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9)
제229화. 마신은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
김진성의 말은 사실상 협박성 발언에 가까웠다.
요약하자면 죽기 싫으면 조용히 내 말을 따라라. 이 말이었으니까.
[지금 뭐라고 했느냐!!] [감히 건방지게 인간 따위가 마신한테…!] [더 들을 필요도 없다! 너는 내 손으로 친히 목을 베어주마!]당연하게도 일부 마신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돌아가 버렸다.
마계는 철저하게 약육강식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었고, 그곳을 관장하고 있는 최강자들이 바로 마신이었다.
아마 모든 차원을 통틀어도 마신들보다 다혈질인 존재는 찾기 힘들 것이다.
[잠깐만!!]만약, 단틸리온이 중간에 끼어서 제지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목숨을 건 대규모 혈투가 펼쳐졌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또 눈깔 뒤집혀서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들지 말고 생각을 해라, 생각을! 뒤에서 지켜보는 내 눈에는 누가 오므르가인지 구별도 안 갈 지경이야!] [뭐라?! 지금 나보고 오므르가보다 못한 존재라고 말한 거냐?!] [그렇다! 글라샬라볼로스, 이 도살자 놈아! 열 받으면 일단 죽여야 한다는 그 단세포 대가리는 바뀌지를 않는 게냐!] [이 치매 걸린 할배 새끼가 진짜…!] [상대는 오므르가다!!]단틸리온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버럭 외쳤다.
[과거 오므르가와 싸울 때 마계가 어떤 상황까지 갔는지 그새 잊어먹은 게냐?!]그 말에 마신, 글라샬라볼로스가 달려들려던 걸 멈추고 움찔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머릿속에 과거 오므르가와의 처절한 전투가 다시금 스쳐 지나갔다.
오므르가.
‘모든 것을 흡수하는 자.’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전부 먹어치우던 괴물이었다.
문제는, 먹어치운 생명체의 능력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이 사기적인 능력 때문에, 오므르가는 순식간에 마계를 초토화했다.
처음에는 미생물만 잡아먹으며 얌전히 지내던 놈이, 며칠 지나지 않아 마왕까지 집어삼킨 후 이내 마신들한테까지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오므르가를 쉽게 처치할 줄 알았던 마신들조차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 잡아먹히게 되자, 결국에는 바알을 선두로 모든 마신이 뭉쳐서 전력을 다해 포위 공격을 펼쳐야만 했다.
그들은 간신히 오므르가를 소멸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피해는 막심했다.
20명 가까이 되는 마신들이 소멸 직전 상태까지 갔고, 마계의 4분의 1이 넘는 생명체가 소멸했으며, 30%가 넘는 영토가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마계의 역사상 가장 큰 전투였던 ‘천마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것이다.
이후 오므르가는 마계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강력한 괴물들 중 부동의 1위로 자리 잡았었다.
[당시 글라샬라볼로스, 너도 오므르가한테 잡아먹혀서 소멸당할 뻔하지 않았느냐!] [닥쳐! 내 앞에서 그 얘기 두 번 다시 꺼내지 말랬지!] [이렇게 굳이 얘기해야 정신 차리고 안 달려들 것 아니냐! 당시 소멸당할 뻔해서 500년을 넘게 골골댔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려봐라!] [저, 저 꼬장꼬장한 늙은이가 끝까지…!]글라샬라볼로스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하지만 그래도 정신은 차렸는지, 더는 김진성을 향해 달려드는 제스처는 취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외치는 목소리에는 당장이라도 김진성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살기가 한가득 담겨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설마, 저 시건방진 애새끼가 협박하는 걸 그냥 보고 듣고만 있으라는 거냐?!] [협상하면 되지 않느냐, 협상!]단틸리온 역시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답했다.
[협상이라는 아주 평화적인 해결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싸우려고 덤벼드는 것이냐? 예전처럼 또 마계 전체가 뒤집히는 꼴을 보고 싶은 게냐?] [거부하겠다.]이번 대답은 글라샬라볼로스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마신들의 수장, 바알이었다.
[우리는 마신이다. 힘으로 마계의 지휘관 자리를 쟁취한 존재들이다. 그런 우리가 힘을 앞세워 강제로 협상하자는 존재의 말을 따를 필요는 없다.]말을 이어가는 바알의 눈빛이 점점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살기가 뭉쳐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힘을 앞세운 존재에게는, 힘으로 보답한다. 마신이라면 응당 그리해야 한다.]그 말에 나머지 마신들도 동의하듯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은은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그들.
전원이 뿜어내기 시작한 기운은, 방금 오므르가로 변신한 김진성이 뿜어내었던 기운을 순식간에 밀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단틸리온은 당황하지 않았다.
[쯧쯧…. 이렇게들 다들 생각이 짧아서야….]오히려 살기를 내뿜는 마신들을 돌아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모습이었다.
[자네들이 한 가지 놓친 게 있어.]단틸리온이 바알을 돌아보며 물었다.
[내가 왜 김진성을 여기로 데려왔는지는 생각해 보았는가?]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바알의 눈빛이 살짝 바뀌었다.
[내가 왜, 김진성의 본 정체가 오므르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마계의 끝자락에 데려왔겠냐는 말이다.이런 사태가 벌어질 거라는 걸 설마 내가 몰랐을 것 같나?]
단틸리온은 이내 마신들 전체를 돌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설마, 내가 너희 마신들을 배신하고 김진성이랑 붙어먹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어, 아니었어?”
