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6)
제186화. 사고 (1)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요.”
간부 회의실에서 단체로 경기를 관람하던 중 부마스터인 티안이 입을 열었다.
“이제 이 관문만 넘어가면 바로 보스전입니다.”
“아, 그랬나?”
“네. 그런데 이 관문에서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오른쪽 관문과 왼쪽 관문을 해결하는 속도가 같아야 출구로 향하는 문이 열리거든요.”
“아아…. 기억났어. 약간 ‘방 탈출 게임’ 같은 느낌 아니었던가?”
“일부 헌터들은 실제로 방 탈출 관문이라고 부릅니다.”
에스테반과 티안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있던 프란시스코는,
‘슬슬 시간이 됐군.’
이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잠깐 전화 좀….”
짧게 말한 뒤 바로 회의실을 나서는 그의 행동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간부 중에서도 팀장들을 모두 대표하는 위치인 1팀장, 프란시스코는 평상시 업무 때문에 통화를 달고 산다는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회의실 밖으로 나간 프란시스코는, 익숙하게 옆 비상구 쪽 계단으로 향했다.
CCTV, 도청기가 없는 유일한 장소인 지하 1층 계단 중간쯤에서 프란시스코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왜 안 받아?’
신호가 열 번이 넘게 갔는데도 받지 않는 전화에 프란시스코는 당황해했다.
분명, 전화를 걸면 무조건 받으라고 그렇게 경고했는데….
‘…바빠서 전화를 못 받은 거일 수도 있지.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건 아닐 거야.’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가고 싶은 프란시스코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메인 PD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영 그의 마음에 걸렸다.
‘일단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면 문자 하나 보내 놓으라고 해놔야겠군.’
프란시스코는 메인 PD에게 문자를 하나 남긴 후, 다시 간부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프란시스코는 자리에 앉은 후 바로 방송을 확인했다.
‘…벌써 싸우기 시작했네.’
어느새 거대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는 주안, 알롭스키 등 오른쪽 관문으로 향한 5명의 모습이 보였다.
‘슬슬 저쪽 카메라 송출을 중단해야 하는데….’
프란시스코는 초조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곧 ‘사고’가 일어날 시간이다. 그때 장면이 방송에 송출되는 건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걸 확인시키기 위해 방금 전화하러 갔던 거였는데, 받기는커녕 아직 답장도 없다.
* * *
카아아아악!
거대한 동굴 안에서, 몬스터의 커다란 괴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엄청난 숫자의 ‘빛의 깃털’들이 주안 등 일행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앗!”
동시에 챠노가 ‘반탄 실드’를 사용해 온 일행들의 신체를 뒤덮었다.
빛의 깃털은 일행들 몸 위의 반탄 실드를 뚫어내지 못하고 모두 튕겨 나갔다.
“좋아! 잘했어, 챠노!”
주안이 외치면서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마치 온몸이 빛으로 이루어진 듯한 거대한 괴조.
바로 ‘아일드리움’이라고 불리는, 이번 30층 던전의 중간 보스였다.
콰아아!
아일드리움이 그 커다란 부리를 벌리더니, 입에서 엄청난 두께의 레이저를 발사했다.
“피해요! 이건 못 막아요!”
챠노의 외침이 들리기도 전에 이미 일행들은 사방으로 이동해 공격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빛의 레이저는 아무도 맞추지 못하고 애꿎은 땅만 녹여버리고 말았다.
“계속 집중해! 밑으로 하강할 때까지 최대한 피하는 데에만 집중하란 말이야!”
주안은 계속해서 일행들에게 외치며 리더 역할을 충실히 했다.
“곧 밑으로 내려오면서, 이전에 내가 사용했던 썬라이트 마법 비슷한 걸 사용할 거야. 그때가 우리가 공격할 유일한 기회야.”
아일드리움이 일행들의 공격이 닿는 곳까지 하강할 때는 딱 한 번밖에 없다. 주안은 지금 그 타이밍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 괜히 오버해서 공격하지 말고, 계속 피하는 데나 집중…?”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누군가 때문에 그는 말을 다 이을 수 없었다.
알롭스키였다.
“야!!”
주안이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알롭스키는 아일드리움 근처까지 뛰어오른 다음 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이 병신새끼야!! 아일드리움은 물리 공격으로는 아예 데미지를 줄 수 없…!”
촤악!
“…?!”
이번에도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는 주안.
알롭스키가 휘두른 검이, 아일드리움의 왼쪽 날개를 3분의 1 이상 베어낸 것이다.
‘아니…!’
잘려 나간 날개 쪽이 한 줌의 빛이 되어 소멸하는 모습을 본 주안은 경악했다.
‘분명 저 아일드리움은 약점인 두 다리를 공략해야 상처를 입힐 수 있는데…?’
그런데 왜 저렇게 쉽게 잘린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이전에 몇 시간 동안 힘겹게 레이드를 뛰었던 과거 경험이 아무 쓸모가 없어지지 않는가?
심지어 알롭스키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또 반대편 날개로 이동한다!”
“어떻게 공중을 저렇게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거지…?”
일행들의 충격받은 목소리에 다시 알롭스키를 바라보니, 마치 새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아일드리움의 반대편 날개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검을 휘둘렀고,
서걱.
또다시 절반에 가까운 크기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아일드리움이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양쪽 날개가 절반 가까이 잘려 나간 마당에 계속 공중에서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공격할까요?”
“…어?”
챠노의 질문에 주안은 알롭스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바닥에 두 다리로 착지한 아일드리움을 확인한 그는,
“…이, 일단 공격! 두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려!”
