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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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의 빅매치
에누코 병은 던전 내에서도 가장 더러운 지역에서 자라나는 에누코 풀에 의해 생긴 새로운 전염성 성병이다.
섭취하는 순간 엄청난 정력 상승을 가져오는 이 풀은, 동시에 높은 확률로 심각한 증세의 성병에 걸리게 된다.
‘대격변’ 이후 가장 사망률이 높은 대표적인 성병으로 꼽히며, 에이즈 따위는 당연히 상대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2주 전에 준경이한테 매춘부 한 명 붙여줬던 거 기억나? 걔가 에누코 병 걸린 애였거든.”
“아···.”
“조건 맞는 애 구하느라 고생 좀 했지. 어쨌든. 상태 보니까 에누코 병은 확실해.”
조 대표의 말을 듣던 대준이 그제야 뭔가를 기억해냈다.
“아! 그래서 최근에 매일 김진성을 불러서 혈액 검사를 하신 이유가···!”
“그래. 같은 방 쓴다고 옮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말야. 다른 애는 몰라도 걔는 전염되면 안 돼.”
조 대표는 진심이었다. 다른 애들이야 걸리든 말든 상관없었다.
애초에 소각장의 존재 때문에 에누코 말고도 별의별 전염병이 다 돌아다니는 곳이 저 대기실 아닌가.
전염병 따위에 쓰러질 놈이면 애초에 이 바닥에서 슈퍼스타가 될 자격이 없다!
이것이, 이곳 소년들을 소모품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하는 조 대표의 평소 지론이었다.
물론 거기서 김진성은 예외였다.
“아무튼 이제 고준경, 걔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점점 증상이 심해질 거야. 아마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29일이 되면, 제대로 링 위에 서 있기도 힘들걸?”
“그렇다면 29일 날, 확실히 마무리할 수 있는 카드를 붙이시겠군요.”
“바로 그거야. 자, 이거 확인해 봐.”
조 대표는 스마트폰 화면을 켠 후 대준에게 내밀었다.
확인하니, 안에는 2주 뒤 있을 PPV 대회의 대진표가 이미 짜여 있었다.
대준의 눈이 커졌다.
“···설마 했는데, 정말 제일 확실한 카드를 사용하시는군요.”
“그거 그대로 발표해.”
“지금 말입니까, 형님? 조금 빠른 감이 있는데···.”
“무슨 소리야?”
조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파이트 클럽 역사상 최고의 흥행 매치인데, 미리미리 홍보해놔야지!”
* * *
쾅!
“야! 브라더! 브라더!!”
소각장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박성태가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안에 있던 김진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얘가 웬일로 소각장 안에 다 들어오지?
“왜 그래?”
“지금 대진표 떴어! 빨리 나와 봐!”
김진성은 박성태의 손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소각장 밖으로 이동했다.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TV 화면에 떠오른 대진표를 확인할 수 있었고,
“···!!”
김진성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의 시선이, 대진표의 제일 밑줄에 고정되었다.
– 메인 이벤트 : 고준경 vs 김진성
‘고준경이랑? 아니, 이러면 계약한 거랑 말이 다르잖아?’
그가 속으로 그리 생각할 때.
콰당! 하고 화장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준경이, 동료에게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변기 위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TV 화면을 본 그는 눈을 부릅뜨더니, 한참 뒤에 모든 걸 깨닫고는 분노했다.
“조 대표, 이 개새끼야아아아!!”
2주 동안 앓느라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던 고준경의 고함이, 대기실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 * *
몇 시간 뒤인 오후 6시.
퇴근하기 직전, 마지막 보고를 하기 위해 대준이 다시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조 대표는 막 전화를 끊기 직전이었다.
“아, 네. 네. 그러면 29일 날 뵙겠습니다. 네, 네! 들어가십시오!”
마치 앞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공손하게 전화를 끊은 조 대표가 스마트폰을 던지듯 내려놓고 대준을 바라보았다.
대준이 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지시하신 대로 모든 곳에 대진표를 공개했습니다, 형님. 광고도 다 뿌렸고, VIP 분들께도 문자 돌렸고요.”
“안 그래도 지금 전화 불나는 중이다.”
