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I became a dragon RAW novel - Chapter 151
100년은 드래곤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특히 인간의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있던 나한테는.
너무나 오랜만에 마주하는 엄마의 모습이 어색했지만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는 그녀의 행동에 그 어색함도 이내 씻은 듯이 자취를 감추었다.
“바하마타 도대체 100년 동안 어디서 뭘 하다 온 거야!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응, 다 설명해 줄게 엄마. 일단은 여기 정리가 먼저잖아.”
나는 품에서 나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엄마를 밀어내고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모습을 나타냄으로서 잠시 동안 소강상태에 빠졌던 전장은 어느새 전열을 회복하고 치열한 전투를 재개한 상태였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드래곤들의 전쟁은 SF 공상 과학 영화를 방불케 했다.
심우주에 튕겨나가 외계의 괴물들과 치열한 전투를 반복했던 나도 눈이 돌아갈 만큼 전투는 화려했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도 크긴 엄청 크네.
100년 동안 나는 급성장을 해서 웜급의 태룡이 되었다.
웝급 태룡은 일반적인 드래곤들은 천년의 세월이 지나야 도달하는 단계로 초월궁극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였다.
초월궁극마법은 우주의 시간을 쥐락펴락하고 차원을 뛰어넘고 상대의 몸을 강탈하거나 완벽한 자신의 복제를 만들고, 물질을 창조하며 완전한 소멸로 이끌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이적이 가능케 하는 마법들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마법들은 신들의 협약에 의해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야 법칙을 비틀어 흔들어 제끼는 법칙위의 마법사, 요!
– 또, 혼자 머릿속으로 쓸데없는 생각 하고 있지!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검둥이의 핀잔에 이크, 하고 몸을 움츠렸다.
빨리 전쟁도 마무리하고 검둥이 녀석한테 육체부터 먼저 찾아줘야 하는데.
아무리 검둥이의 성장 속도가 다른 드래곤들보다 조금 빠르다고는 해도 100년 동안 겨우 머추어 어덜트급 청룡의 단계에 도달한 것이 다였기 때문에 심우주에서 물질계로의 도약을 견딜 수가 없었다.
심우주에는 제대로 된 마법적 매개체와 촉매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낙 급박하게 도약했기 때문에 준비도 미흡했고 말이지.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거머리처럼 따라 붙는 심우주의 올드 갓들과 딥 데빌들을 물리치고 심우주를 벗어날 수 없었을 거다.
심우주는 모든 것이 뒤틀린 세상으로 물질계에서 혼돈이라 일컫는 크루툰마저도 심우주의 괴물들과 비교하자면 ‘질서’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세상이었다.
– 누렁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앞에 집중해! 온다!
이번에는 다크 녀석이 나를 일깨운다.
“바하마타아아아-!”
과연, 눈앞을 보니 두 눈이 타오르는 것 같은 증오를 담고 있는 골드 드래곤 로드 티렌스카가 전장을 가로질러 직선으로 나를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골드 드래곤 로드가 아니라 악신이라고 불러 줘야 되나.
아무튼 혼자 열 내는 놈의 모습에 나는 조금 억울해졌다.
아니, 지가 만든 음모에 빠져서 100년 동안 심우주에서 고생했던 사람은 난데 왜 자기가 더 난리여.
마법적인 보호를 겹겹이 두르고 버프 마법으로 떡칠을 한 티렌스카의 몸은 갖가지 영기들이 뒤엉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죽어라!”
– 푸화아아아악!
티렌스카 녀석은 전형적인 드래곤의 공격 패턴으로 전투를 걸어왔다.
일단 원거리에서 쏟아내는 브레스 공격으로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나는 손을 뻗어 티렌스카의 브레스를 간단하게 막아냈다.
녀석도 내가 브레스를 막아낼 것을 예상했는지 곧장 육탄 공격을 시도했다.
사냥하는 매의 자세로 한줄기 빛처럼 쇄도하는 놈의 면상을 향해 철권을 휘두른다.
쩌억-!
우주공간에서 소리가 날리 없었지만 내 귀에는 생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어둑한 우주를 배경으로 악신의 신혈과 옥수수가 예쁘게 휘날린다.
티렌스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의 공격이 어떻게 자신의 모든 마법적 방호를 꿰뚫고 직격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디스펠 매직으로 마법을 흩어버린 것도 아니고 말이지.
티렌스카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크윽! 설마 네놈도 신성을 얻은 것이냐!”
