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15)
제115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신웅이 다시 김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김진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낫으로 변한 두 손을 들어올렸다.
까가가가강!
또다시 날카롭게 긁히는 소리가 울렸다.
그 모든 공격을 막아내면서, 김진성이 빠르게 몸을 돌리며 신웅에게 낫을 휘둘렀다.
촥!
깊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신웅의 신체에 날카로운 상처가 생겼다.
이미 꽤 많은 상처를 입은 신웅을 보면서 김진성은 생각했다.
‘그때보다는 훨씬 할 만하군.’
그 첫 번째 이유는 미궁의 환경 때문이었다.
▶ 사용자의 주변 환경이 마기로 충만합니다.
▶ 마기를 활성화할 시 모든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마기로 가득 찬 마계던전 안에서의 김진성은, 콜로세움 투기장 안에서 싸우던 때보다 비약적으로 신체 능력치가 상승한 상태였다.
거기에 일찍이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주변에 활성화한 상황.
사실상 분신 스킬을 제외하면 현재 김진성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 상태로 분신을 소환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잡을 수도 있겠는데?’
김진성은 곧바로 남은 MP를 모두 소모하여 전부 분신을 생성해 내었다.
순식간에 김진성 본인을 포함, 11명으로 불어난 분신들이 신웅을 포위한 채로 합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신웅은 다급히 방어 자세로 전환해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꾸준히 한 번씩 공격을 허용했고, 그로 인해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해버렸다.
그때였다.
“으아아아아!!”
커다란 고함과 함께, 신웅의 두 눈동자가 핏빛으로 변했다.
본인의 고유 능력인 ‘알로본조’ 특성을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동시에 신웅의 공격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서걱! 촤악!
순식간에 두 명의 분신이 신웅에 의해 목이 달아났다.
그 모습에 김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쳇, 역시나.’
그러나 저건 이미 한 차례 겪어봤던 능력이었다.
김진성은 동요하지 않고 신웅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다시 분신을 소환해냈다.
그때 사방에서 느껴지는 낯선 인기척에 김진성은 고개를 돌렸다.
“……!”
내내 침착했던 김진성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안개를 해치면서 등장하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모습이 그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계의 하수인부터, 오염자인 아드족과 만토디아족의 모습도 보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공허 몬스터까지…!’
바닥에서 하나둘 솟아오르는 존재들은, ‘공허의 공간’ 안에서 보았던 보라색 몬스터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 모든 몬스터들이 등장하자마자 일제히 김진성을 포함한 분신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숫자마저도 열세가 되어버린 상황.
신웅 한 명도 버티기 힘든 마당에 수많은 몬스터들에게 포위 공격까지 당한 분신들은 이내 빠른 속도로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김진성은 다급히 단틸리온을 불렀다.
‘이제 나갈 방법을 알려줘!’
사실 조금 전에 단틸리온에게 환영의 안개 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물으려 했던 김진성이었다.
단순히 과거에 상대했던 적들이 나타나는 모습들에 여기 더 머물러봤자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등장한 신웅이 바로 김진성을 향해 달려드는 바람에 질문할 타이밍을 놓쳤었다.
[알려달라고?]곧 단틸리온의 의외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네가 바로 환영이라는 걸 깨달은 걸 보고 해답을 찾은 줄 알았는데.]‘우앗!’
그때 옆에서 날아오는 공허 몬스터의 미사일을 피해기 위해 김진성은 급격히 뒤로 허리를 꺾었다.
어느새 김진성이 소환한 분신들이 모두 소멸당했다.
‘안 되겠다. 일단 포위부터 풀어야겠어.’
김진성이 곧바로 정신을 집중해 공명 상태에 돌입했다.
그 상태로 주변의 마계 하수인들 모두에게 공명을 시도하는 김진성.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공명하는 데 성공했다.
마계의 하수인들 모두가 목표를 김진성이 아닌 주변의 다른 몬스터들로 바꾼 것이다.
