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12)
제212화. Who is Spy?
동시에, 그레이엄의 두 손바닥에서 강력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아까 전보다 훨씬 굵고, 빠르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강하다!’
뒤편에 서 있던 김진성이 바로 레이저에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느낄 정도였다.
레이저는 곧장, 가장 가까이 있던 데스나이트에 도달했다.
데스나이트는 바로 방패를 들어 마기를 끌어 올렸다.
강력한 검은 물결로 일렁이는 데스나이트의 방패에 레이저가 도달했고,
퍼억!
둔탁하게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데스나이트의 신체가 레이저의 굵기만큼 관통당했다.
뼛조각이 사방으로 날리며 분해됨과 동시에, 레이저는 처음 속도 그대로 뒤편의 데스나이트를 향해 계속해서 날아갔다.
두 번째 데스나이트 역시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퍼퍼억!
그렇게 세 마리의 데스나이트를 박살 내며 관통한 레이저는 이윽고 김진성에게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김진성은 달랐다.
그는 가볍게 한 손을 들어 검은 마나 실드를 소환했고, 레이저는 그 실드에 막혀버린 것이다.
– 운이 좋았구나!
방어한 김진성을 바라보며 다시금 천신(天神)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한 그레이엄이 외쳤다.
– 이번에는 데스나이트 때문에 쉽게 막아냈지만, 다음 공격부터는 다를 것이다! 나는 방금과 같은 공격을 지금부터 계속해서 할 수 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치던 그레이엄이 갑자기 중간에 말을 멈췄다.
동시에, 김진성을 바라보는 그레이엄의 두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은, 설마…!
놀란 목소리를 내뱉는 그레이엄의 시야에는, 김진성이 아닌 거대한 덩치의 한 존재가 들어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레이엄에게는 너무나 낯선 존재라는 거다.
– 마몬…?
45레벨 이상의 마계던전에서 등장하는 최종 보스.
어지간한 메이저 클랜의 마스터도 1 대 1로 상대할 수 없는, 그래서 최정예 멤버들을 모두 데리고 레이드를 뛰어야 간신히 잡을 수 있는 존재.
마계던전에서 가장 강력한 7대 마왕 중 하나.
까마귀 머리를 한 검은 날개 달린 악마, 마몬이 지금 그레이엄의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내가 말했지? 너도 할 수 있는 건 나도 한다고.”
하지만 마몬의 입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틀림없이 김진성의 것이었다.
“방금 너의 모습이 ‘차원화’라는 능력이랬지? 그렇다면, 하나의 던전을 완전히 지배하는 마왕 정도면 충분히 적수가 되지 않을까?”
말을 이어가는 도중, 방 안 6면을 뒤덮었던 검은 물결이 점점 거세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신처럼 한 차원 내의 모든 마기를 지배할 수 있는 마왕의 등장에, 주변 마기가 알아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이 자식…! 진짜 인간이 아니었단 말인가…!
마몬으로 변신한 김진성을 바라보며 이를 갈기 시작하는 그레이엄.
하지만 김진성의 정체에 대해서는 지금 그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상대해야 할 존재가 다름 아닌 마몬이라는 거다.
‘나도 아직 혼자서 마왕을 상대해 본 기억은 없는데….’
이유는 하나, 두려워서였다.
사람의 목숨은 하나다. 그래서 최대한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을 본능적으로 택한다.
헌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괜히 레이드를 하기에 충분한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많은 병력을 추가한 뒤 던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혹시나 모를 최악 중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랭커들은 충분히 마왕과 1 대 1로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레이엄이 그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존재 중 하나였다.
아예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란 소리였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
자타공인 지구 최강의 사나이, 헤밍스턴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마왕과 단독으로 싸운 자가 없다.
‘심지어, 마왕보다 강할 수도 있다.’
그의 눈앞에 있는 마몬의 진짜 정체는 김진성이다.
