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8)
제188화. 사고(3)
“누군가 했더니, 알롭스키였군.”
상대방을 확인한 뒤몽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영상으로 볼 때도 혼자서만 다른 차원의 실력처럼 느껴졌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확실해졌어.”
뒤몽이 여유롭게 뒷말을 잇는 동안, 그의 등 뒤에 생겨난 차원의 틈에서는 계속해서 부하들이 쏟아져 나왔다.
“운이 좋았다, 주안.”
뒤몽이 멀찌감치 옆으로 몸을 날렸던 주안을 쳐다보았다.
“방금 알롭스키의 검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바닥에 네 목이 굴러다녔을 텐데 말이야.”
“…!”
“뭐, 그래 봤자 몇 분 차이일 뿐이지만.”
태연하게 말하는 뒤몽의 말에 점점 안색이 변해가는 주안.
곧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뒤, 뒤몽? PCC 클랜의 마스터가 여길 왜…?”
“왜 왔냐고?”
뒤몽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을 이었다.
“감히 신대륙에서 클랜 홍보한답시고 나대는 꼴이 역겨워서 말이야.”
푹!
“컥…!”
그때, 뒤몽 옆쪽에서 무언가가 깊숙이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그래, 헨리케?”
뒤몽이 그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를 1팀장, 헨리케가 챠노의 등 뒤에 칼을 꽂은 상태로 대답했다.
“맞습니다, 마스터.”
* * *
– ?
– ???
– 어?
– 뭐야? 몰카임?
– 실제 상황 같은데…?
갑자기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 공식 중계방.
그럴 만한 것이, 역대급 방송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었다. 트리운포 클랜 자체 방송에 원수나 다름없는 PCC 클랜원들의 등장이라니.
[…….] [어, 이게… 잠깐만요….]그 누구보다 당황한 해설진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바깥 제작진의 눈치만 봤다.
하지만 제작진이라도 바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뭐야? 저거 실제 상황이야?”
“일단 대본에는 저런 장면이 없었는데…?”
“빨리 PD님에게 연락해 봐!”
“계속 연락 중인데 전화기가 꺼져 있어요! 세르지오님도 마찬가지예요!”
“뭐라고?”
이처럼 제작진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 중이기 때문이었다.
이럴 땐 메인 PD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PD뿐만 아니라 단장인 세르지오의 전화기마저 꺼져 있는 상황이라니.
“그러면 1팀장님한테 전화 걸어!”
“1팀장님이요…?”
“단장님까지 안 받으면 1팀장님밖에 없잖아! 뭐해?! 빨리 안 걸고!”
버럭 외치는 서브 PD의 외침에 직원은 움찔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프란시스코의 번호를 찾았다.
꽤 긴장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가던 그때.
간부 회의실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뜬 상태로 TV 화면의 PCC 클랜 마스터, 뒤몽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들 꼴리는 대로 데려온 낙하산 놈들만 ‘막내 대결’에 참여시키면서 뭐? 신입 육성 훈련소에서 배출한 인재? 하! 어이가 없어서.]“저, 저 개자식이…!”
에스테반이 TV 속 뒤몽의 비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안 하던 개짓거리 그만하고, 평소 하던 대로 하청 클랜들에 인육이나 받아서 팔아먹고 살아라, 에스테반, 이 위선자 새끼야!]뒤몽이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푹!
그때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뒤몽이 말을 끊고 헨리케 쪽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뚫린 채로 죽어가던 챠노의 이마에 검이 박혀 있는 모습이 다시금 TV 화면에 송출되었다.
“여보세요? …뭐?”
그때 막 제작진 쪽 직원의 전화를 받은 프란시스코가 버럭 소리쳤다.
“이 병신들아! 당장 생방송 송출부터 끊어야지 뭐하고 앉아 있어?! 당장 끊고 방송 종료해!”
던지듯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지 몇 초 뒤, TV 생방송이 그제야 중단되고 해설진들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한심한 새끼들…!’이라는 눈빛으로 화면을 쳐다보던 프란시스코는, 이내 다급히 에스테반을 향해 보고했다.
“현장에 나가 있는 메인 PD와 세르지오 등이 모두 연락 두절인 상태라고 합니다.”
“당장 전 병력 소집해!”
에스테반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얼굴로 외쳤다.
“내가 절반을 데리고 던전으로 가서 저 개새끼의 목을 직접 잘라 버리겠다! 나머지 절반은 티안, 네가 PCC 본사로 데리고 가서…!”
거기까지 외쳤을 그때였다.
콰아앙!
갑자기 후문 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아아악!”
“PCC 놈들이다!”
“PCC가 공격해 왔다!”
애애앵~!
부하들의 목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그걸 들은 에스테반 등 간부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똑같이 움직였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창문을 깨부수면서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도착한 그들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
“아니…!”
초록색 비가 사방을 뒤덮은 채로 쏟아지고, 그 비를 맞은 부하들의 몸이 녹아내려 이룬 시체들의 산이었다.
그 시체들을 밟으면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PCC 클랜 헌터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노년의 남성 한 명.
“이고, 저 망할 늙은이가…!”
“흘흘흘…!”
이를 빠득 갈면서 외친 티안의 목소리에, 이고라고 불리는 노인이 실실 웃었다.
“다들 한꺼번에 죽이기 좋게 뭉쳐 있군, 그래! 얘들아, 뭣 하느냐? 어서 죽여버려라!”
“와아아아!”
이고의 외침에 일제히 달려드는 PCC 클랜원들. 그들은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완전 무장을 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에스테반이 외쳤다.
“모두 뒤로 물러서!”
