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6)
제86화. 김진성을 영입해라 (1)
김진성은 놀란 기색으로 조심스레 용한길의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용한길을 쳐다보는 김진성의 표정에는 정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놀람, 충격, 신기함, 비현실적인 기분 등등.
하지만 이내 그 모든 감정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감정만이 얼굴에 떠올랐다.
바로 경이로움이었다.
‘이 사람이…!’
지금껏 각성한 이후 수많은 각성자를 만났었다. 그중 가장 대단한 헌터들을 뽑자면, 역시 여기 같이 있는 백준과 장승욱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용한길은 그야말로 이름이 가진 무게가 다른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헌터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대한 클랜.
‘그리고 이 사람이 한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꼽히는 클랜의 마스터….’
그때 용한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족쇄를 풀어보게.”
그 말에 이번엔 장승욱이 흠칫하며 움찔했다.
장승욱은 ‘어쩌죠?’라는 표정으로 백준을 돌아보았고, 백준은 이내 별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승욱은 바로 김진성의 손목과 발목 위의 헌터용 족쇄를 풀었다.
김진성의 마나 억제가 완전히 풀리던 그 순간.
갑자기 용한길의 몸에서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
순식간에 용한길의 기운에 잠식당한 김진성은 눈을 부릅떴다.
예상치 못했다곤 해도, 자신의 온몸을 짓누르는 엄청난 압박감이 엄청났다.
이대로 아무 대처 없이 그대로 서 있기엔 강한 압력에 숨도 쉬기 어려울 것 같았다.
김진성은 재빠르게 마나를 전력으로 끌어올리며 마기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마기를 온몸에 둘러 용한길의 기세를 튕겨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마기가 더 이상 확장이 안 돼…!’
워낙 압력이 거세어서, 압력을 밀어내면서 마기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저 자신의 온몸에 얇게 마기를 두를 수 있는 것만이 전부인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진 용한길의 마나 기운.
고개를 들자 용한길이 김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놈이로구먼.”
용한길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김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후우…!’
김진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용한길이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왜 다들 흥미로운 놈이라고 추천했는지 알 것 같군.”
이후 용현길은 장승욱에게 눈짓했다. 바로 눈치를 챈 장승욱은 재빨리 다시 김진성에게 족쇄를 채웠다.
다 채운 뒤 장승욱이 물러날 그때, 용한길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받게.”
김진성은 그가 내민 것을 받아서 확인해 보았다.
명함이었다.
“만약 신대륙으로 넘어올 생각이라면 연락하게. 아니면 여기 있는 백준을 통해서 연락해도 되고.”
김진성이 신대륙이라는 말에 용한길을 쳐다봤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자네 정도면, 신대륙에 있는 내 회사에 자리 하나는 만들어 줄 수 있지.”
“……!”
그 말에 김진성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곧바로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헌터 강국 중 하나다.
그리고 대한 클랜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클랜이었다.
그건 대한 클랜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헌터들을 많이 보유해서도 아니고,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해서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신대륙에서 자리 잡은 유일한 한국의 헌터 클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신대륙, 셀레포에서 독자적인 클랜으로 살아남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현재 신대륙에 자리 잡은 클랜 숫자는 국가당 하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쪽은 국가마다 독자적으로 살아남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AUHC(Africa Union Hunter Clan)라는 아프리카 연합 클랜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아직까지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 클랜이다.
지금 그 대한 클랜의 마스터가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김진성에게 약속한 것이다.
“물론, 그것도 서바이벌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후 얘기지만.”
그렇게 말을 마친 용한길은 할 말은 끝났다는 듯이 백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백준이 한마디 했다.
“숙소로 데려가게.”
“네. 따라오시죠.”
장승욱은 아직도 반쯤 얼떨떨하게 서 있는 김진성을 데리고 문 밖으로 나갔다.
둘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백준이 공손하게 용한길에게 물었다.
“더 보고 싶으신 참가자가 있으십니까?”
“신웅? 그 사람 한 명만 더 보고 싶군.”
“알겠습니다.”
