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Lord - The reincarnation of a phantom demon RAW novel - Chapter 201
39. 변방영주 (4)
“나는 이번 생마저 혈로를 걷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기에 세상이 평안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의 일이 내 맘 같지 않으니 어렵구나. 어쨌든 내가 먼저 분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니 그대들도 자중자애하면서 평안을 도모했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부딪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반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이 심신을 회복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들은 아직도 설원이 남아 있는 평원을 보면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오지의 풍경을 감상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여기서 동북쪽에 세계수가 있다. 그곳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굳이 이런 오지까지 올 이유도 없겠지만. 세계수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이다. 괜히 세계수의 영역에 들어갔다 변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반은 그런 경고를 한 후에 그들을 데려다주었고 레오닐 클로란도 왕도 유카리스에 데려다주었다. 그도 이반의 능력을 직접 접해서 그런지 더욱 공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반은 몬스터 사냥꾼을 양성하기 위한 검술학교에 갔다. 넓은 부지 위에 10여 동의 큼지막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그 학교의 교장을 맡은 사람은 이반의 시종으로 일하던 그로센이었다. 엑스퍼트가 된 이후에 이반에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올해 입학한 학생은 80명입니다. 일단 행정교육과 윤리교육을 하는 중입니다. 물론 체력단련은 입학한 이후부터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졸업생이 배출되었죠?”
“그렇습니다. 1기들의 뒤를 이어 던파스 평원에서 훈련을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지원팀도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영지 행정청이나 출장소에 파견이 된 인원들의 적응상태는 어떻습니까? 잘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들이 정보원이라는 것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 드러날 것이지만 일단 감출 수 있을 때까지는 감추려고 합니다.”
“전투력이 떨어지더라도 업무를 추진하는 역량은 뛰어난 자들이 많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이반은 전생의 하오문을 재현해도 되지만 그것은 환마의 위치에서 최고의 방법이지 영주인 입장에서는 암적인 존재일 수가 있기에 영주로서 최고의 방법을 선택했다.
‘송의 황성사가 괜찮은 방법이지. 단지 나중에 그 주도권을 권신에게 빼앗겨서 나라가 개판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그런 방법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낫다.’
이반은 어용 상단, 어용 용병단에 이은 어용 정보조직을 만들기로 했고 어느 정도 기틀이 마련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려고 믿을 수 있는 존재를 찾다 보니 그로센이 선택이 되었고 제법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다.
“그보다 두리원 영지에서 건너오는 용병들이 많은데 혹시라도 영지민이 무단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영지 간 분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두리원 영지에서 건너온 자들 때문에 두 영지 사이에 분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주허가서나 이주비 납입증명서까지 확인하여 정착을 시켰는데 무단으로 월경한 자라면서 송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것 같아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몇 가지 단서를 보면 누군가 농간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농간을 부린다면 그쪽의 행정관이 그러는 것 같습니까?”
“그런 쪽이 아니라 영주의 차남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주의 차남은 외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요.”
“외부라? 어디인 것 같습니까?”
“정확하지 않지만 도둑 길드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주의 계승을 매개로 접근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 영지와 분쟁을 일으켜서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습니다.”
이반은 이미 상황을 다 파악한 상태였다. 레오닐 클로란의 휘하에 있는 도둑 길드의 크로니클 길드 장에게 원주인인 유리스 공작 일파가 꾸민 음모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진행하도록 했고 관여한 자들을 은밀하게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일이 터지자 그로센에게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렸고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한 것을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대책은 있습니까?”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민의 경우 두리원 영지에 최종적인 확인을 하도록 분란의 여지를 없애는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주민이 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케로스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케로스를 처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봅니까?”
“위조라고 주장을 하지만 행정관이나 서기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서류를 발급했습니다. 단지 문제는 그들의 내부 장부에 기재하지 않아 발급 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을 획책한 케로스가 사라지면 사실을 밝힐 것입니다. 이미 두리원 영지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지만 케로스를 지지하는 라인에서 철저하게 은폐하는 상황이라 아직 불거지지 않는 것입니다.”
“음모를 획책한 자는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겠군. 그러니 철저하게 자신들의 정체를 감춰 사건이 미궁에 빠지도록 만들 것이니. 둘 다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야. 차라리 내가 두리원 영지를 공식으로 방문하여 영주를 만나고 정식으로 조사를 하도록 하지.”
이반은 자신이 정면에 나서서 조사를 진행하여 케로스를 매개로 한 음모를 밝히기로 했다. 물론 뒤에서 은밀하게 일을 추진한 자들은 이후에 정리할 계획이었다.
케로스까지 정리한 이후에 음모를 꾸민 자들에게 그로센이 제안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스타치온은 귀족회의 원로원의 의원으로 있지만, 굳이 왕도에 있을 필요는 없기에 엔리케 영지에서 한 달에 보름 정도 지내고 있었다. 캐서린도 스타치온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두리원 영지 내부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있었느냐?”
“그것이 정도인 것 같아 증거를 들고 방문한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조사를 하니 결국 행정관들의 비리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주비 횡령을 적발한 것이기도 하고요.”
겉으로는 케로스의 지시를 받아 행정관과 서기가 이주비를 횡령한 것으로 정리가 되었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영주인 스카엘 남작의 체면을 생각하여 양보했다.
“유리스 공작의 기사였던 데로스 자작이 방문했더구나.”
“뭐라고 합니까? 책임을 진다고 말입니까?”
