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11)
제211화. 차원화
하지만 오염자들을 바라보는 김진성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했다.
전혀 긴장하거나, 겁먹지 않은 모습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쩌라고?”
김진성은 곧바로 한 손을 들어 가볍게 오염자들 쪽으로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생성된 수많은 보라색 탄환들이, 빠른 속도로 오염자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공허’의 힘이 담긴, ‘섬광’과도 같은 속도의 탄환 공격.
서 있던 오염자 중 그 누구도 공격을 막아내지도, 피해내지도 못했다.
김진성의 단 한 번의 공격에, 등장했던 수십 마리의 오염자가 한꺼번에 전멸하여 소멸하는 모습이 그레이엄의 시선에 들어왔다.
“저놈들, 내가 지금보다 훨씬 약했을 때도 쉽게 처치했던 놈들이야.”
그레이엄을 향해 말하는 김진성.
당시 오염자들을 처치했던 콜로세움 본선 때랑 지금 김진성의 경지를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보다 더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최소한 ‘공허’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는 놈들이어야 너한테 도움이 될 텐데….”
쿠오오오오…!
그때, 차원의 틈 사이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괴성이 울렸다.
다른 오염자들과는 울림통의 차원이 달랐다. 딱 들어봐도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염자 중에서도 초대형 몬스터급 괴물이 있나 보지?’
김진성의 예측은 정확했다.
어느새 방안을 뒤덮을 정도로 커진 차원의 틈을 열고, 매머드와 같은 생명체가 머리부터 들이밀고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 기준에 딱 맞는 오염자가 때맞춰 등장했군.”
매머드 오염자를 쳐다보는 김진성에게 그레이엄이 말해왔다.
“이제부터 나오는 놈들은 공허 정도는 충분히 막아내고도 남을 놈들이다. 부디 너의 기대에 부응했으면 좋겠군.”
말이 이어지는 사이, 매머드 오염자들은 계속해서 하나둘씩 차원의 틈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드넓은 청장실이 비좁을 정도가 된 순간.
쿠워어어어!!
오염자들이 괴성과 함께 일제히 김진성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코앞까지 달려들었음에도, 김진성은 피하거나 막으려고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지켜보던 그레이엄이 혹시나 해서 눈썹을 꿈틀했다.
“설마 이번에도 아까처럼 파괴력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냐?”
아까 전, 일부러 왼손을 들어 자신의 ‘차원 레이저’ 공격의 파괴력을 시험했던 것을 다시금 기억해 냈던 것이었다.
“그래, 한번 제대로 체험해 봐라!”
외치면서 그레이엄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마만트족’.
그가 지배하고 있는 공간에서 자라는 오염자 중 가장 강한 존재 중 하나이며, 차원의 힘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괴물이다.
당연히 그러한 괴물이 전력으로 돌격할 때의 힘은, 아까 그레이엄이 사용한 레이저 한 줄기의 파괴력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꼭 몸이 박살 나 봐야 깨닫는 멍청한 놈들이 존재하지!’
속으로 생각하는 그레이엄의 머릿속에,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면서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 버리는 김진성의 미래 모습이 막 그려지고 있을 그때.
쿵!
갑자기 들려오는 육중한 소리가 그레이엄의 상념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뭐야?’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그레이엄의 눈이 커졌다.
김진성과 마만트족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저 존재는….
‘데스나이트?!’
그로서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존재였다.
마기로 뒤덮인 거대한 방패를 들이민 채로 마만트족의 돌격을 밀어내고 있는, 거대한 언데드 말을 탄 기사.
고레벨 마계던전에 들어가면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보스급 몬스터, 데스나이트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데스나이트가 어디서 갑자기….’
당황해서 사방을 둘러보던 그의 눈동자가, 이내 김진성의 등 뒤에 고정되었다.
동시에, 그곳에서 생긴 검은 차원의 틈을 통해 또 한 마리의 데스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그레이엄의 눈에 들어왔다.
‘설마…!’
경악한 눈이 된 그의 귀에,
“왜 놀라?”
