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7)
제87화. 김진성을 영입해라 (2)
나와프의 등장에 놀란 것은 홍현진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는 하나같이 놀라운 눈초리로 나와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뭐야?!”
구석에 있던 박진웅과 현상철 역시 나와프를 한눈에 알아보고서는 놀란 반응을 보였다.
“나와프가 여길 어떻게…?”
“저 재수 없는 새끼를 이런 데서 또 보게 된다고? 진짜 세상 참 좁네, 좁아.”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현상철. 반면 박진웅은 아직도 놀란 표정을 숨기질 못하고 있었다.
‘여태껏 이곳에 해외 클랜 인물이 입장한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콜로세움 서바이벌 역사상 참가자들을 위한 파티는 시즌마다 한 번씩은 꼭 존재했다. 계속된 전투, 살인 등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참가자들의 사기를 다시 올려주기 위한 방책 중 하나였다.
정작 외부 손님을 받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안전상의 이유가 가장 컸다.
그리고, 지금껏 모두 한국 클랜의 인물만 파티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것은 해외에 애써 발굴한 한국인 인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백준의 철칙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철칙이 깨졌다.
‘최근 빈 나시르가 콜로세움 프로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정보로 먹고사는 업체에서 일하는 박진웅이, 사우디 쪽에서 들려왔던 정보를 떠올렸다.
‘그리고 한국에 방문할 것 같다는 소문도 최근에 들었고…. 설마 콜로세움에 투자라도 한 건 아니겠지…?’
얼마 되지 않는 정보를 합쳐서 박진웅 혼자 그렇게 예상하던 그때.
홍현진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다가오는 나와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여길…?’
한국과 전혀 상관없는 알사우드 클랜과 관련된 저 남성이 왜 이 파티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인가?
그 해답은 옆의 두 클랜 마스터가 대신해 주었다.
“최근 빈 나시르가 콜로세움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못 들었나 보군.”
“……!!”
“정말 몰랐나? 이런, 이런…. 그러면 내년 예선이 사우디에서 열리는 것도 몰랐겠군, 그래.”
오병국과 강경권의 말에 급격히 흔들리는 홍현진의 두 눈동자.
그 모습을 본 둘은 슬쩍 미소를 지은 뒤, 이내 나와프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 미소를 본 홍현진은 패배감을 느끼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방금 둘이 지은 미소는, 홍현진의 빈약한 정보력을 비웃는 승리자의 미소였다.
‘…전혀 몰랐어.’
안 그래도 아버지인 홍성흔가 쓰러진 이후부터 다른 3개의 메이저 클랜에 여러모로 밀리는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던 홍현진이었다.
그런데 오늘, 정보력에서 완전히 밀려버렸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후…. 정신 차려야 해. 이러다가 진짜 4대 클랜에서 퇴출당하겠어.’
홍현진은 나사르와 인사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버지가 간신히 올려놓은 대한민국 4대 클랜 자리를, 자신의 대에서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었다.
‘오늘 반드시 쓸 만한 놈 하나는 건져가야 하는데….’
굳게 다짐하며 눈동자를 굴리는 홍현진의 눈앞에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두 클랜 마스터와 인사한 후 앞으로 다가온 나와프였다.
“오랜만입니다, 홍현진 씨.”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는 나와프를 향해, 홍현진은 당황한 내색을 능숙하게 숨기곤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 자리에서 뵙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저도 어제까지는 못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입장에 성공했으니,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야죠.”
그가 말한 ‘맡은 바 임무’는 뻔했다. 알사우드 클랜의 한국 쪽 영업을 독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그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나와프의 말에 홍현진이 입을 가리며 다소곳하게 웃었다.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닌가요? 알사우드에서 콜로세움 참가자까지 손을 뻗치면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요?”
홍현진이 장난스러운 표정과 어투로 진심을 담은 불만을 꺼냈다.
뼈가 있는 말에도 나와프는 흔들림 없는 미소로 대답했다.
“전 그저 대표님께서 시키는 대로 따르는 일개 직원에 불과합니다. 대표님께서 대놓고 콕 집어서 두 명을 영입해 오라는데, 어쩌겠습니까? 까라는 대로 까야지요. 하하하….”
