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68)
제168화. 정글을 지배하는 자 (2)
– 헉?! 진짜 뒷길로 들어왔어요!
– 미친…! 연기로 ‘변신’을 한 거였잖아!
곧 헬멧 안 스피커에서 챠노, 주안 등 같은 팀원들의 경악한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다들 기안과 다를 바 없이, ‘변신’했다는 것 자체에 놀란 모양이었다.
– 저 새끼는 도대체 능력이 몇 개야…?!
마지막으로 이어진 루카의 한마디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내 말이!’
사실 단순히 연기로 변신한다는 능력 정도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놀라는 건 아니었다.
신대륙에 넘어올 정도라면 특이한 능력 정도는 무조건 하나 이상 가지고 있고, 그걸 생각하면 연기로 변신하는 것 정도는 너무나 평범한 편에 속하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알롭스키가 보여준 능력이 저것 하나가 아니지 않은가.
‘1라운드 때 원기옥 능력도 그렇고, 지금 사용하는 바람 능력도 있고…!’
어느새 타워 미사일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알롭스키의 등 뒤에 기안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끊이지 않는 돌풍. 저것 때문에 알롭스키의 질주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상태였다.
분명 저것도 알롭스키의 능력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저것 때문에 아까부터 주안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속도로 도착했을 것이리라.
‘거기에 번개까지 생각하면, 한 사람이 무려 네 개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린데… 읏!’
깡!
그때 그의 생각을 끊어내는 상대 팀 탑, 한스의 공격.
아슬아슬하게 검을 들어 방어해 낸 주안은 고민도 하지 않고 ‘점멸’ 능력을 사용했다.
바로 아까까지 알롭스키가 숨어 있던, 풀숲이 있는 중앙 쪽 정글 통로로 말이다.
앞뒤로 포위된 상황에서 그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는 방향은 이곳밖에 없었다.
‘거리를 보니 잘하면 살 수도 있겠어.’
아직까지도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알롭스키와의 거리를 계산한 기안은 더더욱 두 다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챠노와는 다르다.
현재 트리운포 클랜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유망주이며, 달리는 속도 하나만큼은 이미 유망주 수준을 벗어났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존재다.
‘제아무리 바람 능력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날 바로 따라잡지는 못할 거야.’
무엇보다 등 뒤를 잡힌다 해도 바로 알롭스키한테 죽을 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저 멀리서 다시 달려오고 있는 챠노와 방금 부활해서 도와주러 오고 있는 주안이 합류할 때까지만 시간을 벌면 되는 것이다.
‘아까처럼 번개 구름을 만들 기세가 보이면 바로 피하는 걸로….’
휘이이잉~!
‘……?!’
그때 갑자기 그의 주변을 뒤덮는 강력한 눈보라.
동시에 그의 달리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빙결 능력에 온몸이 동결되는 중이었다.
기안의 두 눈동자 크게 흔들렸다.
‘빙결 능력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평상시라면 이 정도 능력은 그냥 코웃음을 치면서 무시할 수 있겠지만, 신체 능력을 강제로 억제하는 전신 슈트를 착용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었다.
온몸이 얼어붙기 시작해서 느려지는 바람에 알롭스키와의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 건 둘째 문제다.
눈보라 안에서 HP가 빠른 속도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이러면 꼼짝없이 죽고 마는데…!’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
‘나도 사용할까?’
순간 고민에 빠진 기안.
현재 누가 봐도 죽을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고유 능력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후 알롭스키한테 뒤를 잡히지 않을 만큼 멀리 도주하는 것도 100% 가능하다.
하지만.
‘…아니야. 고작 이런 곳에서 내 능력을 오픈할 수는 없어.’
라고 생각을 접는 기안이었다.
당장의 생존보다는, 앞으로 신대륙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미래를 생각한 것이다.
이런 곳에서 능력을 보여줬다가 나중에 적들이 나에 대한 파훼법을 들고 온다면? 그래서 결국에는 죽어버리고 만다면?
