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00
69화 변수 (2) >
혈마라니?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계획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
나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전진교의 도사에게 진기를 불어넣으며 물었다.
“나는 남천검객의 제자인 소운휘요. 군사 어른과 만종 진인의 명을 받고서 매복지로 향하던 중이요. 자세히 말해보시오.”
그런 나의 말에 죽어가는 도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이신성….”
“적습을 당한 것이오? 아직 혈마는 우군도독부에 있소.”
물론 거짓이다.
진짜 혈마는 당신 앞에 있다.
그런 나의 말에 전진교의 도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기를 불어넣는데 그의 몸에서 격심한 경련이 일어났다.
“끄으으으으.”
“이보시오!”
아무리 진기를 불어넣어도 소용없었다.
결국 전진교의 도사는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어떡할 거야? 누가 네 행세를 하고 있는가 본데.
행세를 하는지 아니면 이들이 오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하지도 않은 짓에 혈마라는 오인이 씌워지는 것은 내버려둘 수야 없지.
나는 다급히 도사가 걸어온 길을 역으로 추적했다.
떨어진 핏방울들만 봐도 알 수 있다.
-……..
-……..
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를 수많은 이명들이 울렸다.
전진교의 도사들은 대대로 검을 주무기로 사용해온 문파였다.
소담검이 내게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휘야. 검들이 울부짖고 있어.
그건 나도 들린다.
검들이 하나 같이 주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희생이 머지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서둘러 그곳으로 경공을 펼쳤다.
-채채채채챙!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을 울리고 있었다.
수풀을 헤치고 소리의 진원지로 다가간 나의 눈으로 피로 얼룩진 참극이 들어왔다.
곳곳에 널려진 전진교 도사들의 시신.
멀쩡한 것이 없었다.
대부분이 반토막이 나거나 잘려서 죽었다.
수풀 이곳저곳 널려 있는 살점들과 피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저걸 봐! 운휘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곱 명의 전진교 도사들이 합공으로 검진을 펼치며 어떠한 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의 복장이 다른 도사들과 다르고 초식을 펼치는 검놀림을 봐서는 전진교의 일대제자들인 것 같았다.
‘저게 칠성검진인가.’
전진교의 도사들이 펼치는 검진은 흡사 북두칠성을 연상하게 했다.
정파 무림에서 가장 뛰어나다 물리는 사대 절진 중 하나답게 검진을 펼친 위력만으로 초절정의 고수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상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검진을 상대할 만큼 절세고수였다.
검을 휘두르는 것도 적재적소에만 움직이고 있었다.
-운휘야. 저 자가 쓰고 있는 가면….꼭
내 것과 흡사했다.
칠성검진을 상대하고 있는 저 자는 악귀 가면에 죽립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저 자의 검은 혈마검과 닮아 있었는데, 검신이 붉었다.
-대체 뭔 일이야?
‘……혈천대라공에 의한 것이 아니야.’
저건 말 그대로 검신을 붉게 도금한 것이었다.
하나 저 정도만으로도 상대가 무슨 의도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간에 알려진 내 모습을 흉내내서 혈마인척 하고 있다.
-어떻게 할 거야?
저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흉내내서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일단 전진교의 도사들에게 합류해서 저놈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야 겠다.
어차피 무림 연맹과 전쟁을 치를 운명이라고 해도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누명 받게 되는 일은 피하고 싶다.
-팟!
결정을 내린 나는 그들이 싸우는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남천검객을 제자라고 정체를 밝히면서 도우려고 하는 찰나였다.
-촤촤촥!
“끄억!”
“컥!”
“사제에에에!”
순식간에 칠성검진을 펼치던 세 명의 전진교 일대제자들의 몸이 반 토막으로 갈라지며 상반신과 하반신이 나누어졌다.
빌어먹을!
애초에 저놈은 칠성검진을 단숨에 파훼할 수 있었다.
방금 전의 움직임은 나조차 흐릿하게 보일 만큼 엄청난 쾌검이었다.
결국 저들을 가지고 놀았다는 의미였다.
-스륵!
나는 풍영보를 펼쳤다.
놈이 휘두르는 검의 궤적이 사제들을 보며 절규하는 다른 전진교의 일대 제자들을 늑대의 발톱처럼 갈가리 찢어발기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채앵!
