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4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 시각.
TV에서는 해설진이 평소보다 진중해진 목소리로 중계하고 있었다.
[···이렇게 강찬의 유일한 혈육, 강민혁의 서바이벌 여정은 마무리가 됩니다.] [예선 1차에서 탈락했군요. 시청자들 대다수가 본선까지는 쉽게 올라갈 거라 기대했던 선수인데요···.] [현재 채팅창에서도 아쉬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네요···. 하지만 여러분, 이게 콜로세움입니다. 누가 살아남아도, 그리고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모니터실도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너무 아쉽다.”
“4일 내내 강민혁을 방송에서 띄우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의외의 변수가 나올 거라는 거 다 예상했잖아?”
메인 PD가 아쉬워하는 직원들을 달랬다.
“이제 강민혁은 잊고, 당장 김진성한테 더 집중해. 재수 없으면 1-1 방어군 팀에게 김진성마저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메인 PD의 시선을 따라 모두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모니터에선 김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방어군들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그러게요. 김진성까지 죽으면 예선 A조는 진짜 폭망인데···.”
“아, 왜 이렇게 불안하지? 아까 강민혁도 저 팀 때문에 죽은 거잖아.”
“다들 집중해! 지금부터 김진성과 1-1 방어군 팀만 번갈아 가며 송출할 거야. 명심해.”
메인 PD의 큰 목소리에 다들 다시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직원들이 동요하는 동안 냉정한 시선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백준이었다.
‘방어군 숫자가 그새 더 늘어났군.’
1-1 방어군 쪽 모니터를 확인하는 그는, 이미 강민혁의 시체에서 시선을 돌린 지 한참 된 상태다.
‘확실히 1-1, 저놈은 리더십이 있는 놈이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을 바로 자신의 팀으로 합류시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팀원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뛰어난 언변과 팀원으로 만든 이후 계속해서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그리고 목표물을 향한 냉철한 판단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본 1-1 방어군은, 이번 예선 A조에서 보았던 이들 중 가장 뛰어난 리더십을 지닌 사람이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합류한 방어군들이 조금 전처럼 한 몸처럼 움직인다면···.’
백준은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는 김진성과 1-1 방어군 팀쪽 모니터를 번갈아 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협력 관계였던 장례식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민혁은 마지막까지 챙겨줘야지.’
콜로세움 프로그램 설립에 큰 도움을 준 선배, 강찬.
그를 생각한다면 후배로서 이 정도는 당연히 챙겨야 하며, 그게 도리였다.
* * *
타앙-!
저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1-1 방어군 일행 전원이 걸음을 멈췄다.
“전방에 총소리입니다!”
“마나 매가 날아간 방향인데···?”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리더, 1-1 방어군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마나 매를 컨트롤하느라 계속 집중하고 있던 그가, 막 집중을 푼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맞아요. 마나 매가 저격당했어요.”
“선수입니까?”
“네. 근데, 2구역 장벽 위에서 강민혁과 같이 활약했던 그 선수 같아요.”
그 말에 모두가 움찔했다.
강민혁과 같이 활약했던 그 앳된 얼굴의 참가자라면···.
“그 그림자 밑으로 도망 다니던 그 새끼?”
“걔는 위험하지 않나요? 어찌 보면 강민혁보다 더 빡셀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아까 전 강민혁한테서 도망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일행들이다.
근데 그 강민혁과 비등한 무위를 보여줬던 놈과 또 싸워야 한다고?
심지어 지금은 사방이 그림자로 뒤덮인 새벽이다. 그놈이 훨씬 날뛰기 좋은 환경이라는 소리다.
“어쩔 수 없어요. 다른 선수를 찾아 헤매기에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지금 몇 시죠?”
“···4시 14분이요.”
손목시계를 찬 참가자의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이제 해 뜰 때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재수 없으면 남은 40분 안에 다른 선수를 못 찾을 가능성이 너무 커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이번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
“겁먹지 마요! 할 수 있습니다! 꺾이지 마요! 강민혁을 상대로 교훈을 얻었으니, 이번엔 좀 더 조심해서 확실하게 잡으면 돼요!”
뭔가 가라앉는 분위기를 느낀 1-1 방어군이 큰 목소리로 사기를 끌어 올리려 노력했다.
“게다가 아까 전보다 숫자는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새로 합류한 동료들의 능력도 전부 다 좋은 편들이고요.”
현재 일행의 숫자는 19명.
아까 8명을 잃었는데도 오히려 한 명 더 늘어났다. 선수들을 찾아 정찰하는 와중에 9명이나 되는 방어군이 동료로 합류한 것이다.
“이번에는 아까 전보다 더 확실하게 잡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작전을 짜 놨어요. 이 작전이면 반드시 잡을 수 있습니다!”
“···.”
“자, 한번 해 봅시다! 그, 2-41번님?”
그 말에 어깨에 2-4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이가 손을 들었다.
“분명 반경 10m 내의 모든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다고 했죠?”
“네.”
“확실한 거죠? 조건이 붙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2-41 방어군은 고개를 저었다.
“나보다 10배 이상 강한 상대가 아니면 누구든지 알아챌 수 있어요.”
“10배 이상···좋습니다. 어차피 그 정도로 강한 괴물이면 우리가 이길 수도 없겠죠.”
곧 1-1 방어군은 모두를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2-41번님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100m 앞 거리니까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 그럼 이동하기 전에···.”