방금 받은 전화도 VIP 고객의 것이었다. 대부분 그날 경기장에 직접 온다는 내용이었다.
“반응은 안 봐도 폭발적이겠지?”
“역대 급입니다. 배팅금 모이는 속도가 벌써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형님.”
“당연하겠지. 대기실 애들 반응은 어때?”
“고준경이가 화가 많이 났습니다. CCTV 확인해보니, 당장 형님 나오라고 외치면서 물건들 다 집어 던지고 난리였다더군요.”
“쯧쯧···. 그렇게 무리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닐 텐데?”
“안 그래도 10분 정도 뒤에는 잔뜩 지쳐서 바로 본인방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큭큭큭.”
제아무리 천하의 고준경도 에누코 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평소 멀쩡한 상태였으면 진짜 대기실 철문을 박살내서라도 대표실까지 뛰어 들어왔을 텐데 말이다.
“진성이는?”
“그냥 조용히 다시 소각실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후 행동도 평상시랑 똑같았다더군요.”
“예상대로네.”
내성적인 성격인 김진성은 이런 상황이 와도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리라고 예측했었다.
이러면 둘이 붙은 후에도 편해진다. 고준경이야 높은 확률로 죽을 테고, 김진성은 경기 끝난 후에 다시금 감언이설로 잘 구슬리면 된다.
“퇴근하면서, 29일 날 고준경 먹일 각성제 좀 사놔.”
“각성제요?”
“어. 아무리 그래도 배팅금이 10억 이상은 그냥 넘길 경기인데, 한쪽 놈만 컨디션 관리를 개판 쳐놓은 상태에서 붙일 순 없잖아?”
이런 빅매치는, 최소한 경기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든 준비가 완벽한 상태라는 것을 관중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경기장 올라간 뒤에는 뭐, 어쩔 수 없지만.
“제대로 준비 안 하면 단순히 욕먹는 거로 안 끝난다고. 특히나 VIP들, 그 인간들 재력이면 살인 청부업자 따위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거 알고 있지?”
“얼핏 들어 알고 있습니다, 형님.”
“나 길 가다가 등에 칼 맞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알겠습니다··· 어, 근데 형님. 그러면 고준경이 경기 때 이길 확률이 더···.”
“그 날 진성이한테도 같이 먹일 거야. 혹시 모르니까 여분까지 넉넉하게 3~4개 사 놔.”
“아, 알겠습니다, 형님.”
그때 책상 위 스마트폰의 벨 소리가 들려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조 대표의 눈이 커졌다.
“이 양반이 왜···?”
중얼거리던 그는 일단 대준에게 방을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곧 홀로 남게 된 조 대표는,
“크흠, 흠.”
목을 최대한 가다듬은 뒤, 통화 버튼을 누른 후 최대한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백 대표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잘 지냈습니다.]대답해오는 목소리는 꽤 젊었다.
[방금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고준경과 김진성 매치가 있더군요.]“네, 맞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매치이고, 이건 미뤄질 일 절대 없습니다.”
[그 날 저도 직접 관람하려 합니다.]조 대표의 눈이 더 커졌다.
“네? 대표님이 직접 오신다고요···?”
[네. 혹시 자리 없습니까?]“아니, 아닙니다! 자리야 당연히 있죠! 단지 직접 찾아오시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백 대표는 대리인만 간간이 보내곤 했을 뿐, 직접 파이트 클럽에 방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백 대표가 이런 음지를 찾아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만큼 헌터 계에 손꼽히는 거물이라는 이유가 제일 크다.
[고준경과 김진성 둘의 경기는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군요.]“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좋은 자리 마련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백 대표는, 파이트 클럽의 수많은 VIP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로 중요했다. 즉, 없던 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건 그의 헌터 계 입지를 떠나서, 그가 파이트 클럽을 세울 당시 초창기 자금의 대부분을 투자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드넓고 깔끔한 1인 사무실 안.
“그러면 29일 날 뵙겠습니다.”
말을 마친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핸드폰을 책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굵은 얼굴선을 가진 그는, 곧바로 마우스를 잡고 클릭했다.
