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59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59화
이번에 은성이 들어온 던전의 환경은 동토였다.
이와 같은 환경은 처음이라 은성은 적잖이 당황했다.
다행히 넉넉한 인벤토리 덕분에 방한복도 따로 준비하였기에 서둘러 꺼내 입었다.
추위에 잠깐 노출되었을 뿐인 데도 제법 고통스러웠다.
‘나 정도 되는 체력 스탯에 이런 고통이면 다른 대원들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겠는데.’
나가면 그들에게 경고해 주기로 생각한 뒤 인형 병을 소환했다.
녀석들을 소환하기 전에 조금 걱정됐다.
기계도 너무 추우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천만다행하게도 우려했던 일은 없었다.
추위도 녀석들을 어쩌지 못했다.
작은형의 감시를 위해 배치한 인형 병 5기와 시한폭탄을 가격한 도끼병 1기를 제외한 94기의 인형 병, 그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수색에 나섰다.
은성은 그들에게 검은 땅 수색 외에 한 가지 명령을 더 내렸다.
시한폭탄 수색이었다.
인형 병들을 모두 내보낸 은성은 이번엔 텐트를 꺼냈다.
원터치 형식이라 텐트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바람만 막았을 뿐인데 한결 살 만했다.
‘아침도 안 먹고 와서 출출했는데. 칼국수나 먹어야겠군.’
조리가 끝나자마자 인벤토리에 곧바로 넣어두었던 칼국수를 꺼냈다.
인벤토리의 기능 중 하나가 완벽한 보존이다.
그러나 인벤토리 밖은 칼국수에겐 치명적이었다.
냉칼국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체 얼마나 추우면 이게 이렇게 얼어버릴 수 있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날씬가?”
아무래도 대원들에게 단단히 경고를 해둬야 할 것 같았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동안 칼국수는 완전히 얼음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이걸 보니 텐트 밖으로 더더욱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검은 땅만 찾아, 검은 땅만.’
시한폭탄을 찾으라는 명령은 거두어들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로부터 3시간 후.
‘군주님, 검은 땅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연락이 왔다.
이번 던전 보스는 패스하기로 했다.
은성의 지시를 받은 인형 병들은 처음으로 군주가 없는 상황에서 저들 스스로 보스를 상대로 싸웠다.
또다시 찾아온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시간.
-보스 정예 전사 좀비를 처치했습니다.
-인벤토리 1개가 지급됩니다.
.
.
.
인형 병들로만 잡아도 보상은 온전히 은성의 손에 들어왔다.
보상에 대해선 내심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은성은 온전한 보상을 받게 되자 인형 병만 던전에 들여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던전 붕괴와 함께 밖으로 나오면서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
손상된 인형 병들이 30기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6기는 완파에 근접하는 수준의 손상을 입었다.
아군의 피해 원인을 도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지휘관이 없기 때문이군.’
자신이 없더라도 이전에 각 조에 배치했을 땐 이와 같은 피해를 입은 경우가 없었으니까.
승리했으나 달갑지 않은 승리다.
완벽한 회복을 위해 손상을 당한 인형 병은 모두 귀환시켰다.
그렇게 보내고 남은 병력은 64기가 전부였다.
각 조에 5기씩 내주면 남은 병력은 39기.
‘또 그런 환경이더라도 이번엔 직접 움직여야겠군.’
대원들이 오기 전에 한 곳 더 돌아볼까 고민하던 은성은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 안에서 먹지 못한 아침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피난민인가?’
그들은 피난민이 아니었다.
B-47 대피소의 이명민 소장을 비롯한 그곳의 전투부대였다.
그리고 그중엔 한지영 대위도 있었다.
은성은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
한지영 대위의 얼굴에 반가움과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의 몰골을 보니 던전을 돌고 나온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지영보다 이명민 소장의 입이 더 빨랐다.
“김은성 씨가 여긴 무슨 일입니까? 설마, 본인이 올 줄 알고 마중 나오신 겁니까? 하하.”
“…….”
“농담입니다. 농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이명민 소장은 초반 한정 퀘스트를 마친 이후 대피소 밖으로 발길 한번 주지 않던 인물이었다.
소장단 회의에도 매번 대리인을 보냈을 만큼 게으른 자다.
아니, 겁이 많은 건가?
아무튼 그러한 인물이 직접 행차할 정도면 중대한 일이 아닐까 싶다.
“김정수 회장님…… 아니, 김정수 소장님을 뵈러 가는 길입니다.”
“아버님을? 초대를 받으셨습니까?”
