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mpion from Sapa RAW novel - chapter 205
마지막 말에 이자벨라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다들 걸을 수 있지? 우선 삼각주로 돌아가자.”
“좋아요, 출발!”
일행은 삼각주를 향해 출발했다.
아우레오와 요한나는 성녀의 축복 중 하나인 ‘바람걸음’으로 이동했고, 이자벨라는 비행으로 속도를 맞췄다.
나는 맨 뒤에서 운해비영으로 따라가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로써 모든 싸움은 끝났다. 용의 시대는 끝났고, 아도나이는 그토록 원하던 불멸의 신격을 얻었어. 그리고 나는 지상에 적수가 없는 몸이 되었지.’
이자벨라는 복수를 완수했고, 이제 일족의 재건을 앞두고 있었다.
요한나와 아우레오는 교회를 지켜 냈고, 동방군의 침략을 물리쳤다.
엘프들은 고향을 되찾았고, 오크들도 시간이 흐르면 차원 관문의 사용법을 알아낼 것이다.
‘중원으로 가는 관문을 여는 것도 머지않았다.’
오크의 술법과 이 세계의 마법을 조합하면, 굳이 도력을 소비하지 않고 중원을 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굳이 백 년이나 기다릴 필요 없이 잠깐 시간을 내서 중원에 다녀올 수도 있겠지.’
생사경을 돌파한 무공이면 중원 천지에도 적수가 없을 터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과거의 복수를 완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중원으로 돌아가는 걸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격이 너무 높아진 탓일까? 천하제일인의 명예도, 패도련주를 향한 복수도 덧없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놈을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지만…….’
격이 올라갔다고 사람의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일각노괴 능태오였고, 얻어맞고는 못 사는 사람이었다.
다만, 지금은 이 세계의 삶을 좀 더 누리고 싶었다.
이곳에는 나를 믿어 주는 사람들이 있고, 나를 용사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구하기 위해 용과 맞서고, 나를 살리려고 자기 목숨을 내던지는 동료들이 있다.
사파거두 능태오도 나지만, 용살기사 테온 크로우 백작도 나다.
‘그래, 이들과 어울리다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앞서가는 이자벨라와 아우레오, 요한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부, 보고 있소? 사람이 좋아지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오.’
사부가 바란 내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세상을 구하는 용사나 지체 높은 귀족이 아니라, 기댈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습 말이다.
‘사파에서 온 용사라…….’
그렇게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기상천외한 세계에서 앞으로 또 어떤 재미난 모험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어서 와요, 테온!”
“각하, 자꾸 딴생각하면서 뒤처지면 우리 먼저 가요?”
아우레오와 이자벨라가 뒤를 돌아보며 까불었다. 그 평화로운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십 년 동안 강호를 독보한 나에게도 발맞춰 걷고 싶은 동료가 생겼다.
이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이 세계의 용사로 남을 것이다.
‘언젠가, 이들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비룡축전을 펼쳐 동료들에게 성큼 다가갔다.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 있었고, 만면에 숨길 수 없는 행복이 묻어 나왔다.
“같이 가자, 이 녀석들아!”
날씨는 청명했고, 늦가을의 바람은 선선했다.
마치 내 마음처럼, 복잡한 것 없이 뻥 뚫린 하늘이었다.
사파에서 온 용사와 동료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함께 걸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