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I became a dragon RAW novel - Chapter 150
“어이씨.”
몸을 씻어내고 싶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불가능하다.
괴물은 잡아냈지만 광역 디스펠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괴물의 능력이 아니라 이 공간 자체에 걸려 있는 효과였던 모양.
생물이 마나를 배제하고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나 싶었는데 그 의문은 해결됐다.
“윽, 야 가까이 오지 마 우리한테 쏟아지잖아.”
“어이씨, 잠깐 기다려봐.”
몸에 달라붙은 이물질들은 인간형으로 돌아오자 떨어져 나갔다.
어차피 마나핵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려면 인간형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럼, 들어간다.”
“아직도 안 들어가고 뭐 하고 있어?”
얼토당토않은 검둥이 녀석의 핀잔에 피식 웃음을 한 번 흘려주고 내부로 들어서니 눈에 보이는 것은···.
*
타다스트라아는 바하마타가 보내준 정보를 토대로 원정대를 꾸렸다.
거창하게 원정대라고 했지만 ‘바하마의 손’에 소속 된 골드 드래곤 둘을 알려준 위치로 보내는 것 뿐이었다.
“둘 가지고는 부족해.”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로드.”
타다스트라아는 드물 게 지시를 내리는 로드, 티렌스카의 행동에 작은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함정일수도 있다.”
“그래서 둘을 보내는 것입니다만.”
머추어 어덜트급(7 단계)에 오른 골드 드래곤이 둘이다.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과한 조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티렌스카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인족들이 파 놓은 함정이라면 과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거기에 크루툰의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타다스트라아는 잠자코 로드의 말을 들었다.
로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골드 드래곤들에게도 여유가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드 그렇게 되면 전장에서의 전력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녀석들이 우리 전력이 줄었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에 빨리 다녀오면 되는 일이다.”
바하마의 자식들과 크루툰의 자식들이 대립하고 있는 곳은 이곳 지구뿐만이 아니다.
드래곤들의 전장은 모든 차원에 걸쳐 펼쳐져 있었고 균형과 혼돈을 이루기 위해 경쟁했다.
“···로드의 뜻이 그러시다면···. 허면 얼마나 더 전력 보충을 해야 되겠습니까.”
“열 사람을 더 대동하라.”
“열이나 더요?”
타다스트라아의 머릿속으로 순간 스쳐나간 생각은 ‘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을 접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로드가 일족에게 피해가 갈 일을 할리 없으니 그대로 따르자는 마음이었다.
거기에 그레이트에 도달한 드래곤은 [예언의 권능]을 손에 얻는다.
신들의 협약에 의해 미래 예시나 예견, 예언과 같은 힘은 금지되었지만 드래곤의 권능은 그 금기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이다.
물론 마음먹고 힘을 발휘하려하면 신들의 제지가 들어오겠지만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는 예견까지 막을 도리는 없다.
타다스트라아는 로드가 그 예시의 힘으로 무언가를 봤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무언가 느끼신 겁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로드. 그럼 로드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로드인 티렌스카의 의견에 따라 10명의 보충인원을 포함한 골드 드래곤들이 출발했다.
바하마타가 알려준 장소까지 도착하는 것은 순조로웠다.
무려 12명이나 되는 골드 드래곤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데 어려움이 있으려면 세계 멸망급의 난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었다.
드래곤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촉수 괴물도 쉽사리 처리했다.
갓 성룡이 된 바하마타도 어렵지 않게 해치웠던 괴물이었으니 그보다 훨씬 나이를 먹은 드래곤들 12명이 모여서 애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이윽고 드래곤들이 마나핵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 들어서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한 순간에 수키로미터를 날려 버리고 그 여파는 수십키로미터를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폭심지에 있던 12 드래곤을 비롯한 모든 것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증발해 버렸다.
차라리 마나핵미사일이었으면 드래곤들이 이리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일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브레스로 요격해도 되고 공간 너머로 날려 버린다던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으니까.
마법들 중에는 [소화]라고 해서 불을 끄는 마법이 있는데 이걸로 미사일의 불을 꺼도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안에 들어서자마자 폭발해 버린 마나핵폭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드래곤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함정에 걸린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로 그들을 보낸 로드가 이런 위험을 경고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로드에게 가진 믿음이 이런 상황을 맞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둘째는 크루툰의 자식들이 설마 배후가 자신들인 것임이 밝혀진 상황에서 이토록 노골적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크루툰의 자식들이 강력한 수단을 사용한 만큼 바하마의 자식들도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로는 설마 자신들의 로드가 자신들을 배신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
폭발은 제국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태평양 건너 연합령에서도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순, 지상에서 태양이 생겨난 것과 같은 강렬한 섬광이 퍼져 나오고 수키로미터를 아우르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폭심지에 있던 모든 것이 소멸하고 연합령은 무너졌다.
