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최소 3000억
순식간에 대표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이동식은 한참을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노려보더니, 이내 어이없이 피식 웃는다.
“하하, 거 참. 갑자기 안 하던 농담을 다 하고 그러냐?”
“네 귀에는 농담처럼 들리나 보다?”
“···너 제정신이야?! 어떤 미친놈이 명가 핏줄도 아닌 미성년자한테 3천억을 투자해?!”
이동식은 결국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야, 대한민국 최고 유망주였던 유준호가 미성년자 때 가치가 얼마로 평가받은 줄 알아?! 1조였어! 1조!”
“오~ 그랬어?”
“역대 최고로 평가 받았던 놈 몸값이 1조인데, 불과 몇 달 전까지 왕따나 당하던 삐쩍 마른 해골 새끼가 3천억이라고?! 그 3분의 1이라고?”
“뭔 상관인데?”
“뭐, 뭐?!”
“유준호가 1조건 100조건 무슨 상관이냐고? 클럽 대표인 내가 내 클럽 소속 선수를 3천억 이상으로 보고 있다는데?”
말문이 막혀버린 이동식을 향해 조 대표는 마지막 선고를 내렸다.
“다시 말하지만, 진성이 3천억 이하로는 절대 안 판다. 그리 알아.”
이후 조 대표는 입을 다물고 팔짱을 꼈다. 절대 흥정은 없다는 완고한 자세였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이동식은, 이내 한숨을 쉬면서 흥분을 진정시켰다.
그러더니 한층 가라앉은, 하지만 훨씬 더 강한 분노가 담겨 있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러지 마라, 친구야.”
“너야말로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고작 대학교 같이 나왔다고 헐값에 클럽 최고의 스타를 빼가려고 하면 쓰냐?”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정말 그렇게 해줄까?”
이동식이 눈을 부라렸다.
“여기서 불법으로 미성년자들 데리고 데스 매치 벌이고 있는 거, 그걸로 도박금 챙기고 있는 거, 그리고 소년들 시체 소각하고 있는 거, 전 국민이 알게끔 사방팔방 기사 내줄까?”
이동식의 말을 듣던 조 대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역시, 차가워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 새끼가 선을 넘네. 니들 드림 골드가 화성 쪽에서 불법으로 마약 공장 돌리고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
“그 마약 공장에서 미성년자랑 장애인들 24시간 굴리고 있다며? 그거, 취재팀이 현장 급습하게 해줘? 전국에 소문 쫙 퍼지게 만들어 주냐고?”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을 못 하는 이동식을 조 대표는 똑바로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설득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을 텐데? 우리는 스치면 치명타라고. 고작 꼬마애 한 명 때문에 서로 피해만 보는 일 벌이지 말자. 응?”
“···.”
“양중근 씨에게 가서 진성이 몸값에 대해 잘 말씀드려라. 그럼 가 봐.”
조 대표의 축객령.
이동식은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홱 몸을 돌렸다.
쾅!
부서지라 문을 닫는 이동식. 조 대표는 문 쪽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혀를 찼다.
‘저놈들은 내가 절대 애들 살려서 안 내보낸다는 걸 잊었나?’
솔직히 말이 3천억이지, 그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불러도 절대 김진성을 팔 생각이 없는 조 대표였다.
돈을 떠나서, 이 클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철칙이다.
* * *
이동식은 그 길로 돌아가 바로 양중근에게 보고했고,
“뭐? 3천억?!”
양중근은 당연하게 쌍심지를 켰다.
“그 새끼 완전 또라이 새끼네? 100억도 아까워서 다 줄까 말까인데, 뭐? 3천억?!”
“···.”
“야, 너는 그런 미친 소리를 하고 있는데 빈손으로 돌아왔어?! 이 병신 같은···!”
“그 X발 새끼!!”
갑자기 버럭 소리치는 이동식의 모습에 양중근은 눈을 크게 뜨며 재떨이를 잡아 던지려던 행동을 멈췄다.
“절대 용서 못 합니다. 오늘 나를 대놓고 갖고 놀았던 그 치욕, 수모! 절대 잊지 않습니다. 제 모든 걸 걸고 복수할 겁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눈까지 시뻘게지는 이동식의 모습에, 양중근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이동식이 그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새끼는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는 짓거리야?!”
