지고 갈라졌다.
균열은 성난 짐승이 폭주하듯 사방으로 내달리며 호수, 숲을 집어삼켰다.
그걸로 성이 차지 않는지 산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산이 침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지금 은성의 눈앞에서 거대한 산 하나가 먼지구름을 뿜어내며 땅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광경에 모두 압도당하고 말았다.
숨 쉬는 것도 잊은 몇 초의 시간이 지났다.
몇 시간 같은 몇 초였다.
쾅쾅쾅쾅-!
콰드, 콰드드드득.
우드드드.
생전 들어 본 적 없는 섬뜩한 굉음과 함께 전 방의 땅이 푹푹 꺼지며, 또 어딘 가는 맹렬한 기세로 솟구쳤다.
모든 걸 먹어 치우고, 모든 걸 갈가리 찢어발기고 있었다.
하늘과 땅!
“어, 어떻게…….”
“여기서 죽을 수 없어. 내가,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X발!”
넷 중 가장 얌전하고 고상한 성품이라 생각했던 피하영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타!”
은성이 소리쳤다.
이에 모두가 히포그리프로 몸을 날렸다.
한명희, 피하영, 한명희, 한지영이 기수의 뒤에 탄 것을 확인한 은성은 기수에게 명령했다.
날아오르라고.
펄럭!
“대, 대장님이 안 탔어!”
“멈춰! 대장님이 안 탔다고!”
퍽퍽.
일행은 은성이 타지 않는 상황에서 히포그리프가 날아오르자 기수의 몸을 두들겼다.
그런다고 그 말을 들은 기수가 아니다.
네 사람은 상체를 옆으로 내밀어 아래를 응시했다.
은성이 서 있는 곳으로 균열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날개가 없는 이상 저 균열을 피하기 힘들다.
“아, 안 돼!”
“대장님!”
“흑!”
“내려가, 내려가라고!”
네 사람은 비명 지르듯 소리 질렀다.
곧 그들의 비명은 안도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스프링이 튕겨 올라오듯 지면을 박찬 은성이 단숨에 히포그리프의 다리를 잡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은성은 식은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아래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좀 전까지 그들이 서 있던 지면은 순식간에 거대한 동혈로 변해 있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그 시커먼 입속으로 모든 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번쩍! 촤촤촤촤-!
대지의 위험에선 벗어났지만 이젠 원폭운을 감싼 번개가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고도를 낮춰.’
대자연의 발광(?) 앞에 제아무리 초인이라 불리는 이능 계승자도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저 번개 한 줄기도 견딜 수 없다.
히포그리프와 한 몸이나 다름없는 기수는 놀라운 곡예 비행술로 번개의 그물망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지상의 균열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때부터 번개는 피할 수 있었다.
대신 바위와 나무 그리고 쏟아지는 흙더미를 상대해야 했다.
저 중에서 어떤 걸 얻어맞더라도 버텨 내기 힘들 것이다.
‘기수만으로 버티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은성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존재가 있었다.
마법사였다.
아직은 그들이 필요한 타이밍이 아니다.
더욱이 여긴 자리가 없다.
1남 4녀를 태우고 붙잡은 히포그리프의 균열 속 비행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었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삭은 밧줄에서 곡예를 하는 듯했다.
집채만 한 바위 무더기가 히포그리프 위로 쏟아졌다.
앞으로도 뒤로도 좌우로도 피할 수 없다.
저 바위 무더기와 함께 떨어지는 수밖에.
하지만 그 길도 막혔다.
아래서 용암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니 저 바위 무더기를 뚫고 올라가야 한다.
“헉!”
“아, 안 돼!”
“끝이야!”
일행의 입에서 비탄과 절망에 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두 눈은 굳게 감았다.
그 최후를 볼 자신이 없었는지.
반면 은성은 두 눈 부릅뜨고 있었다.
‘소환!’
은성은 2기의 인형 마법사를 떨어지는 바위 무더기 앞으로 소환했다.
그들은 소환되자마자 단숨에 실드를 생성했다.
그러나 저 두 겹의 실드로는 산 하나를 만들고도 남을 양의 바위 무더기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당랑거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은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부릅뜬 두 눈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삿갓 모양으로 시전된 실드와 바위 무더기가 닿았다.
실드는 금방이라도 깨질 듯 흔들렸다.
외부부터 조금씩 터져나가는 게 보였다.
‘버텨! 버텨!’
일행을 위협하여 균열 속으로 밀어 넣은 번개가 다시 보고 싶다.
아니, 봐야 한다.
그걸 보지 못한다면 생매장이 될 테니까.
은성의 간절한 마음이 통하였는지 바위 무더기는 실드의 면을 타고 굴러떨어졌다.
옆으로 지나가는 바위를 보자 안도와 섬뜩함이 동시에 들었다.
바위 사이로 추락 중인 마법사가 보였다.
그들을 귀환시킬 수 없다.
그 순간 실드 역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인형 마법사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곧 실드 역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그간 버텨 준 덕분에 바위와 바위 사이에 틈이 생겼다.
히포그리프 하나 겨우 지나갈 통로를 네 마리가 일렬로 기가 막히게 통과했다.
녀석들의 배짱에 경의를.
푸확!
흙먼지 구름을 뚫게 4기의 히포그리프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번쩍!
하늘은 여전히 번개로 뒤덮여 있었다.
차라리 저기에 맞아 죽는 게 생매장보단 나으리라.
“사, 살았어!”
“살았어요!”
“돼, 됐어!”
