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12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12화
머나먼 이국땅에서 고대하던 승급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히포그리프를 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 여기에 탑승한 일행의 체력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래도 더 분발한 끝에 일본까진 도착할 수 있었다.
미국을 떠난 지 6일 만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대한민국 상공이다.
다시 돌아간다는 희망에 잠겼던 일행이었다.
하지만 더는 이동할 수 없었다.
태풍이 바다를 가로지르고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차례 대자연의 분노를 맛본 그들이기에 만용을 부리지 않고 일단 쉬어가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일본 땅을 밟게 될 줄은 몰랐네. 지영 언니는 감회가 어때?”
“딱히.”
“역시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라니까. 피 비서님은 어때요?”
“저도.”
“어머머. 이런 감수성 제로 인간들 같으니라고. 대장님은요?”
비행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던 한명희는 땅에 내려서자 그제야 힘이 난 것인지 재잘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은성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한명희는 자신이 꺼낸 주제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질 않자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긴 어떤 몬스터가 있을까요?”
셋 중 은성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이왕 내린 김에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그전에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요?”
“지명 따위가 중요할까요?”
은성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여긴 목적지로 가기 위해 잠시 들린 일개 정류소에 불과하다.
은성은 그리 생각했지만 피하영과 한지영은 그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게.”
“갑자기 궁금해지네.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왜 그것을 더 궁금하게 여기지 않는 걸까? 미국처럼 일본도 다른 몬스터일 수도 있는데.
속으로 그리 생각했지만 일행 모두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기에 은성 역시 반대하지 않았다.
“세 분이서 이곳에 어떤 곳인지 알아보세요. 전 몬스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따로 움직이자고요?”
“그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한명희는 자신이 세운 계획과 어긋난 것에 내심 실망했다.
애초 그녀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인생의 절반을 일본에서 살았기에.
“그, 그럼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 되죠. 꼭 따로 알아볼 필요는 없죠. 그럼 제가 앞장설까요?”
은성이 혼자 훌쩍 가 버릴까 싶어 한명희가 선수를 쳤다.
피하영과 한지영은 한명희의 꿍꿍이가 의심스러웠지만 모른 척했다.
여기서 끼어들어 봐야 은성의 의견대로 갈라질 테니까.
“굳이…….”
“가요.”
덥석.
한명희는 대담하게 은성의 팔을 껴안았다.
그리곤 지영을 돌아보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아우. 요즘 애들은 부끄러움도 없나?’
한명희의 돌발적인 행동에 은성은 놀랐고, 한지영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은성을 사랑하는 남자의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피하영만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네 사람은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한지영은 그전에 거슬리는 것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명희야, 은성 씨 팔은 이제 놔주지.”
“제가 잡고 있는 게 싫으세요?”
“그건 아니고 갑자기 몬스터가 나타나면 즉시 대처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듣고 있던 은성은 합당하다 생각해 한명희에게 잡힌 팔을 빼버렸다.
이에 한지영은 웃었고, 한명희는 좌절했다.
‘내가 별론가?’
의기소침한 한명희는 자연스럽게 뒤로 쳐졌다.
그러자 한지영이 단숨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곤 한명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입을 무겁게 하며 그와 보조를 맞추며 걸었다.
이런 이동 방식은 숱하게 해왔기에 몹시 자연스러웠다.
은성도 한명희가 옆에서 걷던 것보다 지금을 더 편안하게 느꼈다.
그렇게 얼마간 이동하던 이들 앞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불쑥 나타났다.
“꼼짝 마라! 움직이면 벌집으로 만들 거야.”
눈에 독기가 잔뜩 서린 꼬질꼬질한 옷차림의 남자들이었다.
반면 무기는 멀쩡했다.
무리에서 턱이 유난히 작은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까이 다가가다 보니 목표인 1남 3녀의 말끔한 옷차림에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네 사람 모두 단검만 갖고 있다는 사실엔 자신의 눈까지 비볐다.
몬스터만큼이나 최악인 약탈자가 활보하는 세상에서 단검 한 자루만 달랑 들고 다니는 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지인인가?
그래도 그렇지.
일행을 대표해서 은성이 앞으로 나섰다.