사람 좋은 얼굴로 웃는 것을 끝으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하는 나와프.
금방 근처의 다른 이와 인사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홍현진은 딱딱하게 굳으려는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필 알사우드가 경쟁자라니. 이러면 너무 영입 난이도가 올라가는데.’
알사우드가 어디인가.
사우디 왕실의 어마어마한 오일머니를 이용해 억 소리 나는 돈으로 최강의 헌터들을 죄다 사들이는 클랜 아닌가.
신대륙에 진출한 괴물들도 쉽게 사들이는 알사우드의 재력이라면, 고작 콜로세움 프로그램 내의 유망주를 사들이는 건 일도 아니다.
‘이러면 돈 외에 다른 부분으로 어필해야 하는데…. 우리 회사가 알사우드보다 앞서는 게 뭐가 있지?’
속으로 고민하던 홍현진은, 이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켰다. 아무래도 담당 부서의 간부와 의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스마트폰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간 홍현진은 주위를 둘러보곤 우스운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들 나와 같은 상황인가 보네.’
주변의 상황들이 아주 볼만했다.
홍현진이 익히 알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하나같이 모두 나와프 쪽을 흘끔거리면서 귀에 스마트폰을 댄 채로 속삭이듯 통화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유일하게 예상했다는 듯 여유가 있어 보이는 손님은 오병국과 강경권, 둘뿐이었다.
그때였다.
[참가자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파티장에 참석해주신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모두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장내에 들려오는 안내 방송과 함께, 입구 쪽에서 이번 시즌 12의 참가자들이 직원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입장하기 시작했다.
곧 손님들의 커다란 박수 소리가 장내를 가득 울렸다.
박진웅 역시 손뼉을 치면서, 장내 분위기를 면밀히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유명한 참가자들은 안 보이는군. 언제나처럼 마지막에 몰아서 등장할 모양이야.’
과거 파티 방송을 머릿속으로 돌이키면서 박진웅은 이번엔 손님들을 돌아보았다.
손님들 역시, 초반에 등장하는 무명의 참가자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역시 다들 이름 있는 참가자를 우선으로 노리고 있군.’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박진웅은, 곧바로 앞으로 걸어가 제일 먼저 파티에 들어온 참가자에게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정보업체 ‘파인더’의 대표 박진웅입니다! 김현수 님이시죠?”
“어, 네….”
“저희 정보업체 파인더는 현재 신대륙에 본점을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정보업체로서….”
바로 영업을 시작하는 박진웅.
다른 메이저 업체들과는 달리 일개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그로서는, 지금 참가자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물불 안 가리고 모든 참가자한테 영업해도 제대로 한 명 건질 수 있을까 말까 한 처지라는 소리다.
“안녕하십니까! 백호 용병 클랜 마스터 현상철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헌터 전문 대출 업체를 운영하는….”
박진웅을 시작으로, 근처에 있던 중소업체 대표들이 차례대로 참가자들을 향해 다가가 영업하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지났을 때였다.
“어, 김진성이다!”
“신웅이야!”
“주인공들 등장하네!”
입구 쪽의 웅성대는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 걸 느낀 박진웅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수많은 직원의 삼엄한 감시와 함께 파티장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십여 명의 참가자들이 보였다.
김진성, 신웅 등이 포함된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이번 시즌 12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이었다.
‘드디어 물건들이 왔다!’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바라보는 손님들의 눈빛이 모두 눈에 띄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특히, 제일 마지막에 입장하고 있는 김진성과 신웅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제일 많았다.
“안녕하세요, 김진성 씨!”
그런 김진성을 향해 가장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남성.
나와프였다.
“반갑습니다. 혹시 알사우드 클랜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 네, 뭐.”
나와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진성.
그런 김진성의 떨떠름한 대답에도 나와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이야기가 더 편해지겠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저희 알사우드 클랜에서 당신을 원합니다.”
“아, 네.”
누가 들어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표정과 목소리였다.
예상 못 한 반응이 분명할 것임에도 나와프는 계속해서 영업을 이어갔다.
“저희 알사우드 클랜은 전 세계 그 어떤 곳보다 많은 급여를 지급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가 김진성 씨에게 드릴 수 있는 금액은….”