“···죄송합니다, 마스터.”
“시건방진 새끼가···.”
이동식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본 양중근은, 재떨이를 잡은 손을 놓았다.
그 모습에 이동식은 속으로 안도했다.
‘···휴, 다행히 통했다.’
사실 얻어맞지 않으려고 일부러 연기한 것도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황해서 때리려던 것도 까먹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통한 것이다.
물론, 실제로 조 대표한테 분노한 것도 사실이긴 했다.
“그래서, 어떻게 복수할 건데?”
자리에 앉은 양중근이 묻자, 이동식은 생각해왔던 방법을 술술 대답했다.
“드림 골드 클랜에게 복수라는 단어는 한 가지 결론밖에 없습니다, 마스터.”
살해. 그리고 증거 인멸.
드림 골드와 척을 졌던 이들의 최후는 한 명도 다르지 않고 모두 똑같았다.
조 대표라고 달라질 건 없다.
“조 대표를 죽이겠다는 거야?”
“정확히는 파이트 클럽 전체를 장악하는 겁니다. 조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 모두를 처치하거나 잡는 거죠. 이러면 세 가지의 이득이 있습니다.”
“뭔데?”
“첫째. 김진성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둘째. 조 대표에 대한 제 복수도 성공합니다. 무엇보다 셋째, 파이트 클럽을 마스터께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음···.”
“최근 파이트 클럽의 수익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잖습니까? 그 황금 거위가 마스터의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구미가 확 당긴다는 표정의 양중근.
그걸 본 이동식은 계속 설득을 이어나갔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제가 전력을 이끌고 파이트 클럽을 치겠습니다. 현재 드림 골드의 전력이라면, 파이트 클럽 정도는 충분히 장악하고도 남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양중근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행여나 한 명이라도 도망쳐서 경찰에 꼰지르면? 특히 조 대표, 그 새끼 한때 좀 치는 놈이었다며!”
“···한때 잘 나가는 헌터였죠.”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강현의 이름을 모르는 헌터가 없었다.
척추를 다쳐서 은퇴하기 전까지, 조 대표는 대한민국 헌터 계에서 급속도로 떠오르는 신성이었었다.
당시 그 정도 실력이면, 지금 몸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목숨 하나는 부지한 상태로 도망칠 수준은 된다.
“그리고 조 대표 걔 정부 쪽에 연줄 좀 있다면서?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끝장나는 거 몰라?”
“맞습니다. 소문이 안 나도록 완벽한 계획을 잡지 않으면, 힘들겠죠.”
“그걸 아는 놈이···!”
“제 자세한 계획을 들어보시겠습니까?”
이동식의 말에 양중근은 입을 다물었다. 일단 들어본다는 자세다.
“최고의 방법은 역시, 조 대표만 따로 제거하는 겁니다. 그의 나와바리인 클럽 지역에서 벗어났을 때 제거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겠죠.”
“근데 걔 클럽 밖으로 거의 안 나온다며?”
“‘거의’ 안 나오는 거지, 나오기는 합니다. 바로 정부 쪽 연줄에 ‘선물’을 주러 갈 때입니다.”
‘선물’이라.
바로 이해한 양중근이 물었다.
“언제 나오는데?”
“최근에 클럽 내 직원을 한 명 포섭했는데, 분기마다 한 번씩 정부청사로 자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분기라···. 이번 분기 얼마 안 남았잖아?”
달력을 확인하며 양중근이 묻자, 이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확히 한 달 뒤인 9월 30일 날 이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 *
“곧 9월 30일입니다, 형님.”
“30일이 뭐?”
대준의 말에 조 대표는 달력을 확인해보았다.
“정부청사 찾아가는 날? 그게 왜? 문제 있어?”
“그게 아니고, 고준경이 계약 끝나는 날짜 말입니다, 형님.”
“아~!”
잠깐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고준경과의 계약 기간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29일이 고준경이 마지막 경기지?”