‘…그냥 지금 1데스 하는 게 낫다.’
기안은 그렇게 포기하는 심정으로, 어느새 뒤에 다가온 알롭스키를 바라보았다.
너무 심하게 얼어붙어서 가드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그를 향해, 알롭스키가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러 왔다.
‘Fuck…!’
뻑!
주먹이 헬멧을 강타함과 동시에, 그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 HP가 0%가 되었습니다.
– 사망하셨습니다.
– 1 데스가 추가됩니다.
– 12초 뒤 아군 넥서스 내 회복 샘에서 부활합니다.
* * *
김진성이 기안까지 잡아낸 그 순간, 채팅창은 감탄과 환호로 뒤덮였다.
– 와
– 또 잡았어 ㄷㄷ
– 혼자 정글을 지배하네
– 진짜 의외네? 블루팀이 이기고 있다고?
– 쟨 능력이 왜 저렇게 많냐…?
[잡았어요! 알롭스키가 적팀의 탑, 기안을 잡아냅니다! 이로써 총 3킬을 기록하는 알롭스키!]토마스 캐스터 또한, 지금까지 들은 적 없던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와, 눈보라 소환까지…. 이것까지 합하면 벌써 알롭스키는 다섯 개의 능력을 보여줬죠? 원기옥, 바람, 뇌전, 연기 변신, 거기에 빙결까지….] [그렇습니다! 정말 대박이네요! 일반적으로 능력을 하나 가진 사람도 드문데, 정말 축복받은 헌터네요!] [이쯤 되면, 그냥 원소 관련 능력을 모두 사용할 줄 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즉, 불에 관한 능력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죠?]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럴 확률이 더 높아 보이고요.] [이야…! 이거, 블루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겠는데요? 알롭스키의 선전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있습니다!]이러한 중계진과 채팅창의 반응처럼, 역시 감탄과 환호로 가득한 곳이 한 곳 있었다.
바로 6팀 휴게실 안이었다.
“와아!”
“혼자 3킬이야, 3킬! 경기 시작한 지 5분도 안 됐는데!”
“이러면 진짜 경기 모르겠는데?”
어제보다 더 기뻐하는 반응을 보이는 6팀 헌터들. 그럴 만도 한 게, 경기 시작 직전까지는 팀 간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아스터는 바로 옆에 앉은 리카르도를 돌아보며 물었다.
“팀장님은 어디서 저런 인재를 데리고 오신 겁니까?”
대답 없이 씨익 미소만 짓는 리카르도.
아스터도 굳이 대답을 들으려고 물어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내 다시 TV 속 알롭스키를 돌아보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진짜 이건 초대박이네. 모든 원소 능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헌터라…. 앞으로 던전 레이드 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겠는걸?”
곧 그는 멀리 있는 렌조를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외쳤다.
“렌조야! 긴장 좀 해야겠다? 다시 막내 취급 받게 생겼어!”
“하하하! 그러게?”
“1년 만에 막내 들어왔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큰일 났네? 큭큭큭…!”
주변의 다른 팀원들도 웃으면서 렌조를 놀려댔다.
“하하하….”
렌조는 선한 표정으로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웃음을 멈춘 후 다시 TV 속 알롭스키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은, 어느새 승부욕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반면, 완전히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저 새낀 도대체 뭐지?”
본인의 저택 안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하고 있던 1팀장, 프란시스코였다.
그는 누가 봐도 매우 당황한 표정과 심각한 눈빛으로 TV 속 알롭스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리카르도, 이놈은 도대체 어디서 저런 인재를 데려온 거야?’
아스터와 똑같은 궁금증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게, 저 알롭스키 한 명 때문에 2라운드 경기 양상이 그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블루팀이 3라인 모두 강력하게 몰아붙여서 양쪽 정글까지 모두 지배하는 그림으로 흘러갔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롭스키의 존재 때문에 레드팀이 역으로 정글을 지배하는 그림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블루팀이 불리하진 않다. 알롭스키만 빼면 아직도 블루팀이 밀리지는 않으니까.’