[장난칠 분위기는 아니다!!]“아니면 다행이고.”
대답하는 김진성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전혀 섞여 있지 않았다.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단틸리온 한 명만 믿고 마계 던전의 마지막 층까지 내려온 김진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틸리온이 마신들과 생각이 반대라서 배척당하면 곤란해지는 건 역시 김진성 본인뿐이다.
하지만 열심히 설득하는 단틸리온의 모습을 보니, 다행히 미리 생각해 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자,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자. 우리가 저 꼬맹이의 자질을 느꼈을 때 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느냐?]단틸리온이 정확히 글라샬라볼로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글라샬라볼로스는 여전히 화가 식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마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중간계 생명체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마기에 특화된 중간계 생명체에게 관심을 보였지?] [그건….]순간 해답을 내놓지 못한 글라샬라볼로스의 행동이 정지되었다.
분명 알고 있었는데, 순간 까먹은 것이다.
당시 김진성에게 마신들의 이목이 쏠렸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렇군.]대답은 바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존재라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어.] [아…!]그제야 글라샬라볼로스가 깨달았다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동시에, 역시 잠깐 이유를 잊고 있었던 다른 마신들의 표정도 바뀌었다.
[이제 다들 기억났나?]그들의 표정을 확인한 단틸리온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 마신들은 천마대전이 끝난 직후 서로의 구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는 ‘영혼의 맹세’를 했기 때문에, 마계를 제외한 다른 차원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지. 그건 천계의 위선자 놈들도 마찬가지고.하지만 중간계 놈들은 달라. 단지 타고난 신체만 허약할 뿐, 다른 차원을 마음대로 드나들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찾아 헤맸지. 마기와 친숙한 중간계 생명체를 말이야. 그놈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천계의 위선자 새끼들을 없애 버리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었지. 하나같이 모두 우리가 원하던 자질에서 한 끗 이상 모자랐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저 꼬맹이가 나타난 것이다!]
단틸리온이 김진성을 가리키며 외쳤다.
[비록 싸가지도 없고, 시건방지고, 말투 하나하나가 모두 재수 없는 글러 먹은 새끼지만!]“…야.”
[그래도 처음으로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재능을 가진 놈이 나타났어. 심지어, 이 녀석의 목표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다.바로 중간계의 평화지. 마계던전과 시련의 탑이 사라진 세상 말이다. 아까 저놈의 입으로 직접 말한 걸 다들 들었을 것이야.]
계속 설명을 이어가던 단틸리온이 고개를 돌려 바알을 돌아보았다.
[아까 자네가 말했지. 힘으로 협상을 원하는 자에게는 힘으로 보답한다고.그건 맞아. 힘으로 협박하는 자에게 굴복하면 마신이라고 볼 수 없지.
하지만, 똑같이 천계의 위선자들을 제거하는 목표를 두고 협상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나?]
그 말에도 바알은 여전히 대답 없이 단틸리온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오히려 반문은 김진성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시련의 탑을 없애고 싶다고만 말을 했지, 천계의 신들을 죽이겠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게 그 말이다.]“……?”
순간 이해 못 한 표정을 짓는 김진성을 향해 단틸리온은 말을 이었다.
[어차피 시련의 탑을 없애려면, 네가 직접 천계로 올라가 단판 승부를 봐야 한다.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봐.”
[그 전에.]단틸리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너는 ‘영혼의 맹세’를 먼저 해야 한다.]“그게 뭔데?”
“설마 그걸 나만 하라는 거야?”
[당연히 아니다.]단틸리온이 고개를 저었다.
[서로 합의점만 찾는다면, 당연히 우리 마신 측도 영혼의 맹세를 할 것이다. 심지어 72명 마신 전부가 말이다.]“72명 전부?”
[그 정도는 해야 너도 우리를 믿고 맹세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김진성은 대답 대신 마신들을 돌아보았다.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단틸리온의 의견에 크게 반대하는 이는 없어 보였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서로 합의점을 찾는다는 전제하에서 말하는 거다.]“뭔데?”
[일단 너는 최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맹세해야 한다.]단틸리온이 손가락을 하나 폈다.
[첫 번째, 앞으로 마신들과의 협의 없이 함부로 마신들을 포함한 주요 마족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과거 일어났던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면 난 누구의 능력을 흡수해야 하지?”
[걱정하지 마라. 네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놈들은 계약에서 제외할 테니.중요한 건 두 번째다.]
단틸리온의 손가락이 하나 더 펴졌다.
[‘시련의 탑’을 만든 당사자나 단체를 찾아, 반드시 전원 징벌할 것. 최소한 처치해야 하고, 영혼까지 소멸시키면 더더욱 좋겠지.]“시련의 탑?”
되묻던 김진성은, 아까 전 단틸리온이 한 말을 다시금 떠올리더니 혹시나 해 물었다.
“설마 500년 전 지구가 난리가 난 게, 시련의 탑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 말에 단틸리온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소리 내어 웃었다.
[크하하! 봐라, 내가 말했잖느냐! 이 꼬맹이 녀석 눈치 하나는 엄청나게 빠르다고!]아무런 반응이 없는 바알을 향해 계속 웃던 단틸리온은 이내 김진성의 질문에 대답했다.
“정확히 맞혔다. 지구가 이렇게 된 원인은 마계가 아니라, 천계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