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10
100화 만나버렸다 (2) >
같은 시각.
무림 연맹의 성 밖에 있는 등정 객잔.
동파육으로 유명한 이 가게는 늘 객들도 붐비고 있다.
창가 쪽의 한 좌석에 평범하게 생긴 한 중년의 사내와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눈매가 예쁜 한 여인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술잔을 따르고 있는 중년의 사내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무 번잡하구나.”
“그만큼 맛있다니까요. 아버지.”
“알겠다.”
중년의 사내가 짧은 대답과 함께 술잔을 들이켰다.
사내는 인파가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가게에 들어온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뿐인 딸이 극구 추천을 하니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점소이가 그들이 있는 자리로 큰 쟁반을 들고 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쟁반에는 동파육과 오리 육수 국수 두 그릇이 있었다.
동파육에서 나오는 향을 맡은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향은 나쁘지 않구나.”
“그렇죠? 아까 포장해달라고 한 건 어딨죠?”
여인의 물음에 점소이가 주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식을 수도 있어서 저희 숙수가 찜통에 보관하고 있으니 나가실 때 말씀해주십쇼. 그럼 맛있게 드십쇼.”
바쁜지 점소이는 주방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점소이가 가자 중년의 사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애비에게 맛을 보여주려고 온 것이 아니라 그 녀석을 챙기려고 왔구나.”
“에이. 겸사겸사죠. 이 동파육은 공자님도 좋아하거든요.”
“아직 너는 출가외인이 아니다.”
“헤에. 아버지 설마 질투하는 건 아니시죠?”
“흥!”
그런 여인의 말에 중년의 사내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말없이 술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안주 삼아 동파육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여인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동파육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고 있는 중년의 사내의 한 쪽 눈썹이 올라가는 것을 본 여인이 쾌재를 불렀다.
“맛있죠?”
“……..”
거짓말을 못하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미식가를 자처할 만큼 입맛이 까다로웠는데, 맛있는지 말없이 계속 동파육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모습에 그녀는 만족해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며 그녀는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성 안으로 같이 안 들어가실 거죠?”
“그 녀석 혼자서도 충분히 너를 보호할 수 있다.”
“또 사위한테 그 녀석이란다.”
“흥.”
이런 그의 태도에도 그녀는 속으로 좋아했다.
자신의 정인이 아버지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위로 인정받은 것도 그랬지만 무위로도 인정받았기에 기분이 남달랐다.
그렇지 않고는 절대 혼자서 무림 연맹의 성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다.
“헤에. 알겠어요. 그래도 ‘그들’ 것도 챙겼으니 돌아가실 때 가지고 가세요. 우현이 엄청 좋아할 걸요.”
“애비를 부려먹는 구나.”
“제가 아버지가 아니면 누구한테 이런 부탁을 하나요.”
그런 그녀의 말에 중년의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정겹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막 가게로 들어온 한 무리가 그들 부녀의 근방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도검을 차고 있는 것이 무림인들이었다.
사실 그들이 아니더라도 객잔은 무림인들로 넘쳐났다.
내일 있을 대당주 선출 및 무림 대회로 각 문파와 방파들에서 무림인들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자리를 잡은 새로운 무리의 무림인들이 주문을 하고서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자연스럽게 귀가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들었나? 소검선이 다시 나타났다는구만.”
“아니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고 하더군. 이미 성내에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네.”
“이야. 그럼 내일 있을 대회에서 소검선을 볼 수 있겠구만.”
“그렇겠지. 현존하는 육대고수들 중에 가장 젊은 자라고 들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 얼굴을 보겠군.”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그들의 대화에 여인은 괜히 어깨를 들썩였다.
소검선에 관한 이야기는 자신의 일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뿌듯해하고 있는데,
“한데 그거 들었나? 소검선이 굉장한 여협과 함께 왔다고 하더군.”
“여협?”
“그래. 삼화 중 한 명이 모용혜가 꼼짝하지 못할 만큼 대단한 무위를 지녔다고 하던데 듣기로는 보타문의 여고수라는 말도 있다네.”