김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할 수 있는 걸 나라고 못 할 줄 알았어?”
“……!!”
두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하는 그레이엄.
그사이, 어느새 마만트족과 밀리지 않을 수만큼 데스나이트가 등장해 김진성의 주위를 경호하듯 서 있는 모습이었다.
“자, 이 좁은 청장실의 주인을 한번 가려보자고. 가라!”
김진성의 외침에 데스나이트가 소리 없이 마만트족을 향해 검을 뽑아 든 채로 언데드 말을 몰아 돌격하기 시작했다.
마만트족 역시 뒤지지 않고 맞서 돌격했고,
쾅! 콰앙! 퍽! 촤악!
곧 청장실 전체가 터져버릴 만큼 격렬한 대전이 시작되었다.
어느 한쪽이 우세하거나 밀리는 모습 없이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그레이엄.
그의 시선은 또다시 자연스럽게 저 멀리 있는 김진성 쪽으로 향했다.
‘어떻게 차원의 틈을 열 수 있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사실 더 큰 충격을 받은 건 따로 있었다.
‘어떻게 차원의 틈을 열 수 있는 현실 좌표를 알아낸 거지?’
현재 중간계에 차원의 틈을 열 수 있는 좌표를 알아낸 이는 그레이엄이 알기에도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알파 클랜의 헤밍스턴, 대한 클랜의 용 노사 정도 되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최강급 랭커들뿐이다.
참고로, 그레이엄 역시 지금 언급한 이름들 가운데 섞일 만큼의 실력자다. 그래서 그 또한 중간계 좌표를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김진성은 달랐다.
‘실력을 떠나서, 이 자식은 신대륙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놈이잖아!’
신대륙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지도 못했을 게 뻔한데, 벌써 중간계 좌표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딱 한 가지 경우밖에 없다.
‘누가 중간계 좌표를 알려줬다는 소린데…잠깐.’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가정.
‘설마 우코바치를 돕는 스파이 중 한 명이, 중간계 좌표를 알고 있는 최강급 랭커 중 한 명…?’
이번 그레이엄의 계략을 완벽하게 알고 역이용했다는 점.
그리고, 1년도 안 된 신입이 중간계에 차원의 틈을 열 수 있는 좌표를 알아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합하려면, 지금 그레이엄이 생각해 낸 가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도 말이 안 돼. 왜 손꼽히는 메이저 클랜까지 덩치를 키운 마스터가 굳이 ’반정부 집단‘인 우코바치를 왜…?’
반정부 집단을 대표하는 우코바치. 그리고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강급 메이저 클랜의 마스터.
이 두 가지 단어는 절대로 하나가 될 수가 없다. 물과 기름, N극과 S극과 같은 대칭점에 놓인 단어와도 같다.
서걱.
그때,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마만트족의 거대한 머리가 그레이엄의 발치에 떨어졌다.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그는,
‘…일단 이기고 나서 생각하자.’
곧바로 양손을 김진성 쪽으로 내민 후, 다시금 전신의 마나를 끌어 올렸다.
동시에, 그의 손바닥 위에서 검은 구체가 생성되더니, 이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바로 ‘디멘셔널 블랙홀’을 생성하는 과정이었다.
‘이걸 이용해, 일단 최대한 데스나이트만 빨아들여 없애버리자.’
그래서 일부러 데스나이트가 더 많이 있는 왼쪽에다가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모습이었다.
이내 완전히 성장한 검은 구체가, 블랙홀 모양으로 변해 차원의 틈을 열기 시작할 그때였다.
“그건 안 되지.”
김진성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동시에,
“……!!”
그레이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거의 완성에 가까워졌던 디멘셔널 블랙홀이,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치 헛것을 본 것처럼 너무도 허무하게 말이다.
‘이건 또 무슨…!’
그레이엄이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김진성을 쳐다보고 있을 때.
김진성은 시야 한쪽 구석에 떠오른 알림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 스킬 융합을 통해 ‘차원 생성’ 스킬에 ‘무효화’ 스킬이 합쳐졌습니다.
