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02)
제102화. 본선 D-day
“얻었다면, 어떤 능력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
백준이 노골적으로 김진성을 지그시 쳐다보며 계속 물었다.
조금의 침묵 후, 김진성이 백준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아뇨, 못 얻었습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백준은 입을 굳게 다문 김진성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날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지금까지 내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얼마나 많은 각성자를 만났는지 아나?”
“…….”
“이제 표정만 봐도 거짓말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낼 수 있어.”
백준의 살벌한 말에 김진성은 눈썹 하나 까딱 안 하고 대꾸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린 겁니다.”
“…솔직하게?”
“네. 능력을 못 얻은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이후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 침묵은 꽤 길었다.
계속 김진성의 두 눈동자를 쳐다보는 백준. 그리고 그의 눈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는 김진성.
그렇게 침묵 내내 이어지던 긴장감은, 이내 백준이 김진성에게서 시선을 떼어내면서 끝이 났다.
“알았네. 다시 돌아가게.”
그의 축객령에 근처에서 대기하던 헌터부 요원이 김진성에게 다가왔다.
김진성은 곧바로 일어서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내가 솔직하게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라도 한 건가?’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게 피식 비웃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국가를 위한다는 말도 하나도 못 믿겠어.’
파이트 클럽에 끌려가기 전의 김진성이라면 백준에게 솔직히 대답했을 수도 있다. 그땐 그 누구보다 겁도 많고, 바보같이 순진했을 때니까.
하지만 지금 저런 말에 순순히 대답하기에는 김진성은 너무나 많은 사건과 시련을 겪었다.
곧 김진성이 나간 후 헌터부 요원이 현관문을 닫았다.
그러자 닫혀 있던 한쪽 방문이 천천히 열리며 백발의 노인이 백준 쪽으로 걸어왔다.
백준은 그를 향해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원하는 답변을 듣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아닐세. 당연한 반응이야. 나 같아도 저렇게 대답했을걸세.”
용한길은 고개를 저으면서 탁자 앞에 앉았다.
김진성이 손도 대지 않은 물잔을 들어 올려 마신 뒤 용한길은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본선 경기 때 우리 클랜 애들을 좀 더 많이 투입해야겠어. 김진성이 신웅의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지금 계획한 수준의 경호 숫자로는 좀 위험해.”
“…괜찮으시겠습니까?”
백준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번 본선이 열리는 곳이 신대륙 내 섬이다. 그래서 이번엔 특별히, 신대륙에 유일하게 진출한 대한 클랜 소속 헌터들이 본선이 치러지는 동안만 경계 서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행여나 셀레포 대륙 내 본사 치안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몇 명 더 데려간다고 흔들릴 만한 시기는 지난 지 오래야.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노사님.”
백준은 정중하게 용한길에게 허리를 숙였다.
신대륙 섬으로 이동하면 백준은 더는 헌터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애초에 헌터부 지원을 받는 조건이 빈 나시르 때문이었는데, 이미 빈 나시르는 예선이 끝나자마자 본국으로 돌아간 상태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선 당일에는 대한 클랜 소속 헌터들의 경호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당에 마스터인 용한길이 더 인원을 투입하겠다고 하니, 백준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경기 당일에 우리 아이들이 경계 관련해서는 꽤 많이 간섭할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신대륙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곳이라서 말일세. 그건 좀 미리 이해 부탁하겠네.”
“네. 직원들에게 미리 지시해놓겠습니다.”
“본선 경기는 예정대로 열리나?”
용한길의 질문에 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정대로 5일 뒤에 열립니다.”
“5일이라…. 빠듯할 수도 있겠구먼.”
용한길은 다시금 잔을 들어 올리면서 고민에 잠긴 모습이었다.
* * *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김진성을 포함해 모든 예선 통과자들을 태운 수송기는 한국을 떠나 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막 한국을 완전히 벗어났을 그때, 수송기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참가자 여러분. 저는 콜로세움 서바이벌의 대표, 백준입니다.]조종석 옆 조수석에 앉아 있는 백준이 수송기와 연결된 마이크를 든 채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선, 두 달에 걸쳐 진행된 모든 예선을 무사히 통과하신 총 62명의 생존자 여러분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송기 내 어떤 참가자도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반응하기에는 다들 굉장히 긴장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었다.
긴장감으로 인해 딱딱해진 표정의 참가자들 귀로 계속해서 백준의 말이 들려왔다.
[여러분들이 탑승하신 이 수송기는 현재 마지막 본선이 열릴 장소인 신대륙 섬, ‘암바게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꿀꺽.”
신대륙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몇 명의 참가자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것만 봐도 다들 무엇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인지 알 수 있을 법했다.
[암바게스 섬은 신대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신대륙보다는 약한 몬스터들이 출몰합니다.]“휴….”
[하지만 신대륙은 신대륙입니다. 다른 대륙 내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강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몇몇 참가자들의 표정이 다시 긴장감으로 잔뜩 굳어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본선은 지금껏 진행되었던 세 번의 예선전보다 훨씬 어렵고,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될 것입니다. 미리 알아두시기 바랍니다.]백준이 그렇게 방송을 마무리했을 때.
지금까지 평온하게 비행하던 수송기가 갑자기 크게 덜컹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뭐, 뭐야?”
당황한 참가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할 그때, 바로 안내 요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이어서 들려왔다.
