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자타공인 대한민국 No.1
“그런데 이 정도의 금액을 제안하면서까지 콜로세움 시즌 예선을 자국에서 치르려는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백준이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점을 탁남규에게 물었다.
“제가 알기로는, 제아무리 빈 나시르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금액을 개인 취미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빈 나시르 정도 되는 재력이면, 하루에 몇백억, 아니 몇천억 정도를 개인 취미로 날려버린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빈 나시르가 제안한 금액은 몇천억은 티도 안 날 만큼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래서 문제였다.
“외교부 쪽에서 들은 얘기인데, 빈 나시르가 콜로세움 예선전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정치적인 의도가 강하다고 하더군.”
탁남규가 솔직하게 백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근 빈 나시르가 왕위에 오르면서 반대파 숙청을 많이 했거든.”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왕위 쟁탈 때문에 양쪽 모두 S급 이상 헌터들을 고용해서 싸웠다고 하죠.”
“유명하지.”
당시 사우디 왕위 쟁탈전 전투에 참여한 용병들의 면면은 대단했다.
이때 참여한 용병들이 힘을 합하면 미국과 붙어볼 만하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근데 이번에 숙청하면서 사우디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헌터들을 너무 많이 죽였어. 특히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지야드를 반대파 용병이라는 이유만으로 숙청한 게 컸지.”
“아, 그래서 일부러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맞아. 현재 바닥까지 떨어진 민심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 중 하나지.”
“몇 년 전 한국 정부의 상황과 비슷하군요.”
백준의 이어진 말에 탁남규는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현재 대통령도 빈 나시르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바가 있었다.
당시 총리였던 그는, 전 대통령이 의문사를 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암살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민심이 굉장히 안 좋았었다. 심지어 반란의 기미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 민심을 달래기 위해 현 대통령이 채택한 방법은, 바로 백준이 계획하고 있던 ‘콜로세움 서바이벌’이라는 충격적인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었다.
당시 자신의 힘만 믿고서 안하무인으로 굴던 범죄자 헌터들은 아주 골칫덩어리였다.
몬스터 격변으로 인해 생명이 경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헌터가 되지 못한 이들을 업신여기며 큰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정부에선 이들을 잡아들여 강경하게 처벌했지만, 점점 범죄자들의 숫자는 늘어만 갈 뿐이었다.
그리고 혜성같이 등장한 ‘콜로세움’.
범죄자 헌터들을 모아 서로를 죽이게 만들고, 살아남은 자는 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하게 만든다는 프로그램.
처음에는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공중파 TV에 내보낸다는 사실에 모두가 반발했지만, 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면서 모든 논란은 사그라졌다.
그로 인해 대통령은 자신에게 향하던 비난의 시선을 콜로세움으로 돌릴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무관심 속에 정부 부처 내 반대파를 모두 쳐내면서 반란의 씨앗을 아예 제거해버린 것이다.
지금 백준의 말에는 그러한 과거의 과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었다.
곧 탁남규가 입가의 미소를 지우면서 엄숙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입 조심해. 여기는 대한민국 정부 건물 안이야. 사석에서야 그런 말을 해도 상관없지만….”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백준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언제 도청될지 모르는 만큼 조심해서 나쁠 게 없었다.
그를 보며 탁남규는 다시 원래 이야기하던 주제로 돌아왔다.
“아무튼, 빈 나시르가 다시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헌터부의 전력을 총동원할 계획이야. 이건 대통령님이 내린 지시라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당연히 그러셔야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부에 어마어마한 수익을 안겨줄 전 세계 최고의 돈줄이 방한하는 마당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호를 서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현장 지휘권은 자네한테 맡기는 것으로 정해졌으니까, 굳이 나를 통해 보고하는 수고는 안 해도 돼.”
“그건 정말 다행인 소식이군요.”
“이 권한 얻으려고 내가 얼마나 대통령님 앞에서 고생했는지 알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관님.”
“뭘 감사해? 보면 꼭 말로만 …응?”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탁남규와 백준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옆의 창문으로 돌아갔다.