“으아아아앙.”
울지 마, 울지 말라고.
감정은 전염성을 띠고 있다.
한명희의 울음이 그러했다.
은성 역시 눈에 습기가 찼는지 축축해졌다.
보는 사람 하나 없지만 이깟 일에 우는 건 내키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아직은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상황은 여전히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니까.
그러니 울고 싶어도 지금은 참아야 하는 것이다.
번개가 몰아치는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뭐가 있을까?
피뢰침이 떠올랐다.
피뢰침? 당연히 없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것은 있다.
‘미안하다.’
은성은 인형 병들을 속속 소환했다.
그때마다 인형 병들은 풍선 터지듯 터져 나갔다.
그들의 희생이 가중될수록 일행의 안전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수백의 인형 병들이 모두 소진되고, 이젠 기사까지 소진했다.
더는 소환할 인형 병이 없었다.
대피소와 한풍 마을에 있는 인형 병들을 거느리고 왔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여기까진가?’
방법을 죄다 다 써버린 은성은 그제야 한 번도 감지 않던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의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유독 새하얀 벼락을 맞고서.
“꺄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
일행의 비명을 마지막으로 은성의 의식도 끊어졌다.
* * *
“부, 부소장님! 이, 인형 병들이 한순간에 사라, 사라졌습니다.”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든 뒤 사방으로 광선이 떨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지만 이런 경험은 도저히 무뎌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래도 큰일은 터지지 않았다.
던전의 수와 웨이브의 상관관계가 이로서 확실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뻐할 수 없었다.
방금.
“이, 인형 병들이 사라졌단 말입니까?”
한풍 경비단의 새로운 대장으로 임명 된 지 얼마 안 된 장일국 상사, 아니 장일국 대장이 직접 달려와서 이를 알려 주었다.
“이, 인형 병들이…… 설마 오빠?”
“닥쳐. 네 머릿속에 있는 생각 지워. 그게 씨가 될 수 있으니까.”
기성은 미성을 놔두고 곧장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인형 병들이 지키던 성문까지 단숨에 달려온 기성은 다리가 와들와들 떨렸다.
언젠가는 가족 중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막내가 될 것이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기성을 본 사람들이 창백한 얼굴로 그를 향해 신음 흘리듯 말했다.
“부소장님, 인형 병이…… 사라졌습니다.”
“김은성 대장님께…….”
평소 냉정하고 신사적인 모습만 보여 왔던 기성, 하지만 지금의 기성에게선 그와 같은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자책감이 뒤범벅되어 그를 무너뜨렸다.
그렇게 흔들리는 그를 누군가 잡아주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기성의 두 눈은 뜨거운 눈물로 흥건했다.
시야가 뿌옇기에 봐도 누군지 보이지 않았다.
기성을 잡아준 손이 이제 그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아, 아버지…… 은성이가, 은성이가…….”
“멀쩡하다.”
“인형 병들이…….”
“살아 있을 것이다.”
“그…….”
“기성아.”
“……예.”
“넌 이 배의 선장이다. 선장인 네가 흔들리면 선원들이 어찌 될 것 같으냐?”
“제가 경솔했습니다.”
“웨이브는 시작도 안 했다. 그러니 준비하자꾸나. 은성이가 돌아올 집은 있어야 하지 하니까.”
스르릉.
그 말을 끝으로 김정수 소장은 검을 빼들고 성벽으로 터벅터벅 올라갔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던 기성은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린 뒤 명령을 내렸다.
“장 대장님.”
“예, 부소장님.”
“외부에 나가 있는 병력이 귀환할 때까지 여긴 우리가 지킵니다. 싸울 수 있는 자들 모두 집합시키세요.”
“충!”
뛰어가는 장일국 대장을 일별한 후 기성도 칼을 뽑아들었다.
아버지의 말처럼 막내가 돌아올 집은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녀가 돌아올 집 역시.
* * *
“으악!”
“컥!”
“사, 살려줘!”
“아, 안 돼!”
작은 대피소를 감싼 울타리가 녹색의 파도에 단숨에 박살 났다.
그 파도를 막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은 변변한 저항도 못 하고 속속 쓰러졌다.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울타리 뒤에서 보호를 받던 사람들은 이에 절망했다.
절망한 그들의 얼굴 위로 죽음의 그림자가 뒤덮는 건 순식간이었다.
“크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사람들은 도망쳤다.
죽을힘을 다해.
그러나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막다른 곳이었다.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울타리가 이제는 그들을 가로막았다.
사람들은 절망했다.
싸울 수 있는 자들 모두 울타리에 있었다.
여기 있는 자들은 전투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임산부, 어린아이, 늙은 여성이었다.
“켁켁켁.”
“끽끽끽.”
녹색 몸뚱이의 몬스터는 겁에 질린 사람들을 희롱이라도 하려는 듯 바로 죽이지 않고 두려움만 가중시켰다.
놈들의 그 짓거리는 흡사 악랄한 인간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그 짓도 질렸는지 곧 살수를 펼쳤다.
아니, 펼치려는 순간 놈들은 외부인의 개입으로 저지당했다.
높다란 울타리에서 훌쩍 뛰어내린 한 인영에 의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살기충천한 몬스터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인영은 바로 은성이었다.
그의 몸엔 아직도 던전에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체 여긴 어디야? 다른 세계인 건가?’
그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보는 지형지물.
좀비가 아닌 녹색의 몬스터.
그리고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은성의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해야 할 것은 확실했다.
은성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빼들고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