그러자 모니터 안에서 김진성의 예전 경기 장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강경모 다운! 강경모 다운!] [방금 주먹이 가드를 뚫은 거 아니었나요?!]해설과 함께 강경모가 쓰러지는 장면에서 백 대표는 일시 정지를 누르더니, 다시 앞으로 되감았다.
김진성이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으로 되돌린 그는, 가장 느린 속도로 재생한 뒤 화면을 확대했다.
주먹이 강경모의 팔을 부러뜨리며 턱으로 향하는 장면을 유심히 쳐다보는 백 대표.
몇 번을 더 돌려본 뒤에야 그는 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역시,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 이 나이에 이 정도 파괴력을 내려면, 최소 S급 이상의 전투 관련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 특성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마나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눈동자에 아무 변화가 없어.’
보통 마나를 사용하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동공의 색이 본인이 보유한 특유의 마나 색깔로 변한다.
이건 백 대표 정도 되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사람만 알 수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다른 경기를 다 찾아봤는데도 똑같았어.’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이 소년은 그냥 순수한 개인 능력치가 높은 거다.’
백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치, 드넓은 갯벌에 묻혀 있던 크라켄의 마정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런 엄청난 인재가 이런 곳에 갇혀 있었다니!
‘고준경을 상대로는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벌써 기대가 되는군.’
백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달력을 확인했다.
아직도 2주나 남은 경기 일자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 * *
하지만 백 대표와는 달리, 직접 경기를 뛰어야 하는 소년들에게는 2주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와, 벌써 내일이 경기 날이야?”
대기실 중앙에서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있던 박성태가 문득 달력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 역시, 김진성과 같은 날짜에 코메인 이벤트 경기가 잡혀 있었다.
“안 되겠다, 한 번 더 스파링 뜨자. 야! 쌍둥이들!”
“헥, 헥···어?”
“또? 야, 스파링 끝난 지 5분도 안 지났어~!”
2주 전에 크루에 가입한 이윤성, 이윤환 형제가 죽겠다는 표정으로 칭얼댔다.
이미 땀범벅인 그들을 향해 박성태가 다그쳤다.
“5분이면 많이 쉬었네! 빨리 와! 연습만이 내일 경기에서 살 방법이야! 니들 내일을 끝으로 저 소각장에서 한 줌 재가 되고 싶냐?”
“아, 씨···.”
“알았어···.”
쌍둥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박성태 앞으로 다가가 전투 자세를 잡았다.
이후 박성태 혼자 둘을 차례대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5분씩 나눠서 스파링을 끝내자마자,
“헥, 헥, 헥···!”
“헉, 헉, 헉···!”
쌍둥이들은 드러누워서 가쁜 숨을 내쉬며 죽으려고 한다.
반면 두 다리로 멀쩡히 서 있는 박성태는, 아직도 기력이 넘치는 모습이다.
“수고했다! 이제 씻고 푹 쉬어라! 혹시, 나랑 한 판 스파링 더 할 사람?”
“와, 씨. 넌 지치지도 않냐?”
“체력 하나는 김진성 급이라니까···.”
팔팔한 박성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쌍둥이 둘은 힘겹게 일어나 씻기 위해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화장실 안쪽으로 들어간 순간 둘의 태도가 변했다.
마치 힘들어했던 모습이 다 가짜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켜보는 눈 없지?”
“어.”
곧 이윤성이 닫혀 있는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려온 목소리는 고준경의 것이었다.
“누구야?”
“잠깐 할 말 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핼쑥한 얼굴의 고준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본 순간, 고준경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눈앞의 쌍둥이는, 분명 2주 전에 김진성 밑으로 들어갔던 놈들 아닌가?
평소라면 쳐다도 못 볼 놈들이, 김진성 빽 하나 믿고 감히 직접 나에게 말을 걸어?!
“김진성도 아닌 고작 따까리 새끼들이 건방지게···!”
“김진성을 죽이고 싶지 않나?”
“···뭐?”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라는 표정의 고준경을 향해 이윤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린 김진성을 죽이기 위해 들어온 용병들이다.”
“···!”
눈이 커진 고준경을 향해 계속해서 말을 잇는 이윤성.
“오늘 밤, 김진성을 습격할 거다. 너도 동참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