“선수들 도착했구먼.”
먼 하늘에서 다수의 수송기가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 둘의 시야에 들어왔다.
* * *
예선 2차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태운 수송기가 목적지인 헌터부에 도착한 시각은 정오가 막 지났을 때였다.
수송기 부대가 도착하자, 헌터부 건물 근처에 있던 지하 착륙장의 커다란 문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수송기들은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문 안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닥에 착륙한 후 참가자들을 내려놓은 수송기들은, 이후 도로를 타고 달려서 전방에 보이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김진성이 탄 수송기는 제일 마지막에 지하 착륙장 안으로 들어왔다.
곧 수송기에서 김진성과 참가자들이 내렸다.
“전원 뒤쪽의 워프 마법진으로 이동하세요!”
잠시 둘러볼 새도 없이 재촉하는 요원의 지시에 따라, 이미 수백 명의 참가자가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워프 마법진으로 걸어갔다.
기다리던 참가자 모두가 김진성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김진성의 눈에는 단 한 명만 들어올 뿐이었다.
‘신웅….’
날카로운 눈매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젊은 청년, 신웅.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보았던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지금의 멀끔한 모습과 겹쳐 보이는 듯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전원 움직이지 마세요.]참가자 전원이 마법진 위에 올라오자마자 안내 방송이 들려왔고, 동시에 우웅-! 하고 마나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빛을 눈부시게 내뿜었다.
동시에 400명이 넘는 참가자와 그들을 포위한 헌터부 정예 요원을 두꺼운 마나 장막이 감쌌다.
하지만 몇 초 지나지도 않아 마나 장막이 진동 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워프가 완료된 것이다.
‘여긴…?’
곧바로 뒤바뀐 환경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김진성이 고개를 돌리던 그때였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우레와 같은 환호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화들짝 놀란 참가자들이 사방을 돌아보았다.
“김진성이다!!”
“꺄아아악!! 진성 오빠!!”
“신웅이다! 신웅이 저기 있어!”
“와, 김진성 앳된 것 좀 봐. 진짜 어리긴 하구나…!”
참가자들을 사방으로 둘러싼 높은 관중석에서 연신 환호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넓은 관중석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던 것이다.
‘…이게 뭐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김진성이 어리둥절해 있을 그때.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참가자 여러분들.]장내 전체를 울리는 안내 방송이 참가자들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콜로세움 서바이벌의 부대표, 장승욱입니다. 먼저 예선 2차를 통과하신 여러분들 모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여러분들이 서 계시는 장소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장승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르는 이는 현재 서 있는 참가자 중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전방의 거대한 전광판 바로 위에 대놓고 ‘잠실 콜로세움 투기장’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바로 일주일 뒤, 여러분들이 목숨을 걸고 경기를 펼칠 장소인 잠실 콜로세움 투기장입니다.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번 기회에, 천천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일주일 뒤….’
[그리고 현재 관중석에 계신 분들은 여러분들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관객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한 장승욱의 말에도 선뜻 손을 흔드는 이는 몇 명 없었다.
다들 잔뜩 긴장한 상태라, 손을 흔들 정도의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와, 씨. 진짜 많이 모였네.’
‘아직 관중석이 절반도 안 찬 것 같은데 벌써 이 정도 분위기면, 10만 명이 꽉 찼을 때는 도대체…?’
‘이거 부담돼서 관중들 앞에서 제대로 싸울 수는 있을까…?’
‘이 새끼들이 구경났나, 확 진짜!’
참가자들은 제각각 다양한 표정으로 관중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대부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들이었다.
김진성이 복잡한 얼굴로 관중들을 훑어봤다. 그러나 이내 손을 들어 흔들기 시작했다.
“꺄아악!!”
“나한테 손 흔들어줬어!!”
자신을 응원하는 관중들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까지 그리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김진성.
조금 전과 달리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런 건 파이트 클럽에서도 했었어.’
