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7)
제187화. 사고(2)
그때였다.
우우웅~!
다시 한번 스마트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
PD는 다급하게 들고 있던 스마트폰과 안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바꿔치기했다.
행여나 세르지오 등 다른 사람이 알아채진 않았나 눈치를 보더니, 이 던전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 지금이다. 시작해라.
“…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대답한 후 전화를 끊은 그 순간.
“누굽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세르지오의 목소리에 PD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돌아보니, 세르지오가 궁금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오던 인간이 도대체 누구길래?’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아…. 1팀장님입니다.”
PD는 솔직하게, 그러면서 동시에 솔직하지 않은 답변을 했다.
“1팀장님이요?”
세르지오가 눈썹을 꿈틀하며 물었다. 1팀장 프란시스코라면, 무슨 일이 생겼을 시 총책임자인 자신에게 연락하는 게 원칙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 방송 송출 상태가 안 좋다고 전선 좀 점검해 보라고 하십니다. 지금 마스터랑 같이 보고 있는데 계속 중간에 끊기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하셔서….”
“…그래요?”
“잠깐 전선 좀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금방이면 됩니다.”
PD는 이내 급하게 입구 포탈 쪽으로 달려갔다.
세르지오는 미간을 좁히며 그 뒷모습을 노려봤다.
‘수상해. 혹시 특정 모니터 연결만 끊는 거 아냐?’
안 그래도 지금 오른쪽 관문에 있는 다섯 명의 분위기가 굉장히 이상해진 상태였다.
거기에 갑자기 1팀장이 자신이 아닌 PD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은 PD가 갑자기 모니터와 연결된 전선을 확인하러 간 상황이라….
갑자기 구린 냄새가 나는 느낌이었다.
“야.”
“네?”
“PD 뭐 하는지 보고 와. 이상한 짓 하고 있으면 바로 말려.”
그래서 결국에는 부하를 시켜서 PD를 감시하게끔 했다.
평가 단원은 곧바로 PD의 뒤를 따라갔다.
“…어?”
곧 그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뭐야? 왜 결계가 쳐져 있어? PD님! 이봐요!”
“…!”
세르지오의 고개가 그쪽으로 다시금 홱 돌아갔다.
따라간 부하가, PD 바로 앞에 생성된 투명한 결계를 뚫지 못하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정작 PD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을 보인 상태로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중이었고 말이다.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아까 전부터 수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감이 맞았다.
“비켜!”
세르지오는 곧바로 PD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더니, 주먹에 마나를 잔뜩 모은 상태로 있는 힘껏 후려쳤다.
쨍그랑! 하고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결계가 가볍게 박살이 났다.
“이딴 하찮은 결계 따위가 통할 줄 알았…?!”
비웃으며 PD를 향해 다가가던 세르지오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PD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어비스 마정석이 활성화된 상태인 것이 보였다.
“이 새끼가!”
뭔지는 모르지만 큰 위기감을 느낀 세르지오가,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이 막 PD의 목을 베어내려던 그때.
깡! 퍽!
“컥…!”
검이 막히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세르지오의 신체가 기역 자로 꺾였다.
뒤로 한참을 물러선 세르지오의 입에선 핏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큰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였다.
간신히 다리를 멈춰 세운 그는 바로 고개를 들어 올렸고,
“……!!”
이내 눈을 부릅떴다.
“하이, 세르지오. 잘 지냈어?”
씨익 웃으면서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3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
그의 왼손에는 잘려 나간 머리가 들려 있었다. 바로 PD 근처에 서 있던 부하 헌터였다.
하지만 지금 세르지오가 충격받은 것은 부하의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헨리케…!”
브라질을 대표하는 메이저 클랜, 제1수도 사령부. 일명 ‘PCC’.
트리운포 클랜과 가장 사이가 험악한 숙적 중의 숙적인 그곳의 1팀장, 헨리케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팀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안 됐지? 축하해! 그런데 어쩌냐? 1년도 못 채우고 내 손에 뒤질 운명이라?”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가는 헨리케의 뒤편에서는 계속해서 PCC 클랜 소속 헌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조금 전 PD가 마정석을 이용해서 연 ‘차원의 틈’을 통해서 말이다.
“이 미친 새끼들아!!”
끊임없이 불어나는 PCC 클랜원들을 향해 세르지오가 버럭 외쳤다,
“2만 명이 넘게 생방송을 시청하는데 대놓고 습격을 한다고? 마약에 중독되다 못해 이젠 기본적인 신대륙의 룰조차 까먹어 버린 거냐?!”
‘최소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클랜전을 벌이는 것은 금지다. 이 룰을 어길 시, 해당 클랜은 신대륙에 있는 모든 팔라딘 및 클랜들의 적으로 간주한다.
이것이 ‘무법지대’라 불리는 신대륙을 그나마 지금의 치안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규정이다.
그런데 지금, PCC의 대표 간부 중 한 명인 헨리케는 세르지오의 부하의 목을 베어내면서 대놓고 이 대표적인 룰을 어겨버린 것이다.
“룰을 따지기 전에 너희들 목숨부터 걱정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하지만 헨리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르지오와 그 뒤의 트리운포 헌터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예로부터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고 했지, 아마?”
“미친놈…!”
이를 악문 세르지오. 하지만 그의 두 눈동자는 계속해서 크게 떨리고 있었다.
‘어떡하지?’
이 상태로 싸움이 붙으면 백이면 백 트리운포 쪽의 패배다. 질과 양, 둘 다 아예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다.
‘도망이라도 칠 수는 있을까?’
하필 또 도망칠 수 있는 입구 포탈 쪽을 PCC 클랜원들이 막은 채로 서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시도라도 해야 한다.’