백준은 바로 책상 위 스마트폰 화면을 켠 뒤 장승욱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그때 용한길이 그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미안하네. 탁남규랑 만나고 있을 줄 알았으면 다음에 올 걸 그랬어.”
“아닙니다. 다른 분도 아닌 선배님의 부탁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메시지를 막 보낸 백준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탁 장관님한테는 연락 안 하실 겁니까?”
용한길은 백준에게만 자신이 한국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린 상황이었다. 정확히 참가자들을 태운 수송선들이 막 헌터부 건물 쪽에 도착하던 그때였다.
그래서 백준은 탁남규에게는 용한길에 대한 소식을 알리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탁남규와의 점심 약속까지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백준이었다.
다소 서운해하는 탁남규를 향해 스케줄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느라 백준이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용한길은 모를 것이다.
만약 용한길이 탁남규한테도 자신이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알렸으면, 백준이 이렇게 고생할 일은 없었을 터였다.
“잠깐 왔다가 다시 갈 건데 굳이 왜? 그놈한테 잡히면 얼마나 귀찮아지는데. 정부 관리들이랑 밥 한 끼 같이 먹자느니, 행사니 광고니 요구하는 것만 많지.”
“하하하….”
“그리곤 내게 어떤 참가자가 마음에 드느냐고 묻겠지. 그 이유가 제일 커. 말해주면 꼭 그놈을 붙잡아다 신대륙에 반드시 가라고 부담을 주잖아!”
계속해서 말을 잇는 용한길은 점점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신대륙은 본인이 의지를 다지고 넘어와도 살아남기 힘든 곳이야. 억지로 넘어온 놈들은 실제로 다 끝이 안 좋았고. 자네도 경험해봐서 알지 않은가?”
“네….”
백준은 짧게 대답했다.
백준도 한때 패기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신대륙을 정복하고 다시 격변 이전의 세계를 되찾겠다며 말하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 경험 때문에 지금처럼 당신을 돕고 있는 거죠.’
이어진 속마음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백준이었다.
* * *
“…하암.”
깊은 잠에서 깨어난 김진성은 드넓은 킹사이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기절하듯 자버렸네.’
꺼벙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김진성.
드넓은 방이 눈에 들어왔다.
콜로세움 호텔 내에서도 가장 좋은 스위트룸 객실, 2901호의 안이었다.
시설, 가구, 장식품 등등 무엇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지금 그가 잠을 잔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베개와 매트가 좋아서 그런지, 몇 시간 안 잤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24시간 밤새운 피로가 거의 다 풀린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좋은 침실에서 일주일이나 묵어도 되는 건가….’
지금이야 좀 적응했지만, 처음 장승욱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올 때만 하더라도 익숙지 않아 부담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김진성에게 장승욱은 이렇게 말했다.
– 이번 시즌 최고 인기 스타를 위한 작은 배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어쩌겠어. 즐겨야지.’
김진성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무려 한 병에 만 원이 넘는 물이었다. 물론 김진성은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중이었다.
‘몇 시지? …벌써 7시가 다 되어가네.’
김진성이 막 벽에 달린 고풍스러운 시계를 확인해 볼 그때였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딩동댕하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이후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참가자 여러분께 공지 사항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오후 7시부터, 참가자들을 위한 축하 파티가 열릴 예정입니다.]‘파티라고?’
‘손님까지 있는 거면…예전에 TV로 봤던 전 시즌 파티랑 똑같나 보다.’
[제작진 측에서 매우 신경 써서 마련한 자리니만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면 오후 7시에 파티장에서 뵙겠습니다.]그렇게 안내 방송은 끝이 났다.
‘특별한 손님이라….’
김진성은 바지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어, 용한길에게 받은 명함을 꺼냈다.
확실한 건, 오늘 어떤 손님을 만나더라도 용한길보다 더 특별한 손님은 없을 것이다.
김진성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 *
그 시각.
축하 파티가 열리는 2층의 대연회장 안에는, 이미 도착한 수많은 ‘특별한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들 서로 안면이 있는지, 삼삼오오 모여 인사 후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현상철 마스터님.”
“어? 박진웅 아니야?”