멸망이 시작된 이후 한풍 대피소는 박형수 부녀 이외에 외부인은 일절 들이지 않았다.
거기엔 각 대피소 소장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닙니다.”
“그럼 고명고 대피소에서 만나기로 하신 겁니까?”
“아뇨, 한풍 대피소로 가는 중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할 때부터 느낌이 왔지만, 설마 초대받지 않았음에도 불쑥 방문하려 할까 싶어 질문하였던 은성은 이명민 소장의 돌아온 답변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일반인이면 그럴 수 있다.
모를 수도.
하지만 상대는 하나의 대피소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소장이다.
그런데도 그 규칙을 무시한다는 건 한풍 자체를 우습게 여기는 행위다.
더욱이 이명민이 대동한 병력만 무려 150명이다.
눈빛이나 몸집을 보니 정예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오고 있었다.
“한풍의 규칙을 모르십니까?”
“그 유명한 규칙을 저와 같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모를 리 있겠습니까. 하하.”
“아시는 분이 왜 그런 행동을 하시는 거죠? 이 소장님의 행동이 양 대피소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 안 하신 겁니까?”
새파랗게 어린놈이 정색하며 따져 묻자 이에 자존심이 상한 이명민 소장은 평소 버릇대로 상대의 조인트를 까려다 흠칫 놀라서는 발을 뒤로 뺐다.
마침 이 모습을 본 한지영 대위를 비롯한 몇몇 간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가 풀어졌다.
‘미친, 김은성의 조인트를 노리다니!’
‘소장님, 돌았습니까?’
‘은성 씨가 이 소장 행동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색은 풀렸지만 근심마저 사라진 건 아니기에 다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은성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그들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한지영을 비롯한 간부들의 근심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명민 소장의 급발진을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명민 소장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
간부 중 두 명이 이명민 소장의 곁에 바짝 붙었다.
혹시 모를 급발진을 막기 위해서였다.
“한풍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한풍가의 직계께서 여전히 외인 취급하시니 섭섭하군요.”
그렇게 따지면 고명고 대피소 소장 오상배는 한풍 대피소 문턱이 닳아 없어질 만큼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외인이니까요. 고명고 대피소에서 연락을 기다리시길 권고합니다.”
권고라는 그 단어에 이명민 소장이 또 급발진했다.
이럴 줄 알고 옆에 딱 붙어 있던 두 간부들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은성은 이번엔 이명민 소장의 부자연스러운 발 움직임이 무엇 때문인지 알아차렸지만, 그 부하들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모른 척했다.
은성의 반응에 제대로 기분이 상한 이명민 소장은 처음과 달리 일언반구도 없이 그냥 가 버렸다.
은성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명민 소장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한지영 대위는 남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녀도 이명민 소장을 따라가고 있었다.
오늘 사냥에선 한지영은 빠지려는 건가?
‘군인정신이 뭐라고.’
* * *
“한지영.”
“예, 소장님.”
“너도 참 고생이다. 저런 싸가지 없는 놈 비위 맞춰주면서 그동안 그 옆에 있었던 거냐?”
개소리도 참 진지하게 하는 이명민 소장이었다.
한지영은 부하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해서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꾹 삼켰다.
“고명고 대피소까지만 함께 하고 전 던전에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저 자식의 모든 걸 다 빼앗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덜 먹도록 만들어. 내 한 대위 자넬 믿고 있는 거 알지?”
지 필요할 때만 믿음을 들먹이는 인간의 말을 어찌 신뢰하랴.
그래도 상관인데다 엮인 것도 있어 고개만 살짝 숙였다.
“여자가 말이야 살갑게 행동하고 그래야 하는데 우리 한 대위는 너무 FM이야, FM. 뭐, 그것도 매력이긴 하지.”
앞서 은성의 눈치를 살폈던 간부들이 이번엔 사색이 되어 한지영의 눈치를 살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차별적인 발언만큼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그들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이 양반 사고 치기로 작정한 건가?’
‘한 대위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 걸 알면서도 저 양반 또 저러네.’
‘한 대위가 독립하겠다고 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간부들 모두 한지영보단 계급이 높았지만 다들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한지영이 평소 존경하는 상관도 그중 하나였기에 한지영은 발끈했던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언제까지 눌러질지.
“하지만 여자가 그래선 안 돼. 이게 다 한 대위를 아껴서 하는 말이니까 가슴에 잘 새겨둬.”
이명민 소장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계속 머물자 한지영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말았다.
한지영은 자신의 손으로 견장을 뜯어 이명민 소장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러면서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토해냈다.
“시발 안 해! 개 같은 군바리 때려치운다. 더러운 똥별 새끼야!”