그 말에 따라 간부들 모두 한 몸처럼 뒤로 훌쩍 물러섰을 그때.
쏴아아…!
갑자기 하늘 위에서 폭풍우가 쏟아지듯 내린 산성비가 그들이 서 있던 곳을 덮쳤다.
동시에 치이익…! 하고 지면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렸다.
딱 봐도, 엄청나게 강력한 독극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애들이 방어구 가지고 올 때까지 함부로 앞으로 뛰쳐나가지 마! 저 해골바가지가 사용하는 독은 너희들이라 하더라도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야!”
이고.
PCC 클랜의 부마스터로, 신대륙에서 독을 가장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로 유명했다.
7팀 막내가 보유한 독 미사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은 범위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일행들의 눈에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PCC 이 새끼들, 진짜 작정했구나…!”
에스테반이 이를 악문 채로 이고를 노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오랫동안 앙숙 관계로 죽일 듯이 싸워왔던 두 클랜이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전면전을 선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나저나, 이러면 아이들을 구하러 갈 수가 없는데?’
대놓고 PCC 클랜의 부마스터가 다수의 병력을 이끌고 공격해 온 이상, 트리운포의 간부들 모두 이들을 상대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인즉슨, 던전 안의 막내들에게 지원군을 보낼 수 없어졌다는 소리다.
‘설마 그걸 노린 건가?’
만약 노렸다면, PCC의 작전은 제대로 먹혔다.
지금 에스테반의 입장에서는 눈앞의 이고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 * *
“…대단한 우정이군.”
뒤몽이, 절명한 챠노의 이마에 박힌 검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정면으로 옮겼다.
“어차피 죽을 거, 오래 고통받지 않게 빨리 죽여버린 건가? 그게 아니면 지금 행동이 설명이 안 되는데….”
말하는 그의 시선은 알롭스키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방금 검을 던져 뒤몽의 말을 끊었던 존재가 바로 알롭스키였던 것이었다.
그 말에 알롭스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 녀석들은 후환이 두렵지도 않냐?! 대놓고 이런 짓을 벌여놓고 신대륙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대신, 옆의 주안이 큰 목소리로 그를 향해 외쳤다.
“이 시간 이후로 불문율을 어긴 너희 클랜을, 다른 메이저 클랜들이 일제히 공격하려 할 게 뻔한데…!”
“안 그럴걸?”
“…뭐?”
예상치 못한 답변에 주안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정말 그 불문율이 모든 클랜에게 공평하게 통한다고 생각하나? 신대륙이 그렇게 정의로운 곳인 줄 알았냐고?”
“…?”
“여긴 약육강식의 세계야. 강한 자의 말은 억지라도 다 들어주고, 약한 자의 말은 정당해도 들어주지 않는 곳이지.
이전에 미국의 알파 클랜이 아랍 쪽 IS 클랜을 일방적으로 침공했던 거, 기억나?”
주안은 대답하진 않았지만, 모르지는 않았다. 최근에 알파 클랜이 이유 없이 IS 클랜의 본사를 공격한 건 유명한 사실이니까.
“당시 알파 클랜은 IS가 기어오른다는 말도 안 된다는 이유로 불문율을 어기고 전면전을 펼쳤지. 그로 인해 IS는 궤멸 직전까지 몰렸고.
자, 생각해 봐라. 이후에 알파 클랜이 어떠한 불이익을 받았지?”
…없었다.
모든 클랜이 알파 클랜의 일방적인 침공에 비난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행동으로 보여준 건 하나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잖아? 이게 신대륙이야. 최강의 메이저 클랜인 알파 클랜은 불문율이고 뭐고 다 어기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하는 세계라고.
자, 그러면 문제 하나 내지. 과연 이 신대륙에서 우리 PCC 클랜이 더 강할까, 아니면 트리운포 클랜이 더 강할까?”
“…!”
“최소한, 다른 메이저 클랜들과 훨씬 더 사이가 좋은 곳이 어딘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거야.”
맞는 말이었다.
주안 입장에서는 분하지만, PCC 클랜이 이 신대륙에서 트리운포보다 훨씬 강하고, 외교력도 좋으며, 명성도 드높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 알겠어? 우리가 이런 짓을 대놓고 벌여도 이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말이야.”
“윽…!”
“자, 그럼 한번 발버둥 쳐 봐라. 역사상 최강의 유망주들이 얼마나 강한지, 내 부하들을 상대로 한번 증명해보라고! 얘들아!”
뒤몽이 뒤쪽의 부하들을 돌아보았고, 신호를 받은 그들은 일제히 남은 넷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씨발! 다들 뭉쳐!”
주안은 다급히 외치면서 본인도 모르게 알롭스키 쪽으로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알롭스키가 전방에 버티고 선 대형이 만들어지자 주안은 외쳤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해! 생방송을 본 본사 측에서 분명히 지금쯤 지원군을 우리한테 보냈을 게 분명해!”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 외치는 주안. PCC 클랜의 부마스터인 이고가 현재 본사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소리였다.
그 말을 들은 뒤몽은 피식 한쪽 입꼬리를 올리기만 할 뿐, 굳이 사실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그들에게 헛된 희망이라도 심어주려는 간악한 의도였다.
그 사이, 전력으로 달려든 PCC 클랜원들은 어느새 일행들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그때까지 김진성은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거,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그의 시선은 바로 앞의 부하들이 아닌, 뒤편에 서 있는 뒤몽과 헨리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순간부터 김진성은 느꼈다.
저 둘은 김진성이 전력을 다해도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하필 시련의 탑 안에서 이런 일이 터지다니.’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마기의 힘을 절반밖에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하필 이런 최대의 위기를 맞이해 버린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