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44)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히려 좋아
김진성이 붙어 있는 벽 근처까지 순식간에 날아온 두 마리의 하시드.
“잘됐네. 이러면 굳이 벽을 탈 수고를 할 필요가 없지.”
하시드를 바라보며 김진성이 혼잣말을 읊조리고 있을 때.
콱!
하시드 한 마리가 김진성을 물기 위해 부리를 힘껏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실패였다.
물기 직전에 김진성이 절벽 안으로 쑥 들어가듯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하시드의 이빨은 애꿎은 절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어? 또 없어졌어!’
‘진짜 뭐지?’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또 한 번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정체를 알고 있는 황윤택은 놀라지 않았다.
‘또 그림자 안으로 숨었구먼.’
아마 김진성은 하시드가 바로 근처까지 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래야 하시드의 그림자에 스킬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은 일부러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오기까지 기다린 것이다.
‘이제 하시드가 반대편 절벽 위로 날아가기만 하면 저놈은 여기를 통과하겠군.’
아직도 김진성의 위치를 찾아 절벽 안쪽을 배회하고 다니는 하시드들을 바라보며 황윤택은 생각했다.
언젠간 저 식인 새들은 김진성을 찾는 걸 포기하고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오를 것이고, 그땐 자연스레 그림자도 반대편 절벽까지 이동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지금 나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황윤택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불길이 근처까지 도달한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젠 진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
‘안 되겠다. 끝까지 능력 숨기다가 그 전에 내가 연기에 질식해서 죽겠어.’
황윤택은 어쩔 수 없이 두 손바닥을 모은 뒤 하늘로 향하게 한 자세를 취한 후 마나를 모았다.
곧 그의 손바닥 위에 커다란 ‘마나 매’가 만들어졌다.
‘어? 마나 매···?’
‘저 새끼가 1-1 방어군이었어?!’
개중 일부 참가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눈에 쌍심지를 켰지만, 황윤택은 애써 무시한 채로 마나 새를 절벽 밑으로 날려 보냈다.
‘설마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전투를 벌이겠어? 계곡 쪽에서도 하루 내내 안 싸웠는데···.’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비해 주변을 계속 흘끗흘끗 보면서 마나 새를 컨트롤하는 황윤택이었다.
다행히, 자신을 노려보는 이들 중 그 이상으로 위협을 가하는 이들은 없었다.
노려보는 시선도 이내 금방 사라졌다.
쿵!
나무가 불타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절벽 뒤쪽을 향해 다들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표정을 짓는 그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히익···벌써 산불이 근처까지 왔잖아!’
‘어쩌지? 진짜 계곡 밑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해야 하나···?’
‘혹시 마나 매로 새로운 길 같은 곳 아직 못 찾았나?’
일부는 오히려 황윤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듯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다급해진 상황.
다들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한 황윤택은 안도하고는 이제 마나 매를 컨트롤하는 데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식인 새들의 눈에 최대한 안 띄게 저공비행을 유지하면서···.’
절벽 밑으로 50m 내려간 부근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절벽을 비행하기 시작한 마나 매.
그렇게 5분 정도 더 정찰했을 때였다.
‘어?!’
황윤택의 눈이 커졌다.
왼쪽으로 한참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 절벽에서 40m 밑으로 내려간 부근에, 자연으로 생성된 듯한 거대한 고목 한 그루를 발견한 것이다.
‘엄청 크다!’
살면서 황윤택이 봤던 나무 중에 제일 큰 것 같았다.
얼마나 크냐면, 위로 넓게 자라난 나뭇가지가 양쪽 절벽 끝에 닿아있을 정도였다.
‘저 나뭇가지를 밟고 이동하면 건너갈 수 있겠는데?’
황윤택은 빠르게 마나 매를 컨트롤해 절벽 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근처에 경사가 좀 낮아 보이는 구간이 있었다. 저곳을 조심하기만 하면 충분히 두 발로만으로도 내려갈 수 있어 보였다.
‘가자!’
그는 바로 마나 매 스킬을 중단한 후, 왼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참가자들이 반응했다.
‘왜 갑자기 왼쪽으로 달려가지?’
‘본인 목숨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저놈이 그냥 움직일 리가 없는데···?’
‘혹시 마나 매로 무언가를 찾아냈나?’
의심의 눈초리로 황윤택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들은,
‘일단 따라 가보자!’
‘여기 멍하니 서 있는 것보단 낫겠지!’
역시 황윤택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몇 명이 그렇게 움직이자, 남아있던 다른 참가자들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뭐야? 왜 다들 왼쪽으로 가?’
‘뭐 있나 봐! 가보자!’
잠시 후, 남아있던 모든 참가자가 황윤택의 뒤를 따라 왼쪽으로 달려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 * *
이내 황윤택이 발견한 고목의 모습을 송출하는 TV를 보면서 중계하는 캐스터의 모습이었다.
그때, 모니터실에 앉아있던 여성 PD가 입을 열었다.
“와, 근데 나무 진짜 크지 않아요? 살면서 저 정도로 큰 나무 한 번도 못 봤는데.”
“그러게.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 맞나···?”
모두의 궁금증을 해결해준 이는, 뒤에 앉아있던 대표 백준이었다.
“이번에 본선 열리는 셀레포 대륙 섬에서 옮겨 심은 나무야.”
“아!”
“신대륙 나무군요! 어쩐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니터실 직원들.
일반적인 지구와 아예 다른 생태계를 보유한 신대륙, 셀레포의 식물이라면 저것보다 더 크기가 커도 이해가 된다.
오죽하면 신대륙에서 제일 작은 크기의 생명체는 인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저걸 보니 본선전이 더 기대되는데요?”
“그러게. 우린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획만 했지, 정작 섬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잖아···어?”