“이번 일은 내부에서 정리할 것이니 맡겨달라고 한다.”
두리원 영지의 주범인 케로스가 정리된 상황이고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사실상 드러난 상황이었다. 이반의 성격상 그런 일을 획책한 자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니 불안한 것 같았다.
“두리원 영지에서 통행권을 획득한 것처럼 적당한 양보를 한다고 하니 책임자의 처벌로 마무리를 짓자고 한다.”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입니까? 유리스 공작은 달리 말이 없습니까? 몰랐다고 합니까?”
“모를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알았다는 증거는 없을 것이다. 뭐라도 해보려고 하다가 실패한 것이고.”
“하여간 이런 도발을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는지. 마음 같아서는 다 정리하고 싶지만 그렇게라도 발악하려는 자들의 심정이 이해는 되기도 하고.”
이반은 자신에 대한 음모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건에 연루가 된 두리원 영지나 케로스는 애꿎은 희생자이지만 그렇다고 달리 어떻게 처리하기가 애매했다.
“그보다 영지 조사가 마무리되었다고?”
이반은 조사보고서를 스타치온에게 건넸고 그것을 정리한 현황판을 바라보았다. 현황판은 사실 하나의 지도였고 거기에 각종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반은 영지의 지도를 보면서 미소를 짓다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으로 스타치온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영지의 개발이 되면서 재정적인 부담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반이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부담할 수가 있기에 크게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영지 개발을 하려면 그 정도의 자금이 지속해서 필요했고 막대한 적자를 한동안 감수해야 했다.
“로컨의 인구가 13만, 볼리비오가 9만, 세빌론이 8만이고 론도와 펠리시안이 각각 7만, 데크리안이 6만에 다른 지역이 4만으로 54만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빌론이 갑자기 성장한 것 같구나. 마탑 별원의 영향이 크겠지. 거기에 교통의 요지라서 상인들도 많이 모이고 유민도 정착을 시켰으니.”
“그렇습니다. 앞으로 론도와 데크리안을 조금 더 개발할 생각입니다. 물론 로컨도 신경을 쓰겠지만 여긴 그냥 두어도 저절로 커질 것 같고요.”
“영지 문제는 굳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중앙에 진출할 생각은 없는 것이냐?”
시간이 갈수록 이반의 중앙 정계 진출에 관심이 커지고 있었다. 어디서건 귀족들이 모이면 관심을 가지고 떠들었다.
“제가 중앙에 진출하는 순간 왕국의 권력 구도가 변할 것입니다. 제 성향을 아실 것입니다. 적대적인 존재가 나타나면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은 끝장을 보게 됩니다.”
이반의 말에 스타치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이반이 중앙에 진출하는 순간 국왕인 파론 2세와 부딪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왕권마저 침범할 수밖에 없었다. 이반과 왕실의 충돌은 왕조의 교체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 귀착이 되건 나중에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런 사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반은 지금의 상황에 불만이 없었다. 후작령이나 공작령으로 영지를 키워 자연스럽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면 모르지만, 인위적으로 권력을 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레오닐 클로란이란 자는 누구이냐? 노아 백작이 마스터 상급이라는 말을 하더구나. 그래서 확인을 하니 사실이고.”
“저와 친분이 있는 자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만일의 상황이 오면 언제라도 우리를 지지해줄 아군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자의 행적이 다소 모호하더구나. 소문에 중소상인 연합이라는 단체의 뒷배라는 말도 있고. 요사이 그들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연히 마탑에서 독점하던 수표발행을 시작했으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탑과 타협을 통해 공존을 모색한 덕분에 원만하게 해결이 될 것 같았다.
이반의 중재에 마탑이 수긍을 했다. 혼자 독점을 하는 것보다 경쟁자가 있는 것이 좋고 좀 더 보편화를 시키는 것이 이득이라는 설득이 통하기도 했다.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의 휘하에 왕도의 암흑가를 주름잡는 그라나다가 있고 에스테반의 갈매기파가 있습니다. 또한 각 영지의 조직들도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용병들도 10%는 정도는 동원할 능력이 있습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기밀총국보다도 더 정보가 빠르고 마탑의 매직 나이트와 비등하다는 말이 아니냐?”
“제가 통제할 수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기에 중앙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반의 말에 스타치온은 안도하는 것인지 걱정되는 것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이반의 무위만으로 지금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그런 숨겨진 세력이 있다면 왕실을 전복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진짜 권력에 욕심이 없는 것이냐?”
“권력에 욕심이 없기에 영지와 저의 안위를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마탑에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앞으로 누군가 적대적인 행위를 한다면 직접 처리할 것입니다.”
이반은 자신이 은밀하게 손을 쓰면 되지만 그것은 심증을 남겨 좋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수족을 만들어서 공개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언제 그자를 알게 된 것이냐?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그런 낌새가 없었는데.”
다소 서운한 기색으로 묻는 스타치온이었다. 그런 세력을 키운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반은 전생의 일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 적당히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부터 강자를 탐색했고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암류가 있어 추적했고 그 결과 그런 세력이 하나로 움직이는 것을 알고 제압했습니다.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뜻을 같이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전생에 제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믿음을 주겠지만 그 정도만 언급했다. 뭔가 더 숨겨진 사정이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 그런지 파고들지 않았다.
이반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욕심을 자제하기가 쉽지만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스타치온 마저도 드러내지 않지만 뭔가를 했으면 바라는 기색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선택을 재촉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니 그것이 더 걱정이었다.
—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