그가 마몬으로 변신하면서 본래 전력의 100%를 재현하지 못한다면, 아마 충분히 그레이엄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반대 상황이라면?
김진성이 변신한 마몬이, 진짜보다 훨씬 강하다면?
‘…아냐, 그럴 리가 없다!’
최악의 가정이 머릿속에 떠오름과 동시에 그레이엄은 곧바로 머릿속을 강제로 비워버렸다.
어차피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본인이 더 강하면 이기고, 약하면 죽는 거다.
그리고, 신대륙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최강의 랭커 중 한 명인 그가 벌써 허무하게 죽는 것은 말도 안 된다!
– 설사 네가 진짜 마왕이라도 상관없다! 나는 최강의 랭커 중 한 명, ‘왜곡자’ 그레이엄이다! 흐아아아!!
그레이엄은 전력을 다해 다시금 손바닥을 김진성을 향해 내밀었다.
“최강은 개뿔.”
김진성은 한마디 남긴 뒤, 바로 그레이엄을 향해 돌격했다.
그의 오른손 주먹 위에 검은 마나가 급속도로 뭉치기 시작했을 때, 그레이엄의 양손에서 아까보다 더 굵고 강력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김진성이 휘두른 오른 주먹이 날아오는 레이저와 맞닿았고,
콰아아아앙!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굉음이 청장실에서 울려 퍼졌다.
* * *
그 시각.
무기 과학 연구소 쪽에서 일련의 무리가 빛과 같은 속도로 팔라딘 관청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더 빨리 속도 높여!!”
선두에 서서 계속해서 부하들을 독려하는 이는, 팔라딘 대장 이성춘이었다.
그는 불과 1분 전, 팔라딘 내에 있는 직원에게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 대장님! 현재 청장실 전체가 검은 차원에 둘러싸여서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뭐? 청장님은?!”
– 청장실에 들어가신 후 밖으로 나온 기록이 없습니다!
거기까지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이성춘은, 다시금 부하들과 함께 귀환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마저도 기동대 차량의 속도가 답답해서 이성춘을 비롯한 일부 정예 병력은 전력을 다해 두 다리로 달리는 중이었다.
‘당했어! 우리가 함정을 제대로 판 줄 알았는데, 김진성한테 역으로 당했다고!’
선두로 달려가는 이성춘은 계속해서 입에 도는 씁쓸한 기운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기동대를 모두 소집한 채로 무기 과학 연구소로 달려갔을 때 이성춘 등이 발견한 것은 다수의 김진성 ‘분신’들이었다.
그들은 이성춘 등을 발견하자마자 대부분이 자폭 공격을 감행했고, 사로잡힌 일부도 전부 밀짚 인형으로 변신해 버렸다.
그렇게 분신 전원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성춘은 처음에는 당황했다.
‘왜 변두리 건물만 박살 내고 끝냈지?’
중요한 본사 건물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왜 테러를 멈췄는지 궁금했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알게 되었다.
무기 과학 연구소의 분신들은 기동대를 끌어들이려던 ‘미끼’라는 것을.
‘그래도 청장님이라면, 설사 김진성한테 밀린다 하더라도 그리 쉽게 쓰러지진 않을 거야.’
와중에도 마음속으로 실낱같은 한 줄기 지푸라기를 잡는 이성춘.
위기 상황에서도 그가 잡은 지푸라기는 튼튼하게 버텨줄 것이라고 이성춘은 생각했다. 그만큼 그레이엄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대륙 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강자 중 한 명이다. 청장님마저 쉽게 당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시 그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갑자기 굉음이 저 멀리서 들려왔다.
정확히, 팔라딘 관청이 있는 장소였다.
높은 경지로 인해 시력마저 높아진 이성춘의 두 눈이 곧바로 팔라딘 관청 쪽으로 향했고,
“……!!”
동시에, 팔라딘 관청 전체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안 돼!!”
