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45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45화
군주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놈을 죽이자 시스템이 화끈하게 반응했다.
몬스터를 잡고 나서 시스템이 반응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큼직한 선물을 기대해 봄 직하다.
과연 무엇을 줄 것이냐?
은성의 마음을 아는지 시스템은 지체하지 않고 가진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인류 최초로 군주급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대단히 놀라운 업적입니다.
-단신으로 군주급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인형 병들과 함께 싸웠지만 시스템은 이를 하나로 보고 있었다.
함성이라도 질러야 할까?
-보유한 아이템 중 하나를 무작위로 +5 확정 강화합니다.
확정 강화 +5? 이건 무조건 무기여야 한다.
은성의 그러한 강렬한 바람이 시스템에 전달된 것인지 다섯 개의 아이템 중 무기가 당첨됐다.
웬일로.
-최초 한정 전투 헬멧 +5를 습득합니다.
-최초 한정 전투화 +5를 습득합니다.
기존 헬멧과 전투화는 각각 +1과 +2였다.
그것이 단숨에 서너 단계 건너뛰고 전사도와 동급으로 뛰어올랐다.
무기와 달리 방어구의 피해 감소는 지금껏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오크 군주와의 전투에서 피해 감소의 효과를 직접 체감했다.
피해 감소라는 이 효과가 없었다면 진작 외팔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방어구도 경시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역시 간절한 건 무기였기에 무작위 +5강화에선 무기를 열망했던 것이다.
방어구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시스템까지 반응할 정도의 업적이기에 나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큰 선물까진 바라지 않았기에 은성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일까?’
보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상급 스탯석 3개와 던전 보스를 처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염원의 수정과 인벤토리를 비롯한 각종 강화권을 10개씩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승화의 수정 1개를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염원의 수정 100개를 모아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승화의 수정 1개까지 손에 쥘 수 있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가진 의미의 무시무시함을 이번에 체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승화의 수정은 일반인이든, 각성자든 가리지 않고 70퍼센트의 높은 확률로 이능 계승자로 만들어 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뿐인데, 아니 그뿐이어야 하는데.
-승화의 수정을 최초로 습득했습니다.
-업적 달성으로 최초 1회 한정으로 이능 계승자에게 승화의 수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승화의 수정을 본인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시 100퍼센트 확률로 이능이 생성됩니다.
작정하고 퍼주는 것 같다.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가운데 그토록 갈망하던 승급도 이룰 수 있었다.
「특성 : 인형의 군주(SS/EX)+2」
심장이 용광로라도 된 듯 이 순간 펄펄 끓어올랐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며 거대한 희열을 선물했다.
무협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이러한 기분이 아닐까 싶을 만큼 승급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했다.
부르르.
또 한 번의 개안일까?
세상이 달리 보인다.
깨달음의 방에서 느꼈던 희열을 또 한 번 느끼며, 이를 음미하던 은성은 낯선 기척에 이를 회수한 뒤 천천히 돌아섰다.
“누구냐!”
* * *
부들부들.
“구, 쿠리야마 고바야시라고 합니다. 지고한 존재시여!”
승급의 희열감이 가시지 않은 은성과 눈이 마주친 고바야시는 그를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찰나였지만 고바야시가 본 은성의 두 눈은 신안! 신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그런 형형한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고바야시는 오체투지로서 은성을 대하고 있었다.
은성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대의 행동은 뜬금없었으니까.
제2의 카오루인가?
‘저자는 날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 거지?’
의아했지만 상대가 자신의 모든 걸 다 내줄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기에 오해는 뒤에 풀기로 하고 질문부터 던졌다.
손에 들어온 보상이야 추후 수습해도 문제 될 게 없었으니까.
“소속이 어딥니까?”
“욱일승천군 소속 1군 총대장 쿠리야마 고바야시입니다. 지고한 존재시여!”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대답하는 고바야시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지고한 저 존재의 강림으로 인해 일본의 상황이 이전과 180도 달라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욱일승천?”
반문하는 은성의 시선이 고바야시의 가슴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건 일장기가 아닌 욱일기였다.
한국인이 욱일기를 보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건 한국인이 아니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아닐 때도 저 전범기를 사용했던 자들이 바로 일본이란 나라다.
제국주의를 꿈꾸지 않고서야 어찌 그 전범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시절의 은성에게도 그 모습은 꼴불견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자칭 욱일승천군이니 어쩌네 하는 인간을 보았고, 또 전범기를 자랑스럽게 가슴팍에 달고 있는 걸 보았다.
