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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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란 무엇일까?
[아! 김진성, 김진성입니다! 강민혁과 김진성이 다시 한번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서로 물러서기가 쉽지 않은 상태로 보이는데요?]해설진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다.
김진성 vs 강민혁.
이번 예선 A조 생방송 내내 제작진들이 띄워줬던 둘의 맞대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였다.
둘이 장벽 근처에서 보여준 엄청난 결투 장면은 벌써 아이튜브에서 4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이 다시 한 앵글에 잡히자, 새벽 4시라서 조금 느려졌던 채팅창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모니터실 직원들도 의자 등받이에 기댔던 상체를 급격히 일으켜 세웠다.
“와, 이런 상황에서 둘이 만난다고?”
“이러면 김진성이 불리하지 않을까요? 아까 강민혁이 보여준 무위를 생각하면···.”
“에이,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진성인데?”
“나도 이번엔 강민혁에게 한 표 던진다.”
승부가 어떻게 날지 갑론을박을 펼치는 직원들.
뒤에 앉은 백준은 홀로 생각했다.
‘이번에는 둘 중 하나는 죽을 것 같군.’
이미 이성을 잃어서 반드시 상대를 죽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상태의 강민혁.
그리고 아까부터 무언가에 쫓기듯이 계속 사냥감을 찾아다니며 죽이던 김진성.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죽음 갈구하는 두 존재가 만났다. 이러면 둘 중 한 명이 치명상을 입어야 끝이 난다.
백준이 오랜 시즌을 지켜보면서 습득한 노하우 중 하나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둘 다 죽을 수도 있겠어.’
그때, 캐스터의 외침에 백준의 귀에 들려왔다.
* * *
“이거, 참.”
김진성은 난감한 얼굴로 강민혁을 쳐다보며 볼을 긁었다.
‘내 사냥감 훔쳐간 놈이 누군가하고 와 봤는데···.’
사실 강민혁인 걸 알고 여기까지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근처에서 포인트 적립을 위해 방어군 및 몬스터를 눈에 보이는 대로 잡고 있었을 때, 갑자기 괴성이 크게 들려왔던 것이었다.
괴성만 듣고는 틀림없이 몬스터인 줄 알고 달려왔던 것이다.
‘근데 강민혁이라니···읏!’
터엉!
김진성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려 강민혁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흐아아아아!!”
텅텅텅! 터엉! 텅텅!
엄청난 속도의 펀치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강민혁.
그 주먹을 막아낼 때마다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충격 때문에 김진성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윽! 힘은 갑자기 왜 이렇게 세진 거야?’
아까 낮에 장벽 근처에서 맞붙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힘과 스피드였다. 적어도 2배 이상은 능력치가 높아진 것 같았다.
‘다시 만나면 우위를 점할 줄 알았는데.’
그때 이후 수많은 몬스터와 방어군을 처치하면서 김진성의 개인 능력치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대놓고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밀릴 줄이야.
‘이러면 정면 승부는 힘들어.’
김진성은 강민혁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내던 전투 스타일을 바꿨다.
강민혁의 주먹이 날아오는 잠깐의 빈틈에, ‘그림자숨기’ 스킬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갑자기 김진성의 신형이 강민혁의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의 주먹은 김진성이 있었던 허공을 때려버렸다.
하지만 강민혁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공격할 대상이 사라졌음에도 멈추지 않고 바로 왼쪽에 있던 나무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콰직!
두꺼운 나무가 한 방에 박살이 나버렸다.
동시에, 나무 뒤편에 붙어 있던 작은 밀짚 허수아비가 터져서 사방으로 흩날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때였다.
서걱.
무언가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강민혁이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어느새 나타난 김진성의 검에 의해 오른쪽 발목이 절단된 것이다.
“휴우, 위험했어.”
곧 투명 상태가 풀린 김진성이 혀를 내둘렀다.
설마 ‘그림자숨기’으로 숨은 위치를 정확히 눈치채고 다시 공격해 올 줄이야.
혹시 몰라서 미리 ‘둔갑 분신술’을 사용할 마음의 준비를 해놓지 않았다면, 저 주먹에 치명타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이제 유리한 건 나다.’
발목이 잘려서 균형이 무너진 이상, 이제 강민혁은 움직임에 큰 제약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강민혁은 발목이 베였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는지 절뚝이며 주먹을 휘둘렀다.
게다가 그 속도와 위력은 여전했다.
김진성이 가볍게 주먹을 피해내며 같은 전략을 펼쳐냈다.
‘그림자숨기’ 스킬을 사용해서 땅 밑으로 들어간 후, 옆으로 이동해서 미리 ‘둔갑 분신술’을 쓴다.
이번에도 김진성이 숨은 위치를 눈치 챈 강민혁이 분신이 있는 곳으로 주먹을 휘두를 그때, 그의 뒤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이번엔 반대편 발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김진성이었다.
또 한 번 서걱! 하고 베이는 소리와 함께, 강민혁은 완전히 중심을 잃고 바닥에 볼썽사납게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흐아아아아!!”
스프링이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다시 괴성을 지르는 강민혁.
그 모습에 김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눈깔이 제대로 돌아갔네. 이건 몬스터나 다름이 없잖아.’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핏빛으로 물든 두 눈.
괴성을 지르면서 눈앞의 생명체한테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단순한 공격 패턴.
딱 물불 안 가리고 일단 덤벼드는 몬스터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더 쉽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김진성이 두려워했던 건, 타고난 신체 능력을 이용해서 뛰어난 검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멀쩡한 정신 상태의 강민혁이었다.