주변의 몬스터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수인들이 모두 아군으로 변했고, 그로 인해 김진성은 자연스럽게 포위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휴…. 좋아, 이제 설명 좀 해줘.’
다시 신웅의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김진성이 다시 단틸리온에게 물었다.
[좋아, 차근차근 설명해주지. 일단, 환영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환영? 일단 실존하지 않는 존재라는 건 아는데.’
[그렇다. 추가 설명을 하자면, 저들은 모두 너의 뇌 속에 자리 잡은 기억 속 존재들이다.]‘기억 속 존재라….’
[애초에 환영이라는 건 정신 이상 상태와 비슷할 때만 볼 수 있는 환각 증세나 다름없다. 자, 그러면 생각해봐라. 실존하지 않는 이 환영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겠는가?]단틸리온의 물음에 김진성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곧바로 해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깨달았다.
‘일단 이렇게 무력으로 제압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군.’
[바로 그거다!]옳다구나 하고 외치는 단틸리온의 목소리.
그걸 들은 김진성은 곧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혹시 환영의 공격에도 대미지를 안 입는 거 아냐?’
김진성은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신웅의 검을, 이번에는 막아내지 않고 가드를 내렸다.
신웅의 검이 김진성의 옆구리를 갈랐고,
촤악!
‘큭…!’
깊게 베임과 동시에 김진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곧바로 피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상처 부위를 본 김진성은, 이내 회복 스킬을 사용하여 상처를 바로 치료했다.
[푸하핫! 설마 환영이 진짜가 아니라고 공격이 안 통할 줄 알았느냐?]‘쳇…. 한번 실험해 본 거야.’
[큭큭큭! 아쉽게도 그런 식으로 ‘환영의 안개’에서 죽은 중간계 존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방심하지 마라.]김진성은 다시 양팔을 들어 신웅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생각에 잠겼다.
무력으로 상대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무력으로 막아내지 않으면 현실과 똑같이 상처를 입는 존재들….
이 환영들을 가장 완벽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내 뇌 속에 기억으로 남은 존재들과 싸우고 있는 거라 했지. …잠깐만.’
곧 김진성은 ‘뇌’라는 단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환영들이 뇌에서 탄생한 존재들이라면, 반대로 뇌를 이용한 능력으로 상대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공명 상태가 뇌를 활용하는 능력이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김진성은, 이내 공명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김진성은 눈앞의 신웅을 향해 공명을 시도했다.
“……!”
검을 휘두르던 신웅이 그대로 회색 연기로 변하는 모습에 김진성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정답이구나! 그렇다면….’
김진성은 이내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 전체에 공명을 시도했다.
그러자 몇 초 뒤.
서로 싸워대던 수많은 환영 몬스터들이, 모두 동시에 회색 연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을 자욱하게 뒤덮었던 회색 안개도 빠른 속도로 옅어지는 것이 김진성의 두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회색 안개는 완전히 사라지고 주변은 원래 통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회색의 균열 역시, 빠른 속도로 작아지더니 이내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후…. 해냈다.’
그제야 공명을 끝낸 김진성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공명 능력을 단기간에 극도로 끌어올리는 바람에 뇌 전체가 뜨겁게 달궈진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몇 번 사용해서 꽤 익숙해진 탓에 처음 사용할 때처럼 어지럽지는 않았다.
[잘했다! 바로 그거야! 역시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해답을 찾아내는구나! 이런 재능을 먼저 찾아내서 점찍을 수 있었다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흐하하하…!]기쁘게 외쳐대며 급기야 크게 웃기까지 하는 단틸리온.
하지만 김진성은 그의 목소리를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현재 눈앞을 뒤덮은 알림창에 집중하고 있었다.
▷ 악의 존재를 처치하였습니다.
▶ ‘환영의 안개’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 환영의 안개 : 사용자 주변을 ‘환영의 안개’로 뒤덮습니다. 안개 속에 갇힌 적들은 정신 이상 상태에 빠집니다.