참가자들을 관중들 앞에 세우는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전에 홍보하는 상인들의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김진성은 그런 점을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콜로세움은 시청률을 위해서 김진성을 도와줄 확률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렇다면 인기와 민심을 가져오는 게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김진성이 그런 계산을 하고 있을 때.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가 그러한 김진성의 모습을 계속해서 찍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곧바로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었다.
* * *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참가자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건물 안에 있는 지하 통로를 따라 이동한 일행들은,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콜로세움 호텔’의 지하 1층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여러분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장승욱이 단상 위에 서서 그들을 맞이했다.
곧 참가자들이 대강 정렬해서 서자, 장승욱은 옆의 직원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직원이 단상 위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예선 3차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묵으실 방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요원 분들께서는 호명된 참가자를 바로 배정된 방으로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는 들고 있던 파일 문서를 보면서 호명을 시작했다.
“김현수, 701호. 이지성, 702호. 송승환, 703호….”
차례차례 호명되는 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참가자를 데려가는 요원들의 모습.
계속 호명을 듣던 김진성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제일 저층부터 배정받고 있네.’
김진성이 저 멀리 있는 입구 근처의 층별 안내판을 바라보았다.
7층부터 호텔 객실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계속해서 7층부터 차례대로 참가자 방을 배정하던 직원.
시간이 지나 400명이 넘게 서 있던 지하 1층에는 이제 10명 남짓한 소수만 남아 있었다.
‘…전부 다 아는 얼굴들이군.’
남은 참가자들의 면면을 본 김진성은 그리 생각했다.
전부 예선 1차전 때부터 강한 인상을 준, 현재 시즌 12 최고의 인기 스타들만 이 자리에 남아 있었다.
“신웅.”
이어진 직원의 호명에 모두의 시선이 신웅으로 향했다.
“2940호.”
이어서 말한 방 번호에 김진성의 시선이 바로 층별 안내판으로 다시 향했다.
‘…최상층인데?’
7층부터 29층까지 객실이라 적혀 있으니, 신웅은 최상층 객실에 배정받은 것이다.
지금까지 아래층부터 배정받던 다른 참가자와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다음, 한미르. 2939호.”
나머지 참가자들도 모두 29층에 배정을 받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모두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한 뒤, 마지막 김진성 차례만 남게 되었다.
“김진성은….”
“아, 이 분은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막 호명하려던 직원의 말을 끊는 장승욱.
그는 바로 단상 아래로 내려와 김진성 앞에 섰다.
“따라오시죠.”
곧 김진성은 장승욱의 뒤를 엘리베이터의 반대편 방향으로 걸어갔다.
둘이 걸음을 멈춰 선 곳은 ‘VIP 전용’이라 적혀 있는 엘리베이터 앞.
경계를 서고 있던 완전무장한 헌터부 요원 둘이, 김진성 등이 오자 바로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이었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탑승한 장승욱은 30층 버튼을 눌렀다.
‘30층?’
김진성이 의아해하던 그때,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30층에 도착한 김진성 등을 기다리는 것은,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던 완전무장한 헌터부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김진성을 데리고 복도 끝까지 걸어간 장승욱은, ‘3001호’라고 적혀 있는 호실의 문을 두드렸다.
‘여긴 무슨 방이지?’
김진성이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긴 복도에는 3001호를 제외한 어떠한 호실도 없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비서처럼 보이는 한 미인의 안내에 따라 둘은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진성이 살면서 봤던 그 어떠한 방보다 넓고, 화려하고, 아늑해 보이는 객실 안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왔을 그때.
“여기야.”
응접실 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김진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목소리의 주인공, 백준이 누군가와 같이 고풍스러운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
‘…어?!’
백준 옆의 흰머리 노인을 본 김진성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소개하겠습니다. 이쪽은 시즌 12 참가자인 김진성. 그리고 이쪽은….”
“반갑네.”
노인이 백준의 말을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김진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대한 클랜 마스터, 용한길이라 하네.”
대한 클랜.
대한민국 최강의 클랜이자, 현재 한국을 대표해서 신대륙에 진출해 있는 유일한 클랜.
그곳의 마스터이자,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강의 헌터인 용한길이, 김진성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