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07)
제107화. 열받게 만드는 존재
김진성이 제일 싫어하는 말들이 몇 가지가 있다.
– 쓰레기 새끼.
– 병신새끼.
– 재수 없는 새끼.
– 엿 같은 새끼.
이외 기타 등등.
이 욕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김진성이 학창 시절 내내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들었던 말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진성이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하나 있었다.
‘한심한 새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김진성은 울컥하곤 했다.
왜 내가 한심하단 말인가. 잘못 없는 나를 괴롭히는 건 너희인데.
본인도 모르게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당시에는 속으로 화를 삭이는 것으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 허약하고 왜소한 체격의 김진성은 대들 힘도, 용기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김진성은 아니었다.
더 이상 무시당하며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이젠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존재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김진성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다.
‘제까짓 게 뭐라고 나를 평가하는 건데?’
열받게 만드는 말에 욱한 김진성은, 곧바로 자신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사용했다.
▶ 보유 스킬인 ‘분신술’을 사용합니다.
▶ 보유 스킬인 ‘분신술’을 사용합니다.
▶ 보유 스킬인 ‘분신술’을 사용합니다….
가득 차 있던 MP를 다 소모한 뒤에야 그는 분신 생성을 멈추었다.
그렇게 생성된 분신은 총 여덟.
1대 3의 불리한 대결이었던 전황이, 순식간에 김진성 본인까지 포함해 9대 3의 대결로 역전된 것이다.
“다시 덤벼봐, 이 새끼들아!”
김진성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분신들이 일제히 만토디아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부터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번에는 만토디아족들이 완전히 수세에 몰려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분신들의 연달은 공격에 반격할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셋이서 김진성 하나를 그렇게 몰아붙였는데도, 사실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그런 김진성이 아홉으로 불어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푹!
곧 만토디아족 중 한 명이 진짜 김진성의 검에 복부가 관통당했다.
그때부터 만토디아족들은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부상이 없는 멀쩡한 상태에서도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는데, 한 명이 중상을 입고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져 버린 상황.
그때부턴 더 이상 아홉 명의 포위 공격을 버틸 수가 없었다.
푹! 푹!
촤악!
이내 분신들에게 신체 이곳저곳이 베이기 시작한 만토디아족 중 하나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한 명이 쓰러지자, 나머지 둘 역시 쓰러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촤악!
마지막 만토디아족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낸 진짜 김진성이 주위를 돌아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사실 생각보다 꽤 고전했기 때문이었다.
‘아드족보다 조금 강한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어른과 아이 수준으로 차이가 나잖아?’
방금 전투에서 김진성은 가지고 있는 전력의 대부분을 사용했다.
그런데도 고작 세 마리를 잡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면, 이보다 더 강한 오염자를 만나면 진짜 위험하겠는데…?’
새삼 이곳이 신대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예선 3차 때부터 전설의 그 유준호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진성이었다.
그런 그가 고작 세 마리 몬스터를 상대로 거의 전력을 다 사용해서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
보스급도 안 되어 보이는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말이다.
‘역시 신대륙은 달라. 방심하면 안 되겠어.’
그렇게 김진성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있을 때,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몇 줄 떠올랐다.
[마신 단틸리온이 당신의 전투 방식에 흥미로워하면서도 동시에 아쉬워합니다.] [마신 단틸리온이 당신을 계속 주시하기 시작합니다.]‘또 이 새끼네?’
김진성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쉬우면 뭐 어쩌라고? 직접 나타나서 알려주기라도 하든가.’
영 좋지 않은 기분이 된 김진성은 신경질적으로 눈앞의 알림창을 치워버렸다.
하지만 치우자마자 바로 다시 알림창이 떠올랐다.
또 단틸리온인가 뭔가 하는 놈에 관한 건 줄 알고 바로 치워내려던 김진성은, 이내 그만두었다.
확인해보니 다른 내용의 알림창이었기 때문이었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25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 몬스터의 종합 특성인 ‘커팅 전문가’를 획득했습니다.
▷ 커팅 전문가 : 다음과 같은 특성을 얻습니다.
– 만능 커터 손 : 사용자의 손을 거대한 낫과 같은 모양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변신과 동시에 사용자의 힘과 민첩이 10% 증가하며, 변신한 손의 피부 방어력이 100% 증가합니다.
– 갑옷 피부 : 피부 방어력이 50% 증가합니다.
– 영구적으로 힘, 민첩이 85 증가합니다.
‘…두 손을 만토디아족처럼 바꿀 수 있다고?’
김진성은 곧바로 새로 얻은 특성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두 손이 정말 거대한 검은 낫의 모양으로 바뀌었다.
‘오…!’
김진성은 변신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외형만 봤을 땐 조금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 위해 크게 빙빙 돌려보기도 했고, 근처 분신들의 검과 부딪쳐보며 강도를 시험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옆의 벽을 향해 살짝 휘둘러 보았다.
부욱! 하고 깊숙이 베이는 벽면의 모습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괜찮군. 검 없으면 이 상태로 싸워도 괜찮겠는걸.’
그렇게 새로 얻은 특성을 테스트하고 있을 때,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끝나셨… 히익?!”
뒤를 돌아보니 기겁하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지성이 보였다.
심지어 털썩 주저앉아 바들바들 떨기도 했다.
그러나 김진성의 얼굴을 확인한 이지성은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우, 씨. 깜짝이야…만토디아족인 줄 알았잖아…!’
가슴을 쓸어내린 이지성은 문득 주변을 돌아보며 새삼 깨달았다.
