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공허
차원의 균열을 생성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신대륙 내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실행할 수 있는 이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마정석 등의 자원도 많이 필요할뿐더러, 생성하는 사람의 경지도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 클랜은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메이저 클랜 중 하나였다.
지금처럼 운영진 몰래 소속 헌터들을 던전 안에 투입해서 차원의 균열을 생성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백준이 그 점을 콕 집어서 용한길에게 물어본 것이다.
용한길 입장에서는 뜨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작업 중간에 은신을 푼 놈이 있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철저히 준비하고 들어간 헌터들이 들킬 일이 없던 것이다.
하지만 용한길은 곧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내 클랜에 그런 허술한 놈이 있을 리가 없다.’
대한 클랜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그리고 최강의 클랜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만 모이는 곳이라는 소리였다.
애초에 중간에 은신 상태를 푸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벌이는 놈은 애초에 입단 테스트 문턱조차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용한길은 본인 클랜 소속 헌터들의 실력과 마인드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럼 이놈은 내게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용한길이 눈알을 굴렸다.
애초에 의심받을 상황이 있었다면, 벌써 휘하 헌터들이 자신에게 보고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용한길은, 마음을 정했다.
시치미를 떼고 거짓을 대답하기로 한 것이다.
“확인할 필요도 없네. 현재 이 섬에 투입된 애들 전원이 내 눈앞에 서 있으니 말일세.”
그 말을 들은 백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용한길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왜 그러나? 자네 설마, 우리 애들이 차원의 균열을 만들었다고 의심하는 건가, 지금?”
–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
용한길의 점점 높아지던 목소리가 이제 화를 내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러자 바로 백준이 사과해왔다.
–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로 질문 드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곧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바로 통신을 종료한 백준.
용한길은 마이크를 끈 뒤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홍 팀장.”
그러자 휘하 헌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팀장, 홍연석이 바로 용한길에게 다가갔다.
“부르셨습니까?”
“백준이 아무래도 눈치를 챈 것 같네.”
“……!”
눈이 커지는 홍연석을 향해 용한길은 나지막이 지시를 내렸다.
“그러니 던전 안 아이들에게 지금 작업하는 것까지만 완성시킨 후 철수하라 이르게. 절대 철수하는 과정에서 들켜서는 안 되네.”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홍연석은 곧바로 물러선 뒤 다시금 마이크 전원을 켜고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깐 보던 용한길이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검은 포탈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어차피 공허가 열리는 순간 김진성은 끝이야. 신대륙에 처음 발을 내디딘 초짜들은 절대 공허를 상대할 수 없어.’
공허를 상대할 때는 얼마나 강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략할 수 있는 특별한 요령을 알지 못하면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설사 김진성보다 더 강한 경지의 헌터가 공허를 마주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 * *
그 시각.
통신을 끊은 백준이 거칠게 마이크 전원 버튼을 눌렀다.
이후 굳은 표정을 유지하는 그에게 장승욱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뭐라고 합니까?”
“…아니라고 하시는군.”
“예상대로군요.”
사실 이미 예견된 대답이긴 했다.
사실이어도 그렇고, 설사 대한 클랜 헌터들의 짓이라고 할지라도 솔직하게 대답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스터인 용한길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대한 클랜 소속 헌터가 독단적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방금 화면 다시 띄우도록.”
백준은 모니터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수많은 모니터에 아까 백준의 지시로 캡처해놨던 통로 사진들이 좌르륵 떠올랐다.
캡처 화면에는 하나같이 통로 중앙 허공에 아메바처럼 꿈틀대는 작은 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부, 영상을 되감아서 균열이 생성되기 직전의 모습을 찍은 화면들이었다.
“…다시 봐도 이상해. 왜 김진성이 지나가는 통로 쪽에만 균열이 생성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화면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백준이 말했다.
캡처된 사진에 보이는 통로는 전부 이미 김진성이 지나갔거나, 혹은 지나갈 수도 있었던 갈림길 쪽 통로였다.
즉, 김진성이 갈림길 중 어디를 선택했더라도 무조건 차원의 균열을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승욱이 그의 말을 받았다.
“더 이상한 건 다른 참가자들이 지나가는 통로 쪽에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거죠.”
“바로 그거야.”