“음, 신성은 아니고 ‘보이드’라는 건데 이게 마력과 신성력을 상쇄시키거든.”
“마, 말도 안된다! 마력은 몰라도 신성력을 상쇄 시키는 힘이라니!”
“원래 우물안 개구리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 말해줘도 납득을 못하는 법이지. 뭐, 대신격 정도 되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을거야.”
“네놈이 지금 대신격과 대등하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런 거짓말을 날더러 믿으라고?”
“믿으라고 한적 없고.”
나는 손을 뻗어 티렌스카의 몸을 붙잡았다.
“크악! 감히 소신격에 오른 드래곤과 육탄전을 벌이자는 것이냐! 이제 웜급에 밖에 오르지 못한 녀석이!”
사실 몸싸움은 내가 불리한 게 맞다.
음, 무협지로 따지자면 내공은 강하지만 외공이 약하다고 할까.
사실 드래곤의 싸움은 몸집이 큰게 깡패라서 아무리 공허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에인션트를 넘어서 소신까지 도달한 티렌스카를 상대로 몸싸움을 벌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신인 바하마의 경우 우주만한 크기의 드래곤인데, 그건 드래곤들이 신격을 얻으면 성장에 한계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고로 소신이 된 티렌스카도 에인션트의 크기를 넘어서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중이라는 이야기다.
아니, 다 커서 아직도 성장기라니 무슨 50대 사춘기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 아빠는 모든 드래곤들의 아버지다.
무지갯빛 비늘을 가졌다고 묘사되지만 사실 모든 드래곤들의 비늘색과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
나는 거기에다가 ‘공허’의 힘을 추가했지.
아빠의 힘만 끌어 올리면 내 비늘은 오색찬란하게 빛나지만 거기에 공허의 힘을 추가하면 이상하게 변해버린다.
모든 색을 잃어버리게 되는 건데 이게 밖에서 보면 참 엄한 녀석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서 말이지.
“뭐, 뭐야! 투명해 졌어!”
“투, 투명 드래곤이다!”
악! 거기! 너 입 닥쳐라! 그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는 거라고!
“뭐, 뭐냐. 어떻게 [진실의 눈]으로도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거지.”
“이건 마법이 아니라서 말이지.”
티렌스카 녀석이 내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손을 휘둘렀지만 나는 이미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내가 뭐 바보도 아니고 말이지.
기껏 투명해 졌는데 그런 공격에 당할 리가 없잖아.
나는 심장에서 마력과 공허를 끌어 올리며 숨결(생기)와 뒤섞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푸화아아악!
눈에 보이지 않는 미중유의 에너지가 거센 해일처럼 우주공간을 가르며 티렌스카에게 쏟아져 들어간다.
‘사고 가속’마법이라도 사용하고 있었는지 티렌스카 녀석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쏟아진 내 브레스에 귀신같이 반응한다.
녀석과 내 사이에 차원이 쪼개지듯 갈라지며 시커먼 속을 내보인다.
태고룡들이 자주 애용하는 차원단층이다.
저거 원래 방어 마법은 아닌데, 워낙 유용해서 방어용으로도 공격용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내가 쏘아낸 [소멸] 브레스에 지워지듯 사라져 버리고, 브레스는 곧장 티렌스카를 덮쳤다.
“뭣이?!”
브레스를 정통으로 뒤집어쓴 티렌스카는 그 자리에서 지워지듯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유리잔이 깨진 것 같은 날카로운 충격이 우주공간에 퍼져나간다.
설마, 크루툰의 자식들은 자신들의 소신격이 브레스 한방에 끔살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던 크루툰의 자식들이 꼬리를 말고 도주하기 시작한다.
본래라면 도망치는 적을 추격해 커다란 피해를 강요해야 했지만 바하마의 자식들도 놀란 건 마찬가지다.
도망치는 적을 추격할 생각도 못하고 멍청하게 나를 쳐다보고만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 보이지 않으니 –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거다.
물론 소신격을 이룬 티렌스카가 이 정도로 소멸을 맞이할 리는 없다.
진짜 신격을 살해하려면 신성의 정수가 감춰져 있는 그 신의 천국에 쳐들어가서 살해해야 한다.
자신이 소유한 천국에서 신은 말그대로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하니 그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따라서 먼저 신성력 자체를 약화시켜야 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신을 믿는 신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것이다.
신성력을 수급받지 못하는 신은 사실상 천사랑 별로 다를바가 없어지니 천국에 쳐들어가서 모가지를 따 주면 된다.