‘그나저나, 진짜로 또 이겼잖아?’
만토디아족은 이지성 역시 단 한 번밖에 못 본 존재들이었다.
애초에 죽을 위기가 그나마 덜한 초급 레벨 던전만 드나드는 것이 바로 시체 처리반이었다.
혼자서는 ‘오염자’는커녕 하수인 한 마리도 못 잡는 경지의 헌터들이 주로 시체 처리반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렇기에 만토디아족이 등장하는 10레벨 이상의 던전을 시체 처리반이 드나드는 경우는 매우 극히 드물었다.
‘당시 6레벨 던전에서 갑자기 등장한 만토디아족 하나한테 파티가 전멸 직전까지 갔었는데….’
그 던전에 들어갔던 파티원은 열다섯 명. 이 중에 만토디아족의 공격을 피해 무사히 돌아온 인원은 이지성을 포함해 딱 네 명뿐이었다.
파티원들을 개미 새끼 눌러 죽이듯 손쉽게 학살하던 만토디아족의 모습이 아직도 이지성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 만토디아족을 김진성 혼자서 처치한 것이다. 그것도 세 마리를 동시에.
‘도대체 이 사람의 한계는 어디일까? 이 정도면 더 강한 오염자를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의 머릿속에 일주일 전, 포르기네이로 변신해서 신웅과 싸우던 김진성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처럼 싸우면 더 강한 오염자들을 만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어볼 게 있는데.”
그때 들려오는 소리에 이지성은 눈을 크게 떴다.
‘…누구지?’
혹시 주변의 다른 누군가가 말한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봤지만, 이곳 통로에 서 있는 존재는 김진성과 이지성, 둘밖에 없었다.
그제야 이지성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김진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지금, 김진성이 말한 게 맞는 거지?’
믿기지 않을 만도 했다.
미궁에서 김진성을 만난 이후 그가 목소리를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마계던전에 마신이란 것도 등장한 적이 있나?”
이지성의 생각엔 관심이 없는 김진성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것을 들은 이지성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이번엔 김진성이 놀랐다.
‘마신이 진짜 존재한다고?’
그렇다면, 이제까지 계속 알림창을 떠올린 단틸리온이라는 마신이 실존한다는 소리 아닌가?
“하지만 마계던전 안에 직접 등장한 적은 없습니다.”
그때 이지성의 대답이 이어서 들려왔다.
“마계던전에 대해 제가 완벽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마신이라는 존재는 최상위 던전에서 목소리로만 정체를 드러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체가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고요.”
“한 번도?”
“네. 마왕이 등장한 적은 있다고 들은 적은 있는데, 마신은 소문조차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신은 왜…?”
이지성은 의아한 얼굴로 김진성을 쳐다봤다.
그러나 김진성은 잠시 속으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대답 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딱히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지성 따위에게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멀어지는 김진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지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이었다. 기껏 처음으로 입을 연다는 게 너무 뜬금없는 소리였던 것이다.
‘신대륙 관련해서 던전이나 몬스터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은 많아도, 마신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이지성은 바로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새 김진성과의 거리가 꽤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 * *
그 시각.
“…….”
던전 포탈 입구 쪽에 서 있는 용한길은, 굳은 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화면 안에는 김진성과 이지성, 둘이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콜로세움 생방송을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또다시 김진성이 승리했습니다! 아드족보다 훨씬 강하다는 만토디아족이라는 오염자들을 상대로 말이죠!] [이번에는 김진성도 거의 전력을 쏟아낸 것처럼 보이죠? 신웅과 싸울 때 이후로 처음으로 다수의 분신을 소환한 걸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건 김진성이네요!]– 김진성! 그는 신인가? 김진성! 그는 신인가? 김진성! 그는 신인가?
– 역시 김진성은 신대륙에서도 통할 줄 알았다니까!
– 이지성 : 개꿀 ㅎㅎ
– 근데 던전에서 마왕도 등장한다는 말은 진짜야…?
해설진의 중계와 채팅창 반응을 같이 보던 용한길은, 화면을 끈 후 말없이 하늘을 응시했다.
“…….”
그의 뒤에 서 있던 대한 클랜 소속 헌터들은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러한 용한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용한길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팀장, 홍연석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할 그때, 용한길이 갑자기 고개를 그를 향해 돌렸다.
화들짝 놀라 차렷 자세를 취하는 그를 향해 용한길이 물었다.
“다음 균열은?”
“가장 가까운 균열은 김진성의 현재 위치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바로 술술 대답한 홍연석을 향해 용한길은 명령했다.
“공허를 준비하게.”
“…네?”
홍연석은 자신도 모르게 되묻는 실수를 범했다.
그만큼 용한길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그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던 것이었다.
그런 그를 용한길은 말없이 지그시 응시했다.
“아, 알겠습니다!”
홍연석은 다급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을 외친 뒤 곧바로 이어폰을 통해 동료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용한길은 다시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런 잔챙이 오염자들로는 김진성을 어찌할 수가 없군.’
사실 신웅과 싸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은 했었던 용한길이었다.
그러나 지금 김진성은 그가 예상했던 최대 고점 때의 모습을 던전 내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공허’까지 준비했었는데, 다행이군.’
– 노사님.
그때, 그의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백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바로 마이크를 켠 후 대답했다.
“뭔가?”
–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하게.”
– 혹시 대한 클랜 헌터 중 몰래 던전 안에 들어간 이가 있습니까?
그 말에 용한길의 두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눈치챈 건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