이미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같은 현상이 있었는지 빠르게 조사했던 백준이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통로에서는 어떠한 균열의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우연이어서도 안 되고.”
백준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한 클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균열이 생성된 모습이고, 지금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균열을 생성할 수 있는 건 대한 클랜 헌터들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백준이 아는 용한길이라는 사람은 그럴 이유도, 목적도 없다는 점이었다.
‘노사님이 굳이 그런 일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
백준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그때였다.
“대, 대표님! 1번 모니터 보세요!”
직원의 다급한 외침에 둘의 시선이 자연스레 1번 모니터로 향했다.
“……!”
동시에 백준이 눈을 부릅떴다.
1번 모니터로 송출되고 있는 통로의 허공에, 진한 보라색 실선이 수평으로 길게 찢어지듯이 확장되는 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같은 차원의 균열인데, 수평으로 길게 갈라지고 있는 모양새.
이런 경우는 백준이 알기로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공허가…?”
만약 그가 알고 있는 ‘공허의 눈’이 생성되고 있는 상황이 맞다면, 이건 진짜 비상사태다.
생성된 ‘공허의 눈’이 미궁 전체를 잠식하는 순간, 안에 있던 참가자들 전원이 사망하는 건 확정된 결과기 때문이다.
그 순간 시즌 12 본선은 망하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결말을 맞이한 시즌이라는 오명과 함께 말이다.
쾅!
“도대체 왜!”
갑자기 테이블을 쾅 내려치는 백준.
이후 실성하듯이 외쳐대는 모습이었다.
“높은 레벨의 마계던전에서도 생성되기 힘든 공허의 눈이 왜 이 초급 던전에 나타나냐고!”
그가 장승욱 앞에서 이 정도로 무너진 모습을 보인 적은 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표님!”
다급하게 외친 장승욱이 바로 옆 2번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 모니터 구석 쪽에서, 두 명의 익숙한 얼굴이 통로를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김진성과 이지성이었다.
“또…?”
입을 벌린 채 굳어버린 백준의 시야에는, 김진성과 이지성이 통로의 모퉁이를 도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바로 ‘공허의 눈’이 생성되고 있는 통로 쪽 모퉁이였다.
* * *
‘…저건 또 뭐지?’
진한 보라색을 뿜어내는 긴 실선을 본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바로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후 이지성을 바라보았다.
‘저게 뭔지 설명해봐.’라는 눈빛으로 말이다.
김진성의 눈빛을 읽은 이지성은,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저도 설명할 게 없습니다. 저도 저 정도로 진한 보라색의 균열은 처음 보는 거라서요…. 가만있자, 저런 균열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과거 시체 처리반으로 활동하던 때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지성.
그때, 수평으로 계속 길게 찢어지던 균열이 갑자기 위아래로 벌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외눈과도 같았다.
동시에 외눈을 중심으로 생성된 보라색의 원이 점점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 안의 바닥에서, 몬스터처럼 생긴 존재들이 하나둘씩 솟아나고 있었다.
‘…저게 뭐지?’
김진성이 미간을 좁혔다.
김진성의 눈에 들어온 그것들은 생김새들이 통일되지 않고 굉장히 다양했다.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짐승같이 생긴 놈들도 있었고, 아까 아드족과 만토디아족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놈들도 있었다.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신체는 매우 투명해서 반대편 통로 벽이 비칠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풍기는 기운이 매우 특이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야.’
너무 이질적인 기운이라, 그들이 강한지 약한지, 아니면 생명체인지 아닌지조차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아예 다른 차원에 사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조심해야겠다. 왠지 느낌이 안 좋아.’
김진성은 검의 손잡이를 쥔 손에 더 힘을 꽉 주었다.
상대방의 경지가 아예 가늠이 안 되니 오히려 더 경계가 되었다.
그때, 보라색 몬스터 중 하나의 입에서 무언가가 발사되어 김진성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화살 같은 모양의 미사일이었다. 게다가 김진성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음에도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특별히 빠르진 않은데.’
미사일이 날아오는 속도는 아드족이나 만토디아족의 공격 속도보다는 확실히 느렸다.
신마합일 경지로 전환하지 않아도 충분히 막거나 피해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평상시라면 가볍게 검으로 방어하는 선택을 했을 김진성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사일 안에 담겨 있는 기운이 아주 이질적인 탓이었다.