이렇게 이성을 잃고 무작정 달려드는 몬스터같은 모습은 오히려 김진성에겐 상대하기 쉬웠다.
그가 3일 동안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만나고, 상대하고, 죽였던가.
쾅!
이내 김진성이 서 있던 자리에 강민혁의 주먹이 꽂혔다.
하지만 예상하고 뒤로 멀찌감치 물러서서 피해낸 김진성은, 다시 ‘그림자숨기’ 스킬을 사용한 이후 그에게로 접근했다.
근처에 도달한 순간, 강민혁이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애꿎은 밀짚 허수아비만 터뜨렸을 뿐이었다.
그 사이 그의 등 뒤로 돌아간 김진성은, 있는 힘껏 칼을 꽂아 넣었다.
푹!
등에 박힌 칼날이 왼쪽 가슴을 제대로 관통했다.
“흐아아아···!!”
칼에 꽂힌 상태에서도 강민혁은 발광하듯 날뛰었지만, 이내 움직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어버린 장난감처럼 말이다.
결국 모든 힘을 소진하고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는 강민혁.
“···으···.”
한참 뒤, 그의 입에서 괴성이 아닌 평상시 목소리로 흘리는 신음이 들려왔다.
김진성은 그제야 강민혁을 향해 걸어갔다.
바로 앞까지 걸어가 얼굴을 내려다보니, 핏빛으로 물들었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강민혁이 김진성을 힘겹게 올려다보았다.
“···네가 날···죽인 건가···.”
“어.”
김진성은 대답했다.
“솔직히 별로 싸우긴 싫었는데, 내가 잡아야 할 몬스터들을 다 때려잡고 다녀서 말이지.”
참으로 단순한 이유지만,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 김진성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후 말이 없는 강민혁을 향해 김진성이 넌지시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소각장에서 매일 같이 내뱉었던 말을 오랜만에 해보는 김진성이었다.
강민혁은 바로 대답했다.
“없다.”
“없다고?”
“약했기 때문에 죽었을 뿐···. 그게 다다. 아버님이 많이 혼내시겠지만··· 그건 하늘에서 다시 만나서 들으면 되는 일···.”
이후 입을 다문 강민혁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소각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봐왔던 김진성의 눈에도, 전혀 후회라는 감정이 안 느껴질 정도였다.
“···하나만 더 묻자.”
말없이 지켜보던 김진성이 질문을 하나 더 했다.
“너는 악인이냐?”
그 말에 강민혁의 눈이 허공을 향했다.
마치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을 다시금 회상하는 듯한 표정에, 김진성은 참을성 있게 그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한참 후, 강민혁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살면서··· 악인이라 평가받을··· 짓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말을 마친 뒤, 큰 한숨과 함께 눈을 감는 강민혁.
그리고 그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대단하군.’
강민혁의 얼굴을 바라보는 김진성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경외감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사의 비장한 최후 장면을 보는 것 같아.’
그만큼 방금 강민혁의 최후는 김진성에겐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아무런 미련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자신을 죽인 사람 앞에서.
‘이 정도면 정말 악인은 아니겠군.’
김진성 생각엔 강민혁은 도저히 악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여태까지 죽여 왔던 악인들의 최후와는 너무 달랐다. 다른 이들은 모두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의 미련과 후회들을 모두 털어놓았었다. 굳이 묻지도 않은 것들까지도.
‘특성을 못 얻은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응?’
그때 김진성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앞에, 익숙한 알림창이 좌르륵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7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흡혈’을 획득했습니다.
▷ 흡혈 : 대상에게 준 데미지의 1/2만큼 사용자의 HP를 회복합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폭주’를 획득했습니다.
▷ 폭주 : HP가 1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발동됩니다. 10분 동안 이성을 잃음과 동시에 모든 능력치가 2배로 증가합니다.
‘뭐야?’
순간 김진성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찡그렸다.
강민혁이 악인이라고? 정말 나쁜 놈이었다고?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도 밝히지 않은 나쁜 짓이 있었다는 건가? 아니, 그보다 악인의 기준이 뭐지?’
각성한 이후 처음으로, 김진성은 자신의 능력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악인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그냥 나쁜 짓을 많이 한 놈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
왜냐하면, 그동안 봐왔던 소각장 안에서의 소년들은 대놓고 나쁜 짓을 저지르고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악인의 기준이 단순히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면?’
혹시 김진성이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기준이라면?
‘···나중에 헌터 도서관 같은 곳에 가서 제대로 좀 알아봐야겠어.’
이건 김진성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행여나 이 프로그램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으면 이후 십중팔구는 헌터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그러면 더더욱 강해지기 위해 악인과 몬스터를 계속 꾸준히 처치해야만 한다.
특히나 각성한 악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희귀하고 유용한 스킬들은 단번에 김진성을 몇 배 이상 강해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어제 얻은 ‘그림자숨기’과 오늘 얻은 ‘둔갑 분신술’ 때문에 폭주한 강민혁을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지 않았는가.
‘시스템이 정한 악인에 대한 기준을 알아놓지 않으면 쓸데없이 고생하는 순간만 늘어나게 될 거야.’
기준을 몰라서 마구잡이로 다 죽이고 다니면 괜히 몸만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자고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하지 않았는가. 딱 그 경우다.
‘···응?’
곧 김진성의 고개가 하늘 위로 향했다.
그믐달이라 유난히 어두운 밤하늘 저편에, 무슨 별똥별 같은 것이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저건 마나 덩어리인데?’
자세히 확인한 그것은, 분명 푸른빛의 마나로 만들어진 매의 형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