음, 어떻게 보면 언데드인 리치 녀석들하고 별로 다르지도 않잖아.
이렇게 말하면 신들이 화를 낼 테지만.
“바하마타! 아들-!”
애타게 나를 찾아 헤매는 엄마의 목소리에 공허의 힘을 가라앉히자 모습이 드러난다.
내가 모습을 나타내자 엄마는 공간이동으로 곧장 내 앞으로 이동해 왔다.
“아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힘은 또 뭐고.”
추긍하듯 물어오는 엄마의 물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꿨다.
본체를 유지하고 있던 엄마도 내가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꾸자 용인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아빠의 신성과 공허의 영향으로 인간형태의 내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 내 모습은 엄마가 자주 취하는 용인의 형태였는데 기본적으로 머리에 뿔과 등에 날개 꼬리가 달려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머리카락은 무지개 색깔이고 광원에 따라 산란하며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어지럽게 뒤바뀐다.
그건 끄리와 날개의 비늘도 마찬가지다.
머리 위에 뿔 사이 공간에서는 헤일로(천사의 링)같은 불덩어리가 달려서 타오르는데 그 빛깔이 우중충한 회색빛이었다.
마지막으로 왼쭉 눈은 아빠를 닮은 루비아이고 오른쪽 눈은 공허의 힘 때문에 새까맣게 물들어서는 회색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으앙! 우리아들 안 같애.”
나를 끌어안고 볼을 마구 부비던 엄마는 한참동안 뚫어져라 나의 모습을 쳐다보더니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뭐 변한것도 변한거지만 이제 완전히 성체가 되어버린 내 모습이 조금 낯선 모양이다.
엄마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어디까지나 청년 정도에 머물러 있었을 테니까.
나는 닭똥처럼 쏟아져 내리는 엄마의 눈물에 난감해져서 볼을 긁적이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뀨!”
“흐이잉~. 역시 내 새끼 맞구나. 너무 긔여어~.”
엄마는 오랜만에 보는 [해츨링 모드]에 감격했는지 덥썩 끌어안고는 꺼이꺼이 감동의 울음을 또 터트렸다.
이러나저러나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건 똑같구나.
– 야! 재회의 기쁨을 즐기는 것도 좋은데 뭐 까먹은 거 없냐고!
– 그래! 우리는 지금 봉인 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자기만 물고뜯고맛보고 즐기고!
···내가 뭘 물고 뭘 어쨌다고?
뭐 녀석들이 많이 답답해 하는 것 같으니 빨리 육체를 구성해 주기는 해야겠다.
뒷동산에 쑥 뜯어 가는 것 같이 말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도 초월궁극마법에서 창조의 힘을 발휘하면 영혼 없는 드래곤 몸뚱아리 정도 만드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해츨링 정도지만.
검둥이랑 다크 녀석은 이 사실을 모르는데, 뭐 어쩌겠어.
부활도 하고 회춘도 하고 일석이조.
좋은 게 좋은 것이다.
그나저나 솜털 녀석이랑 얼룩이 녀석은 어디로 갔지?
100년이나 지났으니 녀석들도 이제 성룡이 되었을 텐데?
나의 물음에 엄마는 그 녀석들한테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며 포탈 문을 열었다.
녀석들의 모습이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한걸.
끝
ⓒ 미래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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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예상하셨듯 조기 완결은 구매수 하락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전업 작가인 저로서는 지금의 수익으로는 제대로 가정을 꾸려 나갈 수 없을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요인은 많은 독자님들한테 어필하지 못한 매력없는 글을 쓴 저에게 있다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제가 능력이 조금 더 됐다면 새로운 작품을 쓰면서 내드날도 같이 꾸려갈 수 있었을테지만 그런 역량과 능력이 없다는 것은 제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이 이상 어떤 말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변명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끝으로 내드날의 연재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내드날은 앞으로 비정기 연재로 전환되어 독자님들 앞에 찾아갈 것입니다.
완결을 내지 않고 비정기 연재로 전환할 수도 있었지만 메인 스토리를 한번 끊어내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외전의 내용은 주인공인 바하마타가 얼룩이 솜털이와 재회하는 장면 그들의 일상 그리고 엄마인 나브소리아의 과거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바하마타가 심우주에서 100년 동안 검둥이 다크와 여행했던 모습들도 쓸 수 있겠지요.
또 변화 된 지구의 환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등도 쓸 계획에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음 편은 바하마타와 성장한 얼룩이 솜털이와의 이야기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