이때부터 은성의 표정은 싹 변했다.
경멸로.
고바야시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들떠 있었다.
대일본의 영광이 저 존재로 인해 다시 한번 찬란하게 빛나리라 상상하고 있었다.
“예, 지고한 존재시여.”
“하아. 쪽발이들은 이런 세상이 되고도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군.”
“지, 지고한 존재시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난 너희가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사람이야. 그런데 그런 내 앞에서 욱일승천을 언급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말이야.”
“조, 조센징? 그, 그럴 리가 어찌 그 천한 민족이 당신처럼 위대한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새끼가 뺨까지 때리네.
경멸은 분노가 되었다.
“내가 조센징이라고 하면 넌 대한민국 사람이냐고 정중하게 말했어야 했어.”
세상은 약육강식으로 변하였다.
국내법도, 국제법도 이젠 무용지물이다.
은성은 차디찬 얼굴이 되어 전사도를 뽑아 고바야시를 겨누었다.
칼끝에 서린 시퍼런 서광에 고바야시는 혼비백산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고바야시는 저항도, 변명도 못 한 채 그 자리에서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이 마치 제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쳤던 당시의 그 모습과 판박이다.
본인도 이를 자각했을까?
고바야시의 얼굴이 순간 흉신악살처럼 변하더니 괴성과 함께 은성을 향해 돌진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칼은 빼들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나 놈의 행동을 보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죄와 반성을 모르는 거야 교육이 잘못됐으니 그럴 수 있다.
무식은 죄가 아니니까.
하지만 살의를 갖고 덤비는 데 참아 줄 마음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라면 심신미약으로 있는 죄도 용서하겠지만 은성은 대한민국의 너그러운 판사 따위가 아니다.
서걱!
은성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달려드는 고바야시의 목을 베어 버렸다.
고바야시는 드디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장렬한 전사를.
다만 그 대상이 오크 군주가 아니어서 그 의미가 희석되었지만.
고바야시를 단칼에 베어버린 은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움직였다.
오크 군주의 사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부산물을 챙기곤 곧장 히포그리프의 등짝에 올라탔다.
은성이 떠난 폐허엔 순간적인 발작으로 명을 재촉한 고바야시의 시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쓸쓸한 그 주검 위로 바람만 불었다.
휘이이이잉.
태풍을 예고하는 습한 바람이었다.
* * *
은성은 일본에서 터무니없는 업적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그가 얻은 것은 실로 엄청 났다.
오크 군주의 부산물을 연구소에 넘겨주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은성, 그의 방문은 그로부터 2시간 후에 열렸다.
그런 그의 입가엔 전에 없던 자신감이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능 : 단거리 공간 이동(B/B). 공간 이동(F/S).
‘공간 이동이라니…….’
보상으로 얻은 승화의 수정을 사용해 2번째 이능이 생겼다.
그것도 S등급의 공간 이동이다.
지구 어디에 있든 한 번 가본 장소의 경우, 물론 해당 장소를 기억해야 하지만, 원하면 즉시 그곳으로 갈 수 있다.
이로써 본진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다.
유사시 바로 귀환할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었으니까.
특성의 경우 기존 1,000기에서 2,000기로 증가했다.
특수 병과의 증가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기사(30/30)」
「마법사(30/30)」
「인어 병(100/100)」
「히포그리프 기수(50/50)」
S등급 당시 기사 5기, 마법사 5기, 인어 병 50기, 히포그리프 기수 10기였다.
특수 병과를 제외한 나머지 병과는 경험을 바탕으로 조정하였다.
검방병(490).
궁병(350).
창병(300).
도끼병(300).
방패병(350).
병과의 조정과 배치 때문에 시간을 제법 낭비했다.
이처럼 병력도 대거 증가했지만 승급하면서 얻은 모든 스탯+5 덕분에 병사들의 전투력 역시 한층 강해졌다.
그중 가장 주목할 병과는 단연코 기사였다.
기사의 특수 스탯인 오러가 99를 넘자 명칭이 기존 오러에서 오러 블레이드로 바뀌었다.
마법사 역시 마법의 종류와 위력이 대폭 달라졌다.
한지영의 이능인 불의 비처럼 넓은 범위의 공격 마법을 그들 역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효용성은 한지영보단 마법사들이 더 좋다.