그런 그들의 대화에 여인의 손이 자연스럽게 술잔으로 향했다.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에 서두른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역시 혼자 내버려두면 안 됐다.
그녀는 술을 들이켰다.
“오 그런가? 하면 그 여협은 소검선의 여자인가?”
“소검선에게 달라붙어서 애교도 부리고 하는 걸 보면 다들 정혼자인 것 같다고 하던데.”
“풋!”
여인이 머금고 있던 술을 뿜고 말았다.
-콰직!
그뿐만 아니라 중년의 사내의 손에 쥐어져 있던 술잔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런 그들 부녀의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버지. 당장 가봐야겠어요.”
그런 그녀를 따라서 중년의 사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년의 사내가 무섭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애비도 간다.”
* * *
‘……그 인간 혈마잖아.’
소영영은 속으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혈교를 넘어서 사파의 수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간이 지금 정파 무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무림 연맹으로 들어와 맹주 후보가 된 것이다.
‘어떡해.’
그녀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무림 연맹이 발칵 뒤집어질 거다.
혈마가 무림 연맹의 맹주 후보가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사실로 벌어졌다.
자신의 오라버니만 아니면 당장 알려야 할 대사건이었다.
그녀는 연신 탄성을 흘리는 남궁가희를 쳐다보았다.
‘이걸 말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상의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체 이 인간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무림 연맹까지 먹어치울 작정이야?’
그런 거라면 오라버니라는 것을 떠나서 무림 최악의 흑막이나 다름없었다.
오라버니가 무림 연맹의 맹주가 된다면 전쟁조차 치르지 않고 정파 무림을 손에 넣는 꼴이니 말이다.
자신의 오라버니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안 돼. 이건 아냐.’
아무래도 말려야 할 것 같다.
혈마가 된 것도 악인의 사위가 된 것도 겨우 이해했는데 이건 아니었다.
선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차라리 정파의 휴전을 한다고 하면 이해라도 할 것이다.
한데 혈마가 무림 연맹의 맹주는 정말 아니었다.
이런 자신의 심정을 모르는 남궁가희는 호들갑을 떨었다.
혈마만 아니라면 어깨가 으쓱해질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지금 외줄을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러다 오라버니의 정체가 드러나면 어떻게 될까하고 말이다.
그러던 차에 이정겸이 다시 호양 진인에게 말했다.
“하면 소검선 소운휘가 내일 있을 결정전에서 최종 승리하게 되면 본 맹의 맹주가 되는 거로군요.”
그런 말에 제 2장로 매화백검 호양 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네.”
-웅성웅성!
모두가 그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과야 알 수 없지만 정말 무림 연맹에 최연소 맹주가 탄생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연히 무림 연맹을 이끌어갈 차세대라 할 수 있는 현 당주와 부당주들에게는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진짜 소검선이 맹주가 되는 거 아냐?”
“만약 그렇게 되면 진짜 대박인데.”
이런 그들의 반응에 부맹주 열왕패도의 손자 진용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언성을 높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들 하지 마시오. 소운휘 그놈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조부, 아니 부맹주도 그렇고 전 맹주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그런 그의 말에 동의하는지 일부 당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후보가 된 것이 대단했지만 다른 후보들인 열왕패도 진균이나 무한제일검 백향묵은 오랫동안 무림의 정상을 지켜왔던 자들이었다.
그런 절세고수들이 지는 모습도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때 호양 진인이 말했다.
“흠……이건 내일 대회에서 밝히려 했으나 어쩔 수 없겠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부맹주께서는 맹주 후보를 포기하셨네.”
그런 그의 말에 모두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맹주의 손자인 진용은 더욱 호양진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최근 들어 자신의 조부는 맹주의 자리를 그렇게나 염원했었다.
그런데 이를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부맹주가 갑자기 왜 맹주직을 포기한단 말입니까?”
항의조로 묻는 그의 말에 호양 진인 한숨을 내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답했다.
