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하나만 가르쳐도 다 깨닫는 재능
김진성은 쭉 뻗은 복도를 따라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러나 한참을 걸었음에도 김진성은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만나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몬스터는 모두 공허에 휩쓸려 전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진성은 아주 여유롭게 이동하면서도 단틸리온과 계속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방송에 들키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게 인위적으로 생성된 거라고?’
김진성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단틸리온에게 물었다.
‘그 오염자라는 몬스터와 공허가 생성되었던 균열들 전부?’
[그렇다.]단틸리온이 곧바로 대답해왔다. 어쩐지 아까 전부터 다소 고분고분해진 느낌이었다.
[너를 주시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네가 지나가는 길목 앞에서 인간 몇 명이 마정석으로 균열을 생성하더군. 몸을 숨기려는지 은신 중이였다만 그런 게 내게 소용 있을 리가 없지.]‘음….’
은신 상태로 그런 작업을 했다면, 참가자뿐만 아니라 방송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왜 몰래 작업했을까?
‘…혹시 직원이 들어와서 설치한 건가?’
가장 그럴듯한 건 역시 콜로세움 직원들이 들어와서 설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었다.
‘근데 계획된 장애물이라기엔, 공허는 좀 무리수 아니었나?’
당장 김진성도 단틸리온이 아니었으면 대처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을지도 몰랐다.
김진성조차 큰 위기를 겪었던 공허를 다른 참가자들이 극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허는 지금 나올 법한 장애물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던 김진성은 곧바로 단틸리온에게 물었다.
‘혹시 그 인간들의 복장을 기억하나? CSS라는 글씨가 적혀 있지는 않았어?’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거기엔 아무 글씨도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에….]‘대신에?’
단틸리온이 그 장면을 떠올리는 듯 조금 뜸을 들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 하나같이 모두 왼쪽 가슴에 작은 원이 그려져 있더군.]단틸리온의 말에 김진성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원 안에 뭔가 그려져 있진 않았어?’
[자세히? 흠, 글쎄….]단틸리온이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였다.
김진성은 답답한 마음에 그를 재촉했다.
‘빨리! 너 머리 좋아서 한 번 본 건 다 기억을 한다며!’
[그렇다. 마신은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맨입으로 얘기하고 싶진 않군.]‘뭐?’
[나와 영혼의 계약을 맺으면 말해줄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단틸리온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하자 김진성이 미간을 찡그렸다.
‘또 계약 얘기냐? 벌써 몇 번째야?’
공허를 없앤 이후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저렇게 계약 제안만 최소 다섯 번은 들었던 김진성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안 한다고 대답하고 넘겼지만, 다섯 번이 반복되니 이젠 슬슬 짜증이 나는 수준까지 왔다.
‘내가 분명 안 한다고 했잖아. 진짜 질긴 놈이네, 이거?’
[너야말로 고집 좀 그만 부려라! 이쯤 얘기했으면 포기하고 계약할 만하지 않으냐!]‘너만 좋은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데?’
단틸리온이 또다시 계약에 대해 김진성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설명이었다.
[마계던전에서 마신과 영혼의 계약을 맺는 것만큼 중간계 존재에게 도움 되는 일은 없다! 아까 공명의 힘처럼 말이다!]‘또 대답하게 만드네. 굳이 계약 같은 거 안 해도 지금 충분히 만족스럽다니까?’
[얘기 아직 안 끝났다! 나와 계약을 하면, 마계에서…. 아니, 전 차원에서 나만 보유하고 있는 능력들을 너에게 전수할 수 있다!그중 하나만 하더라도 너는 지금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단 말이다!]
단티릴온의 말에 김진성이 헛웃음을 지었다.
계약하면 강해진다니. 아주 전형적인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래? 근데 넌 지식이 뛰어난 편이라며. 그럼 전투 쪽에 뛰어난 마신과 계약하는 게 좋겠네?’
[뭐, 뭐라?!]‘그럼, 다른 마신들이 누가 있는지 봐야겠네. 어디….’