“알고 있어요. 최근에 S급 헌터 막심 영입하면서 준 연봉이 인터넷에서 화제였거든요.”
“그러면 김진성 씨가 받을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은 하시겠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더 듣고 싶지 않은 듯 딱 잘라 말한 후 스쳐 지나가는 김진성의 모습에 나와프의 얼굴에 금이 갔다.
‘지금 알사우드의 제안을 무시한 거야?’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김진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뒤따라 들어오는 신웅을 발견하고는 다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신웅 씨, 반갑습니다. 저희는 알사우드의….”
하지만 투명 인간 취급하듯이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신웅.
오랜 영업 경험으로 그 누구보다 표정 관리를 잘하는 편인 나와프도, 이 순간만큼은 순간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저 강제노역자 새끼가 지금 감히 누구 말을 씹는 거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나와프였지만, 이내 초인적인 힘으로 화를 가라앉혔다.
‘후….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내가 모조리….’
나와프가 주먹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어금니를 씹었다.
알사우드 클랜의 대표, 빈 나시르가 직접 김진성, 신웅을 영입하라고 그에게 지시하지 않았더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파티장을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시를 받은 이상, 어떻게든 이번에 둘의 마음을 돌려놔야 한다. 그것이 그의 임무이자, 직업이었다.
‘…좋아, 조금 이따가 보자고. 너희는 어차피 알사우드로 오게 되어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나와프는 일단 배부터 채우기 위해 접시가 쌓인 쪽으로 걸어갔다. 영업도 식후경이었다.
* * *
나와프에게 한 가지 위안이 될 만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김진성과 신웅이 다른 손님들을 상대하는 태도가 똑같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관심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김진성은 전혀 어떠한 여지를 주지 않는 대답과 함께 명함만 받고 몸을 돌리는 것을 반복했다.
그나마 명함이라도 받는 김진성은 나은 편이었다. 신웅은 그 누구의 대화도 전부 무시한 채 식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둘의 태도가 오히려 중소업체 대표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거대 메이저들 제안을 전부 거절하고 있잖아?’
‘혹시 대기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혹시 나에게도 기회가…?’
‘일단 한번 부딪치고 보자!’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둘에게 중소기업 클랜의 대표들이 하나둘씩 접근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특히 똑같지만 대답이라도 해주는 김진성이 인기가 엄청 많았다. 그 누구도 편견 없이 대하는 그의 모습에, 지켜보던 다른 중소기업 업체들도 모두 명함이라도 주기 위해 앞다투어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이거 어떻게 들고 다녀야 하지?’
한 손에 들기도 벅찰 정도로 가득 쌓인 명함 뭉치 때문에 곤란한 표정으로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 김진성이었다.
주머니에 넣기에는 툭 튀어나와 거슬렸고, 그렇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리해서 버리기도 애매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을 그때였다.
“저기….”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또 한 명의 청년.
바로 박진웅이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인사 좀 드려도 될까요?”
“네….”
기계적으로 대답하며 박진웅의 얼굴을 쳐다본 김진성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김진성이 앞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과거의 기억을 빠르게 더듬을 그때, 박진웅이 공손하게 인사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정보업체 ‘파인더’의 한국 지사 쪽 대표를 맡은 박진웅이라고 합니다. 정말 꼭 뵙고 싶었습니다.”
명함에 적힌 박진웅이라는 이름을 본 순간,
김진성의 머릿속에 몇 달 전 과거의 기억이 갑자기 다시금 재생되었다.
– 진웅이… 형에게… 끝까지… 실망만… 안겨서… 미안…하다는… 말…도… 전…해….
바로 파이트 클럽의 동기, 박성태가 죽기 직전에 그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던 장면이었다.
‘설마…?’
그제야 김진성은 눈앞의 남성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냈다.
박성태가 유언과 함께 내밀었던 목걸이 안의 삼형제 사진.
그중 한 명의 얼굴이 눈앞의 사내랑 완벽히 일치했던 것이다.
“초면에 실례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때 박진웅이, 주변에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어왔다.
“혹시 파이트 클럽 때…. 박성태라는 사람을 기억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