추산할수도 없는 인명피해와 물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초즌들의 입은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제국과 연합에서 터진 마나핵폭탄 모두 두 국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고 그곳은 초즌들은 물론이고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지식인들과 엘리트 계층이 모두 모여 있는 장소였다.
이 한 번의 사건으로 전체적인 인류의 문명은 원시수준으로 퇴보하고 말았다.
*
– 크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
“시끄러우니까, 그 입 좀 다물지 그래?”
– 내가 어찌 입을 다물수가 있겠나, 전직 골드 드래곤 로드이자 현직 마룡이 되신 양반이 눈 앞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데 말이야.
골드 드래곤 로드, 아니 이제는 전 골드 드래곤 로드라고 불러야 할 티렌스카는 말지소더의 조롱에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물론 그의 배신은 아직 일족에 퍼져 나가지 않았지만 외익 마룡 말지소더가 현세에 다시 부활한다면 그의 일족 모두가 로드의 배신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었다.
열 둘, 아니 연합령에서 스러진 대신 바하마의 자식이자 태양신 나브소리아의 아이를 포한한 열 셋이나 되는 일족의 핏 값도 누구에 손에 쥐어졌는지 알게 되리라.
그럼에도 티렌스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지소더의 봉인을 해제했다.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떠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다중 결계가 티렌스카의 손에 닿자 퍼즐처럼 이리저리 짜 맞춰 지더니 강렬한 빛과 함께 스러졌다.
비좁은 결계 안에 구겨지듯 박혀 있던 말지소더의 비대한 영혼은 결계가 스러지자마자 폭발하듯 검은 연기의 형태로 밖으로 방출 되었다.
– 흐흐흐흐, 드디어 풀려났다!
말지소더는 마치 있지도 않은 육체의 뻐근함을 느낀다는 듯 검은 영체를 이리저리 뒤틀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활개를 치던 말지소더가 음흉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티렌스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티렌스카를 관찰하듯 쳐다봤다.
티렌스카는 석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딱딱한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 골드 드래곤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금기를 일궈냈다는 로드가 이렇게 마룡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과연 무슨 이유 때문에 그 대단하신 로드께서 타락하게 되었나.
그랬다.
골드 드래곤을 전성기에 오르도록 토대를 만든 것은 물론 나브소리아였지만, 그녀가 만든 토대를 바탕으로 황금기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지금의 로드인 티렌스카였다.
쉽게 비유하자면 나브소리아가 전형적인 정복군주의 성격을 가졌다면 티렌스카는 성군의 자질을 지녔다고 할까?
그만큼 골드 드래곤 내부에서는 지금의 로드인 티렌스카를 추종하는 이들도 많았다.
– 흐흐흐흐, 알지. 알고말고. 나는 다 안다고. 나브소리아 때문이지? 그 창년이 너의 순정을 배신하고 바하마와 붙어먹었기 때문이겠지. 쯧쯧쯧쯧 수천년을 지켜온 순정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으니 누구도 너를 비난할 수는 없을거다. 티렌스카여. 나쁜 건 모두 나브소리아다! 너를 속인 바하마야!
“닥쳐라.”
티렌스카가 싸늘하게 대답했지만 말지소더는 멈추지 않았다.
– 이해한다, 티렌스카여. 이해하고말고. 오로지 나만이 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숨기랴. 나도 한때는 열성적인 바하마의 신도였으니.
“···말지소더 네가 바하마의 신도였다고?”
– 한때는 그랬었지. 전심으로 그를 섬겼다. 그의 사도가 되기 위해서! 그의 밑에서 초월자가 되어 소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하지만 바하마 그 놈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을 섬기는 많고 많은 버러지들과 같이 나를 취급했지! 나는 그 처사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룡이 되었나. 신성을 얻기 위해서.”
– 그래 그랬었지.
티렌스카의 얼굴로 짤막한 감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말지소더는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차렸다.
– 흐흐흐, 우습구나 티렌스카여. 네놈만은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봐서는 안 된다. 균형의 수호자의 자리를 내버리고 누구보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로 마룡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나는 너와는 다르다.”
– 달라? 하! 다르다고? 크크크크. 우습구나 티렌스카여. 내가 보기에는 사랑 같은 하찮은 감정 따위에 일족을 배신하고 타락하여 마룡이 된 네놈이 구역질나니까.