이제부터 ‘차원 생성’ 스킬을 사용했을 때만 ‘무효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차원 내에서 사용하는 ‘무효화’ 스킬은 모든 것을 무효화할 수 있으며, 적은 미리 방지하지 않는 이상 무효화 스킬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 스킬 융합 비용으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5,000 사용했습니다.
‘설마 했는데, 블랙홀 같은 차원 이동용 스킬도 무효화가 가능하군.’
현재 이곳은 핀레이를 죽여서 얻은 스킬 중 하나인 ‘차원 생성’을 통해 김진성에게 유리한 차원으로 바뀐 상황.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무효화 스킬을 사용해 봤는데, 바로 먹힌 것이다.
‘그럼 이것도 먹히나?’
김진성의 시선이 그레이엄 등 뒤에 생성된 두 개의 커다란 차원의 틈으로 향했다.
블랙홀도 없앴는데, 똑같은 차원 이동 능력인 저것들 또한 지금의 무효화 스킬로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김진성은 바로 행동했다.
▶ 보유 스킬인 ‘무효화’를 사용했습니다.
▶ 해당 지역의 차원 이동 능력이 무효화되었습니다.
▶ 해당 지역의 차원 이동 능력이 무효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진성의 예상대로, 통했다.
무효화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차원의 틈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이내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마만트족이 계속해서 등장하던 출입구는 사라져 버렸다.
‘아, 아니…!’
그레이엄은 충격에 빠진 나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장기이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차원 능력’이 이렇게 쉽게 사라진다고?
이건 말이 안 됐다. 전성기 시절 붙었던 명실상부 지구 최강의 사나이, 헤밍스턴도 이 정도로 쉽게 자신의 차원 능력을 소멸시키진 못했었다.
그런데 고작 20살도 안 된 저 어린놈이…!
“이제 더는 지원군도 못 부르겠네? 그러면 이제 숫자도 내가 유리해졌군.”
김진성이 도발하듯 거슬리는 목소리로 그레이엄을 향해 말해왔다.
“설마 지금까지 보여준 게 너의 능력의 다라면, 좀 실망스럽군. 솔직히 핀레이가 너보다 훨씬 더 나았어.”
“뭐라…?”
“자, 끝내자. 가라!”
김진성의 외침에 데스나이트들이 다시금 얼마 남지 않은 마만트족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김진성의 뒤편에 생성된 검은 차원의 틈 속에서 계속해서 데스나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식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만트족은 전멸할 것이고, 결국에는 1 대 다수의 싸움이 될 것이다.
당장 김진성 한 명을 상대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어딜 나를 핀레이 따위와 비교하느냐!”
하지만 그레이엄은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외쳤다.
“나는 신대륙 최강의 팔라딘, 그레이엄이다! 흐아아아!!”
크게 외침과 동시에 갑자기 전력을 다해 기를 모으기 시작하는 모습.
동시에, 그를 뒤덮고 있던 하얀 마나와 마만트족들이 일제히 그레이엄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죽은 마만트족은 물론, 아직 살아남은 마만트족까지 말이다.
‘뭐지?’
갑자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그레이엄의 모습을 김진성은 집중해서 관찰했다.
곧 흡수를 마친 그레이엄의 모습이 변했다.
커다란 청장실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거대해진 몸뿐만이 아니라, 겉모습도 변했다.
– 대단하구나, 김진성!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차원화’ 능력을 사용하게 하다니!!
마치 하늘에서 천신(天神)이 외치는 듯한 목소리.
겉모습 또한, 천신의 그것과 별다른 바가 없는 하얀 빛으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마치….
‘천계 던전의 보스였던 멜라헬이 생각나는군.’
천기 그 자체였던 천사 보스, 멜라헬의 모습이 눈앞의 그레이엄과 겹쳐 보인다는 생각이 들 그때.
– 죽어라!
그레이엄이 크게 외치면서 두 손을 김진성을 향해 뻗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