붉은 도금을 한 가짜 혈마검과 남천철검이 부딪쳤다.
그 순간 강렬한 풍압이 일어났다.
-파파파파파파파팍!
나의 신형이 뒤로 열 보 가까이 밀려났다.
하단전의 공력만으로 상대의 검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후한 공력을 지녔을 줄이야.
나는 다급히 전진교의 제자들에게 소리쳤다.
“남천검객의 제자인 소운휘요. 당장 물러나시오!”
“이, 이신성!”
정체를 밝히자 그들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가 금방 지는 석양처럼 어두워졌다.
구원자가 왔다고 하기에 그들의 희생은 참혹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전진교의 제자들 중 한 사람이 외쳤다.
“혈마입니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미치겠네.
가짜가 혈마가 되고.
그렇다고 대뜸 나타나자마자 저 자가 가짜라는 식으로 외칠 수도 없었다.
차라리 이들이 떨어지게 만들어야 겠다.
“오히려 방해되오! 차라리 도움을 요청하시오! 어서!”
그런 나의 외침에 네 명의 전진교의 제자들이 망설였다.
그래도 정파의 기개가 남아있는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때 죽립에 악귀가면의 가짜 혈마가 입을 열었다.
“보내주지. 가라.”
목소리를 굵게 내는 것은 변조한 것 같다.
선뜻 자비를 베푼다는 듯이 말하는 놈의 태도에 전진교의 제자들의 표정이 말로 이루기 힘들만큼 비참해졌다.
“이 악독한 사도 놈이!”
결국 참지 못한 한 전진교의 제자가 신형을 날렸다.
가짜 혈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쇄도해오는 전진교의 제자를 향해 웅장한 힘이 실려 있는 검을 뻗으려 하는데, 그것을 도중에 내가 막아냈다.
-챙!
-파파파파팍!
놈과 부딪치자 역시나 신형이 또 다시 밀려났다.
“허튼 짓 하지 말고 가시오!”
“하나 사형제들의 죽음이….”
정말 말 안 듣네.
차라리 한두 사람 정도 더 죽게 내버려둘까.
다행스럽게도 다른 전진교의 제자가 그를 붙잡고서 만류했다.
그리고 서둘러 도망치며 소리쳤다.
“조금만 버텨주십쇼! 스승님과 돌아오겠습니다!”
아니 안 와도 돼.
자비를 베푼 가짜 혈마가 검을 쥔 채 뒷짐을 지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정확하게 내가 들고 있는 검으로 향해 있었다.
“남천철검.”
검이야 나 스스로 남천검객의 제자라 밝혔으니 당연히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놈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죽은 자에게서 검을 배운 것이냐?”
마치 뭔가를 안다는 투다.
나는 놈에게 검을 겨냥하며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그대야말로 내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잘 알 터인데?”
잔인한 손속과 다르게 말투에서 교양이 배어있다.
이 자는 대체 누구지?
아직 중단전을 개방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강함이 느껴진다.
놈의 오른팔이 살짝 움직였다.
그 순간 나는 다급히 검을 횡으로 들어올렸다.
-채애애애앵!
고막이 찢어질 듯한 철 소리.
놈의 신형이 어느새 내 앞에 서있었고 서로 검을 맞부딪치고 있었다.
손바닥이 찢겨나갈 만큼 아려왔다.
“신기하군. 벽에 걸쳐있는데 어떻게 기(氣)를 연 거지?”
정기신의 기를 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이 자가 벽을 넘은 고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태껏 팔대 고수의 역량에 이른 초인들이 아니고는 정확하게 나를 관조한 자들이 없었다.
-파르르르!
부딪치고 있는 검신이 떨려왔다.
가면을 쓰고 있는 놈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가진 무공에서 비롯된 것인가?”
나를 분석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왼쪽 눈을 감고서 중단전을 개방하고서 단숨에 성명신공을 7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떨리던 남천철검의 검신이 놈의 검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채앙!
나는 검을 밀어냄과 동시에 놈의 복부에 발차기를 날렸다.
가짜 혈마가 뒤로 가볍게 신형을 날리며 이를 피해냈다.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놈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쾅!
‘진 축아회검.’
진 성명검법의 제 6초식 축아회검(逐亞廣劍).