“네. 그 경기가 끝나면 사실상 고준경을 잡을 명분이 없어집니다, 형님, 그, 지금이라도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이미 손은 써놨어.”
조 대표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너도 대기실 당번 돌지?”
“네, 형님. 오늘도 다녀왔습니다.”
“그럼 고준경 상태 알 거 아니야?”
“독감 증세가 심하다고는 하더군요다. 1주 전쯤인가부터 걸렸는데 아직도 안 나은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근데, 고작 독감 정도 가지고는···.”
“정말 독감일까?”
“···네?”
조 대표는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생각해 봐. 고준경 정도 되는 각성자가 2주 동안 독감 하나 못 이겨낸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아?”
“···다른 병입니까?”
“당연하지.”
“어떤···?”
대준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 * *
오늘도 대기실 중앙은 몰려든 소년들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몇 달 전과 분명히 차이점은 있다.
“자자, 다들 들어봐!”
원래는 고준경 패거리가 전세를 낸 곳인 마냥 사용하던 장소에, 지금은 박성태가 소년들의 중심이 되어 연설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우리 KP 크루에 들어오게 된 이윤성, 이윤환 형제야! 어제 경기장 위에서 피 터지게 싸웠던 쌍둥이들 알지?”
“아~걔네?”
“용케 둘 다 살아있네?”
“난 살려줄 줄 알았어. 어제 둘 경기가 제일 재밌었잖아.”
“하긴, 관객 반응 괜찮으면 조 대표, 그 돼지 새끼가 한 번은 봐 주더라.”
“그 돼지 새끼 진짜 돈에 환장했네. 어떻게 쌍둥이끼리 붙일 생각을 다 하냐?”
주변에서 웅성대는 소년들은 모두, 김진성과 박성태를 따르는 크루 일원이었다.
“자, 우리 크루에 가입하게 된 둘을 향해 모두 박수!”
주변의 50명 가량의 소년들이 일제히 환호하면서 쌍둥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이후 마구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악!”
“거기 꿰맸다고···아! 아아!”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웃음꽃을 피운 이 광경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중앙 자리에서 변방의 구석진 곳으로 밀린, 고준경 없는 고준경 패거리였다.
“아, X나 시끄럽네.”
“여기 뭐 전세 냈어? 지네들만 지내는 공간도 아니고···.”
투덜대는 고준경 패거리.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이제 저들에게 대들기에는 숫자 차이가 너무 심했다.
개개인의 전력도 이젠 큰 차이가 안 난다. 최근에 주먹 좀 친다 하는 유망주들은 모두 KP 크루 밑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중앙 권력에서 밀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조용히 호박씨를 까거나 신세 한탄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 X발. 고준경이만 몸 멀쩡했어도 저 새끼들 죄다 찍소리도 못하게 밟아버릴 수 있는데···!”
“준경이 아직도 계속 아프대?”
“더 심해진 거 같던데? 오늘도 화장실 10번 가까이 가던데.”
“11번이야. 지금도 화장실에 있어.”
그들의 말대로, 또다시 화장실에 온 고준경은 변기 위에 앉아,
“허억···허억···.”
누가 봐도 고열 증세처럼 보이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힘겹게 한숨을 쉬어대고 있었다.
‘망할···왜 몸이 안 낫는 거지?’
2주 전부터였다. 단순 발열뿐만 아니라 복통, 설사, 근육통까지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증세는 더 심해졌다. 요즘은 본인 방에 누워 있는 시간보다 이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길다.
그는 이를 빠드득 갈고 싶은 심정이었다. 힘이 없어서 실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조 대표, 이 새끼 2주 전에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정확히 조 대표와 소고기를 먹은 그다음 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의 입장에서는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또, 같이 먹은 김진성은 멀쩡했다. 그렇다면 나만 왜···?
‘설마, 그 날 떡친 여자가 문제인 건···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고준경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을 애써 억지로 지워내었다.
정말로 생각하기도 싫은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 * *
하지만 고준경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었다.
“에누코 병이요···?”
“어.”
놀란 대준의 물음에 조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동그래진 눈으로 질문을 이었다.
“그거, 성병 중 제일 사망 확률이 높다는 병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