어차피, 이미 뒤가 없는 상황. 이대로 있다가는 여기 있는 소수의 트리운포 클랜원 전원이 싸우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어떻게든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치면, 운 좋게 한 명이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모두 흩어져 튀어!!”
마음을 먹은 세르지오는 명령과 동시에, 그의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세르지오 주변의 공간이 회색으로 불투명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걸 본 헨리케가 다급히 외쳤다.
“아공간이다! 완성되기 전에 빨리 막아!”
세르지오의 고유 능력이 ‘아공간 생성’이라는 것을, 헨리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외치자마자 부하 중 한 명이 품속에서 액체가 채워진 작은 유리병을 꺼내 회색 아공간이 생성되고 있는 쪽으로 던졌다.
유리병이 깨지고 안의 내용물이 퍼지는 순간, 생성되던 회색 아공간이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메이저 클랜원들이라면 대부분 필수로 들고 다니는 ‘무효화 물약’의 효과였다.
그렇게 아공간 스킬이 취소되자, 곧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고 있는 트리운포 클랜원들의 모습이 PCC 일행들의 눈에 들어왔다.
“모두 죽여라!”
헨리케의 외침에 부하들이 사방으로 퍼져서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모두가 쫓는 와중에도 헨리케는 주변을 연이어 돌아보았다.
“세르지오, 이 새끼 어디 갔어?!”
짧은 찰나였지만, 도망치는 이들 중에 세르지오가 없는 것을 헨리케는 확인했다.
주변을 연신 돌아보는 헨리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세르지오가, 바로 그의 옆을 지나쳐 입구 포탈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발 눈치채지 마라, 제발!’
온몸이 투명한 상태로 달리면서 세르지오는 마음속으로 빌고,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그 기도는 통했다.
그가 입구 포탈 바로 앞에 도착할 때까지, 헨리케는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휴! 다행이다. 이 능력만큼은 헨리케도 눈치채지 못했군.’
아공간 터널.
세르지오의 능력 중 하나로, 따로 구분하기보다는 ‘아공간’ 능력을 새롭게 응용해서 만든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서 있는 위치와 지정한 위치까지 아공간으로 형성된 좁은 통로를 생성해서, 일정 시간 동안 본인만 드나들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아공간으로 생성된 것이니만큼 당연히 일반적인 탐지 스킬이나 능력으로는 쉽게 세르지오의 위치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었다.
‘일단 나는 살아남았다!’
입구 포탈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세르지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쯤 자신의 존재를 헨리케는 눈치챘겠지만, 이미 포탈과의 거리는 너무도 가까운 상태.
‘가서 바로 간부들에게 연락을….’
푹!
‘…!!’
세르지오의 동공이 수축하였다.
자신의 목을 관통한 두꺼운 초록색 가시.
그것은,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코앞의 건장한 중년 사내의 오른팔과 연결되어 있었다.
“…뒤, 뒤몽…?”
세르지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년의 사내, 뒤몽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 PCC 클랜의 마스터인 뒤몽이 직접 등장한다고…?
‘이 새끼들, 진짜 작정을 했구나…!’
그것이 세르지오가 생전에 떠올린 마지막 생각이었다.
이후 뒤몽이 초록색 가시를 움직여 세르지오의 목을 간단히 베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헨리케.”
그는 자신 쪽을 쳐다보는 헨리케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입구 포탈에 다수의 병력을 배치한 후, 언제라도 봉쇄할 수 있도록 대기시켜라. 그리고 바로 막내 대전 선수들이 있는 관문 쪽으로 다시 차원의 문을 열어라.”
“네, 마스터.”
헨리케가 곧바로 입구 포탈을 봉쇄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뒤몽은 걸음을 옮겨 메인 PD 쪽으로 향했다.
공손히 서 있는 그의 어깨를 뒤몽이 두드려 주었다.
“지시대로 잘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크게 외치는 메인 PD의 모습.
살기 위해 배신하고 프란시스코를 따랐던 그가, 또 한 번 살기 위해 프란시스코를 배신한 모습이었다.
* * *
“뭘 그렇게 눈치를 봐?”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던 오른쪽 관문 안.
침묵을 깬 것은 김진성의 목소리였다.
“공격할 거면 빨리 공격해. 왼쪽 애들 퀴즈 다 풀기 전에.”
“…!”
“이 타이밍 노리고 작전 짠 거 아니었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 김진성의 말에 주안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냐고? 대놓고 나 빼고 전부 블루팀 애들로 팀을 짰는데 눈치 못 채는 게 바보 아니야?”
김진성이 마치 독심술이라도 하는 듯이 주안의 마음속을 읽으면서 말을 이었다.
“빨리 결정해. 덤비든가, 아니면 무기 내려놓고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든가.”
“…!”
“미리 말하지만, 난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야 이길 가능성이 생길 거야.”
“이, 이 자식이…!”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해 보일 정도인 김진성의 태도에 주안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정말 기분 나쁘게도, 하나같이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씨발, 어떡하지?’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는 없을 거라는 속마음과 붙어도 이길 가능성은 작다는 이성이 주안의 마음속에서 줄다리기하고 있을 그때.
지켜보던 김진성이 갑자기 들고 있던 검을 주안 쪽을 향해 집어 던졌다.
‘뭐야?!’
화들짝 놀라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린 주안.
다행히도 주안은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낼 수 있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검이 날아간 위치가 주안의 머리 바로 위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까앙!
주안이 서 있던 자리에서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오호라?”
동시에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터뜨리는 중년의 사내.
막 차원의 틈을 타고 넘어온 PCC 클랜의 마스터, 뒤몽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