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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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맨
다음 날부터 김진성의 지하 생활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정말로 고준경과 대화한 그 순간부터 그의 패거리는 김진성을 괴롭히지 않았다.
안 건드리는 걸 넘어서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수준이긴 했지만··· 어쨌든 좋아진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김진성에게 다가오지 않자, 다른 소년들이 한두 명씩 김진성에게 슬슬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어, 안녕, 진성아? 난 오준환이라고 해···.”
“이거 먹을래? 아까 관중한테 받았던 초콜릿이야.”
“혹시 괜찮다면 어떻게 운동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
이 대기실의 질서를 꽉 잡고 있던 고준경 패거리를 따라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은 접근하지 못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최상위 랭커 중 한 명인 강경모를 때려잡은 게 컸다.
주먹 두 방으로 전 챔피언을 때려잡은 김진성은, 지금 소년들에겐 고준경 못지않은 엄청난 강자로 이미지가 박힌 상태다.
“야, 그 초콜릿 나부터 줘 봐. 뭐 독 같은 거 들은 거 아니지?”
덕분에 가장 신이 난 건 박성태였다.
신입 동기이자, 유일하게 이전부터 김진성과 같이 괴롭힘을 받던 사이라는 게 인제 와서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거기에 10위 권 안팎에서 놀던 최한길을 단 한 번의 위기도 없이 때려잡을 정도의 강자 아닌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박성태를 김진성의 오른팔로 인식하고 따르기 시작했다.
“···음. 문제없네. 어이, 브라더! 초콜릿 너 방 서랍에 넣어놓을게!”
‘내가 왜 네 브라더인데···?’
자신을 향해 크게 외치는 박성태의 목소리에, 김진성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쟤 때문에 요즘 혼자 조용히 쉴 시간이 아예 없어졌다고.’
그가 계약 후 원했던 생활은 더 이상 괴롭힘 받는 일이 없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평화로운 생활이었다.
지금처럼 24시간 애들이 졸졸 따라다니는, 무슨 학교 일진의 우두머리라도 된 듯한 생활이 아니었다.
평생을 내성적으로 살아온 김진성에게는 이렇게 매일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생활이 더 스트레스였다.
‘이래서 내가 소각장 밖으로 안 나가는 거야.’
유일하게 그가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은 이 소각장 안이었다.
김진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가온 소년들도, 굳이 시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 있을 때 만큼은, 김진성이 그렇게 원하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긴 영원한 내 공간이야. 다른 애들한테 절대 못 넘겨줘.’
사실 김진성이 계속 99번방을 사용한다 했을 때, 그리고 소각장 일을 도맡는다고 했을 때, 대기실의 모두가 의아해했었다.
– 저 끔찍한 일을 왜 계속하는 거지?
– 더 이상 저런 일을 할 필요가 없잖아?
“어이, 브라더! 그런 일 이제 신입들에게 넘겨! 대기실 서열 원투를 다투는 놈이 모양 빠지게 그게 뭐야?”
실제로 박성태는 아예 대놓고 그만하라고 매일 이렇게 설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성은 절대 타인에게 넘길 생각이 없었다.
악인을 죽여야 강해지는 특이한 특성.
그리고 악인이 가득한 지하 불법 투기장.
경기에서 패배하면 시체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치료는커녕 산 채로 태워버리는 이곳은, 그야말로 김진성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다.
‘두고 봐라. 2년 계약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 여기 있을 거니까!’
김진성은 속으로 또 한 번 다짐하며, 마지막 남은 소년의 시체를 소각 기계 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확 바뀐 대기실 생활을 보내다 보면, 2주 정도의 간격으로 한 번씩 경기장 위에 올라갔다.
보통 상대는 대략 2~30위 권에 속하는 유망주들.
조 대표는 정말 계약대로, 이전에 상대했던 강경모나 이형준보다 훨씬 약한 상대만 붙여준 것이다.
김진성 또한 계약에 충실했다.
‘한 2~3라운드까지는 조금 얻어맞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기가 시작되면, 초반에는 일부러 본인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연기’를 한다.
일부러 주먹을 크게 휘두르는 액션을 하면, 상대방은 옳다구나 하면서 바로 김진성의 얼굴에 펀치를 날린다.
하지만 정타는 허용하지 않는다. 살짝 빗맞으면서도 타격음은 크게 날 정도로만 맞는 ‘연기’를 한다.
