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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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계약
“···정말요?”
김진성이 전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당연하지! 야, 준경이 계약서 갖고 와 봐.”
옆자리에 앉아있던 대준이, 책상으로 가 서랍을 열고 파일 하나를 가져왔다.
조 대표는 계약서를 펼쳐서 김진성에게 내밀었다.
“고준경이랑 작년에 했던 계약서야. 방금 너한테 했던 말 그대로 적혀 있으니까, 잘 읽어 봐.”
김진성은 계약서를 한 줄 한 줄 정독해서 읽어보았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 계약 기간인 2년 동안 조 대표의 말을 잘 따를 시, 자유의 몸으로 풀어줄 것을 약속한다.
– 강제노역자 신분일 시, 정부에 부탁해 다시 일반 시민으로 격상시켜 주겠다.
“···다시 일반 시민으로 올리는 게 가능해요?”
“내가 정부 쪽에 연줄이 좀 있어. 돈만 좀 주면 1분 만에 바꿔줄 거다. 실제로 내 아는 동생 세 명 정도 그렇게 바꿔줬어.”
조 대표의 말에도 김진성은 불신의 표정을 지었다.
계약서를 안 믿는 게 아니라, 이 계약서를 작성한 조 대표를 못 믿는 것이다.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구먼. 내 말 더 들어봐.”
김진성의 얼굴을 본 조 대표는 설득을 시작했다.
“이 격투 바닥이라는 게 말이야, 한 놈이 최강자로 오래 군림하면 관객들이 배팅을 잘 안 해요. 뻔히 이길 걸 아니까 전부 최강자 쪽으로 배팅금이 몰리거든. 100만 원을 걸어도 만 원도 못 딸 때도 있다니까?”
“···.”
“지금 고준경이 그래. 얘가 너무 압도적이니까 누구랑 붙여도 사람들이 기대감이 없어! 실제로 요즘 시청률도 떨어지는 추세였고. 그래서!”
조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적당히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을 때, 다른 클랜 같은 곳에 계약금 받고 넘기려는 거야. 큰돈을 받고 팔면 내 입장에서도 훨씬 남는 장사니까. 무슨 소리인 줄 알아?”
“···네.”
말은 그럴듯하네···라고 김진성은 생각했다.
“이제 고준경은 반년 뒤에 계약이 끝나. 그다음부터는 진성이, 니가 이 역할을 해줘야 해. 이 클럽의 최고 스타로서, 관객과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연기’를 해줘야 한다고.”
“···.”
“자, 알아들었지? 그럼 사인해라. 어차피 선택권도 없잖아? 너 평생 여기 지하에 갇혀 살 거야?”
설명을 끝낸 조 대표가 채찍부터 갈겼다.
근데,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나한테 선택권이 없긴 해. 하지만···.’
김진성은 여전히 조 대표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거부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아니, 괜스레 조 대표의 미움만 살 가능성이 크다.
괜히 미운털 박혀서 앞으로 더 고생하면서 사느니, 어떻게든 시키는 대로 잘 해서 호감을 사는 편이 낫다.
이 계약서 내용이 모두 안 지켜진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진성아.”
곧 조 대표는 김진성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이번에는 당근을 내놓았다.
“시키는 대로 잘 하면, 2년 동안 대우도 잘 해줄게. 가끔 나랑 같이 소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한잔하고! 좋은 데도 가고, 응?”
그러면서 펜을 들이미는 모습.
이미 마음을 정한 김진성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펜을 집은 뒤 손을 계약서의 서명란으로 옮겼다.
* * *
대표실을 나온 김진성은 등 뒤에 총을 든 직원 둘을 데리고 대기실로 향했다.
내려가는 도중,
“야!”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의무실 쪽에서 온몸 곳곳에 파스를 붙인 상태로 다가오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신입 동기, 박성태였다.
“와, 너 미쳤더라! 아니, 이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 거야?”
바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친한 척을 하는 박성태.
얘 왜 이래? 라는 김진성의 표정에도 박성태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댔다.
“너 오늘 경기 보자마자 나 바로 느낌 왔어! 고준경, 그 X발 새끼 죽일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고!”
“···.”