얘기를 나누던 중 메인 PD의 눈이 커졌다.
수많은 모니터 중, 제일 구석에 있는 화면에 김진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진성의 주변 환경을 확인한 PD는 다급히 외쳤다.
“김진성이 비밀 통로에 들어섰다! 빨리 97번 모니터 송출해!”
PD의 외침과 동시에 TV 화면은 김진성이 나타난 비밀 통로 쪽 모습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그때, 캐스터는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PD의 지시를 전달받고 있었다.
[···아, 네. 말씀드리는 순간 김진성 선수가 비밀 통로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오~! 이번엔 누가 제작진이 야심 차게 제작한 비밀 통로를 발견할까 궁금했는데, 김진성이 발견했군요.] [그렇습니다! 예선 때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비밀 통로! 그곳으로 여러분들을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동굴이네.”
그 시각, 비밀 통로에 들어선 김진성은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꽤 넓은 크기의 동굴은, 왠지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기에는 벽면 전체가 너무도 깔끔해 보였다.
‘혹시 예선전에는 반드시 하나 이상 있다는 비밀 통로인가?’
TV 속에서 봤던 기억을 떠올린 김진성은 자연스레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비밀 통로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찾기 힘든 곳에 입구가 있겠어?’
김진성은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절벽에서 거의 70m 밑 부근까지는 내려와야 발견할 수 있는 동굴 입구는, 무성한 풀들에 뒤덮여 빛도 잘 새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위치도 그렇고, 만약 근처 위치까지 도달했더라도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눈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곳이다.
‘나도 운이 좋지 않았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그도 하시드가 날아다니면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따라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처음에는 하시드가 바로 절벽 위로 날아가 주지 않아서 짜증이 났었는데, 이러면 오히려 땡큐다.
‘비밀 통로 끝자락에는 항상 엄청나게 좋은 물품들이 기다리고 있던데···.’
두근대는 마음으로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김진성.
하지만 얼마 후, 그는 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와···식물 몬스터 천지네.’
벽 사방에 붙어서 징그럽게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거대한 식물들의 모습.
딱 봐도 그냥 김진성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끔 내버려 둘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비밀 통로라 할 수 있지.’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다.
좋은 물품들을 얻으려면 이 정도 고생은 해야 더 보람차지 않겠는가.
‘그리고 포인트도 얻을 수 있어 좋고.’
김진성은 검을 뽑아 든 뒤, 마기를 활성화한 상태로 가장 가까이 있는 식물에 달려들었다.
초록색 빛으로 자체 발광하고 있는 넝쿨 모양의 식물이, 김진성이 다가오자마자 꽃 모양의 입을 벌리며 초록색 가루를 뿜어내었다.
동시에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식물 몬스터의 두꺼운 줄기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3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 몬스터의 스킬인 ‘중독 가루’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중독 가루 : 상대방에게 초록색 중독 가루를 뿌려 중독 상태로 만듭니다. 중독된 상대방은 해독되기 전까지 1초마다 꾸준하게 데미지를 입습니다. 마나를 100 소모합니다.
▶ ‘중독 가루’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 기존의 스킬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크!’
알림창을 보자마자 김진성은 초록색 가루를 피하려고 최대한 빠르게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조금 늦고 말았다.
▶ 상태 이상 ‘중독’에 걸렸습니다.
▶ 해독되기 전까지 1초마다 꾸준히 일정한 데미지를 입습니다.
‘쳇!’
속으로 아쉬워하는 김진성.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이 김진성은 ‘방해할 수 없는 돌진’ 스킬을 사용했다.
▶ ‘방해할 수 없는 돌진’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 신체적 상태 이상 면역 상태가 되었습니다.
▶ 상태 이상 ‘중독’이 치료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1분 안에 다른 식물 몬스터도 처치하자.’
마나를 이런 식으로 100 소모하는 건 김진성에게는 아직 꽤 부담되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스킬 사용을 아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이상 이제 남은 1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김진성은 바로 근처에 자라난 다른 식물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변 바위벽과 똑같은 회색빛의 식물 몬스터가, 김진성이 다가오자마자 꽃이 달린 줄기 부분을 양 손바닥처럼 내밀었다.
꽃술 부분에서 회색 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김진성은 일부러 피하지 않고 그 가루를 뒤집어쓰면서 칼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단번에 줄기를 베어낸 김진성의 검.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3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 몬스터의 스킬인 ‘석화 가루’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석화 가루 : 상대방에게 회색 석화 가루를 뿌립니다. 석화 가루를 맞은 상대방은 1초마다 모든 행동이 10%씩 느려지며, 10초가 지나면 완전히 석화되어 30초 동안 모든 행동이 정지됩니다. 마나를 100 소모합니다.
▶ 신체적 상태 이상 면역 상태이기 때문에, 상태 이상 ‘석화’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놈은 석화 가루를 뿌리는 놈이구나.’
김진성은 동굴 안쪽을 바라보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대략 50m 안쪽까지 이 두 식물 몬스터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눈에 보이는 식물 몬스터의 숫자만 대략 30마리.
‘오히려 좋아.’
이러면 최소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1000은 모을 수 있다. 그러면 새롭게 스킬 슬롯을 뚫을 수 있다.
‘잘만 하면, 중독 가루와 석화 가루 스킬 둘 다 얻을 수도 있겠는데?’
만약 이 동굴 안쪽에 지금 보이는 숫자보다 더 많은 식물 몬스터들이 있다면, 굳이 기존 스킬을 지울 고민을 할 필요 없이 두 상태 이상 스킬을 등록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그럼 닥사를 시작해볼까?’
김진성이 식물 몬스터들을 주욱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눈앞의 식물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RPG 게임에서 자주 쓰는 단어인 ‘닥치고 사냥’을 현실에서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