불의 비는 날씨와 환경을 감안해야 하지만 마법사들의 마법은 이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정 되게 좋아 보인다?”
은성이 자신의 방에서 나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성과 미성, 그리고 카오루가 쪼르르 달려왔다.
카오루는 몰라도 기성과 미성은 대피소 일로 다들 바쁜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업무를 팽개치고 자신만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좋은 일이 있으니까요.”
“그게 뭐냐?”
“승급했어요.”
“스, 승급? 그 말은…….”
“예, SS등급이 됐어요.”
“드, 드디어 됐구나! 축하한다. 축하해.”
기성을 시작으로 미성과 카오루의 축하가 이어졌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서재로 가자. 아버지도 무척 궁금해하셔.”
은성이 군주 몬스터의 사체를 연구소에 넘겨준 건 일부만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 일부엔 한풍가의 가주이자, 한풍 대피소의 진정한 주인인 김정수 소장 또한 알고 있었다.
은성은 형제들과 함께 김정수 소장이 기다리는 서재로 향했다.
카오루는 그 입구에서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를 보다 안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는지 슬쩍 빠졌다.
은성은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김정수 소장에게 소상히 알렸다.
고바야시나 욱일승천이란 조직은 함구했다.
알아봐야 감정만 나빠질 일이기에.
“이, 이천?”
“예. 아버지.”
“네 안전이 항상 걱정이었는데 이젠 걱정을 덜 수 있겠구나.”
김정수 소장은 본진, 아니 가족의 안전을 위해 전력의 4, 5할을 항상 두고 다니는 은성을 걱정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기성과 미성 역시 이를 크게 기뻐했다.
막내의 안전과 본진의 안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쾌거였으니 이는 당연한 반응이다.
“이런 날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아빠. 오늘 가족 회식 어때요?”
김정수 소장 역시 기분이 좋았기에 바로 승낙했다.
“그것도 좋지만 이왕 하는 김에 간부들도 초대해서 함께하자꾸나. 그들도 알아야 하니까.”
미성은 곧장 서재를 나섰다.
술이야 창고에서 바로 꺼내면 되지만 음식은 지금부터 조리해야 하기에 서둘렀다.
그렇게 미성이 나가자 김정수 소장이 표정을 굳혔다.
“하얀 가면의 정체가 미심쩍구나.”
“전 그자가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요.”
은성의 대답이 예상을 벗어나서일까?
김정수 소장과 기성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니?”
기성이 서둘러 물었다.
은성은 김정수 소장을 일별한 후 대답했다.
“큰형도 알다시피 그자가 내놓은 정보는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아요.”
“공간 이동 능력자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모은 정보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혹시, 그쪽에 예언가가 있을지도.”
“예언가라…… 하긴, 그런 능력도 없으리란 법은 없겠네요.”
상대가 멸망 전 소설에서 본 인생 2회차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큰형의 말을 들어보니 그보단 이게 더 현실적이다.
입에 모터를 단 것처럼 잘만 떠들던 하얀 가면이 몇몇 대목에서 갑자기 얼버무리던 기이한 그 행동, 어쩌면 그쪽 예언가가 보지 못한 미래일지도.
“은성아.”
“예, 아버지.”
“다음에 그자를 만나면 우리와 손을 잡는 게 어떤지 넌지시 물어보는 건 어떻겠느냐?”
미래에 닥칠 일을 알 수 있다면 그야말로 손 짚고 헤엄치기다.
당장 작은 형의 일만 하더라도 미리 알았다면 진작 손을 썼을 것이다.
은성이 대답하기 전 기성이 먼저 나섰다.
“아버지,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먼저 접근한 건 하얀 가면입니다. 필시 우리에게 바라는 게…… 음, 정확하게는 은성이겠네요. 아무튼 은성이에게 바라는 게 있을 겁니다.”
“일리가 있군. 은성아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큰형과 생각이 같아요.”
김정수 소장은 두 아들의 의견이 일치하자 하얀 가면과의 문제는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은성아.”
“예, 큰형.”
“그자를 다시 보더라도 서둘지 마.”
“서둘 생각은 없어요.”
군주급? 이젠 한반도에 나타나도 상관없다.
훗날의 군주급은 몰라도 적어도 지금의 군주급 몬스터에겐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일본을 다시 갈까? 아니면, 미국에 가 볼까?’
공간 이동을 얻은 은성은 이 순간 행복한 고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였다.
큰형이 어깨를 툭 칠 때까지.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