‘일단 피하고 보자.’
왠지 본능적으로 막기보단 피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한 김진성은 옆으로 한 걸음 크게 옮겼다.
자연스레 미사일은 김진성을 지나쳐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뒤로 도망치고 있던 이지성이 있었다.
“…엇?”
미사일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이지성은 다소 당황했다가 이내 안도했다.
생각보다 미사일의 속도가 느렸고, 무엇보다 미사일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정도는 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이지성인 자신 있게 검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거의 동시에 미사일은 검에 닿았다.
그리고….
“…컥!”
곧 이지성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미사일이, 검과 그 뒤에 있던 이지성의 명치 부분까지 완전히 관통해버린 것이다.
구멍이 난 명치 부분에서 많은 양의 피를 흘리기 시작한 이지성은 곧 눈에 띄게 온몸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맞이하는 것은….
“……!!”
보라색 몬스터들이 뒤이어 발사한 수많은 미사일이었다.
“아, 안 돼!”
이지성은 억지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의 달리는 속도보다 미사일이 날아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날아온 모든 미사일은 저항 없이 이지성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갔고,
쿠당탕!
이지성이 도망치던 속도 그대로 앞으로 나뒹구는 소리가 김진성의 귀에 들려왔다.
뒤를 흘끗 바라보니, 온몸이 벌집처럼 구멍이 난 이지성의 시체가 보였다.
특히, 첫 미사일 공격에 구멍이 나 있는 검이 유난히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설마?’
김진성은 혹시나 해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 하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 손은 거대한 낫의 모양으로 변했다. 아까 만토디아족을 잡으면서 얻은 ‘만능 커터 손’ 특성을 활성화한 것이다.
▶ ‘신마합일’ 상태로 전환하였습니다.
▶ 보유 스킬인 ‘금강불괴’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신마합일’과 ‘금강불괴’ 스킬까지 적용한 상태의 거대한 낫 모양의 손에 미사일이 적중되었다.
‘……!’
동시에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미사일이 낫을 그대로 관통하면서, 낫 중앙에 그대로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콰그미어를 잡아서 얻은 특성인 ‘초재생능력’ 덕분에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되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러면 방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거잖아?’
변신과 동시에 방어력이 100% 올라가는 거대한 낫 모양의 손에 신마합일과 금강불괴까지 사용했는데 뚫렸다.
이러면 더 실험할 필요도 없었다. 앞으로 보라색 몬스터들이 사용하는 모든 공격은 무조건 피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면 내가 먼저 공격해야겠어.’
김진성은 곧바로 보라색 몬스터들을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계속 피하느라 고생하느니, 먼저 공격해서 적들의 숫자를 줄이자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곧 신마합일 경지 상태의 김진성이 가장 가까이 있던 보라색 몬스터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그대로 몬스터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뭐야?!’
너무나 멀쩡한 몬스터의 모습에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마치 귀신에게 검을 휘두른 게 아닐까 싶은 상황이었다.
‘공격도 안 통한다고? …이크!’
잠깐 경악하던 김진성은, 곧바로 자신을 공격해오는 주변 몬스터들의 모습에 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김진성은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응?’
그런데,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검의 무게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너무 가벼웠다.
바로 김진성은 자신의 검을 확인해 보았고,
“!!”
이내 눈이 더 커졌다.
반 토막이 나 있는 검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잘려나간 검의 조각이 보라색 원 안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방금 도망치는 과정에서 몬스터들의 공격에 스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이 더더욱 김진성을 놀라게 만들었다.
‘신마합일 경지가 담긴 검이 이렇게 쉽게 잘린다고?’
김진성은 황당한 얼굴로 앞의 몬스터들을 둘러봤다.
여태까지 많은 강자들을 상대했지만 이렇게 허탈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뭐지? 이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김진성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던 그때.
갑자기 눈앞에 알림창이 한 줄 떠올랐다.
[마신 단틸리온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한심하게 쳐다봅니다.]‘아, 이 새끼가 또…!’
알림창을 본 김진성은 또다시 욱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참지 않고 아예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이었다.
“답답하면 뭘 좀 알려주든가, 이 새끼야!”
김진성이 그렇게 외친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또 한 줄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역시 단틸리온에 관한 메시지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