“부맹주께서는 이미 소검선과 겨뤘네.”
“겨뤘다니? 그럼 설마…….”
“맞네. 부맹주께서는 패하셨네.”
‘!!!’
아까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좌중이 술렁였다.
그들도 모르고 있던 대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불과 일곱 달 전에 한 객잔에서 열왕패도 진균과 소검선이 약식으로 겨뤄 무승부를 이룬 일은 여전히 회자가 되고 있었다.
한데 불과 일곱 달 만에 그 우위가 정확히 갈린 것이다.
모두가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말도 안 돼.”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진용이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던 조부가 고작 무림에 출두한지 이 년 채 되지 않은 신출내기에게 패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남궁가희는 자신의 일이라도 된 것처럼 흥분해서 소영영을 흔들어댔다.
정작 소영영은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열왕패도 진균마저 꺾었다면 정말 맹주 직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걸 어째.’
이러다 정말 맹주가 될 지도 몰랐다.
* * *
무림 연맹 내 귀빈들만 머무르는 숙소.
본단에서 복귀한 나는 설백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서 탄성을 흘리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하면 뇌주는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게 아닌가?”
“그건 알 거 없어.”
사련검이 조종한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내 밑천을 굳이 드러낼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이런 나의 대답에 설백이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
“아직 나를 믿을 수 없나봐.”
“너 역시도 내게 모든 것을 알려준 게 아니니까.”
“그건 거래에 포함되어 있잖아.”
“경왕과 만나기 전까지는 입을 열지 않은 작정인가?”
그런 나의 말에 그녀가 젓가락을 야릇하게 혀로 핥으며 말했다.
“빠른 방법이 있잖아. 지금이라도 나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면 알려줄 수 있어.”
……..후우.
어지간하다.
조금만 틈이 생기면 유혹하려 든다.
나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고 밥을 입에 밀어 넣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설백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쉬운 방법을 두고 뭐 하러 돌아가려는지 모르겠네.”
“너야말로 왜 그렇게 포기하지 않는 거지?”
“네가 좋아.”
“………”
“좋아하는 남자를 가지고 싶은 게 뭐가 잘못 됐어?”
이렇게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다.
북해빙궁을 부흥과 후사를 두고 싶어하는 거라면 경왕이라는 대체 명분이 있는데, 계속해서 나를 원한다고 노골적으로 구애를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나를 좋아하는 걸까?
의아했지만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면 파고들 여지만 주겠지.
화제를 돌려야 겠다.
“놈이 왜 전 맹주를 불러가면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짐작 가는 것은 없나?”
이런 나의 물음에 그녀가 피식하고 웃었다.
내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겠지.
“몰라. 아무리 그분의 심복이라고 해도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아는 건 아냐.”
그녀는 돌아가는 정황은 알고 있으나, 금상제가 무슨 계획을 꾸몄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금상제 놈이 정말 철두철미하긴 했다.
자신의 몇 안 되는 심복에게조차 추진되는 모든 계획을 밝히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아니면 숨기는 걸지도 모른다.
머릿속에 남천철검의 목소리가 울렸다.
뭐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설백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름의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둔 것이기도 했다.
-탁!
설백이 젓가락을 내려놓고서 말했다.
“그보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방심?”
“뇌주를 미끼로 쓰려는 것은 알겠지만 그분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것 같아?”
“네 말대로 놈이 이곳에 없다면 당장에 눈치 채기는 힘들 거다.”
사련검은 사람을 현혹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틈틈이 정요 환의경의 수법도 일부 알려줬기에 나처럼 대성하진 못했어도 적들을 속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믿고 맡긴 것이다.
그리고 설백 그녀는 모르겠지만 옥형의 능력으로 나는 사련검과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
언제라도 놈들과 접촉할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다.
“어쨌거나 내일이 되면 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있겠군.”
내가 나타났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지금쯤이면 자신의 근거지 하나가 박살난 것을 알 테니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거다.
