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This is my show
이후 곧바로 눈앞을 뒤덮을 만큼 떠오른 알림창 밑에 한 줄의 알림이 또 떠올랐다.
[마신 단틸리온이 당신을 향한 모든 마신의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뜻밖의 내용에 김진성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때 단틸리온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들려왔다.
[욕심만 그득한 놈들 같으니라고…. 먼저 중간계 생명체와 협상 중인 마신이 있으면 중간에 건들지 않는다는 불문율조차 어기려고 하다니…!]‘난 너랑 협상하려 한 적 없는데?’
[뭐? 아아…. 혼잣말이니 신경 쓰지 말도록. 크흠.]단틸리온이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바로 주제를 전환했다.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아, 공명 상태! 그래, 내가 알려준 공명의 위력을 몸소 체험해보니 어떠냐? 대단하지 않으냐? 만약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구경도 못 해봤을….]‘말 돌리지 말고 대답이나 해.’
[…어?]하지만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이 없는 김진성이었다.
‘왜 네 맘대로 다른 마신의 접근을 차단했지? 난 너랑 협상하겠다고 하지 않았는데.’
[그게….]‘됐어, 꺼져! 다른 마신들이랑 얘기할래.’
[자, 잠깐만!]김진성이 정말 연결을 끊으려는 듯 굴자 단틸리온이 다급하게 외쳤다.
[왜 이러는 거냐? 굳이 날 보내고 다른 마신을 찾는 이유가 뭐냐고? 당장 방금 너를 위기에서 구해준 마신이 누군지를 그새 잊은 거냐? 어?!]‘나 원…. 한 번 도와줬다고 되게 생색내네?’
[그 한 번의 도움 때문에 목숨을 구하지 않았느냐! 만약 내가 공명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넌 차디찬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을 것이다!]‘어차피 그건 다른 마신이었어도 알려줬을 거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펄쩍 뛰면서 외치는 듯한 단틸리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른 마신이었으면 반말하자마자 바로 저주를 내려서 던전 난이도를 몇 배 더 끌어올렸을 것이다! 나처럼 친절한 마신 만나기가 쉬운 줄 아느냐?!]‘진짜 그런지 안 그런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일단 벨리알부터….’
[잠깐!!]이번 단틸리온의 외침은 김진성에게는 거의 절규에 가깝게 들렸다.
이후 이어지는 목소리도 왠지 모르게 물기에 젖은 듯한 느낌이었다.
[넌 감사할 줄도 모르느냐?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도와준 나를 이렇게 매몰차게 버린다고? 인간은 은혜를 갚는 종족이라고 들었거늘!]그 말에 김진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명색이 마신이라는 존재가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이 퍽 웃겼던 것이다.
이제는 거의 매달리는 듯한 단틸리온을 향해, 김진성은 다시 한번 떠보듯이 물었다.
‘고맙긴 한데, 나 좋다는 마신 한 명씩 다 만나서 얘기한다는 게 그렇게 싫어? 너보다 나와 더 잘 맞는 마신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또 뭔데?]‘앞으로 네가 나한테 얼마나 더 도움이 될지도 확실하질 않아서….’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도움이 안 된다니!]곧바로 김진성이 투척한 미끼를 덥석 무는 단틸리온이었다.
[나, 단틸리온은 마계에서도 가장 다양한 지식과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계의 걸어 다니는 정보 창고’라고 괜히 불리는 줄 아느냐?]‘너 똑똑한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딱 들으면 모르겠느냐! 앞으로 네게 공명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유익한 정보를 훨씬 많이 줄 수 있다, 이 말이다!]그 말에 김진성은 일부러 솔깃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호오. 공명보다 좋은 정보라….’
[일단 넌 공명의 제대로 된 힘을 아직 완전히 다 깨닫지도 못했다. ‘공허의 공간’을 뒤덮는 건 고작 단편적인 능력일 뿐이야!]‘그래?’
[그렇다! 어떤 능력이 있는지 지금부터 설명해 주도록 하지! 마침 직접 실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이기도 하니 말이다. 우선 첫 번째는….]그렇게 알아서 정보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하는 단틸리온.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김진성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자존심을 살짝 건드려 주었더니 알아서 술술 부는 게 생각보다 아주 단순한 놈인 것 같았다.
‘어느 정도 필요한 정보를 다 얻을 때까지는 일단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낫겠어.’
마계던전이나 신대륙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던 차에 아주 잘됐다 싶었다.
최소한 마계던전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을 때까지는 굳이 단틸리온을 쳐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김진성이었다.
* * *
그 시각에도 콜로세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방송은 계속 끊기지 않고 진행 중이었다.
캐스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기의 검은 물결이 보라색 원을 뒤덮어가는 장면이 다시 한번 방송을 통해 송출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편집한 영상은, 생방송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스펙터클했다.
특히 보라색 원 모양의 공허 영역이 사라짐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소멸하는 보라색 몬스터들의 장면이 가장 압권이었다.
– 와…!
– 우와…!
– 대박….
– 쩐다….
생방송으로 이미 봤던 모습임에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시청자들이 다시 감탄했다.
해설진들 역시 믿기지 않은 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와…!] [와, 정말 이건 엄청나네요…!] [다시 보니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이 장면이 어떻게 해서 발생된 것일까요?] [글쎄요…. 김진성이 했다기엔 너무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이는데요….]해설진 역시 방금 상황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해 의아해하고 있을 그때.
유일하게 해당 장면을 보면서 분노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용한길이었다.
‘…큰일 났다.’
바로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홍연석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눈에 띄게 굳어진 얼굴과 파르르 떨리고 있는 스마트폰을 든 손.