문제는 저 알롭스키를 어떻게 막아 내느냐는 거다.
벌써 3킬을 먹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알롭스키를 막아내지 못하면, 결국에는 3라인 모두 말리면서 레드팀에게 기세를 확 내줄 수밖에 없다.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블루팀 애들도 본인의 능력을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이벤트성 대회에서 본인의 능력을 공개할 만한 담 큰 녀석이 존재할까?
솔직히, 프란시스코는 회의적이었다.
프란시스코 본인 역시 아직 모든 능력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마당에,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신입이 벌써 자신의 마지막 히든카드를 공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안, 저놈이라면 모르지. 이번 라운드까지 패배하면 앞으로 어떤 꼴이 펼쳐질지 누구보다 잘 아는 놈이니까.’
트리운포 클랜을 넘어, 현존하는 메이저 클랜 유망주 중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주안이다.
이번 라운드를 패배하는 순간, 그 자부심은 완전히 박살이 날 것이다. 그 꼴을 자존심 강한 주안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능력을 쓸 가능성이 제일 큰 놈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1팀의 미래가 밝아.’
다시금 이번 대결에 하청 클랜 선택권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프란시스코.
주안 역시 그 사실을 잊지 않았음을 바라는 그였다.
* * *
“안 되겠다. 9팀, 10팀 둘이 뭉쳐!”
기안이 죽은 걸 확인한 주안이 곧 지시를 내렸다.
“보니까 따로따로 움직였다가는 알롭스키한테 따일 거야. 둘이 뭉쳐서 정글 하나를 같이 돌아.”
– 네.
– 알겠습니다.
9팀, 10팀 선수 둘도 별 반대 의견 없이 바로 이행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적 팀의 알롭스키가 보여준 활약상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두 명의 정글러가 위쪽 정글을 돌기 시작할 그때.
– 알롭스키 아군 위쪽 정글로 들어갔어요.
바텀 라인에 있던 루카의 보고가 들려왔다.
미니맵을 확인해 보니, 중간 계곡 부근에 꽂혀 있는 와드에 알롭스키가 아군 아래쪽 정글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주안이 다급히 외쳤다.
“지금이다! 둘 다 그대로 쭉 탑으로 올라가!”
– 탑이요?
– 한스 잡으라는 얘긴가요?
“그래! 가서 기안과 함께 잡아 버리라고!”
알롭스키가 아래쪽 정글로 들어간 지금, 적팀 탑인 한스는 무조건 혼자서 3명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이동 쿨타임 돌고 있는 지금 빨리 잡아야 한다!”
여기서 더 시간을 허비해서 또 순간 이동으로 알롭스키가 탑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3대2라도 또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알롭스키에게 순간 이동이 없는 지금 무조건 잡아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블루팀이 승기를 되찾아올 수 있다.
– 부활했습니다. 바로 탑으로 순간 이동 사용합니다.
곧 들려오는 기안의 목소리와 함께, 아군 탑 쪽으로 순간 이동을 사용하는 이펙트가 미니맵을 통해 보였다.
곧 탑 쪽에 나타난 기안이, 라인전을 서고 있는 한스를 향해 달려들던 그 순간.
– 좋아! 가자!
– 꼭 잡는다!
막 풀숲 쪽에 도착한 9팀, 10팀 둘 역시 곧바로 한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3대1 형상.
상황을 파악한 적팀 한스는, 화들짝 놀라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탑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주안이 외쳤다.
“무조건 잡아야 해! 타워 다이브를 해서라도 잡아! 3대1도 못 잡으면 니들 진짜 뒤질 줄 알….”
거의 협박성 경고를 날리던 주안의 말이 중간에 끊겨버렸다.
갑자기 누군가가 탑 안쪽 정글에 나타난 게 미니맵을 통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동시에 그는 경악했다.
한스를 도우러 나타난 적팀 선수는 다름 아닌 알롭스키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