인지부조화의 순간이 지나고 상황을 인지한 이명민 소장의 얼굴이 종이 구겨지듯 구겨졌다.
“하, 한지영 너 이 녀석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먼저 찾아와서 네 부하와 그 가족들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한 건 너였어! 그런데 이제 와서 약속을 깨겠다는 거냐!”
“약속을 깨라고 등 떠민 건 바로 당신이야. 장 상사, 오 중사!”
“이때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대위님 진짜 많이 참으셨습니다. 얘들아, 여신께서 부르신다. 응답 안 하면 고자 된다. 부름에 응할 놈은 전방을 향해 이명민 개새끼 세 번 소리 질러!”
“대위님, 그래도 계급은 제가 장 상사님이나, 오 중사님보다 높은데 저부터 부르셨어야죠.”
“군인 때려치울 놈이 계급은 무슨. 앞으로 두 사람을 형님으로 모셔.”
“오! 들었지 백 소위. 아니 정훈아. 이제 내가 형님이다.”
“일국이는 큰형, 난 작은형이라고 부르면 된다.”
한지영의 직속 부하 모두 돌아서 버렸다.
이에 이명민 소장은 당황하여 악만 썼다.
“하, 하극상이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모조리 영창 가고 싶어!”
“제대했으니 이젠 민간이야.”
“이, 이년이! 다들 뭐 하는 거야! 저놈들 잡아!”
머릿수는 이명민 소장 측이 많았지만 그들이 한지영을 감당하긴 어려웠다.
한지영은 이명민 소장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도로를 향해 자신의 이능을 뿌렸다.
이를 본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서는 뒤로 물러섰다.
일부는 석궁과 활을 들었다.
한지영 측도 이를 좌시하지 않고 즉각 대응했다.
서로가 피를 볼 일촉즉발의 상황인 그때 제3자가 끼어들었다.
“한 대위, 지금 뭐 해?”
“지영 언니, 드디어 제대하는구나.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살벌한 송별회네.”
그들은 바로 한풍 1군이었다.
은성의 위명에 가려져서 그렇지 한풍 1군도 만만치 않은 위명을 가진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한두 명도 아닌 전원이 이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의 위명과 개개인이 풍기는 분위기에 질린 이명민 측 사람들은 들었던 무기를 조용히 내리며 이명민 소장과 거리를 두었다.
“너,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김 중령? 이 소령? 박 대위 지금 장난해?”
“그러게 적당히 하셨어야죠. 한 대위도 참을 만큼 참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소장님은 눈이 없으십니까? 저들은 한풍 1군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그도 있습니다.”
“너, 너, 김재중이 넌 내게 이러면 안 되지? 나와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그러기에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세상이 달라졌으니까 그 성질 죽이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전 소장님보단 B-47의 장병들과 그 가족들을 지키렵니다. 이찬수, 박태철.”
“소령, 이찬수.”
“대위, 박태철.”
“난 이 일에 개입할 생각 없다.”
“저희들 모두 중령님과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저 역시.”
이명민 소장은 자신의 친위대로 생각했던 이들이 모두 등을 돌리자 화낼 힘도 사라졌다.
그래도 자존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저, 정부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 그땐 너희 모두 군법에 회부될 거다! 빌어먹을 놈들.”
김재중 중령은 이명민 소장을 쳐다보지 않고 정순철 앞으로 걸어갔다.
“전에 한 번 인사 나눴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군요.”
“한판 붙으면 어쩌나 가슴 졸였었는데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중령님.”
“불미스러운 일은 잊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명민 소장은 저희가 모셔가겠습니다. 두 번 다신 오늘과 같은 일은 저지르지 못할 겁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순철은 한지영을 쳐다보았다.
한지영 역시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대로 저들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B-47 대피소엔 아직 자신의 부하들과 그리고 그 가족들이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중령님.”
“말하게.”
“제 새끼들과 그 가족들 모두 넘겨주십시오.”
“이명민 소장도 이젠 전처럼 행동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다시 한번 생각해주게.”
저 말을 들어주는 순간 그녀와는 완전한 결별이기에 김재중 중령은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하지만 한지영의 태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중령님껜 항상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자넨 어디로 갈 건가?”
한지영이 대답을 망설이는 그때, 은성이 나타나선 그녀의 고민을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한지영 씨가 한풍을 선택한다면 우린 그녀를 환영할 겁니다. 그녀의 지인들 역시.”
은성의 등장에 김재중 중령은 한지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들의 대피소로 복귀했다.
권위를 상실한 이명민 소장을 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