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정글을 지배하는 자 (1)
김진성의 주먹이 정확하게 주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큭!’
슈트 전체가 뒤흔들리는 충격을 받은 주안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그러면서도 그는 본능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등했다.
‘일단 타워 안에 박혀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어?’
하지만 갑자기 온몸에 힘이 없어지는 느낌에 주안은 놀라 시스템 창을 확인해 보았다.
– HP가 0%가 되었습니다.
– 사망하셨습니다.
– 1 데스가 추가됩니다.
– 11초 뒤 아군 넥서스 내 회복 샘에서 부활합니다.
‘뭐?!’
주안은 어이가 없어졌다.
30%나 남아 있던 HP가 고작 한 방 맞고 전부 날아가 버렸다고?
믿을 수 없어 멍하니 창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귓가에, 정말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기 싫었던 루카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 가장 든든히 버텨줘야 할 미드 라인에서 죽어버리면 어떡합니까? 이 게임은 허리가 무너지면 가장 위험해진다는 거 몰라요?
“아니, 지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니까! 어떻게 한 방에….”
– 추잡하게 핑계를 늘어놓으려고 하십니까? 대 트리운포 클랜 최고의 유망주라고 불리는 주. 안. 님. 께서 그럴 리가 없겠지요, 설마?
“…….”
– 앞으로 더더욱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세요! 벌써 미드 타워 피가 5분의 1이나 날아가 버렸지 않습니까?
끝나지도 않고 계속 들려오는 루카의 질책에, 주안은 드물게도 한 마디 변명도 못 하고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물론, 점점 분노로 얼굴이 빨개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루카는 고소한 듯이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니 부끄러운 건 아시나 보군요?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요.
‘씨발 새끼. 두고 보자! 진짜 한 번만 죽어봐라…!’
속으로 이를 빠드득 갈면서 으르렁대던 주안은, 이내 또다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어떻게 주먹 한 방에 30%가 넘게 까일 수가 있지? 이 슈트를 입고 있으면 한 방에 그 정도 위력을 절대로 낼 수가 없는데?’
이 슈트는 여러 가지 시스템적인 기능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기본 방어력이 높다는 소리다.
당장 아까 첫 데스를 기록했던 챠노도 알롭스키한테 10방 가까이 맞아서 죽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는 어떻게…?’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주안.
그리고, 여기 주안과 똑같은 궁금증을 가진 레드팀 선수가 있었다.
8팀 막내였다.
– 와…! 방금 뭐였어요?
김진성의 명령대로 타워 미사일을 대신 맞아주는 ‘몸빵’ 역할을 한 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면서 그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안 님을 한 방에 죽였지…?
“그러니까요. 저도 신기하네요.”
대충 겉으로 이렇게 둘러대는 김진성.
‘반응을 보니, 살(殺) 스킬을 쓴 게 확실히 티가 안 났나 보군.’
방금 주안을 잡을 때 사용한 스킬은, 마나 통이 작은 상태에서도 쉽게 사용이 가능한 ‘살’ 스킬이었다.
‘400밖에 안 되는 최대 마나로는 딱히 쓸 만한 스킬이 그리 많지 않아.’
김진성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은 전부 마나가 최소 200은 필요하다. 혼란이나 능력 봉쇄, 넥 커터 등등.
당연히, 1,000을 훌쩍 넘어가는 ‘금강불괴’는 아예 사용조차 못 하는 상황.
하지만 ‘살’은 다르다.
‘최대 마나의 절반을 사용하는’ 살 스킬은, 아무리 마나 통이 작은 상태라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레벨이 올라 마나 통이 커지면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스킬이야. 레벨이 낮은 지금 많이 사용해 놔야 해.’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적 정글을 통해 위쪽으로 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휘이잉~
달려가는 그의 등 뒤쪽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김진성은 근처 마나를 바람 성질로 바꾼 뒤, 뒤에서 바람을 불어넣어 몸을 앞으로 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달리는 속도가 2배 이상으로 빨라진 상태였다.
아까 전 7팀 선수를 도와줄 때도 그렇고, 방금 주안을 때려잡기 위해 적 정글을 돌아서 이동할 때도,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마나 통이 작은 상황에서는 원소 능력을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긴 해.’
‘마나를 지배하는 자’ 특성으로 모든 원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큰 힘이 되었다.
특히나, 그에게는 원소 능력을 사용할 때 마나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특성이 있었다.
▷ 마나지체 : 마나를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능력치가 두 배로 올라가며, MP 소모가 1/2로 줄어듭니다.
▷ 토양분 흡수 :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토양분을 흡수합니다. HP와 MP 회복 속도가 10배 더 빨라집니다. 토양분이 없으면 특성이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특히 포르기네이를 처치해서 얻은 저 토양분 흡수 특성이 대박이라니까.’
정글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가만히 서서 싸워도 마나가 엄청난 속도로 차오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오죽하면 원소 능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마나 차오르는 속도가 더 빠를 지경이었다.
‘빨리 탑으로 이동해서 풀숲에 숨은 다음 몇 초만 서 있자. 그러면 마나가 전부 회복될 거야.’
바닥을 보이는 MP 바를 흘끗 확인한 김진성은, 더더욱 탑 라인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근처 풀숲에 숨어서 빠르게 MP를 회복한 뒤, 틈을 봐서 상대편 탑인 3팀의 기안도 잡으려는 계획이었다.
* * *
– 아군 ‘1팀’이 처치당했습니다.
눈앞 스크린에 뜬 시스템 창을 본 기안은 곧바로 미니맵을 확인해보았다.