누가 봐도 용한길은 극도로 분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용한길의 뒷모습만 보고 있는 홍연석이 알아채지 못한 것이 있었다.
손뿐이 아니라 용한길의 두 눈동자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던 것이다.
그것은 용한길이 분노와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방금 그건…. 김진성 따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데…?’
그의 머릿속에 얼마 전, 대한 클랜 헌터들을 끌고 고위 던전 레이드에 도전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등장했던 마왕 한 명이, 방금 방송으로 목격했던 장면과 같은 능력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마왕의 주변에서 일어난 검은 물결이 주변을 완전히 뒤덮었고, 그로 인해 대한 클랜 헌터들이 미리 걸어놓았던 버프 및 디버프가 한순간에 날아갔었다.
그 때문에 대한 클랜 팀은 마왕과의 전투에서 매우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던전 공략에 실패했었다.
그때 이후로 용한길이 똑같은 장면을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즉, 마왕과 똑같은 능력을 지금 김진성은 사용한 것이다.
‘이건 내 예상을 한참 벗어난 수준이다.’
용한길이 표정이 이내 심각하게 뒤바뀌었다.
오랫동안 헌터 생활을 해왔던 그는, 예상을 벗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그 누구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용한길의 눈에, 스마트폰 화면 안에 보이는 김진성은 굉장히 위험천만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반드시 죽여야 해.’
던전에 갇혀 있는 지금이 아니면, 그리고 아직 더 성장하기 전의 경지인 지금 죽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영원히 제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이 순간적으로 엄습했다.
용한길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을 본 홍연석이 곧바로 그에게로 다가왔다.
용한길이 입을 열었다.
“계획을 변경하겠네. 다시 한번 헌터들을 투입해 김진성이 지나갈 길목에 균열을 생성하게.”
“알겠습니다. 누굴 투입하라고 지시할까요?”
“실패자들을 투입하게.”
그 말에 홍연석의 온몸이 굳었다.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하지만 용한길의 굳게 결심한 두 눈동자를 보니 그건 아니었다.
실패자.
다른 말로는 ‘금지된 능력의 소유자’로 불리는 자들이었다.
“…마, 마스터님. 실패자들은 아무리 마스터님이라 할지라도 독단적으로 투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홍연석은 어쩔 수 없이 용한길에게 설득의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용한길이 선을 넘는 결정을 할 때마다 그를 말릴 수 있는 유일한 대한 클랜 소속 헌터는 이 섬에서 홍연석밖에 없었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실패자만큼은 반드시 대한 클랜의 모든 간부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이렇게 말하는 줄 아나?”
용한길이 그의 말을 끊으며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후 책임은 내가 지겠네. 지시대로 따르게.”
“마스터님…!”
“뭣 하는가! 어서 헌터들을 투입하지 않고!”
주저하는 홍연석을 향해 용한길이 버럭 소리쳤을 그때였다.
둘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을 통해, 휘하 헌터 중 한 명의 보고가 들려왔다.
– 백준 대표가 마스터님 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그 말에 둘의 고개가 동시에 임시 스튜디오 쪽으로 향했다.
백준 대표가, CSS 글씨가 적힌 갑옷을 입은 직원들과 함께 다가오는 모습이 둘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런….’
용한길을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하필 이 타이밍에 백준이 오고 있다니. 이러면 헌터를 투입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한발 늦었군.’
속으로 안타까워할 그때, 어느새 용한길 바로 옆까지 다가와 선 백준의 모습이 보였다.
용한길은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엔 왜 왔는가?”
“공허까지 생긴 이상 그냥 두고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백준이 굳은 표정으로 용한길을 보며 말했다.
“다행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공허가 사라져서 한시름 놨지만, 상황을 보니 이보다 더한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백준은 던전 포탈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한 번만 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땐 부득이하게 생방송을 잠시 중단한 후 저와 직원들이 직접 들어갈 예정입니다.”
“…생방송을?”
용한길이 귀를 의심하여 되물었다. 백준이 콜로세움의 생방송을 중지시키는 일은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것이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당장 방금 생겨난 공허만 하더라도 본선 참가자 전원을 쓸어버릴 수 있지 않았습니까?”
“음.”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생방송을 잠깐 중단하는 것이 본선을 완전히 망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용한길이 입을 다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동자에 서려 있는 굳은 결심을 본 용한길은, 이내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애들을 다시 투입하는 건 불가능해졌군.’
갑자기 새롭게 지켜보는 눈이 열 쌍 넘게 던전 포탈 주위에 생겨났다. 여기에 백준까지 서 있는 상태라, 인력을 몰래 투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위험부담을 감수한 채 막무가내로 투입할 수는 없었다.
백준에게 들켰을 때의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무엇보다 백준은 탁남규 장관과의 관계가 아주 깊었다.
만일 백준과 척을 지게 된다면 대한 클랜은 더 이상 헌터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어찌해야 한다….’
복잡한 심경을 숨긴 채 던전 포탈의 입구를 바라보던 용한길은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전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서 던전 포탈 입구를 포위해서 서도록.”
그사이 백준은 무전기를 통해 직원에게 지시를 막 내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던전 포탈 내부 전체로 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백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면 최소한 대한 클랜 쪽에서 추가로 균열 작업하는 건 막을 수 있겠지.’
사실 백준은 이미 균열 작업을 한 정체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대한 클랜밖에는 없던 것이다.
애초에 공허가 이런 초급 중의 초급 레벨 던전에 등장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즉, 백준 입장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이상 본선을 방해하는 것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노사님.’
백준은 곁눈질로 용한길을 노려보았다.
최소한 김진성이 본선을 통과해 던전 입구 밖으로 나올 때까지는 계속 직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