다급해진 이성춘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 인생 최고 속도를 냈다.
그 덕에 몇 초 만에 무너진 팔라딘 관청에 도달하게 된 이성춘.
도착한 그가 가장 먼저 무언가를 목격했고,
“아…!”
이내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대로 무너지듯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너진 관청 중앙에, 그레이엄의 머리가 꽂힌 채 세워져 있는 장창 한 자루를 발견한 것이다.
그 장창의 날 부분에는 우코바치를 상징하는 불타는 해골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 * *
몇 시간 후.
이곳은 신대륙 가장 중앙에 있는 알파 클랜의 본사 건물.
불이 모두 꺼져 있는 드넓은 마스터실 안에, 헤밍스턴만이 홀로 책상 뒤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우코바치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수도 주요 시설을 노리도록 유도한 건 훌륭했어.]스피커 안에서는 김진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까 전 팔라딘 청장실 내 CCTV로 녹화된 김진성과 그레이엄 간의 대결 영상이 녹화된 것을, 헤밍스턴이 다시금 혼자 시청하는 중이었다.
[내가 그 사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알고 있지만 않았어도, 최고의 작전으로 기록되었을 거야.]이어진 김진성의 말에 헤밍스턴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모든 걸 꿰뚫고 있는 난 그 작전을 역으로 이용했지. 그 결과 지금과 같은….]계속 목소리를 듣던 헤밍스턴은 이내 스페이스를 눌러 영상 재생을 정지시켰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에 빠졌다.
‘이 말은 둘 중 하나다. 무기를 제공한 잭슨이 스파이거나, 아니면 당시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주요 마스터 중 한 명이 스파이거나.’
둘 다 헤밍스턴한테는 굉장히 안 좋은 소식이다.
그나마 제일 나은 상황을 꼽으라면, 잭슨이 스파이인 게 나을 지경이다. 그러면 잭슨만 꼬리 자르기로 없애버리면 되니까.
물론 이후 알파 클랜 전체가 의심을 받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러한 반응은 모두 수그러질 것이다.
계속 의심하기에 알파 클랜은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홀로 나머지 모든 클랜과 맞붙는다 하더라도 연합 측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게 날 정도다.
그리고 약육강식 그 자체의 세계인 신대륙에서, 그 정도로 강한 알파 클랜을 계속 적으로 돌릴 미친놈은 센터 구역에는 몇 존재하지 않는다.
‘잭슨이면, 어떻게든 알파 클랜의 힘을 이용해 묻어버릴 수 있어. 문제는 잭슨이 아닌 다른 놈이 스파이일 경우야.’
당장 지금만 해도, 어떤 마스터가 스파이인지 두려워서 긴급회의를 소집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쯤이면 다 같이 모여서 이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으로 같이 시청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제대로 한 방 먹었군. 이건 우리한테 너무 큰 타격이야.’
스크린 속 김진성의 모습을 바라보는 헤밍스턴의 시선이 본인도 모르게 차갑게 가라앉았다.
센터 구역의 모든 클랜이 연합해도 당장 힘든 마당에, 김진성을 앞세운 우코바치가 그 연합 전선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 * *
그 시각.
한 호텔 안에서 김진성은 박도준과 축배를 드는 중이었다.
“자, 건배!”
“건배.”
기분 좋은 얼굴로 고급 어비스 양주가 담긴 잔을 입에 들이붓는 둘.
“크으~! 최고였어, 김진성. 완벽했다고! 내 생전에 저 견고한 팔라딘 관청이 무너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줄이야. 하하하…!”
크게 웃는 박도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김진성 역시 미소가 그려진 얼굴로 대답했다.
“다 네 덕이지. 네가 스파이를 제대로 안 심어놨으면, 그레이엄의 작전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거야.”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박도준은 술잔을 내려놓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은근하게 김진성에게 말했다.
“사실 스파이는 없어.”
“…뭐?”
김진성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