정말 품격 떨어지게도 말을 더듬으면서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충격이 다 안 가신 탓이었다.
하지만 곧 그는 화들짝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어어! 잠깐만!”
하늘 위에서 아일드리움 머리 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알롭스키를 봤기 때문이었다.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린 채떨어지는 모습이, 누가 봐도 아일드리움 머리를 양단 낼 기세였다.
“지금 죽이면 안 돼!!”
주안이 황급히 외쳤다.
“왼쪽 관문으로 들어간 팀이랑 똑같은 타이밍에 클리어해야 한단 말이야! 지금 죽이면 왼쪽 관문에 간 애들 갇혀서 보스 죽일 때까지 못 나와!”
그 말을 들은 것일까?
수직으로 하강하던 알롭스키가, 들어 올린 검을 다시금 내려놓았다.
이후 공중에서 몸을 틀더니, 아일드리움 머리에서 멀리 떨어진 쪽으로 착지하는 모습이었다.
‘휴…!’
주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대로 알롭스키가 독단적으로 아일드리움을 죽일까 봐 식겁했었던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저 닫힌 정문 위쪽의 보석이 전부 빛을 발하는 그때 처치해야 해. 그래야 양쪽 관문의 문이 모두 열린다고. 알았어?”
주안의 말에 알롭스키는 출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힌 거대한 문. 그 위에 다섯 개의 초록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중 현재 불이 켜져 있는 건 왼쪽의 두 개뿐이다. 즉, 현재 왼쪽 관문을 두 개 돌파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혼자 나대지 말고 내 지시를 따르란 말이야! 강한 거 티 내고 싶어서 혼자 지랄 발광하지 말고!”
“….”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어어, 야!!”
알롭스키의 등 뒤에 대고 계속 외치던 주안의 눈이 또 커졌다.
알롭스키가 또다시 아일드리움 쪽으로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근처까지 도달한 그는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촤촥!
캬아아악!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아일드리움의 두 다리가 절단되는 모습이 주안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모자라, 남은 날개 부위마저 완벽하게 잘라내기까지 하는 알롭스키였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죠?”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으며 알롭스키가 주안을 향해 물었다.
…맞긴 했다.
왼쪽 관문에 있는 팀이 모든 퀴즈를 풀어낼 그때 아일드리움을 처치하면 되니까, 지금처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긴 하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저놈인데….’
주안의 알롭스키를 바라보는 시선에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저 새끼를 우리 넷의 힘으로 때려잡을 수 있긴 한 건가…?’
현재 그가 짠 시나리오대로 완벽하게 진행된 상태다.
왼쪽 관문이 모든 퀴즈를 풀기 전에, 아일드리움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다. 이후 남는 시간에 넷이 하나로 뭉쳐서 알롭스키를 죽여버린다.
‘그래서 일부러 블루팀 선수들만 따로 불러들였지. 레드팀 놈들은 왠지 알롭스키랑 친해져서 내 말을 안 들을 것 같았거든.’
이미 알롭스키를 제외한 넷은 어제 새벽에 몰래 주안에게 작전을 지시받은 상태였다.
그렇게 작전이 시작되면, 프란시스코의 지시를 받은 메인 PD는 오른쪽 관문과 관련된 모든 카메라 송출을 중단한다.
그래야 이후 ‘사고’로 죽었다고 둘러대는 것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내 생각보다 좀 많이 강해 보이는데….’
아까 초반에 멜라헬을 잡을 뻔했던 장면도 그렇고, 지금 아일드리움을 무슨 닭 한 마리 잡는 것처럼 손쉽게 요리해 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던 주안이었다.
간단하게 반대로 생각해 보자. 지금 알롭스키를 제외한 넷이 아일드리움을 전력으로 상대한다고 똑같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현재 주안을 흘끗흘끗 바라보고 있는 루카 등 세 명의 시선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정말 저 괴물을 잡자고? 겨우 우리 넷이서?’
하나같이 모두 두려움이 깃든 눈빛으로 주안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주안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본능이, 절대 저 괴물을 건드리지 말라고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주안은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트리운포를 넘어 지구 최강의 헌터가 되겠다는 야심이, 한낱 막내 대결 따위 경기에서부터 꺾일 수는 없었다.
* * *
“…이상하군.”
이곳은 ‘시련의 탑’ 30층 입구 쪽에 마련된 임시 모니터링 장소.
평가단장, 세르지오의 목소리를 들은 옆의 부하가 그를 돌아보았다.
시선을 느낀 세르지오가, 턱으로 주안 쪽을 송출하고 있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주안 쪽 분위기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근처 부하들이 모두 같은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알롭스키의 등 뒤에서, 그를 제외한 전원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알롭스키를 단체로 덮치기 직전의 분위기처럼 보이지 않아?”
“네?”
“에이, 설마요…?”
부하들은 놀란 표정으로 하나같이 모두 부정했다.
대놓고 이렇게 생중계되고 있는 마당에 그런 짓을 어떻게 하겠어? 라는 생각이 다들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심겨 있던 것이다.
하지만 세르지오는 계속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평가단장 이전에 메이저 클랜을 대표하는 한 팀의 수장.
수많은 경험을 해왔던 그의 입장에서는, 저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고, 그만큼 불길했던 것이었다.
우우웅~!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작은 진동 소리.
세르지오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그, 전화 안 받으십니까?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데.”
“아….”
메인 PD가 그제야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굳이 발신자는 확인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을 아예 꺼버리면서 메인 PD는 속으로 고뇌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젠 프란시스코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어진 상황인데 말이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