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승부욕을 자극하는 방법
‘뭐야 이게?’
김진성은 다시 한번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읽어보았다.
마신 단틸리온. 난생처음 보는 단어였다.
‘설마 마신이라는 게 내가 알고 있는 그 마신(魔神)을 말하는 건가…?’
뿐만 아니라 관심을 보였다는 말 자체가 의아했다.
너무 궁금한 마음에, 김진성은 혹시나 또 알림창이 이어서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더 이상의 알림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흠….’
잠시 알림창 내용을 분석하려 노력했던 김진성은, 이내 포기하고는 눈앞의 알림창을 치워버렸다.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고민해봤자 해답을 찾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뭐, 미궁 돌아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또 나타나지 않을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넘어간 김진성.
그때,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혹시나 단틸리온에 관한 내용인가 싶어 확인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20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 몬스터의 종합 특성인 ‘타고난 수색 전문가’를 획득했습니다.
▷ 타고난 수색 전문가 : 다음과 같은 특성을 얻습니다.
– 예민한 후각 : 후각이 야생 동물 수준으로 좋아집니다. 매우 멀리 떨어진 곳의 냄새도 맡을 수 있습니다.
– 타고난 턱 : 저작력이 매우 강해집니다.
– 영구적으로 민첩이 100 증가합니다.
아드족을 처치해서 얻은 능력들이었다.
‘…특별한 건 없는데, 민첩 수치랑 포인트 증가량은 마음에 드네.’
사실 방금 상대했던 아드족의 난이도를 떠올려보면, 100이나 늘어난 민첩 수치가 절대 과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때, 뒤쪽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지성이 저 뒤편에서 매우 경계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에 전력으로 도망쳤던 그는, 더 이상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이제야 다시 김진성 쪽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 끝났…습니까?”
이지성이 김진성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진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지성 또한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김진성 주변에 즐비한 아드족의 시체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혼자서 이 많은 아드족들을….’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는 이지성.
마계던전을 많이 드나들었던 그는 실제로 아드족 오염자를 만난 적이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확실한 건, 지금 이 미궁 안에 있는 서바이벌 참가자 중에서 다수의 아드족을 이렇게 혼자서 처치할 수 있는 존재는 김진성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건 이지성 본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무리 오염자 중 제일 약한 아드족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혼자서….’
이젠 경외감이 섞인 눈빛으로 김진성을 바라보는 이지성.
그러나 어느새 몸을 돌려 전방 멀리까지 걸어간 김진성의 모습을 발견했다.
“헛!”
이지성은 놓칠세라 재빠르게 김진성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바로 김진성 등에 찰싹 붙은 채 걸으면서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계속 김진성이랑 다니면, 나도 무사히 미궁을 탈출할 수 있겠어!’
물론 김진성이 앞으로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를 다 압도적으로 처치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김진성과 같이 다니는 것보다 더 든든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터넷에서 내 오늘 운수가 대박이라고 하더니, 정말이었어!’
이지성은 이내 자신도 모르게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 * *
김진성이 모든 아드족을 처치한 것을 확인한 순간
“후우….”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는 백준이었다.
그가 이렇게 큰 감정 변화를 보인 적은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일해 왔던 장승욱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됐어. 다 처치했으면 된 거야. 만약 저 아드족 오염자들이 다수가 살아남아서 사방으로 퍼졌으면….”
“……!”
백준의 말을 들은 장승욱은 순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만약 저 아드족들이 김진성에게 죽지 않고 그대로 다른 참가자들에게 덤벼들었다면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동시에 왜 백준이 방금 크게 안도했는지 깨달았다.
‘진짜 그랬으면 근처에 있던 참가자는 전부 몰살했겠네.’
백준이 가장 싫어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미리 짜놨던 계획이 망가지는 상황이 방금 일어날 뻔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균열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중얼거리는 백준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조금 전 용한길의 말대로, 한번 차원의 균열이 생겨난 던전은 계속 균열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장승욱의 물음에 백준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 그러려면 일단 생방송을 중단시켜야 해.”
“…그렇군요.”
장승욱은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알고 있는 백준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생방송을 멈추지 않을 인물이었다. 그걸 너무나 잘 알기에 대답을 듣자마자 포기해버린 것이다.
“그럼 균열이 더 생성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네요.”
장승욱의 이어진 말에 백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신에게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김진성과 이지성은 계속해서 통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균열이 생긴 이후 둘은 한 명의 몬스터도 만나지 않았고, 그래서 조금 평온해진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실 말이 대화지, 이지성 혼자 일방적으로 떠드는 분위기였다.
“원래 오염자의 정식 명칭은 ‘인퀴나투스’입니다. 너무 길어서 한국말로 ‘오염자’라고 짧게 부르는 거고요.”
“…….”
“오염자들의 정체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많지만, 최근에는 원래 이종족 헌터였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지성의 말 중 한 단어가 김진성의 흥미를 돋웠다.
‘이종족 헌터?’
김진성은 이지성의 설명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왜냐하면, 오염자들의 싸우는 모습을 보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지구의 헌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어떤 오염자들은 종종 헌터들보다 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그 말에 김진성은 조금 전의 전투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드족의 움직임은, 일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달랐어.’