“네놈 같은 쓰레기가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 내 말이 그 말이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찌 되었건 우리는 같은 처지가 되었지. 같잖은 책임감 따위 져버리고 실리를 택한 행동을 이해한다는 말이었다. 다른 놈 따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 혼자만을 생각하고 행동한 너의 이기심을 지지한다는 말이다. 네놈은 이미 훌륭한 마룡이다, 티렌스카여.
말지소더의 말에 티렌스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그가 일족을 배신하고 마룡이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만 지껄이고 꺼져라, 말지소더. 내 마음이 바뀌면 너를 끝장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니까. 같은 마룡이 되었다고해서 내가 네놈의 뒤를 봐줄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도록.”
실제로, 티렌스카가 말지소더의 봉인을 풀어준 이유는 혼란을 부추기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지 말지소더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 흐흐흐 뭐, 좋다. 나도 너저분한 골드 녀석들의 둥지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자고 후배님.
그 말을 끝으로 말지소더의 영혼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티렌스카는 말지소더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미 뒤를 돌아 걷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고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잠시 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천공성 라프타가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
크루툰과 그의 자식들은 명백히 선을 넘어섰다.
이에 바하마가 분노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바하마의 자식들은 그들의 아버지이자 대신의 대리인으로서 그의 분노를 대신하여 일어섰다.
차원 곳곳에서 드래곤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브레스 한방에 태산이 무너지고 해일이 발생했다.
곳곳에서 세계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만큼의 전쟁이 하루를 멀다하고 벌어졌다.
로드나 원로급 드래곤들의 전투는 하나의 행성 자체를 회생 불가능한 지경으로 몰고 갈 지경이었다.
그 상황이 되니 다른 신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협약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신들은 다시 지상을 거닐기 시작했다.
신들의 전쟁이라는 ‘라그나로크’의 시작이었다.
그 최전선은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지구’라는 차원이었다.
지구의 신이자 인간들의 신인 ‘시스템’은 바하마를 지지했다.
덕분에 인간들은 자동적으로 바하마를 지지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힘과 능력을 내려주는 신이 바하마를 지지하니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소외된 마인과 아인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연하지만 그들은 크루툰의 진영에 흡수되었다.
대격변 이후로 수십년.
거대한 상처가 아물고 인간들과 아인, 마인이 조금씩 화합으로 나아가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천둥신의 벼락이 지상에 내려치고 자연의 여신이 일으킨 지진이 지형을 변화시켰다.
역병의 신이 재앙을 퍼트리고, 치유의 신이 죽은 자를 되살렸다.
지상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그 중 가장 무섭게 날뛴 것은 태양신 나브소리아였다.
자신의 독자를 잃은 여신의 분노는 무서웠다.
셀수도 없이 많은 마룡들이 여신의 손에 스러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를 막아서는 마룡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티렌스카.
바하마의 장자라고까지 불리는 골드 드래곤들의 로드였으나 바하마를 배신하고 크루툰에게 넘어가 그녀의 축복으로 소신의 자리에 오른 마룡이었다.
골드 드래곤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원래 전력은 바하마의 자손들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골드 드래곤들의 성지인 천공성 라프타가 추락하고 배신자인 티렌스카의 손에 수백명의 골드 드래곤이 몰살당하면서 전력은 비등하게 맞춰졌다.
덕분에 전쟁은 어느 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
– 푸화아아악!
– 크아아악!
– 캬오오오!
신과 드래곤들이 어우러진 치열한 전투의 한 복판.
우주 공간이 강렬한 뒤틀림과 함께 일그러지더니 블랙홀과 같은 균열이 생겨났다.
예상치 못한 현상에 근처에 있던 양 진영 모두 상대방의 마법이라 생각하고 깜짝 놀라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균열이 토해낸 것은 대규모의 파괴가 아니었다.
무지갯빛으로 비늘이 물들어 있는 거대한 드래곤이 균열 밖으로 튕겨지듯 튀어나왔다.
드래곤들은 깜짝 놀랐다.
칠색의 비늘은 다름 아닌 대신 바하마의 상징이었으니까.
하지만 대신 바하마는 그야말로 우주급 덩치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지구 정도 크기의 행성은 한 입에 사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괴물이었던 것이다.
그런 바하마에 비하자면 그 존재의 크기는 너무나 작았다.
그래, 마치 새끼라고 할 수 있을 것처럼.
그의 정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최전선에서 티렌스카와 맞붙고 있던 나브소리아였다.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자, 나브소리아는 티렌스카를 내던지듯 밀어내고 곧장 공간이동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바하마타!”
“엄마···.”
100년 동안 영혼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던 아들의 귀환에 여신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끝
ⓒ 미래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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