“앞으로 너 건드는 새끼 있으면, 내가 알아서 먼저 처리해줄게! 어딜 미래의 챔피언에게 감히···!”
그렇게 대기실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박성태는 한 번도 김진성에게 한 어깨동무를 풀지 않았다.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응?’
냉랭하게 얼어붙어 있는 분위기에 둘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둘러보니, 모두가 김진성을 바라봄과 동시에 한쪽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다.
김진성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아···.’
살벌한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고준경 패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저러는지는 뻔했다.
오늘 저 패거리 멤버 중 둘이 죽었고, 그들의 상대가 각각 박성태와 김진성이었으니까.
“야야, 들어가자.”
박성태가 김진성의 어깨를 잡아끌면서, 그들의 방이 있는 소각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고준경 쪽을 째려봤는데, 그게 심기를 건드릴 모양이었다.
“야.”
고준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진성 쪽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패거리들 역시 그의 뒤를 따라왔다.
박성태를 똑바로 내려다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너 지금 나 꼬라봤냐?”
시덥잖은 이유로 대놓고 시비를 거는 모습.
2주 전에는 감히 대꾸도 못 하고 눈을 깔던 박성태였지만, 이번에는 반대였다.
바로 옆에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꼬라 봤다. 그래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고준경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옆의 패거리 한 명이 눈을 부라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 새끼가 간땡이가 쳐 부었나!”
“X밥 새끼는 빠져!”
“뭐, 뭐?!”
“X발, 단체로 몰려 다니길래 X나 센 줄 알았더니 최한길 그 새끼, 별것도 아니더만?”
패거리들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박성태는 고준경을 향해 참아왔던 속마음을 쏟아내듯 털어냈다.
“니들 패거리 졌다고 매번 대기실 분위기 X창 내지나 마, 이 X밥 새끼들아!”
“이 개새끼가!!”
“넌 오늘 뒤졌어!”
단체로 발끈하며 달려들려는 패거리들. 하지만 박성태는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다 덤벼, 이 새끼들아! 오늘 강경모 당하는 거 봤지? 니들 중에 진성이 주먹 한 방이라도 버틸 수 있는 놈이 몇이나 될까? 어?!”
그 외침은 꽤 효과가 컸다.
접근해오던 패거리들 모두가, 김진성 쪽을 바라보며 움찔하며 걸음을 멈춘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아까 전 강경모의 가드한 팔을 부러뜨리면서 턱을 박살 내버리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순식간에 사건의 중심이 되어버린 김진성은,
‘하아···.’
정작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왜 시비 걸어놓고 나를 방패로 삼고 있는 건데···?’
어느새 김진성의 등 뒤로 물러서 있는 박성태를 김진성은 흘끔 째려보았다.
그때였다.
쾅!
대기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조 대표가, 소총을 든 직원들과 함께 대기실로 들이닥친 것이다.
“모두 엎드려!”
“움직이지 마!”
직원들의 외침에 소년들 모두가 화들짝 제자리에 엎드렸다.
패거리들과 박성태, 김진성도 엎드렸고, 고준경만 유일하게 서서 조 대표 쪽을 바라보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조 대표는 고준경 쪽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내가 분명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신입들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어?”
“대표님, 그게 아니라 이 새끼가 먼저···!”
“입 닥쳐!!”
조 대표는 버럭 외치며 말을 끊었다.
“듣자 하니 얘네 둘 방도 안 바꿔줬다며? 너 요즘 왜 내 말 안 들어? 내가 이딴 식으로 하라고 너 리더 자리에 앉힌 줄 알아?!”
계속된 호통에 입을 다문 채 시선을 돌리는 고준경.
조 대표는 그를 향해,
“안 되겠어. 너 따라와.”
라고 한마디 한 뒤 조 대표는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직원들은 곧장 고준경을 포위했고,
“하, X발···.”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고준경은 박성태를 노려보면서 억지로 대기실 쪽으로 걸어갔다.
곧 소년들 모두가 자리에서 슬금슬금 일어났다.
“뭐지?”
“조 대표가 고준경한테 저렇게 화내는 거 처음 보는데···?”
“저대로 밖에서 총 맞고 죽는 거 아냐···?”
