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7)
제227화. 오므르가
이제는 완전히 박살이 나서 성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장소.
원래는 드넓은 성 내부였던 폐허 중앙에는 두 명…. 아니, 두 존재가 서 있었다.
김진성, 그리고 마신 단틸리온이었다.
[지금부터 너는 껍데기를 깨야 한다.]단틸리온이 김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깨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계속해서 너의 신체에 마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피조물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한참 뛰어넘고도 남을 만큼 말이다.결국, 너의 신체는 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신체가 터져버리는 게 설마 ‘껍데기’가 깨지는 과정이라는 거야?”
[그렇다.]“그게 되겠냐?”
김진성이 말이 되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단틸리온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다.
[안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너에게 제탈부터 먼저 잡으라고 한 것이고.]단틸리온은 대답하면서 김진성의 왼손에 들려 있는 어비스 마정석을 흘끗 바라보았다.
이미 김진성은 제탈에게 얻은 ‘생명의 핵 지정’ 특성을 이용해 손안의 어비스 마정석을 새로운 ‘생명의 핵’으로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이제 저 어비스 마정석만 멀쩡하면, 김진성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한 번은 부활할 수 있다.
[그 생명의 핵은 너의 아공간 안에 넣어둬라. 그게 가장 안전할 것이다.]“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김진성은 대답과 동시에 아공간 마법진을 생성한 뒤, 천천히 열리는 아공간 차원의 틈에 생명의 핵을 집어넣었다.
“하나만 물어보자.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내 육체가 터지면 껍데기가 깨지고 새로운 몸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의 그 흡수 능력 때문이다.]단틸리온이 바로 대답했다.
[내가 지난번에 했던 말을 기억하나? 평범한 인간의 육체로는 한계 없이 모든 능력을 흡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어. 그때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신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는 미친 소리도 지껄였잖아.”
[미, 미친 소리?! 이 시건방진 자식이 천하의 마신이 진지하게 말한 것을 가지고…!]“그게 미친 소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라니까?”
[그러려고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것 아니냐!!]버럭 외친 단틸리온은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감정을 다스렸다.
[후우…! 참자, 참아. 이 나이 먹고서 똥강아지만도 못한 핏덩이를 상대로 발끈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거늘….]“잠깐. 그렇다면, 만약 껍데기를 깨면 내가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소리야?”
[…다시 태어나는 건 아니다.]김진성의 질문에 단틸리온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히려 본모습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내가 보기에, 너는 아직 진짜 본인의 정체를 깨닫지 못한 신적일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사실 그게 아니면 하늘 위에 사는 위선자들의 능력까지 빨아들여서 자유자재로 천기를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흠….”
[그때 당시에, 내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너의 본래 정체. 즉, 영혼과 똑같은 모습으로 육체도 변할 거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나?]김진성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하려는 ‘껍데기’를 깨는 방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그 과정을 최대한 단축해 주는 작업이라 생각하면 된다.알아들었으면 슬슬 준비해라.]
“어떤 준비?”
[가만히 서서, 공명 상태로 전환해라.]단틸리온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가 불어넣는 마기를 공명 상태를 유지한 채로 최대한 너의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라.만약 너의 영혼이 내 예상대로, 인간이 아닌 신적인 존재라면, 인간의 육체 한계치를 뛰어넘는 마기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마기를 담는 그릇이 크기 때문이다.]
“…많이 아프겠군.”
[그래서 공명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히 무아지경이 되어서 마기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생각보다 고통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흠….”
[자, 시작하겠다.]단틸리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진성은 온몸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전신의 피부를 통해 엄청난 양의 마기가 체내에 주입되기 시작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와, 씨…! 이거 장난이 아닌데?’
벌써 체내에 마기가 가득 차서 몸이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을 받은 김진성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공명 상태에 돌입하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명 상태를 유지하고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라고 했었지.’
아까 단틸리온의 설명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김진성은 눈을 감았다.
이후, 몸 안으로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마기들을 자신이 가진 마기와 똑같은 성질로 변환시키려 최대한 노력했다.
다행히 변환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김진성이 사용하는 마기와 마신, 단틸리온이 주입하는 마기가 거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단틸리온이 주입하는 모든 마기가 빠른 속도로 김진성의 체내에 차곡차곡 압축되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걸 언제까지 받아야 하지? 벌써 한계 같은데….’
벌써 온몸의 피부가 터져나갈 것처럼 팽창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김진성은 어떻게든 압축률을 최대한으로 높여서 마기를 계속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체내에 더는 마기가 쌓일 공간 자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단틸리온은 마기를 주입하는 걸 멈추지 않았고, 주입되는 양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오히려 초반보다 지금이 더 많이 주입되는 느낌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
이내 김진성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그저 공명 상태로 마기를 체내에 쌓는 데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점점 잡념과 피부의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김진성.
이윽고 그는 아까 단틸리온이 말했던, 무아지경의 상태에 도달했다.