자신을 겨냥한 활과 석궁 따윈 안중에 없다는 듯 태연했다.
“무슨 일인데 앞길을 막으시는 겁니까?”
“치바시 사람이 아니군. 그렇지?”
덕분에 이곳 지명을 알게 되었다.
물론 관심 없다.
여전히 은성에게 이곳은 잠시 들린 정류장에 불과했으니까.
또한 여기 사람들의 사정 역시 관심 없다.
오직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있는지 그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한국 사람입니다.”
“조센징? 조센징이 어떻게 여기 있지? 조센징은 모두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센징은 조선인의 일본어 독음 명칭이다.
차별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일제감정기를 거치면서 이 단어는 한국인에 대한 멸시의 단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인에게서 조센징이란 말을 듣고 좋아할 한국인은 당연히 없다.
“쪽발이 새끼가 어디서 그딴 말을 입에 담아. 병풍 뒤에서 향냄새 배 터지게 먹게 해줄까?”
격앙된 감정이 묻어나오는 욕설이 터졌다.
이 욕설의 주인은 한명희였다.
인생의 절반을 일본에서 살았던 그녀는 일본인들의 은밀한 인종차별로 많은 상처를 갖고 있었다.
“계집 따위가 사내들 이야기에 끼어들다니 엉덩이를 맞아야 정신을…… 컥!”
한명희는 시대에 뒤떨어진 남자의 면상에 발바닥을 날렸다.
깔끔한 옆차기였다.
그렇게 일방적인 대화는 한명희가 흥분하면서 끝이 났다.
“놈들의 다리를 쏴!”
“더러운 조센징들이 어디서 감히!”
활과 석궁을 든 자들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위를, 방아쇠를 당겼다.
먼 거리도 아니고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온 화살과 볼트다.
그러나 그중 단 한 발도 일행을 해치지 못했다.
맞추긴커녕 모두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놈들이 쏜 화살과 볼트 모두 한명희의 아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공간의 또 다른 활용법이었다.
“이, 이능 계승자다!”
“이능 계승자가 왜 여기서 나와!”
“도, 도망쳐!”
산중의 호랑이라도 된 듯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놈들은 한명희가 보여준 한 수에 주제파악을 하곤 일제히 도망쳤다.
그러나 그들은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발아래 박히는 화살을 보며 급정지했다.
저 화살을 날린 주인공은 은성이 소환한 궁병들이었다.
수십 기의 인형 병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채 화살을 겨냥하자 놈들은 무기를 버리고 바로 투항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용서해 주세요.”
“대피소에 처자식이 있습니다.”
“전 노모가 있습니다.”
“호, 홍익인가? 그 정신으로 저희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일본인의 입에서 홍익인간이 나올 줄이야.
이건 많이 신선했다.
* * *
대피소라기에 한국식 대피소를 떠올렸던 은성 일행은 놈들의 본거지를 보곤 크게 실망했다.
놈들은 공장 단지 내 창고 하나를 개조하여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에 개조된 것이 아닌 이후에 개조된 것인지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기다 더 충격적인 건 이곳의 여자들은 남자들의 공동재산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이에 한지영과 피하영이 크게 대로했다.
동료들이 버젓이 잡혀 온 것을 봤음에도 주제도 모르고 덤비던 놈들은 한지영과 피하영의 가차 없는 손속에 모두 바닥을 기어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당연히 그간 모진 꼴을 당한 여자들 입장에선 기뻐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간 모진 꼴을 당해왔던 여자들은 오히려 다친 남자들을 걱정하며 일행을 적대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바로 그 가스라이팅에 당한 사례인가?’
그게 아니고선 여자들의 행동은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여자들의 반발은 예상하지 못한 듯 한지영은 이에 당황했다.
피하영의 경우 눈살만 가볍게 찌푸리다 저들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다.
“한지영 씨.”
“예, 대장님.”
“저들의 문젭니다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아니, 알겠습니다.”
대피소도 그렇고 사람들 역시 꼴이 말이 아니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냥 가죠.”
자신들을 공격한 행위를 생각하면 명년 이맘때 제사상을 받게 만들어줘야겠지만 저치들을 죽여 봐야 일행의 기분만 찜찜할 것이기에 은성은 발길을 돌리는 선택을 하였다.