[현재 신대륙의 ‘카스카라’를 통과하는 중입니다. 다들 동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아, 카스카라…!”
“소문으로만 듣던 그….”
일부 참가자들이 백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반응했다.
김진성은 방송을 듣자마자 바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두꺼운 불투명한 회색의 보호막 같은 것을 통과하고 있는 수송기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게 신대륙을 감싸고 있다는 카스카라구나.’
신대륙이 태평양에 떠오르면서 같이 생성된 이 카스카라는, 지구의 다른 대륙과 신대륙을 갈라놓는 경계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 김진성 등이 타고 있는 수송기처럼 강력한 보호 마법진이 설치된 이동 수단만 간신히 카스카라를 통과할 때 버틸 수가 있다.
그렇지 않은 이동 수단은 이미 모조리 박살 나서 바다에 가라앉은 지 오래다.
또한, 무선 통신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위성을 포함한 어떠한 무선 통신도 카스카라를 통과하지 못한다.
유선 연결 또한 카스카라 내부의 힘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끊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대륙과 다른 대륙과의 통신은 두절된 상태다.
실제로, 직접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외에는 서로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금 카스카라를 완전히 통과하였습니다.]곧 방송이 들려옴과 동시에, 계속되던 수송기의 흔들림이 완전히 잦아들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송기가 밑으로 하강하는 것을 탑승한 모든 이가 느낄 수가 있었다.
[곧 본선 장소인 암바게스 섬에 도착합니다.]그 말에 참가자 전원이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밑에 아주 작은 크기의 섬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니, 섬의 중앙에 생성된 거대한 검은 포탈도 김진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던전 포탈 같은 모양인데?’
[직원 여러분들은 담당한 참가자의 안전띠를 풀어주시고, 준비한 가방을 참가자에게 지급해 주시기 바랍니다.]곧바로 들려오는 안내 방송에 참가자들 옆에 앉아 있던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참가자들이 지급받은 가방을 등에 메고 있을 그때, 어느새 섬의 중앙까지 도달한 수송기는 점점 포탈 쪽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하강이 멈췄을 그때, 직원들의 대표로 보이는 이가 카메라 쪽을 향해 OK 사인을 보냈다.
참가자들이 모두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조종석에 설치된 모니터로 OK 사인을 확인한 백준은 곧바로 조종사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조종사는 바로 조종석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빨간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수송기의 바닥 부분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어, 어어어?!”
“으아악!!”
참가자들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섬 위에 일렁이고 있는 검은 포탈로 떨어져 내렸다.
김진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헌터용 족쇄 때문에 그 역시 힘없이 포탈 안으로 떨어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리 대비하고 있던 직원들은 안전띠에 의지한 채로 의자를 붙잡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곧 모든 참가자가 포탈 안으로 사라진 직후에, 백준의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62명 모두 진입한 것을 확인했네.
“알겠습니다.”
용한길의 말을 들은 백준은 다시금 조종사에게 눈짓했고, 조종사는 다시금 빨간 버튼을 누른 후 운전을 시작했다.
곧 다시 바닥 문이 닫힌 수송기는 섬 구석에 마련된 착륙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용한길은 던전 포탈 입구 바로 옆에 서서 수송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곧 옆에 서 있던 대한 클랜 헌터 팀장, 홍연석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계획대로 실행하게.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콜로세움 제작진에게 들켜서는 안 되네.”
“염려 마십시오.”
대답한 홍연석은 바로 동료들에게 달려갔다.
용한길은 한 번 더 수송기 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포탈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검은 포탈 안으로 떨어진 김진성은, 갑자기 뒤바뀐 주변 환경을 돌아보고 있었다.
‘여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넓은 통로가 정면의 저 멀리까지 주욱 이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창문 같은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곳곳에 박혀 있는 발광석이 아니었으면 어두워서 앞이 아예 보이지도 않을 법한 환경이었다.
‘지하 통로 같은데. 그런데… 이 편안한 기운은 뭐지?’
이상하게, 처음 오는 이 낯선 통로가 김진성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품속에 안겨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고아 출신이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이것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을 찾을 수가 없었다.
– 아, 아, 들리십니까?
그때 등에 멘 가방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장승욱의 것이었다.
바로 확인해보니, 가방 옆 주머니에 꽂혀 있던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김진성은 곧바로 무전기를 뽑아 든 후 이어질 안내 방송을 기다렸다.
– 여러분이 떨어진 이곳은, 신대륙을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인 ‘마계던전’ 입니다.
‘아…!’
마계던전.
워낙 악명이 높아서 김진성도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장소였다.
‘마계에 사는 몬스터와 마왕, 심지어 마신까지 직접 등장하는 장소로 알고 있는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무전기에서 장승욱의 목소리가 이어져서 들려왔다.
– 본래 이곳은 평범한 동굴과도 같은 지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제작진이 이번 본선 경기를 위해 오랜 기간 끝에 새로운 미궁 형식의 장소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미궁…?’
– 이제부터 콜로세움 서바이벌 시즌 12의 본선 경기의 규칙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장승욱의 이어질 목소리에 김진성은 계속 귀를 기울였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미궁을 탈출하십시오. 제한 시간은 없습니다만….
장승욱은 잠깐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 통과자 수의 제한은 있습니다.
“……!”
김진성의 눈빛이 바뀌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