쩍!
“오오오!”
“쓰러졌다!”
그리고 넘어지면,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선다.
그리고 상대편 선수 밑에 깔려 바둥거리며 힘들어하는 최강자의 모습에 모두 흥분한다.
그렇게 2~3라운드 정도 마치면, 관객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웅성댄다.
“이번에는 진짜 지겠는데?”
“가쁜 숨 몰아쉬는 거 봐봐! 벌써 체력 완전히 고갈됐어!”
“에이, 씨! 주먹 한 방만 믿고 싸우는 놈한테 거는 게 아니었는데···!”
‘연기’에 속은 관객들의 반응이 이렇게 흘러갈 때가 되면,
‘이제 끝내도 되겠군.’
라고 생각하며 김진성은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최대한 지친 모습으로 계속 ‘연기’하면서.
반응이 대놓고 굼떠진 김진성의 모습을 보면, 상대방은 의기양양하게 저돌적으로 공격해 들어온다.
그때 김진성은 공격을 피하면서, 있는 힘껏 상대방의 턱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빠각!
“우와아아!!”
단 한 방에 상대방은 턱뼈가 박살나면서 그대로 기절하기 일쑤였다.
이후 목을 졸라서 마무리하면, 경기 끝.
시종일관 밀리던 김진성이, 단 한 방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 짜릿한 장면에 관중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이스!!”
“역시 김진성의 펀치력은 진짜···!”
“내가 말했지! 쟤는 아무리 불리해도 저런 한 방이 있어서 무섭다니까?”
“젠장!! 김진성, 믿고 있었다고!!”
그들의 환호성에 김진성도 화답했다.
“으아아아!”
팔각 링 위로 뛰어 올라탄 뒤 표효하는 김진성.
이것 또한, 관중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일종의 ‘연기’였다.
* * *
경기가 끝난 후, 자정이 넘은 시각.
“자자, 한잔하자! 짠~!”
직원들만 오는 사내식당에, 조 대표와 고준경, 김진성 세 명만이 소고기를 구우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식당의 유리창 밖으로 총을 든 직원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요즘 진성이, 연기력이 날이 갈수록 늘더라? 나 3라운드 때 다운됐을 때 진짜 기절한 줄 알았잖아!”
“하하하···.”
“덕분에 오늘 역대 최고 시청률 찍었어! 배팅금도 역대 최고급으로 들어왔고. 아주 훌륭해!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돼! 잘하고 있어!”
“네.”
“자, 우리 클럽 최고의 스타 ‘원펀맨’ 김진성이! 한 잔 더 받아!”
원펀맨.
시종일관 밀리다가 주먹 한 방으로 경기를 역전시켜 끝내버리는 김진성의 경기 스타일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항상 극적인 승리 장면을 보여주는 김진성은 이미 챔피언인 고준경의 인기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고, 지금은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경기력, 인기, 스타성, 관중 및 배팅금 동원력 등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1위.
조 대표에게는 이런 김진성은 그야말로 S급 마정석을 낳는 거위였다.
“야, 준경이 소주 좀 갖고 와봐. 아, 이 새끼 고기 좀 구워놓으라니까 하나도 안 구워놨네!”
“···.”
당연히 조 대표 입장에서는 곧 죽을··· 아니, 떠날 고준경보다 김진성한테 잘 해줄 수밖에 없었다.
굳은 얼굴로 고준경이 자리에서 냉장고로 걸어갔지만 조 대표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그저 김진성에게 어깨동무한 채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끌어갔다.
“요즘 대기실 생활은 어때? 뭐 또 쟤네 패거리가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지?”
“네.”
“아, 그래! 얘기 들었다. 요즘 쟤네보다 너네 ‘김진성 패거리’가 더 잘 나간다며?”
“···예?”
이게 뭔 소리야? 라는 김진성의 표정.
“에이, 뭘 모르는 척을 하고 있어! 요즘 대기실을 지배하고 있는 ‘실질적 리더’라고 직원들이 하나같이 말하던데!”
“아니, 그건 아닌데···.”
김진성은 당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준경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등을 보이고 있었던 터라 김진성은 보지 못했다.
막 소주병을 꺼내던 고준경의 두 눈에 크게 스파크가 튄 것을 말이다.