1-1 방어군은 두 손바닥을 모은 뒤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나 매를 다시 소환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바, 바로 앞에 적이야!!”
2-41 방어군이 다급한 목소리로 앞으로 가리키며 외쳤던 것이었다.
그쪽에 서 있던 이들이 재빨리 반응해서 움직이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촤악!
“컥···!”
한 명이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휘두른 검을 회수한 김진성이, 2-41번 방어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 내 위치를 정확히 짚었어.’
지금까지 ‘그림자숨기’ 스킬을 사용한 상태의 김진성 위치를 알아낸 사람은 강민혁, 딱 한 명뿐이다.
하지만 강민혁은 그럴 수 있었다. 폭주 상태였긴 했지만 당시 김진성보다 훨씬 경지가 높은 상태였으니까.
보통 경지가 높은 사람은 경지가 낮은 사람의 위치를 기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라고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그건 이 숲에 들어온 김진성 본인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이 나보다 강하다는 소린데···.’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강민혁을 정면에서 만났을 때 느껴졌던 그 엄청난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진성의 위치를 알아챘다는 것은···.
‘위치 감지가 가능한 스킬이나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거겠지.’
상황을 파악한 김진성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상대방이 김진성의 위치 파악이 가능한 상태라면, 평상시처럼 ‘그림자숨기’를 이용한 게릴라전은 힘들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하나.
‘전면전이다!’
▶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사용해 사용자 고유 특성인 ‘마기’를 활성화합니다.
마기를 활성화한 김진성은 방어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방어군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
아까 전에 봤던 폭주 직전의 강민혁보다 훨씬 더 몸놀림이 빨라 보였다.
1-1 방어군이 다급하게 외쳤다.
“빨리 반격해!!”
촤촥!
“아악···!”
“끄륵···.”
하지만 제일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던 두 명의 방어군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세 명의 동료를 잃은 뒤에야 방어군 측은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쩌저적.
냉각 스킬을 보유한 방어군이 손바닥을 뻗는 것이 그들의 첫 대응이었다.
“엇.”
겪어보지 못한 스킬에 살짝 당황했던 김진성은, 이내 몸을 격하게 움직여 온몸을 뒤덮은 얼음을 깨부쉈다.
그 찰나의 타이밍을 1-1 방어군은 놓치지 않고 연이어 외쳤다.
“모두 흩어져서 사격해! 다음 스킬 사용 준비!”
남은 방어군들은 모두 김진성이 있는 위치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뒤, 각자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했다.
일부는 총구에 불을 뿜었고, 일부는 스킬 사용을 위해 손바닥을 내미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진성이 한발 빨랐다.
총성이 들리기 바로 직전에, ‘그림자숨기’ 스킬로 바닥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방어군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김진성.
그러나 그들에겐 생명체 감지가 가능한 2-41번 방어군이 있었다.
“저기 왼쪽이야!!”
2-41번이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왼쪽에 방어군들이 다수 모인 쪽을 가리켰다.
그걸 본 1-1 방어군은 바로 옆을 보며 외쳤다.
“지금이야!!”
바로 옆에 서 있던 3-30번 방어군이, 미리 준비해놓았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손바닥을 빠르게 내밀었다.
그러자,
우르르릉!
왼쪽의 방어군들이 서 있는 쪽 땅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3-30번의 고유 스킬 ‘지진’이 발동된 것이다.
“우앗?!”
“어어어···!”
그쪽에 서 있던 방어군들 모두가 비틀거렸고, 일부는 넘어지기까지 했다.
방어군 뿐만이 아니었다.
“엇···!”
어느새 지상으로 끌려나오듯 튀어나온 김진성마저 휘청이고 있었다.
지진 스킬에 의해 대미지를 입는 바람에 ‘그림자숨기’ 스킬이 풀려버린 것이다.
“빨리 다음 스킬!!”
지금이 기회라고 본 1-1 방어군이 어느 때보다 크게 외쳤다.
근처의 방어군들 역시 바로 화답했다.
“혼란 스킬 걸었어요!”
“무력화 완료!”
아까 전 강민혁을 위기로 빠뜨렸던 스킬 콤보가 다시한번 김진성에게 펼쳐졌다.
순식간에 김진성에게 쏟아진 상태이상 스킬들의 효과는 완벽했다.
“어어···?”
지진이 끝난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해롱대는 김진성의 모습.
1-1 방어군은 다급히 지시를 내렸다.
“무조건 원거리에서만 공격해! 절대 근처까지 가지 마! 아까 전 강민혁 때를 생각해!”
이번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완전히 전투 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 절대로 근접 전투를 펼치지 않으려는 1-1 방어군이었다.
동료들도 모두 그의 지시를 따랐다.
타타타타탕!
곧, 포위한 방어군들이 일제히 김진성을 사격하기 시작했다.
총알을 맞은 김진성의 온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확 모습이 변해버렸다.
“···어?”
“뭐야?!”
갑자기 작은 허수아비로 변해버린 김진성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그리고,
촤촤촥!
연이어 베이는 소리가, 1-1 방어군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그는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나타난 김진성의 검에, 세 명의 동료 머리가 날아가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본능적으로 그는 목이 베인 세 명의 어깨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
동시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지금 죽은 세 명은 지진 스킬을 사용하는 3-30번과 각각 혼란 스킬, 그리고 냉각 스킬을 사용하는 방어군이였던 것이다.
“오! 대박.”
김진성이 동그래진 눈으로 내뱉은 한 마디가 1-1 방어군의 귀에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