검이 회전하며 회오리를 치려는 순간이었다.
-스륵!
놈의 신형이 빠르게 나의 앞을 파고들며 검을 쥐고 있는 손목을 베려고 했다.
이에 나는 축아회검을 펼치려던 것을 멈추고서 방향을 틀어 팽이처럼 회전하며 놈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차아아앙!
‘이런….’
휘두르는 검을 놈이 맨 손바닥으로 막아냈다.
그러더니 나의 미간으로 검을 찔렀다.
뒤로 몸을 젖히며 나는 공중제비를 돔과 동시에 놈의 턱을 발로 걷어찼다.
놈이 뒤로 살짝 몸을 날리며 이를 피해냈다.
그리고는 내 발목을 낚아채려 했다.
‘그렇겐 안 되지.’
나는 바닥에 검을 꽂고서 이를 지지대 삼아 발의 방향을 틀었다.
몸이 회전을 하며 놈의 팔목으로 발차기가 날아갔다.
-팍!
놈이 손목을 들어 이를 그냥 막아냈다.
조금이라도 밀릴까 했는데, 전혀 물리지 않고 도리어 발등이 아파온다.
놈이 검으로 발목을 잘라내려 했다.
발등에 힘을 주고서 놈의 손목을 밀어내며 이를 피했다.
-촥!
조금만 늦었어도 발목이 잘릴 뻔 했다.
가면 속에서 놈이 나를 바라보는 눈매가 거꾸로 된 초승달을 그리고 있었다.
“즐길만한 가치가 있군.”
…….이놈 지금 적당히 하고 있다.
전력을 다하면 나를 밀어붙일 수 있는데, 일부러 여지를 둔다.
무슨 의도인지 알아내야 할 것 같다.
나는 놈에게 말했다.
“혈마를 왜 사칭하는 거지?”
그런 나의 물음에 눈웃음을 보이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놈이 내게 반문했다.
시치미를 뗀다고 한 말 같은데 통할 리가 있나.
“혈마는 지금 우군도독부에서 재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붉게 도금한 검도 가짜잖아.”
그런 나의 말에 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핫.”
“왜 웃는 거지?”
“나는 누구에게도 혈마라고 한 적이 없다.”
-스륵!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놈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숙여!
머릿속을 울리는 소담검의 외침 소리.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부터 움직였다.
-촥!
머리 위로 날카로운 검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스쳐지나갔다.
나는 앞을 향해 검을 뻗었다.
그러자 놈이 갑자기 찔러오는 검을 그대로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내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퍽!
“크헉!”
속이 뒤집히는 고통과 함께 내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며 바닥을 거칠게 뒹굴었다.
엄청난 공력이었다.
목구멍을 타고서 핏물이 왈칵 올라왔다.
금안으로 놈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싶어도 온통 빛 투성이라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놈이 어딘가를 쳐다보며 내게 말했다.
“올 놈들은 다 온 것 같군.”
“뭐?”
“거기서 가만히 있어라. 그렇다면 혈마를 패퇴시킨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다.”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
그때 머릿속으로 이명이 느껴졌다.
익숙한 이명이었다.
이윽고 그 이명을 지닌 검을 가진 자가 도착했다.
그는 전진파의 교주이자 무림 연맹의 제 6장로인 만종 진인이었다.
전진교의 제자들이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재판이 끝났고 그 자리에 내가 없음을 알았다는 거겠지.
만종 진인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그 말에 만종 진인이 눈동자가 돌아가며 주변을 쓸었다.
“감히!”
죽은 전진교 제자들의 모습에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만종 진인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은광이 선명한 저 보검이 전진교의 신검이라 불리는 중양보검인가 보다.
만종 진인이 가짜 혈마를 향해 검을 겨냥하며 소리쳤다.
“오늘 이 자리에서 빈도와 같이 죽자꾸나. 혈마!”
죽음을 각오한 결의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소리쳤다.
“그 자는 진짜 혈마가 아닙니다. 진인.”
그런 나의 말에 만종 진인이 미간을 찡그렸다.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진짜 혈마는….”
나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가짜 혈마의 신형이 만종 진인을 향해 쇄도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만종 진인이 당혹스러워하며 다급히 검초를 펼치며 견제하려 했다.
-채채채채채챙!