역시 전 맹주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그녀의 말대로라면 최근 그들은 환마독으로 초인의 영역에 이른 고수들마저 세뇌시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그렇게 되면서 여분의 환마독을 대부분 소진했다고 한다.
혈주가 죽어서 이를 위한 대체제로 당가의 부가주 당우진을 노릴지도 모르기에 그의 주변에 개방의 거지들을 잔뜩 배치시켜놓았으니 그것도 지켜보면 알게 될 거다.
그때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설백도 이를 감지했는지 나와 마찬가지로 방문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벌컥 열고 들어왔다.
“이 망할 오라……아!”
그녀는 다름 아닌 소영영이었다.
특유의 기운을 보고서 그녀임은 당연히 알아차렸다.
영영이는 내가 설백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서 소리를 버럭 지르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머. 영영.”
설백의 부름에 영영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언니도 있었네요.”
“오라버니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어. 당주들의 긴급 소집은 끝난 거야?”
그 물음에 영영이가 눈에 불을 켜고서 나를 노려보았다.
거기서 뭘 들었길래 저런 무서운 얼굴을 하는 거지?
영영이의 전음이 귓가를 울렸다.
아아.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알았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영영이는 사문이 정파인 형산파인데다 무림 연맹의 봉황당 소속이기에 내일 있을 맹주 결정전까지는 이야기를 미루려고 했다.
이걸 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전부 설명하려면 금상제부터 알려줘야 한다.
그의 손아귀에 무림 연맹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하니 말이다.
콧김을 씩씩 뿜고 있는 영영이를 보니 미룰 수 없을 듯 하다.
“설백. 자리를 비켜줘.”
이런 나의 말에 설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영영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오라버니한테 뭐라고 하지 말아줘. 아무리 누이 동생이라도 내 남자를 누가 괴롭히는 건 싫거든.”
“네?”
웃는 얼굴로 뼈가 담긴 경고를 하는 그녀였다.
이에 영영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여자 영영이가 친 누이 동생이 아니라고 여겨서 이런 말을 하는 거다.
‘……..’
계속 붙어있으면 정말 피곤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 무림 연맹 내에서 멀리 떨어지게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영영이한테 금상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서 설백의 진짜 정체를 말해줘야 겠다.
그렇게 설백이 문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가오는 기척과 함께 머릿속을 울리는 검명 때문이었다.
영영이가 의아해하며 내게 물었다.
“오라버니 왜 그래?”
그런 그녀와 마찬가지로 설백의 전음이 내게 들려왔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아니 누군가들인가?]그녀도 뭔가 심상치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나는 머릿속을 울리는 검의 소리 때문에 그 기척의 누구들인지 곧바로 알아차렸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한 사람은 기감으로 살피려고 해도 완전히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만나기로 한 기간도 아직 멀었고 접선지도 이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무림 연맹의 성내로 들어오다니.
그런 설백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경고했다.
이런 나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로 강하게 경고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그럴 거다.
-쿵!
그때 방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열어젖힌 것은 처음 보는 얼굴의 중년의 사내였다.
그의 뒤로 한 젊은 여인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영영이가 그들을 보고서 불쾌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당신들 뭐에요? 누군데 문도 두드리지 않고 이렇게 벌컥 들어오는 거에요!”
…….이런 말을 네가 하다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항의하려고 가려는 영영이를 붙잡았다.
“영영아.”
“놔 봐. 오라버니.”
“…….장인어른과 사마영이야.”
‘!!!’
그런 나의 말에 부리나케 그들에게 항의하려 했던 영영이의 두 눈이 커졌다.
인피면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나는 검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단번에 그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영영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월악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영이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사색이 되었다.
막상 오대 악인으로 악명을 떨치는 장인어른이 앞에 나타나니 혼란스러운가 보다.
그들의 정체를 들은 설백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입을 다물고 있으라 했는지 알았을 거다.
사마영으로 짐작되는 여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설백을 쳐다보며 나를 불렀다.
“공자님.”
‘하……’
미치겠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지.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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