[잠깐!!]단틸리온이 다급한 듯 버럭 외쳤다.
위엄이라곤 전혀 없는, 절박함이 아주 잘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김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계약 얘기 좀 적당히 해라. 어차피 본전도 못 찾으면서 뭔….’
[이, 이 시건방진 애송이 새끼가…!]또다시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단틸리온이, 이내 결심한 듯이 외쳤다.
[알았다! 마음대로 해라! 단, 이제부터 네가 원하는 답은 주지 않겠다! 네가 물었던 문양 역시…!]‘위에는 빨간색이고, 아래는 푸른색이지? 두 색 사이에는 물결 모양의 선이 그려져 있고.’
갑자기 단틸리온이 말을 잃은 듯 조용해졌다.
그 솔직한 반응에 김진성이 피식 웃었다.
‘신대륙에 원 모양의 마크를 달고 다니는 클랜은 하나밖에 없어.’
[…….]‘설마 내가 그 정도도 모를 줄 알았냐? 이 정도는 네가 무시하는 인간들도 인터넷으로 다 알고 있다고.’
[끄응… 망할…!]단틸리온이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앓는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 회유하려는 계획이 실패했던 것이다.
단틸리온의 반응에 계속 웃던 김진성은, 이내 생각에 잠겼다.
‘대한 클랜이 왜 균열을 생성한 걸까? 제작진의 요청 때문에 작업을 도운 거면, 반드시 콜로세움 직원들과 같이 움직여야 하지 않나…?’
직원이 아닌 외부인은 절대 단독으로 생방송 중에 세트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건 콜로세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단틸리온은 대한 클랜 헌터들이 직원들 없이 들어왔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뭔가 수상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 클랜이 너무 의심스러웠다.
그때, 저 멀리 앞쪽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김진성은 곧바로 시야에 집중했다.
‘…하수인이네.’
다수의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하수인들이, 김진성을 발견하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화염 마나 하수인도 몇 마리 있는 것 같고.’
김진성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단틸리온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자, 아까 알려준 대로 저 하수인들에게 공명을 시도해 보아라.]그 말에 김진성은 아까 단틸리온에게 들었던 것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마계의 하수인 역시, 공허의 공간을 뒤덮을 때랑 같은 방법으로 공명을 시도하면 된다고 했었지.’
단틸리온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저 검은 하수인은 온전하게 마기로만 이루어진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공명을 이용하면 하수인을 수하 부리듯 다룰 수 있다고 했던 것이다.
‘범위 안의 하수인은 훨씬 난이도가 쉽다고 했었는데…. 어디 한번….’
김진성은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곧바로 공명 상태로 활성화되었다.
그 상태로 김진성은 눈앞의 검은 하수인들에게 공명을 시도했다.
너, 내 동료가 되어라!
그러자 김진성은 눈앞의 하수인들과 무형의 끈 같은 것으로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분신을 소환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된 건가?’
김진성은 곧바로 하수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검은 하수인들이 곧바로 몸을 돌려 화염 마나 하수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됐다!’
이후 서로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두 하수인 무리를 보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기뻐했다.
[그래, 바로 그거다. 어때, 참 쉽지?]곧장 단틸리온의 말이 들려왔지만, 김진성은 대답하지 않고 흘려버렸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것도 되나?’
김진성은 눈앞의 하수인을 향해 소멸 명령을 내렸다.
마치 분신들에게 하듯이 내린 그의 지시에, 검은 하수인들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펑 하고 터지듯 사라졌다.
이후 마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는 모습과 함께, 동시에 떠오른 알림창이 김진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50포인트 얻었습니다.
▶ 이미 상대 몬스터의 특성인 ‘마기로 이루어진 존재’를 획득한 상태입니다.
‘이것도 되는구나!’
혹시나 소멸시키면 직접 처치한 것처럼 포인트도 들어오는가 싶어 한번 해본 건데, 정말 생각대로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김진성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화염 마나 하수인들을 바라보았다.
화염 마나로 성질을 변환한 후에 공명을 시도한다면…?
김진성은 더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시도했다.
‘…됐다!’