– 적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존재를 환영으로 마주치게 되며, 스스로 정신 이상 상태를 극복하기 전까지 환영은 끊임없이 소환됩니다.
– ‘환영의 안개’는 한 장소에만 생성 가능하며, 다른 곳에 다시 생성하면 기존의 ‘환영의 안개’는 사라집니다.
– 사용 시 최대 MP의 절반을 소모합니다.
▶ ‘환영의 안개’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 기존의 스킬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걸…. 흡수했네?’
알림창을 본 김진성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를 못했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도 아니라서, 설마 스킬로 얻을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김진성이었다.
‘근데 이런 식이면, 공허 능력은 왜 못 얻었지?’
이런 생각에 도달한 김진성은 이내 속으로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없앤 게 아니라, 미궁 내 마기의 도움으로 없어진 것이라 그런 건가…?’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아…. 아무것도 아니야. 혼잣말이야.’
중간에 끼어드는 단틸리온의 물음에 김진성은 얼버무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자신의 능력을 알려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한 영혼의 계약 상태도 아니고 말이다.
‘설사 영혼의 계약을 했어도 밝힐 필요가 없긴 하지.’
이내 김진성은 기존에 보유하던 ‘레이저 빔’ 스킬을 지운 뒤 ‘환영의 안개’ 스킬을 새로 등록시켰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김진성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출구 포탈을 바라보았다.
저 검은색으로 일렁이는 곳에 발을 디디기만 하면, 이제 김진성의 콜로세움 서바이벌 여정은 완전히 종료된다.
하지만….
[…왜 출구로 걸어가지 않는 것이냐?]주저하는 김진성의 모습에 단틸리온이 의아한 듯이 물어왔다.
[설마, 나가기 전에 나와 영혼의 계약을 할 마음이 생긴 것이냐?]‘그건 당연히 아니고.’
[끄응….]급격히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반응을 보이는 단틸리온을 향해 김진성은 솔직히 말했다.
‘대한 클랜 놈들이 영 꺼림칙해서 그래.’
[대한 클랜이라…. 이 미궁 안에서 몰래 균열을 생성하던 그 인간 놈들을 말하는 것이냐?]‘어. 그놈들이 던전 포탈 주변에 서 있던 것을 똑똑히 봤거든.’
처음 수송기 바닥이 열리면서 던전 포탈 쪽으로 추락할 그때.
포탈 주변에 경계하듯이 서 있던 헌터들의 갑옷 위에 태극 마크가 그려져 있던 것을 김진성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포탈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봤던 흰머리의 노인.
그는 분명 콜로세움 호텔 3001호에서 봤던 용한길이었다.
‘던전 안에서도 수상한 짓을 하는 애들이, 던전 밖에서는 뭔 짓 못 하겠어? 오히려 더 마음 놓고 작당을 꾸며놨겠지.’
게다가, 대한 클랜의 수작을 백준이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당장 3001호 안에서 용한길을 만났을 때, 그의 바로 옆에 앉아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던 게 백준이었다.
둘의 친밀해 보이는 관계를 생각하면 솔직히 콜로세움도, 백준도 이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나가지 않고 계속 여기 남아 있겠다는 건 아닐 테고.]단틸리온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김진성이 이내 다시 질문했다.
‘혹시 다른 출구는 없어? 아니면 새로운 출구 포탈을 만드는 방법은?’
[아쉽지만 그런 건 없다. 마계던전은 어떤 경우라도 출구 포탈은 단 하나만 생성된다.]‘쳇….’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김진성을 향해, 단틸리온이 넌지시 물어왔다.
[어째 말하는 뉘앙스가, 아무도 모르게 탈출하고 싶은 모양인 것 같은데.]‘…….’
김진성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그 반응을 단틸리온은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반가운 표정으로 물어보는 김진성을 향해, 단틸리온이 질문했다.
[‘잉크루시오’ 현상이라고 들어봤나?](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