그들이 일반 몬스터들처럼 본능적으로 마구 공격해왔으면, 아무리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김진성이 크게 고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격해오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이지성의 말처럼, 잘 훈련받은 헌터들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기 때문에 김진성도 초반에 반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계에 살던 헌터들이, 알 수 없는 연유로 죽은 다음 마기에 오염되어 몬스터화 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뭐, 어디까지나 헌터들의 추측일 뿐이긴 합니다만….”
“…….”
대답이 없는 김진성을 향해 이지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까 상대한 아드족 있지 않습니까? 사실 그놈들은 ‘오염자’ 중에서도 최약체로 분류되는 놈들입니다.”
그 말에 김진성이 또다시 귀를 기울였다.
꽤 고전했었던 그 아드족 무리가 최약체라고?
“본 대륙인 셀레포의 상위 레벨 마계던전에서 생성되는 차원의 균열 안에서는, 아드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이종족이 ‘오염자’가 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아, 물론 이곳에서 그 정도로 강한 오염자가 나타날 일은 없을 겁니다. 초급 레벨 던전에서는 아드족 이상의 오염자가 나타날 확률은 아주 낮거든요.”
이지성은 김진성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신이 나서 더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또다시 차원의 균열을 마주쳤을 때의 얘기긴 하죠. 사실 이런 초급 던전에서 균열을 만날 확률 자체가 매우 낮아서, 또 만날 일은 없다고 봐야… 어엇!”
그때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김진성.
바로 뒤에서 김진성을 따라가던 이지성은 하마터면 김진성의 어깨에 얼굴을 박을 뻔했다.
그런데 김진성의 모습이 이상했다.
마치 아드족이 튀어나왔던 차원의 균열과 마주쳤을 때 취했던 행동과 똑같았던 것이다.
‘설마…?’
이지성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김진성이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눈앞의 차원이 천천히 찢어지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이런 미친! 도대체 왜!”
이지성은 절규하듯 소리쳤다.
하루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다는 차원의 균열을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두 번이나 마주친 것이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동안, 어느새 차원의 균열이 완전히 완성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번엔 이지성은 뒤로 도망치지는 않았다. 김진성이 아드족을 모조리 해치웠던 것을 믿고 있던 것이다.
‘공격만 당하지 않으면 안전할 거야. 이번엔 조금 도와서 생색이라도 내볼까….’
그때 차원의 균열을 비집고 낯선 생명체가 등장했다.
그걸 본 이지성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이런 씨발!! 진짜!!”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고 말았다.
등장한 오염자는 아드족이 아니었다.
이지성이 옆에 김진성이 있다는 것도 잊고선 절규하듯 소리쳤다.
“왜 만토디아족이 이런 초급 던전에 나타나냐고!!”
* * *
같은 시각.
이지성과 같은 말을 외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임시 스튜디오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백준이었다.
“왜 만토디아족이 이런 초급 던전에…!!”
모니터 안에 보이는 사마귀를 똑 닮은 오염자의 모습을 보며, 백준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큰일이야. 만토디아족이면 김진성도 위험해!’
만토디아족은 아드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애초에 본 대륙인 셀레포에서도 10레벨 이상의 마계던전에 들어가야만 마주칠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존재가 겨우 초급 던전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또다시 김진성의 바로 앞에서 말이다.
* * *
“조심하세요! 아까 아드족보다 훠어얼씬 강한 놈들입니다! 숫자가 적다고 방심하시면 안 돼요!”
다급하게 김진성에게 경고성 외침을 남긴 후, 이지성은 바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차원의 균열에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홀로 남은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검 손잡이를 힘껏 꽉 쥐었다.
‘…강하다.’
굳이 이지성이 경고하지 않았어도 이미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세 마리의 사마귀를 닮은 놈들이, 조금 전 만났던 아드족 여덟 마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김진성은 이번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 ‘신마합일’ 상태로 전환하였습니다.
▶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생성했습니다.
신마합일 경지로 전환함과 동시에, 곧바로 방출된 마기로 주변이 순식간에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뒤덮였다.
주변이 검은 물결로 완전히 뒤덮이자마자, 만토디아족이라 불린 사마귀 모습의 오염자들이 일제히 김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
그들의 속도를 체험한 김진성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드족도 분명히 엄청난 속도였는데, 만토디아족은 그 이상이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만토디아족 중 한 명이, 거대한 칼날처럼 생긴 앞발을 김진성을 향해 휘둘렀다.
김진성은 곧바로 검을 들어 막아내었다.
까앙!
‘큭…!’
순간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김진성은 이를 악물었다.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 안에서 싸우고 있는데도 이 정도의 고통이 느껴진다니!
이후 나머지 두 마리도 김진성을 공격해왔고, 곧 만토디아족 셋이 김진성을 협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문 상태로 정신없이 셋의 공격을 방어해내는 김진성.
막아낼 때마다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점점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이게 신대륙의 진정한 수준인가?’
김진성이 만토디아족의 전투력을 가늠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마계던전을 돌면서 쉽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게끔 만드는 전투력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오른 것이다.
‘…뭐?’
알림창을 본 김진성은 황당한 기분이 되었다.
내가 한심해 보인다고? 설마 지금 만토디아족 셋에게 밀리고 있어서?
‘이 새끼가…!’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빠드득 이를 갈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