만종 진인이 허겁지겁 놈의 검을 막아냈다.
정파 무림에서도 명성이 두텁고 강한 무인인데도 상대가 되질 않았다.
가짜 혈마는 나를 상대할 때보다도 더욱 쾌속한 검초로 만종 진인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몇 초식도 버티지 못하고 끝날 것이다.
“큭!”
만종 진인의 신형이 뒤로 계속 밀려났다.
놈이 만종 진인을 끝장내려는지 절초를 펼치려고 했다.
-팍!
“억!”
그 순간 만종 진인이 뒷목의 강한 통증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절초를 펼치려던 가짜 혈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짓이지?”
왜냐하면 그를 기절시킨 자가 나였으니까.
나는 멈추지 않고 만종 진인의 혈도를 점해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한 후에 목덜미의 옷깃을 잡고서 그를 뒤쪽으로 던져버렸다.
나는 놈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게 혈마를 패퇴시킨 영웅으로 만들어준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나의 말에 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잠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놈이 이윽고 눈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물건을 만났군.”
“멀쩡한 사람을 물건 취급하진 않았으면 좋겠소만.”
불쾌하다는 나의 말에 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이렇게 알아서 대세를 판단할 줄 아는 젊은이는 오랜만이라서 반가운 마음에 한 소리라네.”
놈의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준다는 거지?”
놈이 주변의 죽은 자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을 죽인 혈마를 패퇴시켰다는 명성을 날리기에 충분하지 않나? 이신성.”
“대가는?”
“말이 통해서 좋군. 그렇지 않아도 무림 연맹에서 움직일 쓸 만한 패가 더욱 필요하던 차였지.”
‘더욱 필요해?’
의아해하는데 놈이 말을 이어갔다.
“그 나이에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인재라면 그분께서도 달가워하실 거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을 풀어줬으면 하는데.”
“그게 뭐지?”
“남천검객이 아직 살아있나?”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분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유품을 발견한 것뿐이오.”
“역시 그랬었군.”
……아무래도 이 자 뭔가를 알고 있다.
가짜 혈마가 잘됐다는 듯이 혼자 중얼거리더니 내게 고개 짓으로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한 쪽 눈은 왜 감고 있는 거지?”
그 말에 나는 개방했던 중단전을 닫고서 감았던 눈을 떴다.
중단전을 닫은 이상 금안은 보이지 않는다.
“한쪽 눈이 원래 좋지 않아 흐릿하게 보여서 집중하기 위해 감은 것 뿐이오.”
그런 나의 말에 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놈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서 내게 던졌다.
그것은 둥근 환약 같은 것이었다.
“이게 무엇이오?”
“동료가 되기 위한 작은 의례 절차지.”
“의례?”
“그것을 먹고서 기다리면 우리가 알아서 찾아갈 거다.”
“우리라니 대체 당신이 속한 조직이 어디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그건 그대가 얼마나 우리에게 쓸모가 있는지 증명한다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일이다.”
다른 정보들은 주지 않겠다는 거로군.
나는 환단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걸 먹지 않겠다면?”
“그렇다면 영웅이 될 기회를 버리는 거지.”
말투에서 묘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따르지 않는다면 당장에 살수를 가할 기세였다.
“선택권이 없군.”
“그걸 먹고 저 자를 죽여라. 그리고 무림 연맹에 들어가 있으면 조만간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나의 추측이 과연 맞는 것일까 고민이 되었다.
그것이 맞다면 저 자는 내가 생각하는 그 조직의 사람이 틀림없다.
그런 자가 내 행세를 한다라…..
놈이 내게 말했다.
“서둘러라.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밑져야 본전이다.
나는 가짜 혈마가 준 환단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놈이 날카로워진 눈빛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영웅이 되길 저버리는 것이냐?”
그런 놈의 말에 나는 남천철검을 바닥에 꽂고서 뒷짐을 지고서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몰라보는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놈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는 중단전을 개방했다.
이번에는 왼쪽 눈을 감지 않고서 말이다.
‘!!!’
그러자 가면 틈새로 보이는 놈의 두 눈이 커졌다.
금안을 보고서 놀란 듯 했다.
“대체….”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위압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거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짜 혈마 놈이 한 쪽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존주를 뵙습니다!”
끝
ⓒ 한중월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