“잘하고 있어! 어차피 준경이 쟤 한 달 뒤면 나갈 거고, 그러면 이제 네가 쟤 역할을 맡아야 하니까, 미리 리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니, 전 아무것도 안 했다고요···.’
애들이 맨날 따라다니는 게 짜증 나서 소각장으로 도망치는 게 일상인데, 뭔 리더 역할을 했다고···?
“준경이, 너도 이제 얘한테 전권 물려주고 슬슬 나갈 준비나 해. 2년 가까이 대장 노릇 했으면 이제 조용히 사릴 때도 됐잖아?”
“···.”
“진성이도 준경이 계속 잘 대우해주고. 그래도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 리더 대우해주는 게 얘도 가오가 살 거 아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자, 준경이 술 좀 따라봐!”
그렇게 술자리는 계속되었다. 조 대표 혼자 떠들고, 김진성은 대답만 하고, 고준경은 소외된 분위기 그대로 말이다.
“자, 막잔 하고 일어설까? 오래간만에 내가 여자애들 불러왔거든.”
“오~!”
처음으로 표정이 펴진 고준경. 하지만 김진성은 곧장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좀 돌아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생각보다 좀 뇌 쪽에 데미지가 있는 거 같아서···.”
“어이구, 그러면 가서 쉬어야지! 그래, 넌 어서 들어가! 준경이도···.”
“네? 저도요?”
“음, 아니다. 벌써 불렀으니 돌려보내긴 그러니까, 따라와라!”
정색하려던 고준경의 표정이 다시금 펴졌다.
곧 셋은 식당을 나왔고, 입구 밖에서 대기하던 직원들과 함께 양쪽으로 나누어져 걸어갔다.
고준경과 함께 대표실 쪽으로 걸어가던 조 대표는,
우웅~.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을 느끼고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보니,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
이동식 :
내일 오후 6시쯤 얼굴 좀 보자. 내 마스터가 너한테 직접 전달하라고 한 선물이 있거든.
내가 직접 니 사무실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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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라···.’
어떤 선물인지 안다.
맨 처음 김진성을 받았을 때, 신경 좀 써 달라며 주던 돈뭉치를 당시 이동식은 ‘선물’이라고 불렀었다.
* * *
다음 날.
대표실을 찾아온 이동식은, 곧바로 ‘선물’부터 조 대표에게 내밀었다.
“내 마스터가 마련한 선물이다. 이번엔 지난번보다 좀 더 신경 쓰셨다.”
가방도 아닌, 커다란 박스 안에 가득 담겨 있는 지폐.
모두 ‘대격변’ 이후 새로 발행된 100만 원권 지폐다.
조 대표는 눈대중으로 금액을 확인했다.
“100억?”
“역시, 이런 건 계산 잘 하네.”
“원하는 게 뭔데?”
조 대표의 물음에 이동식은 바로 대답했다.
“김진성을 넘겨.”
“진성이?”
“그래. 아예 우리가 처리해버릴 생각이다. 여기 계속 내버려 둬봤자 계속 이기기만 하잖아.”
사실상, 이 클럽에서 알아서 자연사하도록 놔두는 작전은 포기했다고 이동식이 선언한 것이다.
“큭큭큭, 잘 생각했다. 김진성이 이렇게 강한 놈일 줄 누가 알았겠냐?”
조 대표의 대답에 두 눈동자에 살기가 감도는 이동식.
하지만 조 대표는 태연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친구. 나라고 그 사실을 알았겠어? 그렇다고 클럽의 또 다른 스타인 고준경이랑 붙일 순 없잖아? 둘 중 하나 죽는 순간 내가 입는 손해가 얼마인데?”
“···.”
“그리고 만약 붙였다가 김진성이 이기면? 그럼 너 또 마스터한테 처맞을 거 아냐?”
“그래서 우리가 처리하려는 거다.”
이동식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쁘니까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김진성이 어디 있어?”
“지하 대기실에 있지.”
“어서 데려와. 아니면 내가 직접 데려갈까?”
“누가 넘겨준대?”
“···뭐?”
자기 귀를 의심하는 표정의 이동식을 조 대표는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미쳤냐? 고작 100억에 한 경기당 수억의 배팅금을 땡겨 오는 슈퍼스타를 그냥 넘기게?”
조 대표는 박스를 다시금 이동식 쪽으로 밀어내었다.
“최소 3000억. 흥정 불가야. 네 마스터한테 그대로 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