이곳이 일본 땅이 아닌 의왕시였다면 은성은 이처럼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그냥 가는 겁니까?”
은성 일행이 말없이 돌아서자 당황한 대피소 소장이 눈치를 살피며 말하였다.
한명희의 발도장이 여전히 찍혀 있는 턱이 작은 남자가 바로 여기 대피소 소장이었다.
“그냥 안 가면?”
“여, 염치없지만 저희를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짜 염치없는 놈이다.
자신들보다 힘이 없어 보일 땐 뭐라도 된 것처럼 밟으려 들더니 자신보다 강하니 바로 안면 바꾸고 도와달라니.
“내가 왜?”
“재, 재물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살펴주십시오.”
재물? 이런 세상에서? 어이가 없었다.
은성이 말이 없자 남자는 사람들을 시켜 상자를 가져오게 시켰다.
크고 작은 상자 두 개였다.
큰 상자 안엔 최하급 스탯석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보다 3분의 1이 안 되는 상자에는 하급 스탯석이 들어 있었다.
이만한 물량이면 두 명까지 중급 스탯석 구역에 발을 딛게 할 수 있는 양이었다.
“저, 전부 드리겠습니다. 대신…….”
“대신?”
“아, 아니. 무례함에 대한 성의입니다. 부디 저희들의 성의를 받으시고 몬스터를 토벌해 주십시오. 놈들이 여기까지 내려오면 저흰 이곳에서도 살 수 없게 됩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한국의 이능 계승자님들.”
대피소 소장은 오체투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이리 행동하자 다른 이들도 냉큼 따라 했다.
“살려 주십시오!”
“도와주세요!”
바다를 가로지르는 태풍이 지나면 그때 바로 출발할 생각이었던 은성은 놈들의 성의와 몬스터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참고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몬스터는 오크였다.
한국, 미국, 일본의 경우만 다른지 아니면 나라마다 제각각일지는 추후 알아볼 생각이다.
이 대피소까지 오는 동안 오크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그 말인즉 이보다 살기 좋은 곳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성장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곳은 피해야 할 장소다.
몬스터가 없으면 성장도 없으니까.
은성 일행에게 있어 몬스터는 이제 자원이다.
그런데 그런 자원을 내주겠다고 하니 휴식을 반납하고서라도 냉큼 먹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용돈까지 두둑하게 내준다니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스윽.
일행들도 자신과 뜻이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은성은 내심 픽 웃었다.
마음이 통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이 어디지?”
* * *
턱이 유난히 작은 초라한 대피소 소장의 요청을 받은 은성 일행은 곧 그자가 말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규모가 상당한 오크 마을을 발견했다.
‘고블린과 오크는 인간처럼 사회적동물인가?’
인간 역시 환경에 따라 정착도 하고 유목민처럼 떠돌기도 한다.
반면 한국의 좀비들은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냥 떠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만난 다른 무리와 자연스럽게 섞여서 하나의 무리가 되곤 했다.
그러나 고블린의 경우에는 서로 다른 무리가 만나면 서로 힘을 겨뤄 승자가 패자를 거느리는 구조였다.
그건 오크도 비슷해 보였다.
인간의 눈엔 똑같아 보이는 오크인데 한쪽은 편히 놀았고, 다른 한쪽은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보단 미국이나 일본의 몬스터가 더 까다롭겠어.’
집단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지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단적인 예로 맹수나 거대 초식동물보다 신체능력이 못한 인간이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이유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대장님, 저쪽에 인간들이 있어요.”
피하영의 말에 고개를 돌린 은성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 벌거벗은 남녀들이 울타리 안에 가축처럼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쪽에선 살인, 아니 오크 입장에선 도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
“저놈들 쓸어버리죠.”
“바로 공격하면 붙잡힌 사람들이 죽을 수 있어요.”
“그건 제게 맡겨두세요.”
승급하면서 방패병을 대거 고용하긴 했지만 바로 미국을 떠난 터라 딱히 쓸 일이 없었지만 여기선 녀석들의 활약이 가장 돋보일 것이다.
그전에 놈들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다행히 이곳엔 그 일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있었다.
한지영이다.
은성은 자신의 생각을 일행에게 알려주었다.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시작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