“에이, 설마. 그래도 챔피언인데···.”
이내 웅성대기 시작한 소년들은 10분 뒤, 다시 문이 열리면서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너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고준경.
그가, 김진성 쪽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 * *
잠시 후.
1번 방 안에는 고준경, 김진성 단둘만 존재했다.
99번 방의 낡고 허름한 침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깔끔하고 푹신해 보이는 퀸사이즈 침대.
거기에 앉은 고준경이, 한참의 어색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계약서에 사인했다며?”
“···.”
“방금 대표한테 들었다.”
대답 없는 김진성을 향해 고준경이 계속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내가 풀려나면 앞으로 내 역할을 너에게 맡긴다더라. 그래서 앞으로 남은 반년 동안 너 많이 도와주라고 하더군.”
아, 그래서 따로 대기실 밖으로 불러서 얘기한 거였구나···라고 김진성은 생각했다.
둘의 계약 내용은 다른 소년들이 절대 알면 안 되는 극비니까.
고준경이 한동안 김진성을 노려보더니 피식 웃었다.
“참나.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이런 쥐뿔도 없는 새끼한테 리더 자리를 맡긴다고?”
“···.”
“뭐, 나간 뒤의 일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아무튼.”
고준경은 김진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시간부터 나랑 내 친구들이 너를 건드릴 일은 없을 거다. 앞으로 대기실 안에서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라. 단!”
단?
“나 대신 리더 행세는 하지 마라. 엄연히 지금 이곳의 리더는 나야. 내가 있는 동안까지는 무조건 내 말에 따라라. 알겠어?”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나랑 내 패거리를 건들면 그땐 계약이고 뭐고 안 참는다. 나대고 싶으면 반년 뒤에 해! 그땐 패 죽이든 말든 나랑 상관없으니까.”
“···.”
“이제 나가. ···아.”
축객령을 내리던 고준경은 잊어버린 한 가지를 바로 기억해냈다.
“원하는 방 있으면 말해라. 이 방만 빼고.”
고준경의 말에 김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됐어.”
그는 짧게 대답한 이후 1번 방을 나갔다.
그 닫힌 문을, 고준경은 눈썹을 찡그린 채로 한참을 노려보더니, 이내 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방금 전 조 대표한테 받아온 담배를 입에 문 뒤 불을 붙인 그는,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한 마디 했다.
“재수 없는 새끼.”
* * *
그 시각.
“형님.”
대표실로 돌아온 조 대표를 향해 부하 대준이 물었다.
“정말 고준경을 계약대로 풀어줄 생각입니까?”
“어.”
“지금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고준경 그 새끼가 자유로 풀려난 뒤에, 우리가 시체 소각한다는 사실을 퍼뜨리게 되면···.”
“X되는 거지. 알아.”
아시면서 왜···?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대준을 향해, 조 대표는 책상 서류를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난 반년 뒤에 정말로 고준경을 풀어줄 생각이야. 단,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말이지.”
“아···.”
이해했다는 표정의 대준을 향해 조 대표는 씨익 웃어주었다.
“내가 미쳤다고 동네방네 여기 소문 다 나게 하겠어? 그 순간 바로 장사 끝인데?”
사실 시체 소각이나, 미성년자를 상대로 데스 매치를 벌이는 등의 불법 행위는 이미 정부 쪽에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여기까지 굳이 손을 뻗지 않는 것이다.
당장 몬스터 및 클랜들끼리의 싸움 등등 때문에 서울 치안도 수습하기 힘든 마당에, 이런 음지까지 신경 쓰기에는 공권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니까.
거기에 주요 공무원들에게 조 대표가 정기적으로 뇌물을 줘서 확실히 입막음하는 중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고준경 때문에 동네방네 소문이 퍼져 국민 모두가 아는 이슈가 된다면, 그땐 정부에서도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순간 파이트 클랜은 문 닫는 것이다. 조 대표는 최소 사형이고.
“애초에 말 나올 건덕지 자체를 만들 필요가 없지.”
“맞는 말씀입니다, 형님.”
동의하는 대준을 향해 조 대표는 한마디 더 했다.
“여기 들어온 소년들은 절대 살아서 못 나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