김진성 본인은 몰랐지만, 그의 행적을 계속해서 지켜봤던 단틸리온은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히 집중력 하나는 남다르군.’
온몸의 핏줄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하는 김진성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단틸리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한계까지 팽창해, 곧 풍선이 터지듯 폭발해 버릴 것 같은 김진성의 육체.
그런 상태임에도 두 눈을 감은 김진성의 표정은 편안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무아지경의 상태라는 뜻이었다.
‘맨 처음 공명 상태를 알려줬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그래도 놀랍군.’
사실, 온몸이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을 완전히 잊을 만큼 집중한다는 건 중간계 생명체에게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단틸리온의 기억 속에도, 저 정도 집중력을 보유했던 인간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모든 마신의 관심을 끌어들인 거겠지.’
단틸리온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그때였다.
퍼억!
드디어, 김진성의 신체가 끊임없이 몰려들어 오는 마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채로 사방으로 튀는 피와 살점들.
하지만, 김진성은 죽지 않았다.
‘역시!’
반투명한 모습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한때 ‘김진성’이었던 검은 존재를 보며 단틸리온은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그래! 이 괴물 같은 놈이 평범한 인간일 리가 없지!’
역시 그의 예상대로 김진성은 일반적인 중간계 피조물 따위가 아니었다.
점점 거대해지고, 동시에 뿜어내는 기운 역시 말도 안 되게 강력해지는 것을 보니, 신적인 존재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단틸리온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점점 형체를 갖춰가는 전방의 검은 존재를 뚫어져라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검은 존재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해진 부위는 바로 얼굴이었다.
단틸리온은, 자신과 비슷한 높이에 생성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했고,
[…아니!!]이내 그의 정체를 깨닫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서, 설마…!!]단틸리온이 부릅뜬 눈으로 말을 더듬으며 그에게 다가간 순간.
콰과과과과!
갑자기 폐허 주변 전체가 칠흑 같은 어두운 기운으로 뒤덮이더니, 이내 쓰나미가 몰아치는 것처럼 단틸리온과 ‘김진성’이었던 존재를 휩쓸어 버렸다.
* * *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단틸리온은 거대한 철문 앞에 서서, 칠흑같이 어두운 그 문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이 마계던전의 마지막 층이다.]잠시 후,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단틸리온의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문을 열면, 우리는 마계의 가장 깊은 차원에 발을 디디게 된다. 동시에, 마계에서 가장 강한 자들과 마주치게 되겠지.]말을 이어가던 단틸리온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나도 책임질 수 없다. 그래도 들어갈 것이냐?]“물론이지.”
대답하는 이는 김진성이었다.
단틸리온의 눈에는 너무나 익숙한, 인간의 모습을 한 김진성 말이다.
그 모습을 단틸리온을 다시금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김진성이 대답한 뒤 한참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 말이다.
“…뭘 그렇게 쳐다봐?”
결국에는 김진성이 먼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뭐가 문제야? 안에 들어가서 내가 어떻게 될까 걱정되는 거야?”
[…….]“낯설게 쳐다보는 눈빛을 보니 그건 아닌 거 같고…. 설마 아직도 내 본래 정체 때문에 그러는 거야?”
여전히 대답이 없는 단틸리온.
그것을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인 김진성은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나 원, 어이가 없네. 그놈의 ‘오므르가’인가 뭔가가 그렇게 심각한 존재인가…?”
[당연히…! …아니, 아니다.]목소리를 높여 대답하려던 단틸리온은 이내 하고 싶은 말을 다시금 목구멍 뒤로 삼켰다.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거다. 다들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 보였지, 덜하지는 않을 테니까.]“그러면 싸우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네?”
[…그건 장담할 수 없다. 이 안에 있는 마신들의 성격이 전부 나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단틸리온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끼이익.
한마디 더 하려던 단틸리온은, 거대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김진성이 스스로 철문을 열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오오.]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는 철문 안 공간에서, 누군가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군. 단틸리온이 찜한 꼬맹이.]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이어서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단틸리온? 그렇다면 그 마기 잘 다루던 중간계 인간?] [오래간만에 흥미로운 놈이 나타났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게 이 꼬맹이였어?] [이 망할 늙은이! 혼자만 재미 독차지하니까 그렇게 좋더냐?!] [호호호…! 그런데 겁도 없이 여기까지 내려왔네? 괜찮겠니, 꼬맹아?]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나 다양했다.
오랜만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 자신에게 말을 거는 존재들을 보며 김진성은 단번에 확신했다.
‘정말 모두 마신들이 맞는구나.’
공통점이 있다면,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단틸리온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그때, 그 누구보다 깊고 중후한 목소리가 바로 김진성의 전방에서 들려왔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그의 질문에 김진성은 답변했다.
“김진성. 그리고, 단틸리온 말로는 ‘오므르가’라고도 불린다더군.”
동시에 주변 전체가 침묵으로 젖어 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