곧바로 걸음을 멈추는 화염 마나 하수인의 모습에 김진성이 쾌재를 불렀다.
그때, 단틸리온의 감탄한 목소리가 김진성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크하하하!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하나를 알려줬는데 셋을 깨닫는 재능이라니! 역시 내가 점찍은 인간답구나! 하하하…!]‘그렇게 칭찬해도 계약은 안 한다.’
[…이, 이 싸가지 없는 애송이 새끼가 진짜…!]부글부글 끓는 단틸리온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김진성은 눈앞의 화염 마나 몬스터들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이후 계속 걸음을 옮기던 김진성은 곧 갈림길에 들어섰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진 갈림길에서, 김진성은 바로 눈앞의 벽을 향해 다가갔다.
‘출구는 이쪽이었는데.’
조금 전 공명 상태로 공허의 공간을 뒤덮었을 때, 또 다른 사실을 깨달은 김진성이었다.
바로 저 멀리 있는 출구 포탈의 위치가 감지된 것이다.
던전 내 마기의 움직임을 공명 상태로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김진성은 바로 그림자숨기 스킬을 사용한 뒤 워프 홀을 생성했다.
바로 벽 뒤편에 출구를 생성하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최단 거리로 이동하면, 혹시나 대한 클랜이 또 만들어 놓은 균열의 함정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겠지.’
그리고 다음 균열은 어쩌면 ‘공허’보다 더 처리하기 힘들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만난 세 번의 균열이 모두 계단식으로 난이도가 높아졌던 걸 생각하면 정말 그럴 확률이 높았다.
‘빨리 탈출하자. 아무래도 너무 수상해.’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을 품은 채 김진성은 출구가 생성된 워프 홀 안으로 들어갔다.
* * *
“김진성이 출구에 거의 도달했다고?”
– 네.
스마트폰을 통해 물어보는 백준의 질문에, 장승욱의 대답이 들려왔다.
– 마치 출구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빠르게 일직선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 속도면 넉넉하게 잡아도 30분 안에는 무조건 도착해요.
“음….”
– 괜찮을까요? 지금 시청자들 반응 보면 어떻게 출구 위치 알고 있는 건지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은데….
“아니, 신경 쓰지 마.”
백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참가자면 몰라도, 김진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이미 공허를 뒤덮는 현상을 만든 것만으로도 김진성은 우리의 예측 범위를 진즉에 넘어섰어.”
–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냥, 김진성이라는 최대 유망주가 안전하게 서바이벌을 통과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우리 프로그램의 또 다른 취지가 뭔지 알잖아?”
– 신대륙에 보낼 수 있는 뛰어난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 말이죠?
“그래.”
평생 노예 신세로 살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신분인 ‘강제노역자’ 가운데 신대륙에 보낼 만큼 뛰어난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원하는, 콜로세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취지 중 하나였다.
범죄자라고 낙인이 찍힌 강제노역자들의 이미지를 세탁함과 동시에 잘 써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미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충분히 뽑았잖아?”
– 네. 지금도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 중이고, 김진성이 ‘공허’를 없애는 장면은 벌써 전 세계 인기 동영상 1위를 찍었어요.
“그거면 됐어. PD한테 이제 김진성 말고 다른 참가자에 좀 더 집중하라고 말해.”
–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그때.
멀리 떨어진 쪽에 서 있던 용한길 역시 홍연석 팀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방향대로 가면 모든 균열을 다 피해간다고?”
“네, 마스터. 절묘하게 계속 균열이 없는 쪽 통로로만 계속 이동 중입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둘의 시선은 김진성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면 출구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균열도 생성되지 않는다는 소리 아닌가?”
“아닙니다, 마스터. 하나는 반드시 생성됩니다.”
용한길은 고개를 들어 홍연석을 바라보았다.
홍연석의 말이 이어졌다.
“바로 출구 쪽에 설치한 균열입니다. 밖으로 나가려면 무조건 맞닥뜨려야 할 겁니다.”
“이번엔 어떤 균열인가?”
용한길이 바로 되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