적 8팀 선수와 6팀, 알롭스키가 일명 ‘타워 안 다이브’를 시도해 주안을 잡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특히, 아군 위쪽 정글로 숨는 알롭스키의 모습이 유난히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 방향대로 쭉 올라가면 정확히 그가 있는 장소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일명 ‘갱’을 당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소리다.
‘이러면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기안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적팀 타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압박에서 벗어난 적의 탑인 5팀, 한스는 편안하게 미니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소울과 경험치를 획득했다.
그때였다.
– 야, 챠노! 빨리 탑으로 가!
왠지 모르게 잔뜩 화가 난 주안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 지금 알롭스키 탑으로 향하고 있잖아! 빨리 가서 도와! 안 도와주면 쟤도 2대1로 당할지도 몰라!
– 네.
챠노는 대답한 뒤, 잡고 있던 정글 몬스터를 마무리하고 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기안은 속으로 안도했다.
‘이러면 일단 죽을 일은 없겠군.’
안 그래도 방금 주안이 타워 다이브를 당한 장면이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던 차였다.
챠노가 도와주러 오면, 최소한 본인도 타워 다이브 당해서 죽을 일은 없어 보였다.
– 여기 풀숲에 숨어 있을게요.
챠노가 말하면서 양쪽 탑 중간 즈음에 있는 무성한 풀숲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무심히 쳐다보던 기안은.
“…잠깐!”
갑자기 퍼뜩 떠오른 생각에 다급하게 외쳤다.
“들어가지 말고 와드부터 박아! 혹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아까 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미드 라인과 아군 정글 쪽에 도착했던 알롭스키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었다.
그의 외침에 챠노는 바로 풀숲 바로 앞에서 다급히 멈춰 섰다.
그러고는 와드를 막 풀숲 안에 박으려고 하던 그때였다.
– …어어어?!
갑자기 당황하는 챠노.
기안이 확인해 보니, 갑자기 풀숲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아까, 미드에서 알롭스키가 만들었던 천둥 구름과 똑같은 색깔의 연기였다.
“알롭스키다! 피해!”
– 우아악!
챠노는 기겁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뒤를, 연기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알롭스키가 곧바로 쫓아갔다.
엄청난 속도로 따라잡는 그의 모습에, 기안은 도와주기 위해 바로 쫓아가려 했다.
하지만.
깡!
바로 공격해 오는 5팀, 한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그는 걸음을 멈추고 검을 들어 올려야만 했다.
막아낸 한스의 검에는 힘이 거의 실려 있지 않았다. 기안이 도와주러 가지 못하도록 견제용으로 검을 휘두른 것이다.
“망할…!”
기안은 난감한 표정으로 다시금 챠노 쪽을 확인해 보았다.
순식간에 좁혀진 둘의 거리를 확인한 기안은 다시금 크게 외쳤다.
“점멸 써서 벽을 넘어가! 알롭스키는 점멸 스킬 없잖아!”
– …아!
챠노는 그제야 감탄사와 함께 곧바로 옆쪽 벽을 향해 기본 스킬 ‘점멸’을 사용했다.
동시에 바로 옆 통로로 순간 이동한 챠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휴우…! 전 일단 살았어요! 기안 님도 조심하세요.
– 그래, 조심하라고! 너무 앞으로 나가 있지 말고 뒤로 좀 빠져!
챠노를 거들며 재촉하는 주안에게 기안은 자리를 고수한 채로 대답했다.
“지금 위치면 갱 와도 여유 있게 도망칠 수 있습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위치는 탑 라인의 딱 중앙 부근이다.
바로 옆의 정글 통로가 훤히 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알롭스키가 공격하러 올라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눈으로 보고 안전하게 빠질 수 있는 자리다.
– 혹시 탑 타워 뒤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어지는 챠노의 질문에 기안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기로 들어오면 타워 미사일 최소 두 방은 맞아야 해. 그리고 지금 두 방 맞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챠노가 말한 통로는 말 그대로 아군 탑 타워 바로 뒤쪽에 있다.
저 길을 따라 들어와 뒤에서 공격하려면, 무조건 탑 타워 사정거리 안쪽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나중에 레벨이 높아지고 소울로 좋은 특성을 많이 구매한 뒤에는 타워 미사일 두 방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맞을 수 있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들어오면 오히려 땡큐지. 바로 뒤로 이동해서 알롭스키만 잡으면 되니… 어?”
말을 잇던 기안이 마지막에는 극도로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바로 그 통로 안쪽에서 불쑥 등장한 알롭스키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저 길로 갱을 온다고?’
정확하게 기안의 뒤쪽, 그러니까 아군 탑 타워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알롭스키의 모습을 본 기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4레벨, 즉 HP가 최대 400밖에 안 되는 지금 시점에 타워 미사일을 맞으면서 달려온단 말인가?
‘설마 무슨 해결 방법이 따로 있는 건가?’
너무나 말이 안 되는 루트라서 오히려 뭔가 비밀의 한 수가 있는 건가 의심하고 있을 그때.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 알롭스키를 향해 타워가 유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미사일은 알롭스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
지켜보던 기안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알롭스키가 순식간에 연기로 변하면서, 타워 미사일이 그대로 연기를 지나쳐 바닥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이후 다시 연기가 알롭스키로 변하는 모습에 기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기’로 ‘변신’을 한 거였다고…?!‘
아까 미드 라인에서 천둥 구름을 생성했을 때만 하더라도, 안에서 본인이 연기를 내뿜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안의 착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