박진웅이라는 마른 몸의 젊은 청년과 현상철이라는 중년의 건장한 남성도 마찬가지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자네도 여기 왔어? 입장권 비용 대기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래도 헌터들 상대로 장사하며 먹고 사는 마당에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있나요?”
“하하하, 맞아! 이런 기회를 비싸다는 이유로 버리는 병신 같은 짓을 할 순 없지!”
“마스터님은 이번에 괜찮은 매물 좀 많이 구하시겠어요? 이번에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서 한 명만 용병으로 데려가도 초대박 아닙니까?”
“나도 맨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좀 힘들 것 같아. 저기 봐.”
현상철이 턱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박진웅은 시선을 돌렸다.
“…어라?”
그의 눈이 커졌다.
대연회장 중앙 부근에,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 두 명의 남성이 있었다.
최소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둘의 얼굴이, 박진웅의 눈에는 너무나도 낯이 익었다.
“오병국…? 그리고 강경권?”
“그래.”
현상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4대 헌터 클랜 중 두 곳에서 마스터가 직접 찾아왔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터 클랜을 모두 꼽으라 그러면, 십중팔구는 4개의 클랜을 얘기할 것이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클랜인 대한.
현 헌터 서열 3위, 오병국이 마스터로 있는 BK 클랜.
현 헌터 서열 4위, 강경권이 마스터로 있는 K3 클랜.
그리고 헌터 서열 2위였지만, 노화로 병마가 깊어져 최근 현역에서 은퇴한 홍성흔이 세운 백두 클랜이다.
‘이러면 사실상 마스터가 움직일 수 있는 클랜은 다 참석한 거잖아?’
대한 클랜 마스터 용한길은 신대륙에 거주 중이고, 백두 클랜 마스터 홍성흔은 병마가 깊어 외부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놀라운데요. 역대 이런 파티가 시즌마다 열렸었는데, 저 두 클랜에서 마스터가 직접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내 말이 그거야. 4대 클랜에서 저렇게 마스터가 직접 찾아왔는데 내가 경쟁이 되겠냐고?”
“아니, 가능해요.”
박진웅은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님이 영입 상대 수준을 조금 낮추면 되죠. 설마 4대 클랜 마스터가 직접 온 마당에 잔챙이들 건들겠어요? 최소 김진성, 신웅 이런 사람들만 건들겠죠.”
“그건 그렇긴 한데….”
“설마 김진성 정도 매물을 노리려고 여기 오신 건 아니잖아요?”
“에이, 걔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
현상철은 고개를 휘저었다. 김진성 정도 되는 슈퍼스타는 이미 중소 규모 클랜이 붙잡기에는 너무 인지도가 높아진 상태다.
“그나저나 마스터가 직접 온 이유가 뭘까요? 이전 시즌처럼 영업부장만 직접 보내도 상관없을 텐데….”
박진웅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리 궁금해할 그때.
갑자기 입구 쪽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어! 홍현진이다.”
현상철의 말에 박진웅의 고개가 절로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입구 쪽 손님들의 모든 시선을 받으면서 도도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아름다운 미녀.
바로 백두 클랜의 전 마스터 홍성흔의 장녀이자, 백두 클랜의 부마스터인 홍현진이었다.
“…어머!”
그녀도 오병국과 강경권을 본 순간,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두 분이 직접 이곳을…?”
바로 도도한 자세를 풀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묻는 홍현진의 모습.
오병국과 강경권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다. 그렇기에 둘이 직접 참석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오병국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소식을 못 들었나 보군.”
“네? 무슨….”
“마침 오는군.”
오병국이 홍현진이 걸어 들어온 입구 쪽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홍현진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고,
“……!!”
곧 점점 눈이 부릅떠졌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190cm 이상은 될 법한 큰 키의 소유자.
약간 중동 혼혈 느낌이 나는 외모를 보유한 청년의 정체를, 홍현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와프?!’
나와프.
사우디아라비아의 명실상부한 최강 클랜, 알사우드.
중동 최강의 클랜, 알사우드의 한국 지사 대표, 나와프가 지금 파티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